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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현 교수 “서재는 놀이터, 흥미에 따라 자유롭게 노는 곳”

최광현 교수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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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현 교수의 서재는 ‘놀이터’다. 대학연구실과 집, 두 군데에 서재가 있는데, 연구실에는 전공 관련 책이 주로 있고, 집에는 관심 분야의 책들이 정리되어 있다. 그의 바람은 두 곳을 오가며 필요와 흥미에 따라 자유롭게 노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때 어른들이 용돈을 주면 서점으로 달려가서 책을 사곤 했죠. 아마도 5학년 때로 기억나는데, 아버지 친구 분이 준 500원으로 ‘오성과 한음’이라는 아동 서적을 사서 책을 닳을 때까지 읽었던 기억이 나요. 부모님이 사 주는 책 외에도 용돈을 아껴서 책을 사 보면서 다양한 이야기에 빠져들곤 했습니다. 하지만 사춘기가 되면서부터 책을 읽지 않게 됐어요(웃음). 사춘기를 유난스럽게 보내기도 했고 학업을 따라가는 것도 버거웠기에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대학에 입학했을 때 비로소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여유가 생기니 책을 읽게 되더군요. 사실 어릴 때는 문학 책을 많이 있었는데 이 시기에는 철학과 신학에 대한 관심이 생겨 그 분야 책을 많이 읽게 됐어요. 아마 이 시기에 읽은 책들 덕분에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게 됐고, 전공 분야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받기도 한 것 같아요. 대학원에서 공부를 마치고 독일 유학을 준비하는 전후로 다시 다양한 분야로 확대됐던 관심이 전공 분야로 한정되기도 하면서, 동시에 좀 더 깊어진 것도 같아요. 근래까지 전공 분야인 심리 분야 도서를 다양하게 읽었고 덕분에 스스로와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얻게 되었죠. 그리고 유학을 마치고 온 지금까지는, 이제 10년이 넘은 지금 다시 독서의 영역이 넓어지고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독서에는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많은 분들처럼 책을 내내, 많이 읽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필요한 때에, 필요한 책을 집중적으로 읽으면서, 필요한 지식을 쌓아 갈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시선을 가진 작가가 좋다

최광현 한세대학교 상담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수많은 가족심리학자들의 견해와 이론을 비판적으로 수용해
『가족의 두 얼굴』 을 펴냈다. 책을 쓸 때마다 자신의 주장이나 생각과 유사한 작가들의 책을 열심히 찾아보는 최광현 교수. 이미 나온 책들을 보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보안해가면서 책을 쓰기 때문에 특정 책, 특정 인물에게 영감을 받는다기보다 관심분야의 다양한 견해를 참조하고 그들의 영향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기존의 관념이나 관점을 깨는, 새로운 시선을 가진 작가를 좋아해요. 한번 꽂힌 작가가 생기면 한동안은 그 작가의 책만을 파고들죠. 아마도 제가 상담을 하는 사람이라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상담을 할 때는 다양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이해해야 하는데, 저 개인의 경험만으로는 이해력을 넓히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작가들의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을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광현 교수의 서재는 ‘놀이터’다. 대학연구실과 집, 두 군데에 서재가 있는데, 연구실에는 전공 관련 책이 주로 있고, 집에는 관심 분야의 책들이 정리되어 있다. 그의 바람은 두 곳을 오가며 필요와 흥미에 따라 자유롭게 노는 것이다.

최근 출간한
『나는 남자를 버리고 싶다』 는 남녀간의 사랑, 상처, 관계를 다룬 책이다. 현대인의 트라우마에 관심을 갖고 있는 최광현 교수는 “트라우마는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삶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을 결정할 만큼 엄청난 트라우마부터 기억도, 영향도 인지할 수 없는 일상적인 트라우마까지, 인간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상처를 피할 수 없다. 하지만 트라우마는 피할 수 없어도 다룰 수는 있다. 최광현 교수는 트라우마에 대한 상처를 다스리는 방법과 트라우마가 발생하는 현대사회체계에 대해 고민하며, 한병철의 『피로사회』 등 다양한 관련 도서를 읽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과 삶의 자세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면서, 새로운 책을 준비할 계획이다.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여성들을 상담하면서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 왔습니다. 여성들의 연령, 직업, 상황은 다양했지만 놀랍게도 그들의 문제는 비슷했어요. 결국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이 나는 거죠. 가족과의 사랑, 연인과의 사랑, 친구와의 사랑/ 여성들은 관계의 문제에서 많은 고통을 겪었고, 또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저는 심리학자로서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이 책은 그 도움이자 대답의 일환입니다. 책 한 권으로 단번에 행복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물론 그러기는 어렵겠죠. 하지만 행복해지는 법을 알면 조금씩, 천천히, 그리고 반드시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자책하느라 아픈 여성들이 이 책을 통해 위로 받았으면 합니다.”




명사의 추천

봄날은 간다

허진호/이영애/유지태

여러 번 반복해서 봤어요. 볼 때마다 느껴지는 것이 다르더라고요. 처음에 봤을 때는 남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이 됐다가, 나중에는 여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이 됐어요. 사랑을 받아들이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서로 다른 입장을 이해하는데 여운이 오래 남더라고요. 사랑이 변하면 정말 사랑은 끝나는 걸까요? 물론 봄날이 가듯이 사랑도 언젠가 사라지겠죠. 하지만 여름이 오듯 다시 사랑이 올 거예요. 나이가 들면서 사라진다고 해서 없어지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 과정이 이 영화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고요.




고령화 가족

송해성/윤여정/윤제문/진지희/공효진/박해일 | CJ entertainment

제가 가족에 대한 책을 써서 그런지 가족 이야기에 관심이 갔어요. 이 영화에는 나이가 차도 엄마 곁을 떠나지 못하는 자녀들이 등장합니다. 서로 다른 캐릭터를 가진 자녀들과 아직도 이런 자녀들을 먹여 살리느라 고군분투하는 엄마의 모습을 통해, 도저히 조합되지 않을 것 같은 구성원들이 ‘가족’이라는 끈으로 어떻게 연결되고 묶여지는지 보여 주고 있어 흥미롭게 봤답니다.






카를 융 기억 꿈 사상

카를 구스타프 융 저/A. 야페 편/조성기 역 | 김영사

프로이트의 제자이자 분석심리학의 선구자인 융의 자서전입니다. 그의 성장기와 수많은 이론이 알기 쉽게 정리돼 있으며, 딱딱한 심리 이론이 아닌 인간적인 융의 모습을 통해 자연스레 그의 이론을 만날 수 있는 책이죠. 신화와 무의식을 연구한 대학자 융을 통해 인간 무의식의 역사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은 외국으로 출장을 가거나 여행갈 때 언제나 동행하는 동반자와 같은 책이죠. 이미 수없이 읽어서 어떤 부분은 외우고 있기도 하지만 읽을 때마다 새로운 사색에 빠져들게 합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저/이시형 역 | 청아출판사

빈의 정신과의사 프랭클은 나치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극단의 고통을 체험하게 됩니다. 하지만 잔인한 죽음의 수용소 생활 속에서 그는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죠. 그는 인간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물리적인 고통이 아닌 삶의 의미를 잃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인간 실존을 조명합니다. 이 책은 절망스러운 환경에서 쓰였지만 결코 어둡지 않고 따뜻하며,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되새기게 해 준 책입니다.





불안

알랭 드 보통 저/정영목 역 | 은행나무

알랭 드 보통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인상 깊게 읽은 책에도 두 권이나 선정했습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로운 통찰력이 있는 알랭 드 보통은 이 책에서 불안은 야망의 하녀이며 현대인들이 겪어야 할 숙명과도 같은 고통의 일부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불안이 능력주의 사회 체계 속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진단하면서, 불안의 실체를 깊은 통찰을 통해 낱낱이 파헤칩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죠. 이 책이 바로 개인과 사회, 불안의 관계를 파고들면서 철학적 토론과 사색의 장으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슬픔이 주는 기쁨

알랭 드 보통 저/정영목 역 | 청미래

알랭 드 보통이 그간 써 온 몇 권의 책들 중 몇 편의 에세이를 다시 정리한 얇은 책입니다. 여행을 가거나 휴식을 취할 때 보기에도 부담이 없죠. 이 책은 짧지만 작가의 유머러스한 관점을 통해 세상을 보는 방법을 알려 줍니다. 그래서 읽다 보면 일상에서 느끼는 근심과 걱정, 문제를 뒤집어 볼 수 있습니다. 책을 덮을 때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을 느끼게 되죠.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 저/김이섭 역 | 민음사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죠. 주인공이 부모의 뜻과 자신의 바람 가운데서 갈등하면서 삶의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습니다. 제가 지독한 사춘기를 겪을 때 읽은 책인데, 현실은 수레바퀴처럼 짓눌리고 있지만 여기에서 어떻게 견디고 성장해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을 하던 시점이라 더 와 닿았던 것 같네요..






권태

피터 투이 저/이은경 역 | 미다스북스(리틀미다스)

우리는 생존의 현실을 살아 내기 위해 매일, 매 순간을 치열하게 견뎌냅니다. 하지만 순간순간 의외의 복병인 ‘권태’를 마주하게 되죠. 많은 현대인들이 ‘권태’를 느끼는 순간을 잘 견디지 못해요. 그래서 우울증을 비롯한 많은 정신 장애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작가는 권태는 창조적 활동을 위한 씨앗이며 유익한 경험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역사의 모든 시대에 걸쳐 인간이 느껴 온 권태는 창조의 씨앗이 잉태되는 곳이라고 이야기하면서 권태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전환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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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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