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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촛불광장은 위대했습니다”

『안희정의 함께, 혁명』 우리 모두가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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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분노로서 마무리되지 않습니다. 분노의 에너지가 희망과 사랑으로 바뀔 때라야 분노는 마무리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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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강영호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 캠프 정무팀장, 2010년 충남도지사 당선, 2014년 충남도지사 재선, 전국 시도지사 평가 1위. ‘개념 정치인’ 안희정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연일 뉴스에 오르고, 야권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발휘한다. 혼란스러운 정국에서도 뚜렷하게 목소리를 내고 차별적인 정치를 이야기하는 중이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데 망설임이 없는 듯하다. SNS, 책도 모두 그의 소통 도구다.

 

『안희정의 함께, 혁명』은 정치인 안희정의 정치 비전을 선언하는 책이자 자연인 안희정 자신이 걸어온 삶과 세상에 대한 고민을 담은 ‘중간 점검서’다. 혁명을 꿈꾸던 어린 시절부터 정치에 투신해 겪은 풍랑까지, 그 수많은 장면에서 안희정은 변함없이 더 나은 세상을 이야기한다. 안희정에게 정치란 무엇일까.

 

“한 마디로 말씀드려야 할까요? 가난, 억울함, 불안감으로부터 우리 모두를 구하는 일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간단한 답은 당연하게 들리지만 그만큼 무게감이 있다. 정치인 안희정은 이 꿈같은 말을 정치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정치와 가난, 억울함, 불안감을 함께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믿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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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강영호

 

 

함께 변화할 때


제목에 어떤 함의가 있을까요? ‘함께, 혁명’이라는 단어가 제안처럼 들리기도, 다짐처럼 들리기도, 또는 선언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혁명’이라는 단어가 조금 과격하게 들리진 않으셨나요? 어릴 적 혁명을 꿈꿨던 때가 있지만, 그때 꿈꾸던 것을 지금 실현시키자는 의미는 아닙니다. 저도 제목에 이 단어를 넣는 것을 주저하기도 했는데요. 전환기적 시대를 지나며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이 과정을 21세기적 혁명이라 말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것을 굳이 혁명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가 세워야 할 정의도, 극복하고 없애야 할 악도 모두 우리 안에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변화할 때라야만 새로운 미래 혁명은 일어날 수 있고 완성될 수 있으니까요.

 

가장 먼저 겸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정치인 안희정에게 가장 큰 화두가 겸손이라고 봐도 좋을까요?


겸손이라는 단어는 평생을 살며 참 많이 들어온 단어입니다. 그 겸손이라는 단어를 제가 어떻게 사용 했던가 기억을 해봅니다. 우선은 저를 낮추고 상대를 올릴 때 자주 썼습니다.  그런데 토머스 머튼 신부의 책 『토머스 머튼이 길어낸 사막의 지혜』에서 소개된 4세기 은수사들의 잠언집은 겸손에 대한 저의 생각을 크게 바꾸어주었습니다. 은수사들의 잠언집은 온통 분노를 이기기 위한 격언으로 가득 찼는데요. 그들은 분노를 이기기 위해 “겸손은 모욕을 용서하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것은 저에게 커다란 가르침이었습니다.

 

특히 어떤 면이 그랬을까요?


솔직히 정치는 정의의 이름으로 분노를 조직하곤 합니다. 분노할 만한 현실 앞에 그것을 정의라고 내세워 힘을 얻어내는 것이지요. 공정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한 현실에 분노를 느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옳은 일입니다. 하지만 거기에 머물러서는 더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없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 기업의 새로운 미래와 노동시장 유연성의 문제 등 우리가 마주한 현실의 문제들이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의 몸에 붙어 있습니다. 이것들을 정의와 불의라는 이름으로 양분시켜서는 문제를 풀어낼 수가 없습니다. 정치인의 입장에서 이 문제들을 마주할 때 여전히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분노를 뛰어넘어야 좋은 정치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겸손은 좋은 정치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노, 모욕에서 겸손을 읽어내는 일, 어쩌면 여기부터가 시작인지도 모르겠네요.


한 가지 더 겸손에 대한 깨달음을 얘기한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가 완전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도, 나도, 그 누구도 완벽한 존재일 수 없다는 인간 존재의 한계에 대한 승복과 승인이 바로 겸손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서로 따뜻하게 감싸주고 위로하고 격려하며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인물에 기대고, 문제를 반복하는 정치는 많은 사람들에게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킵니다. 한국 정치의 시급한 숙제이기도 할 텐데요. 문제 해결을 위한 첫 걸음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세워놓은 약속, 즉 법과 제도를 각각의 유불리에 따라 변경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봅니다. 비대한 검찰권력, 재벌의 불공정거래, 부자들의 상속세제 문제 등 각각의 영역에서 우리는 정의라는 가치에 기대 약속을 했지만 막상 시행할 때는 자기에게 편하고 유리한 쪽으로 법과 제도를 왜곡시켜 버렸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수저론’에 공감하며 좌절하는 젊은이들과 함께 아파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법과 제도의 정의를 확보하고 우리가 약속한 그 규칙의 공정한 적용을 지켜내는 일, 이것은 한 개인의 카리스마나 리더십에만 의존해 이뤄질 수는 없습니다. 민주주의의 틀 내에서 합의된 정의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이것을 존중하는 관행과 시민적 상식 위에서 법과 제도를 공정하게 운영하도록 해야 합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바로 지도자의 역할입니다.

 

 

어린 아이들도 다 압니다

 

메르스 사태 등의 장면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구분, 그에 따른 책임의 필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지방자치 2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 한계가 많아 보입니다. 지방정부 수장으로서의 가졌던 고민과 제안을 들려주세요.


세월호 사건이나 메르스 사태 때 모두 우리는 윗선에 보고해서 지침을 받는 구조에 있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기업 조직에서도, 우리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로 작용합니다. ‘어린 게 뭘 알아’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라지 않았나요? 하지만 어린 아이들도 다 압니다. 우리 한국 사회가 크게 변화하고자 한다면 ‘토 달지 말고 시키는 대로만 해’라는 문화와 역사를 먼저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지방정부의 책임자로서 메르스 현장 주무관들의 결정력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답은 늘 현장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사건 때 현장 책임자들이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구조 인원을 증원할 수 있었더라면 좀 더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많이 생각합니다. 급박한 상황에 청와대 등 윗선에 보고하느라 시간을 허투루 쓰진 않았을 것입니다. 지방자치로 간다는 것은 현장의 지도력을 높이는 일이고, 그 현장에 있는 사람이 책임과 권리와 의무를 다하는 시스템으로 가는 것입니다.  

 

인공지능과 노동, 복지 등 여러 고민을 다루고 있습니다. 정치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시대정신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경제성장률을 공약으로 내걸지 않을까 고민한다고도 하셨는데요.


경제적 성장과 번영, 삶의 질과 행복의 증대, 이것은 수레바퀴의 양 축입니다. 일자리 창출의 키를 쥐고 있는 경제적 성장과 번영의 문제를 푸는 것과 함께 삶의 질을 높이는 문제 모두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 문제들의 중심에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도전과 창의의 정신이 넘쳐야 기업도, 산업도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도전과 창의 정신은 암기식 교육에서 탈피한 창의적 교육, 실력으로 승부를 낼 수 있는 공정한 게임의 규칙이 있어야 살아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새로운 미래 번영의 길이 열릴 수 있습니다. 불공정한 기업 생태계, 출발선부터 갈리는 경쟁 구조가 지속되는 한 공정한 기회는 여전히 봉쇄될 것이고, 우리의 미래 또한 열리지 않는다고 봅니다. 따라서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큰 가치는 ‘공정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권을 사회의 과제로 삼는 국가 이야기에 공감했습니다. 이 사회의 고민은 너무나 저차원적 수준에 머물러있어요. 인권을 우선 과제로 삼는다는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 개인은, 또한 사회는 어떠한 노력을 해나가야 할까요?


우선 ‘돈, 돈, 돈’ 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돈과 출세를 지상 목표로 하는 사회에서 인권은 쉽게 잊힙니다. 생산성, 효율성, 경쟁력이라는 단어에 묻힙니다. 출세, 발전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철학이 바뀌어야 인권에 가치를 두는 사회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나는 아름다운 내 인생을 살 자신이 있다’고, ‘내 인생은 그 누구와 비교해서 열등감을 느낄 필요조차도 없다’고 하는 자부심을 갖는 시민이 되는 것이 우리가 그러한 미래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화를 잘 나누는 사람, 대화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사람이 좋은 정치인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소통이 단절된 정치의 결과가 어떻게까지 나쁠 수 있는지 목도하는 중입니다. 최근 한국 사회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무엇보다 정치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대화는 서로 다른 견해를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무엇에 대해 타협할지를 고민하게 되고, 또한 자신의 요구와 생각을 좀 더 분명히 정리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대화는 공존의 지혜를 찾고 다양한 가치를 재발견하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이끄는 일이 좋은 정치의 핵심이고요. 그런데 우리는 종종 대화를 진실 찾기 게임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서로를 돌아올 수 없는 다리 끝으로 밀어버리기도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참 나쁜 사람’이라는 말을 했었지요. 대통령의 이러한 진리관은 모든 대화를 단절시켜버렸습니다. 나쁜 사람들, 믿을 수 없는 사람들, 배신의 정치. 이러한 단어들은 대부분 대화를 안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너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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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기준, 우리 모두의 이익


여러 언론에서 조기 대선이 가능해질 경우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측을 한 바 있습니다. 혼란스러운 시기입니다. 정치인 안희정의 비전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이미 대선에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이어 법치(法治), 인치(人治), 협치(協治), 자치(自治)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와 철학을 갖고 우리 사회에 정의와 공정함, 평화가 뿌리내리도록 해 번영의 미래를 만드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자이자 직업정치인 안희정의 비전입니다. 

 

자연인과 현실 정치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상황도 종종 있을 텐데요. 결정을 내리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인가요?


우리 모두의 이익이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여기서 이익은 물질적 이익뿐만 아니라 올바름과 정의에 대한 이익도 아우릅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정의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저는 정의는 강자를 바르게 만들고 약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갈등 상황에 직면하면 이런 정의의 목표와 가치를 갖고 풀어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살다 보면 어느 것이 나한테 이익일까 하는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어느 것이 옳은가 하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나는 대체로 무엇이 옳은지를 물어서 내 길을 선택해온 것 같다.(중략) 국가정책을 세울 때도 핵심 고려 사항은 ‘정의’다. 올바른 것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올바른 가치가 가져오는 이익을 누릴 때 우리는 자식 세대 앞에 당당할 수 있고, 내가 살고 있는 국가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다. ‘가치가 이익’이라던 노무현 대통령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158-159쪽)

 

분노를 큰 스승이라고 한 부분은 여러 면에서 좋은 힌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노를 일으키는 장면을 반면교사로 삼는 일, 사회 진보를 위한 모두의 수행 과제가 아닐까 합니다.


진보는 정의롭지 못한 현실에 대한 분노로부터 출발합니다. 분노는 분노로서 마무리되지 않습니다. 분노의 에너지가 희망과 사랑으로 바뀔 때라야 분노는 마무리된다고 생각합니다.

 

안희정에게 정치란 무엇인가요?


한 마디로 말씀드려야 할까요? 가난, 억울함, 불안감으로부터 우리 모두를 구하는 일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책에서 많은 부분 답을 구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때가 때인지라 독서를 많이 못하고 있습니다.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아직 붙들고 있고, 도올 선생의 『시진핑을 말한다』도 읽고 있습니다. 강원택 교수의 『어떻게 바꿀 것인가』도 읽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쳐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촛불광장의 시민들은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선포했습니다. 광장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힘과 위로를 주고 있는 것을 봤습니다. 또한 우리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느꼈습니다. 이러한 민심이야말로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희망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촛불광장은 위대했습니다. 위대한 국민의 역사를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안희정의 함께, 혁명안희정 저 | 웅진지식하우스
《안희정의 함께, 혁명》은 ‘인간 안희정’을 다룬 자전 에세이로 지금의 인정받는 리더가 되기까지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그가 주목받는 차세대 리더로서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도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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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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