최양선 “초라한 감정을 느끼는 아이들이 있다면”
『달의 방』 최양선 저자 인터뷰
어느 순간부터 제가 느끼는 것들에 몰두하게 되었고 어딘가 나와 같은 감정을 품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지 않을까. 그 아이들을 찾아 나서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2021.04.23)
환하게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태양과 달리,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한다. 주위의 빛을 반사하고서야 세상에 자신을 드러낸다. 또 늘 같은 모양인 태양과 달리, 자신만의 호흡으로 다양하게 모습을 바꾸어 나간다. 사람들은 대부분 달보다는 태양이 더 힘이 센 듯 이야기하고, 태양 같은 사람이 되라고 하지만, 스스로가 태양보단 달과 더 비슷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어느 곳에선가 조용히 주위의 빛을 반사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을 것이다.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인간 심리와 사회의 이면을 깊숙하게 파고드는 최양선 작가의 새로운 청소년소설집 『달의 방』에서는 ‘달’과 같은 청소년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최양선 작가를 만나 『달의 방』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작가님, 안녕하세요!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최양선입니다. 이렇게 인사를 드릴 수 있어, 기쁘고 반갑습니다.
표제작 「달의 방」을 비롯해 다른 작품들에서도 ‘달’이 언뜻언뜻, 은근하게 등장합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달’은 어떤 존재인가요?
달은 어둠과 공존하면서 자신의 아름다운 빛을 드러내요. 강렬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부드럽고 온화해서 바라보는 데 어떠한 눈부심도 불편함도 없어요. 나를 지켜주려는 듯 따라다니고요. 보다 매력적인 건 몸의 크기가 유동적이라는 겁니다. 소멸과 완성을 반복하니까요. 그러니까 달은, 제가 좋아하고 닮고 싶어 하는 걸 품고 있는 존재인 듯합니다.
이 작품들에는 글을 쓰던 당시 선생님의 감정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고 하셨는데요, 작품들을 쓰게 된 계기, 혹은 그때의 감정이 궁금합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각기 다른 사정으로 자신이 사라지는 듯한 감정을 느껴요. 10대, 20대 시절, 작아지고 작아져서 점이 되어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감정을 느끼곤 했습니다. 어른이 되는 과정이거나 시간이 지나면 극복할 수 있는 감정이라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현재도 종종 그러한 감정들에 휘말리곤 하니까요. ‘이 감정은 왜 사라지지 않은 걸까. 어째서 그림자처럼 나를 쫓아다니는 걸까.’ 어느 순간부터 제가 느끼는 것들에 몰두하게 되었고 어딘가 나와 같은 감정을 품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지 않을까. 그 아이들을 찾아 나서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달의 방』 속 다섯 작품의 주인공(혹은 주인공의 친구라도) 중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붉은 조끼’에서 남주와 남주의 엄마에게 마음이 갑니다. 5년 전 지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어요. 그분에게는 어린 딸이 있었어요. 그분이 애써 웃으며 그런 말을 하셨어요. 아이가 병원에 오지 않는다고. 오랫동안 많은 생각을 했어요. 엄마를 찾지 않은 아이의 마음과 어린 딸을 두고 떠나야 하는 그 분의 마음에 대해서요.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 분의 표정과 목소리가 또렷이 기억이 나요. 마음까지 먹먹해지죠. 그래서 일까요. 남주가 씩씩하게 살아 냈으면 좋겠어요. 물론 다른 아이들도요.
작가님 작품을 읽다 보면 주인공들의 삶이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환상적인 느낌이 들어요. 삶을 대하는, 삶을 바라보는 선생님만의 태도와 시선이 궁금합니다.
현실적인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해서는 희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게 희망이란 오늘보다 내일이 좋아질 거라는 막연함보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비밀이 존재하고 그 비밀은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시선이 있어야지만 찾을 수 있는데, 그 비밀을 찾는 과정 자체가 희망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희망을 찾고 싶다는 저의 마음이 글에서는 환상적인 느낌으로 표현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야기의 소재는 주로 어떻게 얻으시나요?
일상에서 얻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전반적인 일들에 관심을 둡니다. 또 개인적인 경험에서도 비롯되기도 하고요. 단편 「달의 방」은 ‘나 혼자 산다’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떠올렸어요. 오래전에 출연자 중 한 분이 집을 구하는 과정이 방송되었던 적이 있거든요. 또 「바람에 닿다」의 배경인 제주도 펜션은 3년 전 제주도에 여행을 갔다가 머물렀던 곳을 모티브 삼았어요.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무색한 해안가에 있던 펜션이었죠. 물론 그곳에는 하늘색 리본이 매달린 나무는 없었어요. 나오도요.
청소년소설을 쓰시는 작가님으로서, 오늘날의 청소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 혹은 『달의 방』이 그들에게 어떤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초승달처럼 작고 초라해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결국 빛은 차올라 보름달이 될 테니까요. 『달의 방』이 그 길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최양선 대학에서 문예 창작을 공부했다. 장편동화 『몬스터 바이러스 도시』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1년에는 『지도에 없는 마을』로 제16회 창비 ‘좋은어린이책’ 원고 공모 창작 부문 대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별과 고양이와 우리』 『용의 미래』 『밤을 건너는 소년』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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