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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내 의식을 뒤집는 문장이 들어 있는 책”

소설가 김선영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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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비가 오고 저는 이불 속에 엎드려 한 권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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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비가 오고 저는 이불 속에 엎드려 한 권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 간신히 획득한 고요한 일상의 어느 하루, 책과의 만남은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 정도로 행복합니다. 거기다 불쑥불쑥 내 의식을 뒤집는 문장이 들어 있는 책은 더없이 짜릿한 시간을 선사해줍니다. 내게 소설 쓰기란, 인간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미욱한 질문의 과정이라고 보는데, 그러한 것에 답하는 듯한 어느 한 구절을 만났을 때 저는 즐겁다 못해 혼자 고소롬 타는 것처럼 행복합니다.

 

그 깊이와 넓이가 가늠이 되지 않는 ‘인간의 심리’에 관심이 있습니다. 진화심리학과 관련된 책부터 시작해 심리학 분야의 다양한 책을 읽고 있는 중이고요. 융, 프로이드, 아들러, 스키너 등 다양하게 접근해 보려 합니다.

 

최근에 나온 소설은 『열흘간의 낯선 바람』입니다. 내 반경 1미터 이내를 떠난 적이 없는 아니 내 몸과 지나치게 밀착되어 있는 휴대전화와 SNS 중독에 대한 얘기예요.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거나 데이터를 다 써버린 우리들의 모습은 마치 방전된 전자제품이 된 듯 공황상태가 됩니다. 내 주변에 실재(자연, 사람, 사물 등)하는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손바닥만 한 프레임 안에 나를 가두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명사의 추천

열하일기
박지원 저/고미숙,길진숙,김풍기 공역 | 북드라망

오래 전, 열하일기에 대해 국내 출판에서 이렇다 하게 출판되지 않았을 때 어렵사리 국역판을 구해 읽은 적이 있다. 국어사전만 한 두께의 책이 상, 하 두 권으로 되어 있었는데 1장 도강록을 시작해 장을 넘길 때의 설렘을 잊을 수 없다. 청의 문명과 문화를 카메라에 담듯 세세하게 그려낸 문장들을 보며 박지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직책도 없이 오로지 문물에 대한 배움과 학문의 교류가 전부인 그가 뼛속까지 조선 백성을 사랑한 실학자였다는 것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눈에 보이는 문물은 물론이고 이야기 하나라도 필사해 조선 백성들과 공유하고 싶어 한 그는 시대를 앞서간 선각자였다.

 

 

 

리스본행 야간 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저/전은경 역 | 들녘

영화를 먼저 보고 주인공의 심도 있는 독백이 자막으로 휙휙 지나가는 것을 보고 놀라 바로 구입한 책이다. 인간 내면의 지적 분절이 참으로 섬세한 소설이다. 자기 성찰을 통한 끊임없는 분절은 인간 내면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게 만든다. 그렇게 찾아온 통찰은 세속의 행복으로는 맛볼 수 없는 구원을 준다.

 

 

 

 

마음
나쓰메 소세키 저/오유리 역 | 문예출판사

사람을 향한 섬세한 살핌의 문장에 한없이 끌려서 본 책이다. 해변에서 우연히 만난 한 사람, '선생님'을 무던히 지켜보며 그의 내면에 깔려 있는 비극적 슬픔을 만나고, 그를 통해 나를 보는 이야기가 올올이 섬세하다.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승효상 저 | 컬처그라퍼

건축은 인문학이다, 라는 말에 끌렸다. 평소에 나도 건축은 이과적이거나 공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인간 삶의 총체적인 것을 배려한 것이 건축이라는 생각이 들던 차에 만난 책이다. 자연과 건축물에 대한 내 생각을 뒤집는 것이 많아 감탄하며 읽었다.

 

 

 

 

 

 

프루스트는 신경과학자였다
조나 레러 저/최애리,안시열 공역 | 지호

현실은 가장 존엄한 상상력의 산물이다, 라는 말이 있다. 이 책은 신경과학의 발견을 예견한 예술가들에 대한 책이다. 작가, 화가, 작곡가, 요리사 등 그들만의 특별한 방식으로 인간 마음에 어떻게 다가서려고 했는지 그들의 작품을 통해 한 신경과학자가 접근해서 풀어냈다. 한 장 한 장 아주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영화

 

바벨
William Bradley Pitt/Cate Blanchett | 미라지 엔터테인먼트

모로코 사막에서 울려 퍼진 한발의 총성이 국경(미국, 멕시코, 프랑스, 일본 등)을 넘어 개개인의 삶에 어떤 파문을 일으키는지 절박한 사연들과 함께 보여준다. 세계는 각각의 독립된 삶으로 돌아가는 것 같지만 실은 거미줄처럼 연결된 하나의 덩어리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언젠가는 나도 바벨과 같은 소설을 꼭 한 편은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영화다.

 

 

 

피아노
감독:제인 캠피온 출연:홀리 헌터, 하비 케이틀, 샘 닐, 안나 파킨 | 아트비젼

피아노(예술)를 향한 한 여인의 집념과 그로 인해 서서히 물들어가는 질곡의 사랑. 손짓과 눈빛만으로 언어 이상의 말을 하는 홀리 헌터의 매혹적인 연기, 보고 또 봐도 좋다.

 

 

 

 

산이 울다
감독:래리 양


중국 산간지방의 풍광에 매료되어 보게 된 영화다. 화면마다 흐르는 산간지방의 풍광은 비극적 이야기와 함께 절절하도록 아름답다.

 

 

 

 

 

 

 

45년 후
David Sibley,Tom Courtenay

45년을 함께 한 부부, 결혼 전 남편의 비밀을 알게 된 아내는 남편이 다른 사람처럼 여겨지게 된다. 그날 오후 아내는 그냥 밥을 먹고 그리고 자자, 라고 말하며 45년 동안 이어온 일상을 이어가려 애쓴다.

 

 

 

 

 

 

천 번의 굿나잇
줄리엣 비노쉬/Nikolaj Coster Waldau | 비디오여행

일과 가정 사이에서 갈등을 하는 것은 여전히 여자 쪽이다. 종군 사진기자로 목숨을 건 테러 현장을 누비는 아내이자 엄마는 가족들을 불안에 떨게 하는 테러리스트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산을 넘어 자신의 일을 향해 꿋꿋이 걸어가는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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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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