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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헌수 총장 “인생의 좋은 스승, 책에서 만났다”

지식을 넓히기보다 ‘느낌의 볼륨’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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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헌수 총장은 “인생을 살면서 스스로 느낄 수 있는 감성의 양에 대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총장은 “인생에서 무엇을 성취했는가보다 얼마나 많은 것을 느끼고 내 것으로 만들었는가가 중요하지 않느냐”며, “책 읽기에서 중요한 것은 지식을 넓히는 것보다 ‘느낌의 볼륨’을 키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유년기는 정말 재미있는 시기였어요. 그야말로 개구쟁이였죠. 만화방에도 자주 갔습니다. 종종 상상력이 풍부하다거나 창의적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데 어린 시절에 만화를 많이 본 덕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번은 부모님 눈치가 보여서 일주일 정도 만화방에 가지 않았더니 주인이 집을 찾아왔더라고요. 무슨 일이 있느냐면서요. 아버지한테 정말 많이 혼났지요(웃음). 그래도 만화는 유년기에 제 가장 친한 친구였어요. 좋아했던 만화는 아톰이나 황금박쥐 같은 공상과학 만화에요. 제가 로봇 공학을 전공했는데, 이때 본 만화의 영향도 조금은 있겠죠?”

“성경 역시 제 인생에 중요한 책이었어요. 저는 성경을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즐겨 읽었어요. 특히, 창세기와 출애굽기는 역사 이야기가 들어 있어 재미있었죠. 나중에 제가 모세5경이라는 성경책을 정리해 지인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했는데요. 꾸준히 성경을 읽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성경은 제 인생의 힘든 순간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성경 속 위인들의 삶은 늘 위로와 용기를 주었거든요.”

“본격적으로 책을 읽은 건 고등학교 시절이었어요. 주로, 종교적 에세이들을 즐겨 읽었어요. 김형석 선생님이나 김동길 선생님이 쓰신 책은 거의 모두 읽었습니다. 종교 안에서 인간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었어요. 저한테는 신앙의 지침서였습니다. 특히, 김동길 선생님의 책은 실질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성에 대한 고민 등 청년기에 겪는 현실적인 부분을 짚어주셨지요. 청년의 열정과 고뇌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폭발시킬 것인가, 어떻게 사회정의와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담겨있었고요. 제가 가지는 감성적인 부분, 또 신앙적 깊이의 대부분은 이때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미래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중요합니다

“인생의 좋은 스승을 책에서 만났고, 스스로 그런 스승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숭실대 전자공학과에 진학해 교수가 되기로 마음먹은 뒤에는 전공서 외에 다른 책을 읽기 힘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꾸준히 손에서 놓지 않았던 것은 역사책입니다. 세계사뿐 아니라 한국사에도 관심이 많아요. 요즘 제가 읽고 있는 건
『성경과 5대제국』 이라는 책이에요. 성경의 역사와 세계 역사를 함께 엮은 책이지요. 제일 관심 있는 부분은 제국들의 흥망성쇠입니다. 어떻게 한 나라가 생기고 멸망하는지 살펴보는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지요. 어릴 적 읽었던 『삼국지』 역시 제가 틈만 나면 뒤적여봅니다. 역사가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총장이 된 뒤에도 우리 학교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을 추진하고 있어요. 역사책들을 즐겨 읽은 탓인지 역사인식이 바로 설 때 비로소 힘이 생긴다는 걸 늘 생각하게 됩니다.”

“총장이 되고 난 뒤, 대학 운영에 관한 책을 살펴보며 생각을 정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학은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 곳이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가올 미래가 어떤 곳일지 그려보는 과정에서 교육 목표에 대한 답도 나올 테니까요. 미래학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의 미래와 미래학』,『미래의 세계』 등의 책을 읽어온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되어줍니다. 학생들이 살게 될 세계는 지금과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우리의 방식과 지식을 전달하는 건 의미가 없겠지요. 제가 임기 내에 얼마나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끊임없는 고민과 방향제시가 제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인재를 육성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책 읽기와 토론’

“리더의 핵심자질은 서로 다른 관점을 통합해가는 능력입니다. 똑같은 것을 바라볼 때 우리는 자신의 위치에서 본 것을 말하게 되지요. 모두 자기가 본 것이 진실이기 때문에 입장을 좁히기 어렵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공학적 해결방법은 상대방의 위치를 아는 거지요. 입장을 알면 해결됩니다. 로봇 둘이 협업을 하는 장면을 떠올려보세요. 그러려면 둘은 서로의 뷰 포인트를 명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이제, 협업이 가능해지지요. 같은 맥락입니다. 저는 이렇게 다른 관점을 한곳으로 모으는 능력은 토론을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숭실대에서 독서와 토론을 중요하게 여기고 다양한 강연들을 시도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책 읽기와 토론은 미래 사회의 인재를 육성하는데 가장 본질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한헌수 총장이 요즘 관심 있게 읽고 있는 책은
『우주의 법칙』 이다. 이탈리아의 물리학자이자 철학자인 파블로스 피사노스가 쓴 이 책은 인간의 생각이 머무는 장소를 탐구하는 철학적 문제를 물리학적으로 탐구해나가는 흥미로운 책이다. 하지만 과학적인 기본지식이 없으면 읽기 어려울 만큼 전문적이기도 하다. 이 책을 틈틈이 읽으며 한헌수 총장은 세상에 대해 인문학적 측면과 자연과학적 측면을 아우르는 고민을 전개하고 있다.


 
지식을 넓히기보다 ‘느낌의 볼륨’을 키우자

한헌수 총장은 “인생을 살면서 스스로 느낄 수 있는 감성의 양에 대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총장은 “인생에서 무엇을 성취했는가보다 얼마나 많은 것을 느끼고 내 것으로 만들었는가가 중요하지 않느냐”며, “책 읽기에서 중요한 것은 지식을 넓히는 것보다 ‘느낌의 볼륨’을 키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책을 읽고 지식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지만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성들은 몸 한 부분에 그대로 남아있다는 한헌수 총장. 그가 제시한 독서법은 분명 인생을 다채롭고 풍부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책 읽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라지만, ‘독서 명문’이라 불리는 숭실대학교는 오랜 시간 동안 ‘독서의 힘’을 믿어온 대학이다. 2007년부터 숭실대학교에서 운영해온 ‘독서토론진흥프로그램’은 벌써 4,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여하며 정체성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매달 학교에서 선정한 도서를 무료 증정하고 후기를 유도하는 프로그램부터 교수가 직접 지도하는 독서토론 세미나, 매달 진행되는 저자 강연과 인문학 기행까지. 숭실대는 책 읽기에 푹 빠져있다.

숭실대는 책 읽기와 토론 교육의 일환으로 ‘치유하는 글쓰기’, ‘인문학 축제-인문학, 영화와 만나다’, ‘달콤한 인문고전 맛보기’, ‘7000페이지 독서프로젝트’ ‘셰익스피어 강독’ 등 독서와 인문학, 그리고 글쓰기를 넘나드는 프로그램들을 진행할 예정이다.



   
명사의 추천

성경과 5대제국

조병호 저 | 국제성경통독원(통독원)

성경의 역사와 세계 역사를 함께 엮은 책입니다. 제일 관심 있는 부분은 제국들의 흥망성쇠입니다. 어떻게 한 나라가 생기고 멸망하는지 살펴보는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지요.








삼국지

나관중 저/이문열 역 | 민음사

틈만 나면 뒤적여보는 책입니다. 역사가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총장이 된 뒤에도 우리 학교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을 추진하고 있어요. 역사책들을 즐겨 읽은 탓인지 역사 인식이 바로 설 때 비로소 힘이 생긴다는 걸 늘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김동길 | 숨쉬는책

김동길 선생님의 책은 실질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성에 대한 고민 등 청년기에 겪는 현실적인 부분을 짚어주셨지요. 청년의 열정과 고뇌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폭발시킬 것인가, 어떻게 사회정의와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담겨있었고요.







한국의 미래와 미래학

김형국 편 | 나남

미래학에 관심을 가지고 읽은 책입니다.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 곳이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가올 미래가 어떤 곳일지 그려보는 과정에서 교육 목표에 대한 답도 나올 테니까요.







팡세

파스칼 저/이환 역 | 민음사

고등학교 때 읽은 파스칼의 저서죠.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는 명제가 유독 마음에 와 닿았던 시절이었습니다.








우주의 법칙

파블로스 피사노스 저/곽영직 역 | Gbrain

철학과 종교를 통해 더 넓은 학문적 성취와 이해를 이룰 수 있음을 증명하고자 시도 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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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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