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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도 작가다

『너의 목소리를 그릴 수 있다면』 김성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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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되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글쓰기를 통해서 그 마음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를 바랐어요. (2020.12.24)


EBS 〈나도 작가다〉는 나의 글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EBS 라디오부 김성은 PD는 작가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녹음하여 라디오에 흐르도록 하고, 또 활자에 담겨 책으로 엮는 상상을 했다. ‘시작과 도전’ ‘실패와 두려움’ ‘나다움’이라는 주제로 카카오 브런치 팀과 함께 공모전을 진행해 60편의 글을 선발했다. 그 상상이 이루어진 것이 바로 『너의 목소리를 그릴 수 있다면』이라는 책이다.



〈나도 작가다〉를 기획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지금은 사람들 간의 소통이 줄고 비대면이 익숙해진 시대잖아요. 익숙하지 않아도 적응해야 하는 때이고요. 개인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힘내” “너만 그런 거 아니야. 다들 그래”라는 말이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힘이 없는데 대체 어떻게 힘을 내라는 건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위로를 주고받을 수 있을까요? 진심과 따뜻함이 귀해진 시기에 그것을 어떻게 드러내고 공유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모두 자신이 꾸리는 삶이 있잖아요. 그들의 삶을 목소리로 들려주면 어떨까 떠올린 거예요. 마음에 담은 말은 털어놓기가 힘들잖아요. 그런데 한 번 털어놓으면 계속 이야기하게 되는, 그러면서 이야기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되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글쓰기를 통해서 그 마음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를 바랐어요.

‘시작과 도전’ ‘실패와 두려움’ ‘나다움’이라는 주제는 어떻게 선택하게 되신 건가요?

이 단어들은 자주 쓰여서 식상하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만큼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주제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작과 도전’이라는 주제를 들으면 누군가는 오래 마음에 품었던 첫 발걸음을 떠올릴 것입니다. 취미로 가볍게 시도해본 도전이 생각날 수도 있지요. ‘실패와 두려움’이라는 주제는 어떨까요? 진작 포기한 일이나 여전히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말하고 싶을 것입니다. 하루하루가 실패처럼 느껴지기는 시기도 있으니, 그 일상을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주제들을 꼼꼼히 파고들다 보면 결국 나라는 사람에게 다가가게 되더군요. 그래서 마지막 주제가 ‘나다움’이었어요. 때로는 별세계 이야기보다 잔잔한 호수 같은 글이 평온을 가져다준다고 믿습니다. 옳고 그름의 범주가 아닌, 경중의 범위가 아닌, 다르고 다양한 궤적을 그려낼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했어요.

당선 작가님들과 소통을 할 때 특히 기억에 남는 상황이 있으셨나요?

공모전 당선 연락을 받고 눈물을 펑펑 흘리신 작가님이 계셨습니다. 눈물을 멈추고 싶은데 멈춰지지 않는다고요. “지금껏 벽을 보며 글을 써온 것 같은데, 그 벽에 문이 생긴 거 같아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라는 작품을 쓰신 작가님이신데요. 아내로서 엄마로서 20년 넘게 충실하게 살았지만, 새로운 사람과 환경이 두려워 무언가를 시도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다운 게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라는 질문에 간단한 답조차 할 수 없었지만, 나로서 인정받는 것을 꿈꿔온 분이었습니다. 작가님은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긴장을 하고 두려움을 느끼는데요. 큰 용기를 내어 공모전에 도전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당선이 되셨어요.

60편의 글 가운데 특별히 간직하고 싶은 작품이 있으신가요?

저는 작가님들을 모시고 라디오 녹음까지 진행해서인지 정말 모든 작가님과 작품이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진행을 위하여(웃음) 몇 편을 소개할게요. 〈점 위에 올라서서〉에는 뜀틀을 넘는 대신 빙 둘러가는 것을 택했던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나옵니다. 그 아이가 처음으로 뜀틀을 넘어서는 순간이 그려지는데요. 아이는 달리면서 아빠의 말을 떠올립니다. “처음 몇 번은 어차피 넘어질 거야. 어차피 자빠질 건데 그냥 넘어보자 하는 생각으로 뛰어!” 영화 같으면 그 순간 뛰어넘잖아요. 그런데 아이는 달리다 멈춰요. 너무 무서우니까요. 하지만 달리지도 못했던 아이가 달려보려는 마음은 품게 된 거잖아요. 그게 시작이었어요. 숱한 실패 끝에 아이는 결국 뜀틀을 넘습니다. 그 마음을 알기에 더 감동적인 부분이었어요.

〈인생은 예순부터〉에는 예순이 넘어서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대학교 법학과에 진학하신 분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괜히 미역국을 끓였다〉에는 고되게 일하는 엄마를 위한 생신 선물로 미역국을 끓였지만 요리법을 정확히 몰라서, 봉지 미역을 다 써서 46인분의 바닷물 맛이 나는 미역국을 만든 이야기가 나오고요.

60편의 글에는 특별한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 다른 작품인데 신기하게도 공통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솔직한 고백이라는 점이에요. 작가님들은 글을 쓰며 한 걸음 물러나 자신을 바라봅니다. 누군가는 초연하게 누군가는 여전히 분투하면서 자신의 처음을, 실패를, 두려움을 그리고 나다움을 응시합니다. 

이 책은 누구를 위한 책이라고 보시나요?

이 글을 읽는 바로 당신을 위한 책입니다! (웃음) 사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는 얼굴이 떠오릅니다. 부모님, 친구들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반려동물 생각도 나요. 이전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어쩌다 보니 연락이 끊긴 사람들도요. 그렇지만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내 이야기 같아서, 나도 글을 쓰고 싶어집니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거나, 작가가 되기를 희망하거나 라디오 DJ를 꿈꾸는 분들뿐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여러분이라면 누구나 마음에 와 닿는 지점이 있을 것입니다.


 

책의 표지가 정말 예쁩니다!

맞아요. 표지만 봐도 마음이 평온해지지 않나요? (웃음) 그림 속에는 고요한 호숫가에 앉아 무릎 위에 글을 올려두고 먼 곳을 응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옆의 강아지처럼 눈을 감은 채 살랑이는 바람을 느껴보고, 라디오에서 흐르는 음악에 넉넉하게 취해보기도 합니다.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지요. 이슬아 일러스트레이터(instagram.com/lllllllllsa)가 마음이 일렁이는 그림을 멋지게 그려주었습니다.

이후에 기획하고 계신 것이 있나요?

2021년에도 〈나도 작가다〉 공모전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아직 상세한 내용이나 시기를 정해두지는 않았지만요. 이번 공모전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작가님들에게 힘이 되고 기쁨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EBS에서도 다양하고 좋은 글을 들려줄 수 있어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깔끔하게 다듬어진 글도 좋지만, 조금 거칠어도 풋풋하고 담백한 글은 더 큰 공감과 울림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너의 목소리를 그릴 수 있다면
너의 목소리를 그릴 수 있다면
김성은,정윤범 기획
롱테일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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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너의 목소리를 그릴 수 있다면

<김성은>,<정윤범> 기획13,05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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