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사춘기 해결책은 없다, 그렇다면?
『초등 사춘기 엄마를 이기는 아이가 세상을 이긴다』 김선호 저자 인터뷰
그때 영희(가명)가 곁에 왔습니다. 힘든 일이 있다며 잠깐 상담을 하고 싶다고 했지요.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손은 자판기를 두드리면서 고개만 돌리고 무슨 일인지 물었지요. 그러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2017.08.28)
초등 4학년이면 집에서보다 학교에서, 엄마보다 친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은 활동을 하며 더 많은 관계를 맺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인성, 창의, 융합을 바탕에 둔 초등 사춘기 해법은 아이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고 학교 선생님과 연계해 친구들과의 관계 안에서 찾아야 한다. 아이가 이유 없이 말대꾸를 하고 자꾸만 엇나가려 하는가? 엄마의 관심과 통제를 거부하고 공부도 멀리하며 알 수 없는 반항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가? 『초등 사춘기 엄마를 이기는 아이가 세상을 이긴다』의 저자 김선호는 그게 당연하다고 말한다. 사춘기는 그러면서 자기 자신을 찾아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에게 먼저 논리성을 내려놓고 내 아이를 제대로 알고 파악하기 위해 적당한 거리를 둔 바라보기를 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직관을 발휘해 아이들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사춘기 아이의 반항은 엄마의 적극적 개입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바라볼 기회를 놓치게 해 초4병, 중2병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으로 만든다. 폭탄을 불발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터지기 전에 아이가 먼저 안전핀을 채울 수 있도록 스스로를 부정하고 엄마도 이겨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초등사춘기 아이들은 소통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초등 사춘기 엄마를 이기는 아이가 세상을 이긴다』, 제목이 퍽 인상깊습니다.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책을 함축적으로 소개했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부모로서 각자가 지닌 무의식적 상처들을 사춘기 자녀에게 대물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그러한 부모의 상처들을 마치 자신의 것인 듯 착각하여 그 굴레를 고스란히 등에 지고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부모도 모르는 사이 어떻게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 지 소개합니다. 더불어 어떻게 우리 아이들이 자기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고 사춘기를 통해 자신을 정립할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독특한 이력을 갖고 계시다고 들었는데요. 선생님 전에 수사(修士)이셨다고, 어떻게 선생님이 되셨나요?
예, 약 12년간 작은형제회 수도원(프란체스코 수도원) 수사(修士)로 지냈습니다. 더불어 신학교에서 사제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지요. 제가 수도원을 나온 뒤, 어떤 직업을 가져야 될지를 고민하던 중 교사라는 업(業)이 수도자(修道者), 성직자(聖職者)의 길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오랜 시간 배우고 익힌 것을 잘 펼칠 수 있을 거란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했지요. 물론 교사가 되고 싶다고 쉽게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많은 경쟁의 대열로 들어서야 했지요. 노량진 학원가에서 교대 편입 시험을 준비하던 때, 마음은 무척 힘들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노량진역을 지날 때면 커다란 가방을 짊어지고 걸어가는 젊은이들을 볼 때 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그 시기를 잘 견디기를 마음으로 기도하며 지나가지요.
사춘기 시절 선생님은 어떠셨나요?
저는 다른 친구들이 바라보기에 별로 재미없는 모범생 스타일이었습니다. 중 3정도부터 본격적으로 사춘기가 시작되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 모두 교사 이셨기에 제 무의식에는 늘 반듯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 있었지요. 다행이었던 것은 그 시기 ‘유도’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학교 끝나면 도장으로 뛰어갔지요. 매일 2시간 넘게 넘어지고, 구르고, 상대를 밀쳐대면서 내면의 폭풍을 표출했지요. 그렇게 뭔가 모를 역동을 해소하고, 다음날 학교에서는 반듯하게 앉아 있었지요. 그런 생활을 1년 반 했습니다. 그 사춘기 시절 제 아랫배에는 식스팩이 작렬했었지요.
초등 사춘기의 부모님들의 가장 많은 상담은 어떤 건가요?
사실, 초등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의 학부모님을 상담하면서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자녀가 사춘기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합니다. 아직 어린 것이 벌써 무슨 사춘기 흉내를 내고 있느냐는 듯한 뉘앙스이지요. 벌써부터 머리 굴리며 현실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지요. 그리고 가령 사춘기임을 인정해도 포인트를 아이에게 맞추지 않고, 그러한 자녀 때문에 부모로서 얼마나 힘들게 지내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어떻게 하면 부모의 힘겨움을 덜어 낼 수 있는지에 관심을 두고 상담을 요청하지요.
하지만 학급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교사의 입장에서 누구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아이들입니다. 물론 부모는 잘 이해를 못합니다. 반항하고 대드는 아이가 뭐 그리 힘들게 있냐고 생각하시지요. 오히려 그런 수모를 겪는 부모의 자존심이 더 상하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일정 부분 이해도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갓 10살 넘은 아이들이 부정하고 싶은 현실에, 반항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는 혼돈 속에,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고 말이지요. 그나마 표출하면 다행입니다. 표출도 하지 못하는 사춘기 아이들은 죽고 싶은 심정과 거의 비슷한 정도라고 말이지요.
이전에는 중고등 학생이 되어야 겪었던 사춘기를 초등 4학년 정도부터 시작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이 감당하기에 벅찬 현실입니다.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혹시 아시나요? 2017년 현재 9년 연속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었다는 것을요. 내년이면 자랑스럽게도 10년 연속이 될 겁니다. 엄마 아빠들이 그렇게 걱정하는 교통사고보다 비율이 더 높습니다. 이제 학교 보내면서 “차조심해라!”라는 이야기보다 “자살 조심해라”라고 이야기해주어야 하는 시대입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여러 원인들이 있겠지만, 저는 사춘기를 겪는 시기에 마주하고 이해해주는 누군가가 없었기에 그런 극단의 선택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초등 사춘기 부모님들께서는 자녀 상담에 앞서 이런 생각을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모의 힘겨움을 토로하는 상담이 아니라 힘든 시기를 보내는 자녀에 대해 이해하고 싶은 심정으로 다가가는 상담’을 해야겠다고 말이지요.
책 속에 많은 사례가 나오는데 기억 남는 아이에 대해 얘기를 들려주세요.
기억에 남는 아이라면, 뭔가 드라마틱하게 변화된 아이를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은데 사실 미안한 마음이 남는 아이가 계속 떠오릅니다. 교직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습니다. 지금은 많이 개선이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처리해야 할 공문이 많았습니다. 가끔씩 급하게 오는 공문이 있었지요. <긴급>이라는 표시와 함께 어떤 국회의원의 자료 조사 요청이었습니다. 해당 자료를 정리하고 찾느라 분주하게 컴퓨터 모니터에 머리를 집어넣는 심정으로 작업을 하던 중이었지요. 시간 내에 결재 받고 공문을 송부해야 하는 상황에 마음이 급했습니다.
그때 영희(가명)가 곁에 왔습니다. 힘든 일이 있다며 잠깐 상담을 하고 싶다고 했지요.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손은 자판기를 두드리면서 고개만 돌리고 무슨 일인지 물었지요. 그러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모든 것을 멈추고 몸을 돌려서 영희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들어주는 자세를 했어야 했습니다. 영희는 선생님이 자기에게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그제야 저도 몸을 돌려 진지하게 상담을 시작했지만, 이미 영희의 마음은 닫힌 상태였습니다. 몇 마디 형식적인 상담을 하고 영희는 자리를 일어섰습니다. 영희는 상담 내용에 대해 좀 더 고민해보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했지만, 졸업하는 그날까지 제게 다시 상담을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손을 떠나 날아가 버린 풍선 같았지요. 그깟 공문처리가 뭐 그리 중요한 것이라고 한 아이의 고민을 온전히 들어주지 못했던 그 바보 같은 순간이 늘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후회가 됩니다. 지금이라도 영희에게 미안했다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날 이후부터 저는 국회의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초등 사춘기 소통법은 무엇이다’로 한 마디 정의한다면?
한 마디로 직설적으로 말씀 드리면 “초등사춘기 소통법은 없다”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초등사춘기 아이들은 소통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완전 미친 존재감’으로 인정받기를 원하지요. 아이들 표현을 그대로 사용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핵 개 쩌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 합니다. 초등 사춘기 아이들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어설프게 소통하겠다고 다가가는 것 자체가 그들을 이해 못하고 있다는 반증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들을 조금 이나마 이해하기 시작하면 관점이 바뀝니다. 가장 빠른 소통법은 일단 ‘거리를 두고 바라보기’라는 사실을 말이지요.
앞으로의 집필 계획이나 활동 계획은 무엇인지 들려주세요.
가장 중요한 활동계획은 변함없이 우리 반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것이겠지요. 더불어 초등교육 전문가로서 계속 연구하고 성찰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초등직관교육’관련 원고를 탈고 했고요. 11월경 출간 될 것 같습니다. 지금 현재 집필 중에 있는 것은 초등 아이들의 ‘존재감’에 대한 책입니다. 보통 자존감이라고 쉽게 표현하는 데요. 자존감을 ‘자아 존재감’, ‘자아 존중감’으로 나누어 조명해보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소위 초딩에게 필요한 ‘쩌는 존재감’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하게도 ‘초등 사춘기, 엄마를 이기는 아이가 세상을 이긴다’ 저서가 많은 학부모님들께 관심을 받고, 여러 곳에서 강연 요청도 들어오고 있습니다. 성심껏 저자 강연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초등 사춘기 엄마를 이기는 아이가 세상을 이긴다
김선호 저 | 길벗
사춘기 시절 엄마를 이겨보지 않은 아이는 세상에 나가서 누구도 이겨볼 꿈조차 꾸지 못한다. 그나마 부모 품에 있을 때 한번 이겨보게 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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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