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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철 “무한히 생각이 넓어지는 무인도”

『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 ‘이카루스 무인도 탐험대’와 ‘섬청년탐사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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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 갔다 와서 카톡을 지웠어요. 그래도 살게 되더라고요. 걱정을 하다보면 끝이 없지만 무인도에 오는 순간 다 적응해요. 내 능력으로 생존하는 게 아니라 적응하는 거구나, 마치 이사하는 것처럼 새로운 환경일 뿐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무인도는 물과 불, 전기가 없는 곳이다. 숨어있는 냇물과 떨어지는 빗물을 오랫동안 모아야 하루 먹을 식수가 나오고, 불씨를 끈덕지게 피워 불을 만들어야 한다. 그야말로 냉혹한 ‘생존’의 장소다. 또한 무인도는 지독하게 혼자 되는 곳이기도 하다. 아무도 없기에 지나가는 벌레도 오랫동안 보게 되고, 해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신발 한 짝도 이야깃거리가 된다.


『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 저자 윤승철은 대학교에 다닐 당시 스스로 후원금을 모아 사막 마라톤에 나갔다. 어렸을때 크게 다친 경험과 선천적 평발인 신체적 악조건 속에서도 세계 최연소 사막 마라톤 그랜드슬램 달성, 실크로드 3대 간선을 횡단, 히말라야 등반 등 여행으로만 따지면 화려한 ‘스펙’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그가 여행한 곳은 정복하고 자랑할 만한 지역이 아닌, 이름도 생소한 외지고 초라한 무인도였다. ‘무인도에 가져갈 세 가지’라는 질문이 그 사람이 중요하게 여기는 걸 보여주듯이, 윤승철이 들려주는 무인도에서의 생활은 우리가 누구고 인생에서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일지 다시 생각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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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여행 끝에 휴식, 무인도


무인도에 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항상 여행을 다녀도 장소만 바뀔 뿐이지 생기는 일은 똑같더라고요. 해외로 나가도 연락은 계속 오고, 어느 나라를 가든 사람과 엮이게 되고요. 결정적이었던 건 친구 동생과 부루마블 게임을 하다가 무인도를 보게 됐어요. 게임 안에서 무인도에 들어갔던 기분으로 혼자 떨어져 있을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실제로 무인도를 찾아가게 됐어요.


여행을 많이 하셨잖아요. 부루마블로 치자면 말판의 여러 바퀴를 돈 셈이겠네요.


말이 같은 판 안에서 계속 돌잖아요. 쳇바퀴처럼 도는 삶을 사는 것 같기도 했고, 게임 안에서 건물이랑 빌딩을 열심히 올리다보면 어느순간 무인도에 들어가고 싶어지죠. 저도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온전한 리셋 같은 걸 찾았던 것 같아요.


생각했던 만큼 완전한 고립이었나요?


처음 생각했던 무인도는 야자수에 해변도 있고, 물 맑고, 코코넛이 주렁주렁 열리고 고기도 잡을 수 있는 곳이었는데 사실 크게 실망했어요. 우리나라 무인도는 뻘물에, 해변은 자갈이고 쓰레기는 떠다니고, 지형도 평탄하지 않고 울퉁불퉁한 산이거든요. 게다가 너무 춥고 밤이 되어서 불을 피우려고 나무를 꺾었는데 해경에게 붙잡혔어요.


해경이요?


쪼그려 앉아서 불을 피우는데 해경 배가 깜박깜박하고 오더니 마치 연극 주인공처럼 라이트를 비추는 거예요. 나무를 꺾으면 산림법 위반이래요. 섬에 들어가는 것도 주인이 있는 섬이거나 해양공원에 묶여있다거나 해서 무단 침입이 되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해경 배를 타고 나왔어요. 제가 생각하는 무인도는 정말 없을까 해서 외국 섬도 검색하기 시작했죠.


해외 섬은 상상했던 대로였나요?


아무리 찾아도 모든 게 갖춰진 무인도는 없더라고요. 어떤 섬에 민물이 나온다면, 다른 섬에는 물은 없지만 바나나 나무가 있는 식으로요. 현지 사람들에게도 물어봤는데, “모든 게 다 갖춰지면 왜 무인도냐.” 하시더라고요. 무인도라는 게 사람이 안 사는 곳인데, 모든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안 산다기보다 못 사는 거라는 걸 알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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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사이


여행할 섬은 어떻게 찾으신 건지 궁금해요.


필리핀 해적 섬은 현지에 연락을 하다 한인회 한국분에게 연락이 닿았고, 미크로네시아의 온낭 섬은 이병률 작가님이 전에 미크로네시아에 가 본 적이 있어서 거기 있는 해양 연구원과 연결해 같이 갔어요. 뉴칼레도니아 무인도는 섬 투어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 무인도를 가고 싶은데 소개를 해줄 수 있냐고 메일을 스무 번 정도 주고받았어요.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무인도로 가는 정기 배편이 없으니까 현지 마을에서 선장과 만나서 언제 데리러 와달라 약속을 했어요. 실제로 뉴칼레도니아 섬에서 약속한 날짜에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걱정이 많았어요. 연락이 된다면 날씨가 좋아지고 오라고 하면 될 텐데, 연락을 못 하니까. 그분도 약속한 날에 안 가면 저희가 더 혼란스럽고 무서울 거라고 생각해서 애써 제시간에 와 주셨어요.


사냥 이야기도 나오는데, 도시에 살면 그런 감각은 잘 못 느끼잖아요.


이제까지 닭 내장을 갈라본 적도 없었는데, 새를 잡았을 때 본능적으로 하긴 했어요. 오늘 먹을 걸 내가 잡았고 하루를 버틸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너무 기뻤고, 생명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함, 고마움이 들었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무감각해지더라고요. 새를 잡아서 목을 치고, 깃털을 다 뽑고 아무 생각 없이 바닷가에 그걸 다 버렸는데, 아침이 되니까 사체가 아직 바닷가를 둥둥 떠다니는 거예요.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인도에 혼자 있으면 생과 죽음을 많이 보시게 될 것 같아요.


한번은 거북이가 알을 낳으러 온 걸 봤어요. 어떻게 알고 찾는지 산에서 도마뱀들이 내려와서 해변의 땅을 파서 알을 깨 먹고 있더라고요. 고민하다가 반쯤 먹었을 때 개입해서 도마뱀을 쫓아냈어요. 나중에 거북이들이 태어나서 바닷물로 헤엄쳐 간 것까지 봤는데, 그다음 날 알을 낳았던 큰 거북이가 떠내려와 죽은 거예요. 제가 한 행동이 자연의 섭리에 맞는 거였나, 그냥 두고만 봐야 했었나 싶었어요. 그러면서도 여기서 무수히 많은 생명을 잡아먹고 있는 거죠.

 

‘바닷물의 짠맛은 포식자들에게 먹히지 않으려는 생명체들의 몸부림 속에서 나왔을 것’(54쪽)이라는 표현이 인상 깊었습니다.


한 번은 바다에 새들이 엄청 몰려있어서 가 봤더니 생선들이 죽어서 출렁이더라고요. 한쪽 면만 뒤집혀서 새들한테 먹히고 있었는데, 배가 가까이 가니까 새들은 도망가고 생선만 남은 적이 있어요. 나만의 목적과 내가 좋은 것을 위해 그 무수한 생명체의 삶에 관여해야 할까, 생각이 깊어지는 계기였습니다.


환경 오염에 대해서도 생각하셨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가면 모르는 언어가 쓰인 쓰레기도 있고, 말도 안 되게 오래된 비닐, 어떻게 이게 떠내려왔나 싶은 자전거 휠, 통에 담긴 채로 떠다니는 화학약품들, 심지어 냉장고도 떠내려온 걸 봤어요. 마음속에 그리던 섬은 깨끗하고 쓰레기 하나 없는 섬이었지만, 현실은 그게 우리나라 섬인 거잖아요. 그런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어서 ‘섬청년 탐사대’를 통해 쓰레기를 줍고 있어요.


거둬들인 쓰레기로 사진을 찍기도 하셨어요.


왜 이 섬에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오히려 쓰레기 때문에 들었던 것 같아요. 특히 신발이 참 많아요. 꼭 한짝씩 떠내려와요. 우리나라 섬은 낚시를 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나무를 베거나 불을 피우거나 하는 행동에 제약이 있으니까 해외 섬에서처럼 생존을 위해서 바쁘게 움직일 일이 없거든요. 심심하고 재미없을 때 쓰레기를 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생존과 여행 사이


서바이벌을 주제로 하는 TV프로그램도 많고, 직접 체험하고 싶어서 오지에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무인도에서 여행을 하겠다는 마음과, 생존을 위해 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부딪쳐보겠다는 두 가지 길이 있을 텐데요.


처음에는 저도 서바이벌을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칼 한 자루, 냄비 하나 가져가서 불도 직접 피우고 먹을 것도 직접 잡으면서요. 그렇게 3주를 살아보니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이게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두 번째 갈 때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편한 걸 가지고 들어갔어요. 생존은 이미 TV에서 봤던 것과 비슷하고, 더 이상 생존에 무게를 두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자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음악, 못 읽었던 책, 먹고 싶은 음식과 함께 나 혼자만의 세계를 만들어보자 하고 그 이후에는 다른 식으로 여행했어요. 처음에는 생존으로 생각하고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여행으로 바뀐 느낌이었어요.


무인도에서 산다는 것은 무언가를 계속해야 하는 일이라고 쓰셨습니다.


무인도 가서 생존하려면 너무 바빠요. 아침에 눈을 뜨면 뭘 잡으러 가야 돼요. 쉽게 잡히는 게 아니라 한참을 헤매다 잡으면 불도 피워야 하죠. 지금은 대나무로 30,40분이면 피우는데 처음에는 일곱 시간 걸렸어요(웃음). 불 피우고 잡아온 걸 구워 먹으면 또 점심시간이에요. 그럼 또 사냥을 가고 장작을 모으고 집을 지으면 금방 해가 져요. 어느 순간부터는 날씨가 안 좋아서 파도가 치면 고기를 못 잡으니까 그런 날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생선을 잡아서 말려 놓는다거나 하는 일을 하는거죠.


국내 섬에서는 무슨 생각이 드셨어요?


처음에는 불안해요. 이 섬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배는 잘 올까, 나를 찾는 사람은 없을까, 그러다가 어느 순간이 지나면 이렇게도 살수 있구나 싶어요. 평소에 너무 많은 생각을 했던 걸 다 접고 오로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곳이구나 느꼈어요. 무인도 갔다 와서 카톡을 지웠어요. 그래도 살게 되더라고요. 걱정을 하다보면 끝이 없지만 무인도에 오는 순간 다 적응해요. 내 능력으로 생존하는 게 아니라 적응하는 거구나, 마치 이사하는 것처럼 새로운 환경일 뿐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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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걸 하려면


사막 마라톤을 하려고 스스로 후원 페이지를 열고 여행 경비를 모으시기도 했어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나요?


군대를 갓 전역한 때여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웃음). 전역하면 수업 맨 앞에 앉아서 A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복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이상한 자신감이 있어요. 신문에 보면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상이 나오잖아요. 도전, 열정, 패기, 청춘 같은 것들. 그래서 인재상에 맞게 열정적으로 후원 요청을 서른 군데 넘게 써서 보냈더니 답변 못 받고, 거절당하고 그랬어요. 강남역에서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마라톤 완주의 꿈이 있는데 제 꿈의 가격을 정해달라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하고요. 지금 하라고 하면 못 하겠어요. 어떻게 그랬나 싶어요.


여러 행사에서 멘토로 불리는 경우도 많아요. 강의 자리에서 주로 하는 말이 있다면요.


자기도 모르지만 생각 이상으로 많은 걸 할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이런 게 가능해?’라고 스스로 물어보면서도, 어찌어찌 되는 경우가 있어요. 저도 현실에 부합하면서, 타협하면서 살지만 정말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걸 마주치면 시작은 한 번 해보라고 말해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시작마저 막는 게 여전히 불안함 같아요.


불안함은 누구나 있는 것 같아요. 여행하면서 한의원을 하시는 분을 만난 적이 있어요. 다시 가면 그대로 한의원 열고 지내면 되니까 좋겠다고 얘기했는데 아니래요, 한 번 문을 닫으면 단골들이 다 발을 끊고, 여행을 다녀 오면 한달에 오십 만원도 채 못 벌었대요. 그분도 손해보다는 여행이 주는 의미와 가치가 더 컸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또래 분들은 한창 구직하거나 취직해서 자리를 잡을 텐데, 다른 길을 걷는다는 불안함은 없었나요?


처지는 비슷해요. 사람들은 제가 하고 싶은걸 하고 있어서 좋겠다고 하지만, 저도 제가 제일 불안해요. 다음달에 영어학원에 등록할 거예요. 공부를 더 하고 싶은데 대학원에 가려면 영어 성적이 있어야 된대요. 운이 좋게도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들을 찾았지만 그게 정말 평생 지속될 정도의 안정감과 열정을 줄지는 저도 잘 몰라요. 그렇기 때문에 또 다른 것들을 시도해 보는 거죠. 누구나 그런 순간은 많은 것 같아요.


대학원은 어느 쪽으로 생각하고 계세요?


지금은 고고학을 하고 싶은데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섬에서 생각한 건데, 제가 계속 하고 싶은 걸 하려면 전문성이 있어야 하고, 그 전문성이 내가 하고 싶은 걸 계속 하는 지속성을 주는 거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나름 준비하려고 다음달에 영어학원도 끊고요.(웃음) 제 강연을 들었던 친구가 영어 학원에서 저를 만나면 웃기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상하거나 웃기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고 싶은 게 있는데 필요한 게 영어면 학원에 갈 수도 있죠.


주변에서 말린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네, 이병률 작가님이 ‘너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스스로 얽어매려고 하냐’며 적극 말리셨어요. 고고학은 한 곳에서 오랫동안 연구하고 집중해야 하는데 저랑은 안 맞을 것 같다고요. 그것 때문은 아니지만 여전히 고민중이에요. 바뀔수도 있는 거겠죠.

 

 

마음과 생각을 버리는 시간


사막을 횡단할 때, 버리는 삶을 말하신 적이 있어요.


실제로 물리적인 무거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일주일 동안 먹을 음식, 책, 엠피쓰리, 카메라 다 들고 가는데 하루도 안 지나서 너무 무거운 거예요. 첫 번째 체크 포인트에서 음식과 물건을 다 버렸죠. 정신적으로는 사막에서 내가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완벽히 결론을 내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갔더니 진짜 아무 생각도 안들고, 아무 생각 안하고 있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어요. 비유하자면 뇌가 정지 상태였다가 골인 지점부터 심폐소생술로 새로 태어난 느낌이 좋았어요. 그것 때문에 무인도도 갔던 것 같아요.


엄홍길 대장과 히말라야 등반도 하셨죠. 엄홍길 대장님은 어떠셨나요?


생각했던 이미지 그대로였어요. 정말 대장이라는 호칭답게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있었고요.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이야기도 많이 해주셔서 처음 산을 갔지만 같이 잘 다녀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병률 작가님과 손미나 작가님이 책의 추천사를 써주셨어요.


이병률 작가님은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처음 만났어요. 한달 반 가까이를 같은 기차, 같은 칸, 같은 방에서 생활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많이 나눴었죠. 손미나 작가님은 친해져서 지금은 누나라고 하는데, 고등학교 때 골든벨에 나가서 처음 뵈었어요. 그 이후에도 인연이 이어져서 사막마라톤 펀딩할 때도 선뜻 도와주고 싶다고 추천의 말도 써 주시고, 손미나앤컴퍼니라는 회사를 만들 때 같이 했으면 좋겠다 해서 같은 회사에서 일년정도 일을 했어요.


이병률 작가님하고 같이 간 무인도 이야기도 나옵니다.


같이 무인도에 들어가면서 걱정이 많았어요. 어쨌든 생존을 하려면 일을 해야 하는데, 제가 다 해야 할줄 알았어요. 예상 밖으로 글하고는 안 어울리게 터프한 모습을 많이 봤어요. 새가 가까이 오면 잡아서 칼질하고 내장 빼내고, 숯검댕을 온 얼굴에 묻히면서 먹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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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 가고 싶어하는 이유


탐험문학이라는 분야를 만들고 싶다고요.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책을 구분하는 카테고리가 있잖아요. 이탈리아를 가고 싶으면 가이드북은 여행 카테고리에, 문학에는 에세이가, 지도는 지도 코너에 나뉘어 있는데, 어딘가 가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분야를 총망라한 코너나 테마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지금은 여행의 기록을 일기처럼도 적어보고, 가이드북처럼 정보도 정리해 보면서 그걸 위해 연습하는 단계인 것 같아요.


창업이나 공연 기획 등 다른 분야도 관심이 많다고 하셨어요. 지금도 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좋아하는 것들, 하고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요. 작년에는 친구랑 셰어 하우스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어요. 신문사를 들어가 볼까, 싶었지만 글을 쓰는 걸 좋아해도 이런 종류의 글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창업을 해도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느꼈고요. 글은 계속 좋아하는 걸로 남겨두고 현실적으로 먹고 살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단계예요.


 ‘이카루스 무인도 탐험대’와 ‘섬청년탐사대’에서도 활동하고 계세요.


섬을 다녀 보니 섬마다 특별해서 관광자원화 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섬을 다니면서 일종의 가이드북이나 정보지 식으로 기록을 남기고, 간 김에 쓰레기를 같이 주으면서 섬에 사는 분들에게 필요한 봉사를 하면 재밌지 않을까 싶어서 한달에 한번, 같이 무인도를 가는 프로그램을 만든 게 ‘섬청년탐사대’예요. 재능기부를 하고 쓰레기를 줍는 일에 자기 돈 내고 하는 건데 신기하게도 많이 찾아오세요.


사람들이 무인도에 가고 싶어하는 이유는 뭘까요?


자꾸 비교해서 그런 것 같아요. 섬에 있으면 누구에게도 잘 보일 필요 없이 최소한의 충족할 정도만 있으면 되는데 도시는 너무 화려하잖아요. 멋있는 사람들도 많고, 나도 멋있어지고 싶다고 은연중에 비교를 계속 하는 사회인 것 같아요. 끝이 없고, 지칠 수밖에 없죠.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묻고 답변을 생각할 여유가 없고요. 그래서 그 답을 무인도에서 내려보고 싶은 게 아닐까요?


뻔한 질문이지만 책 제목도 그렇고 물어봐야 할 것 같네요. 무인도에 가져갈 세 가지를 꼽아주시겠어요?


세 가지까지도 필요 없을 것 같아요. 굳이 꼽자면 책과 종이. 왜냐하면 불은 하다보면 피울수 있으니 성냥이나 라이터는 필요 없고, 칼이 있으면 좋지만 돌을 깎아서 뾰족한 부분으로도 충분히 칼로 쓸 수 있고요. 책도 읽다 보면 지겹고. 오히려 무인도에서는 생각이 무한히 넓어져서 그걸 표현할 수 있는 종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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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윤승철 저 | 달
사람이란 본디 육지에서도 홀로 존재하지만, 무인도에 입성하는 순간 더욱 지독하게 혼자가 된다. 그것이 무인도를 찾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다시 돌아오고자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저자가 무인도에 갈 때 당신에게 가지고 가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책을 통해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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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

<윤승철> 저13,050원(10% + 5%)

당연히 ‘아무’도 없고 심지어 ‘아무것’도 없는 섬 무인도에 간다는 것은 ‘여행’이 아니다. ‘생존’이다. 별다른 도구 없이 날아가는 새를 잡아 목을 비틀고, 바닷속을 유영하는 물고기를 꺼내 손질해 먹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곳. 이 섬에 데려다준 뱃사람이 다시 나를 데리러 오지 않으면 도저히 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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