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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나 “책은 나를 비추어 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나에게 서재란, 영혼을 마주하는 나만의 비밀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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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부쩍 대학시절 공부했던 스페인 문학을 보다 더 깊이 공부해보고 싶은 욕구를 느껴, 보르헤스의 시집과 단편들, 그리고 바르가스 요사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책을 읽어나가고 있다. 중남미 문학은 다소 특이해서 우리의 정서와는 잘 맞지 않는다는 평도 있지만, 그 작품들이 지닌 특유의 해학과 낭만주의 등을 잘 흡수해 앞으로의 작품에 반영해 보고 싶다고.



“책을 좋아하게 된 것은 아주 자연스런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역사학자이신 아버지와 독서광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기 때문에 집에는 항상 책이 많았고 저희 가족은 함께 있을 때 주로 커다란 책상에 둘러 앉아 같이 책을 읽었거든요. 아버지는 고려사, 그 중에서도 한국의료제도사를 전공하셨는데 고려사는 다른 시대에 비해 사료가 많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중국과 일본 등지를 다니며 자료조사를 많이 하셨고 그러한 여행들을 통해 들으신 재미난 뒷 이야기들을 저녁 식탁에서 들려주셨어요. 또 아버지는 아주 사소한 여행 후에도 반드시 기행문을 쓰시는 습관이 있으셨어요. 이런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당연히 여행이나 역사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고 글쓰기에도 두려움이 없어지게 된 것 같아요.”

“소설 읽기에 재미를 붙이게 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였는데 제가 당시 영어 선생님을 무척 좋아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어요. 여선생님이셨는데 카리스마 넘치고 아주 엄했지만 참 멋지셨죠. 그 선생님께서 간혹 영미문학에서 우리가 이해할 수 있을만한 소설의 줄거리를 재미나게 들려주셨는데, 학생들이 문학과 영어 공부에 흥미를 갖게 하는데 확실한 효과가 있었던 거죠. 특히 피트 하밀의 『노란 손수건』의 줄거리를 들려주셨던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기차 안의 사람들이 감옥에서 풀려난 주인공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드디어 그가 연인에게 변함없는 사랑의 증표로 노란손수건을 걸어달라 했던 나무가 등장하던 장면에서 사춘기 소녀였던 제가 얼마나 손에 땀을 쥐었는지, 그리고 그 나무에 빈틈없이 많은 노란 손수건이 달려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는 선생님의 설명에 얼마나 심장이 쿵쾅거리던지. 비록 직접 책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소설이라는 장르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대학에 들어간 이후에는 시대나 장르를 가리지 않고 꽤 많은 소설을 읽었죠. 그리고 특히 전공인 서반아 문학에 심취했습니다.”

“책은 여행처럼 자기 마음이 끌리는 대로 집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들이 추천하는 도서, 혹은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는 책보다는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따라, 내 마음이 만나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찾는 거죠. 그리고 저는 한 작가의 작품이 좋으면 몇 번이고 다시 읽고 또 그의 다른 작품들을 모조리 찾아 읽는 습관이 있어요. 지금처럼 시대가 변해도 서점에 직접 가는 것을 좋아하고요.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하는 것처럼 책도 어느 한 장르에 치중하기보다는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직접적인 메시지보다 거울처럼 나를 비추어 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는 책을 좋아해요.”

“첫 에세이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썼을 때는 피터 메일의 『프로방스에서의 1년』을 읽고 영감을 얻었고, 소설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를 쓸 적에는 바르가스 요사의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를 읽으며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최근 네 번째 여행서
『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를 출간한 손미나에게 서재란, 영혼을 마주하는 나만의 비밀공간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은 몸을 움직이지 않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또 모든 상상력을 동원해 여행을 떠나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부쩍 대학시절 공부했던 스페인 문학을 보다 더 깊이 공부해보고 싶은 욕구를 느껴, 보르헤스의 시집과 단편들, 그리고 바르가스 요사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책을 읽어나가고 있다. 중남미 문학은 다소 특이해서 우리의 정서와는 잘 맞지 않는다는 평도 있지만, 그 작품들이 지닌 특유의 해학과 낭만주의 등을 잘 흡수해 앞으로의 작품에 반영해 보고 싶다고.

『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는 여행기를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이번 책 작업을 시작했어요. 작가로서, 인간으로서 성장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곳을 여행하고 다양한 체험을 한다 해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질문들을 독자에게 던질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3년이라는 시간을 파리에서 보내며 나름대로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발버둥쳤고 그런 목적으로 소설도 한 권 쓰게 되었고요. “『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를 통해, 독자들이 한층 성장한 저의 모습과 함께 우리와는 많이 다른 삶의 철학을 가지고 각자의 삶을 빚어가고 있는 프랑스 사람들의 진짜 모습을 만날 수 있기를,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삶을 한번쯤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명사의 추천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저/김욱동 역 | 민음사

고등학교 1학년 때 이 책을 읽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이 작품의 깊은 의미를 제가 느낄 수 있었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물론 처음 읽었을 때는 소설의 줄거리가 그저 충격이었습니다. 어린 저에게는 그토록 힘겹게 바다와 사투를 벌이던 노인이 결국 손에 넣은 것을 모두 잃게 된다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았고 정당하지도 않다고 생각되었거든요. 당시 저는 미국에서 1년간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헤밍웨이의 존재를 알게 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문학 시간에 선생님께서 이 작품을 다루시면서 친구들과 많은 토론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어요. 우리와 달리 미국 친구들은 나이에 비해 상당히 성숙한 생각을 하는 편이었고 예일대학교 인류학과 출신이었던 선생님은 전에는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삶을 바라볼 수 있도록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각자의 생각을 존중하는 민주적인 토론을 통해 다소 무거운 주제의 작품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해주신 것 같아요. 『노인과 바다』는 바로 그런 이유에서 더욱 저에게 특별한 책입니다. 내용 자체게 매료되었거나 큰 감동을 받았다기 보다 그 이후에 있었던 많은 대화와 토론의 시간이 저를 성장시켰고 나이가 들수록 인생의 허무함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며 수없이 당시의 느낌을 떠올리게 됩니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라우라 에스키벨 저/권미선 역 | 민음사

이 작품을 읽었을 때의 신선한 충격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양파를 썰다 부엌에서 출산을 하게 된 어머니, 양파가 너무 맵고 산고의 고통이 심해 산모도 산파들도 모두 너무 울어서 그 때 흘린 눈물이 다 마르고 나자 나온 소금으로 온 식구가 한달을 먹었다는 첫 장면의 묘사는 그 당시 중남미 문학의 마술적 사실주의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너무 과장되어 웃음을 자아내는 표현 방식 뒤에 존재하는 삶을 꿰뚫는 철학과 낭만주의의 극치가 서반아 문학을 처음 접하는 저를 완전히 압도했다고나 할까요.


콜레라 시대의 사랑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저/송병선 역 | 민음사

『백년의 고독』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인데요. 위트와 해학이 넘치면서 한 인간의 왜곡되고 일그러진, 어쩌면 병적이라 할 수 있는 사랑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십년을 기다려 결국 사랑을 이루는 주인공들이 칠순의 나이에 쭈글쭈글해진 몸으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마지막 엔딩까지 읽고 책을 덮은 후에도 참으로 오랫동안 감흥이 사라지지 않아 늘 가까이에 두고 다시 열어보게 되는 작품입니다. 언젠가 이런 사랑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무탄트 메시지

말로 모건 저/류시화 역 | 정신세계사

사회 생활을 막 시작했을 무렵 읽었습니다. 잔잔히 울리는 북소리처럼 시간이 가도 감흥이 사라지지 않는 책이에요. 여러 번 읽기도 하였고요.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저/최정수 역 | 문학동네

코엘류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게 갈리지만, 너무 대중적인 작품이라는 일반적 평가와 상관 없이 저에게는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된 책입니다. 아나운서 시절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날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을 때 이책을 우연히 일게 되었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스무마리 양을 버리고 피라미드를 보러 떠나는 주인공을 보며 용기를 내었습니다. 결국 보물은 모두 자기 집 마당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한이 있어도 우리는 계속 떠나고, 탐험하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죠.


마담 보바리

귀스타브 플로베르 저/김화영 역 | 민음사

소설을 쓰기로 마음 먹고서 뒤늦게 이 작품을 읽었습니다. 플로베르의 작품이 다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저에게 있어 『마담 보바리』는 현대 문학의 교과서 같다는 느낌을 준 작품입니다. 돈만 밝히는 천박한 여성의 불륜 이야기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소설이 갖추어야 하는 모든 요소들이 완벽하게 자리하고 있지요. 그가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윤색 작업을 거치고 고심했었는지에 대한 뒷 이야기를 다른 책에서 보았을 때는 저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실과 소설을 구분하지 못하는 한 철없는 여인의 망상과 불륜, 낭비벽이 그녀를 파멸로 이끈다는 식상한 소재를 가지고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완성이라는 성과를 이루어낸 플로베르의 천재성에 감탄하게 되는 멋진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80일간의 세계일주

쥘 베른 원작/오승철 그림/이영옥 역/김준우 해설 | 삼성출판사

어릴 적부터 세상을 탐구하고 싶은 욕구가 유난히 강했던 것 같아요. 내가 태어나 자라고 있는 이곳이, 내가 보고 듣는 것이 다가 아닐 것이다라는 막연한 생각과 함께 이 세상에서 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친구가 되고 싶다는 꿈을 늘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러던 중 이 책을 아버지께서 선물해 주셨는데 얼마나 재미있던지 중간에 멈추기가 힘들어 밥 먹으라는 어머니 말씀도 안 듣고 옷장 안에 숨어 들어가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손자병법

손무 저/유동환 역 | 홍익출판사

어떤 버전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역시 아버지께서 이 책을 사다 주셨어요. 아마도 어린이들을 위해 쉽게 해설된 것이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역시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무릎을 쳐가며 재미나게 읽었는데, 어린 마음에도 이걸 읽으면서 텔레비젼이나 만화영화보다 책이 훨씬 더 재미있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인생이란 정의로움을 잃지 않는 한 전략과 전술을 잘 짜나가야 하는 게임과 같다는 깨달음을 얻게 해준 책입니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때때로 손에 집어 들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이스트우드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메릴 스트립 | 워너브러더스

20대에 한번, 30대에 한번 보았고 같은 작품을 보고도 그토록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전율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가감 없이 투영해볼 수 있도록 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퐁네프의 연인들

레오 까락스 / 줄리엣 비노쉬, 드니 라방 | 이지컴퍼니

제 기억으로는 이 영화를 적어도 네 번은 본 것 같습니다. 다소 암울하고 무거운 이야기 전개, 처음 접한 프랑스 영화가 전해준 독특한 느낌,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에 홀딱 반해 파리에 첫 여행을 갔을 적에 만사 제쳐 놓고 퐁네프를 찾아갔던 기억이 있어요. 이 영화 덕에 <나쁜 피>와 <소년, 소녀를 만나다> 같은 레오 카락스 감독의 다른 작품들까지 모조리 찾아보기도 했고요. 프랑스 영화를 특히 좋아가게 된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영화입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

피터 위어 / 로빈 윌리암스 출연 | 브에나 비스타

한창 공부하던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며 얼마나 울었는지(웃음). 우리의 자아가 투영되어 더욱 그랬겠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보아도 감동적입니다. 너무나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인 한 학생이 결정적인 순간에 책상 위에 올라가 ‘캡틴 마이 캡틴’이라고 외치던 장면을 기억하십니까? 그 때 이후로 저는 에단 호크의 열혈 팬이되었지요.


시네마 천국

쥬세페 토르나토레 / 엔니오 모리꼬네 작곡 | 에이나인 미디어

대학시절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흐뭇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동심을 불러 일으키는 아름다운 작품이지만 동시에 마지막 장면에서 토토가 흘리는 눈물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니 더더욱 소중하네요. 더구나 아름다운 음악은 그 어떤 다른 작품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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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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