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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힘들고 길이 보이지 않을 때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 최성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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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어느 나라나 착한 사람들의 나라입니다. 저는 종교가 착한 사람들을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그것이 종교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2019. 0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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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선승들의 일화집이다. 일화란 삶이 남긴 이야기이다. 말의 홍수인 시대. 세상은 빨리 생각하고 빠르게 말하기를 권유한다. 지혜로운 말과 충고와 조언이 넘친다. 그러나 사실 우리 삶에 정말 필요한 말은 많지 않다. 몇 가지로 줄일 수도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감동하고 무언가를 깨우치고 위로 받고 마음을 열게 되는 데는 아주 작은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올 때이다. 그 작은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안다면, 좋은 인생을 살아가는 든든한 도구를 장만하는 셈이 아닐는지.


농사짓고 번역하고 글 쓰는, 이 책의 저자 최성현 작가는 어릴 때부터 이야기와 일화 형태의 글을 좋아했다. 재미있고 이해하기가 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모았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일화를 2년 동안 전국을 돌며 수집하여  『좁쌀 한 알』 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또 일본어 번역가로 일본책을 많이 읽고 번역하면서 좋은 일화를 많이 만났다. 자연스럽게 일본 승려의 일화를 중심으로 신간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 를 쓴 계기가 되었다. 301가지의 선승들의 이야기에는, 농부인 작가가 하루 일을 마친 밤 혹은 새벽에 깨어 한 글자 한 글자 베껴 쓴 감동이 그대로 녹아 있다. 한 편씩 읽다 보면 ‘나는 무슨 이야기를 남기고 갈까’하며 내 삶을 돌이켜보게 된다.

 

제목이 흥미롭습니다. 편지 내용이 뭘까, 궁금합니다.

 

선승의 일화를 모은 책입니다. 이 책의 제목이 된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도 그 중 하나입니다. 한 스님이 세상을 떠나며 사람들에게 편지 한 장을 주며 말합니다. 힘들 때, 정말 힘들 때, 그런데도 길이 안 보일 때, 그때 열어보라고.


이 책에는 여러 스님이 등장합니다. 300개에 이르는 일화가 나오는데, 그것이 편지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화는 말이 아닙니다. 삶입니다. 이렇게 저렇게 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이므로 쉽고 재미있습니다. 그렇게 이 책은 일화로 우리에게 삶으로 갈 길을 일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혼을 일깨우는 선승들의 일화 301’이란 부제를 붙였습니다.

 

각자도생하는 시대라고 합니다. 1인 가족이 늘고 ‘혼자’가 화두가 되는 시대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 ‘일화’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위인 일화는 너무 교훈적인 면도 있습니다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는 말을 많이 합니다. 우리의 삶이란 애초부터 가 본 적이 없는, 처음 가는 길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 앞서 산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이 책에는 많은 일화가 나옵니다. 인생 선배들의 이야기입니다.


사람의 한 생에는 온갖 일이 있습니다. 좋은 날도 물론 있지만 궂은 날도 많습니다. 힘들 때,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앞서간 사람들의 삶을 많이 알면, 그것이 어려움을 넘고 건너는 사다리, 혹은 배가 되어줍니다. 여행은 우리의 안목을 넓혀 줍니다. 왜 그럴까요? 여행에서 우리는 여러 사람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나와 다르게 사는 사람과 문화를 만나기 때문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이 책을 통해 그런 여행을 하시게 됩니다.


301가지 일화. 이 많은 이야기들을 어떻게, 어떤 계기로 모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특별히 선승들, 일본 선사의 일화를 중심으로 하신 까닭은요?


저는 이야기, 일화 형태의 글을 좋아합니다. 어려서부터 그랬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노장철학이 좋았습니다. 특히 저는 장자가 좋았습니다. 재미있고, 이해하기가 쉬웠기 때문입니다. 그 영향이었을 겁니다. 제가 쓴 책 중에  『좁쌀 한 알』 이라는 게 있습니다. 무위당 장일순의 일화를 찾아 엮은 책입니다. 농사짓는 틈틈이 두 해 동안 온 나라를 다니며 그의 일화를 찾아 엮은 책입니다.


대략 20년 정도 된 거 같습니다. 틈틈이 모았습니다. 한때 〈작은숲〉이라는 월간지에 연재를 한 적도 있는데, 그 시간도 도움이 됐습니다. 저는 일본어 번역가이기도 하기 때문에 일본에 가기도 하고, 또 주문해서 일본 책을 많이 보는 편입니다. 그렇게 독서 중에 만나는 일화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유튜브도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1982년 4월부터 매주 일요일에 NHK에서 방영되고 있는 ‘마음의 시대’를 비롯하여 ‘100분으로 명저’ 등 아주 많은 종교 관련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접할 수 있습니다. 각 사찰의 홈페이지에도 스님의 일화가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일본 승려를 중심으로 한 것은 중국 쪽은 한국에 소개가 많이 돼 있는데, 일본 승려의 일화는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마음에 남은 일화나 문장을 소개해주세요. 선생님께서 힘들 때 위로 받았던 문장이도 좋고요. 그것에 담겨 있는 뜻도 말씀해 주세요.


사실은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일화에서 위로를 받았습니다. 감동은 주는,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런 일화만을 골라 엮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그 중의 하나라면 자신이 책임을 맡고 있는 절을 불로 태워버린 스님의 일화입니다. 그 스님이 불을 낸 것도 아닌데 당시 그 절의 주지였다는 것만으로 사람들은 끊임없이 쑥덕거렸습니다. 욕을 했습니다. 그때 그 스님은 말없이, 아니라는 변명 한마디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누구를 만나든 고개를 숙였습니다. 한 종파의 종정 스님이 돼서도 같았습니다. 더 고개를 숙였습니다.


제게 잘못이 있었지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살펴보지 않고 제 욕을 오래 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때 그 스님의 처신은 저에게 어떻게 그 일에 대처해야 할지를 일러줬고, 또 큰 위로가 됐습니다.


문장으로는 아오야마 슌도 비구니 스님 말이 생각납니다.


“질 수 있는 능력, 다시 말해 남이 옳고 내가 틀렸다고 인정할 수 있는 힘, 이것은 정신적으로 어른이 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능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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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와 번역과 글쓰기를 하고 계시는데, 이 세 가지 일이 선생님에게는 어떤 의미이신가요?


그 셋 중 으뜸은 농사입니다. 제 삶의 중심은 자연농입니다. 저는 20대 후반에 자연농을 만나 세계관이 바뀌는 경험을 합니다. 제 인생 최대의 신비 체험이었습니다. 저를 그 자리에서 크게 바꿔놓은 사건이었지요. 그 뒤로 저는 다른 사람이 됐습니다. 그 경험은 저를 사람 편에서 자연으로 편으로 바꿔놓았습니다. 저의 번역은 그러므로 주로 자연농의 세계를 소개하는 책이 중심입니다. 자연농 서적은 제가 거의 다 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책들입니다.  『자연농법』 ,  『짚 한 오라기의 혁명』 , 『자연농 교실』 ,  『신비한 밭에 서서』  등이 그 책입니다. 모두 제가 번역했습니다.


주경야독입니다. 저의 아침은 일찍 시작됩니다. 새벽 세 시, 혹은 네 시에 시작됩니다. 그때부터 점심밥을 먹는 12시까지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번역을 합니다. 점심 뒤에는 논밭 일을 합니다. 그 둘은 잘 어울립니다. 서로 돕습니다. 논밭 일은 글을 돕고, 글은 논밭 일을 돕습니다.


자연농은 파국을 향해 가는 인류를 새 길로 이끌고자 하기 때문에 공부를 하지 않고는 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책과 사색, 창작의 시간은 논밭을 새롭게 보게 만듭니다. 농사일 틈틈이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  , 『산에서 살다』  『오래 봐야 보이는 것들』 ,  『좁쌀 한 알』 , 그리고 순례기인 『시코쿠를 걷다』와 같은 책을 썼습니다.

 

주경야독, 기독교와 불교 등 종교책을 즐겨 읽으신다고 하셨습니다. 탈종교 시대종교의 역할은 어떤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제가 보기에 세상에는 두 가지 나라가 있습니다. 하나는 착한 사람의 나라이고, 다른 하나는 나쁜 사람들의 나라입니다. 그런데 착한 사람들의 나라는 싸움이 많습니다. 나쁜 사람들의 나라는 사이좋게, 평화롭게 살아갑니다.


왜 그럴까요? 착한 사람들의 나라에서는 모두 착합니다. 하지만 남은 착하지 않습니다. 나쁩니다. 문제가 있습니다. 바꿔야 합니다. 그래서 싸웁니다. 한편 나쁜 사람들의 나라에는 나쁜 사람들이 삽니다. 문제가 있으면 내게 있습니다. 내가 나쁜 놈입니다. 참회와 용서가 있습니다. 그래서 화목하게 삽니다.


세상의 어느 나라나 착한 사람들의 나라입니다. 저는 종교가 착한 사람들을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그것이 종교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착한 사람은 무섭습니다. 갈등을 만듭니다. 나쁜 사람은 순합니다. 그가 있어 관계가 풀어집니다.

 

마지막으로, 그림책  『평화를 들려줄게』 를 번역하기도 하셨습니다. 내 안의 평화를 가꾸는 선생님만의 방법을 소개해 주십시오.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농선農禪입니다. 농사 농에 참선 선, 곧 농사 명상입니다. 저는 농부이기 때문에 논밭에서 홀로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논밭에서 하루 종일 농작물을 돌보다 돌아와 씻으며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을 보면 독기가 많이 빠져 있는 게 보입니다. 논밭 일에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둘째는 하루 1시간 명상입니다. 아침저녁으로 30분씩 하고 있습니다. 저녁 명상에서는 하루를 돌아보며 참회를 하고, 아침 명상에서는 그 날 하루 해야 할 일을 정리합니다. 나머지 시간은 들고나는 숨을 봅니다.


셋째는 깨어있기입니다. 되도록 그것이 늘 가능하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셋이 제가 평화를 얻는 방법입니다.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최성현 저 | 불광출판사
종교서야말로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과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도록 이끄는 가장 훌륭한 스승이다. 이웃과 나누고 싶은 좋은 구절과 이야기는 옮겨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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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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