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돈 PD의 연관 검색어는 시사, 고발, 다큐 등에 있지 않다. 신동엽이 패러디를 하면서 유행어가 된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가 이영돈 PD를 설명하는 타이틀이다. 개그맨들조차 갖기 어렵다는 유행어를 만든 이영돈 PD는 종편 채널A로 방송사를 옮긴 후에도 여전히 스타PD다. 종편이라는 한계를 넘어 2012년 2월에 첫 방송을 시작한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은 채널A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안착했고, 지난 5월부터는 <이영돈 PD 논리로 풀다>가 시즌2를 이어갔다. 1981년 KBS에 입사해 1991년에 SBS로 옮겨 <그것이 알고 싶다> <주병진 쇼>를 연출한 이영돈 PD는 1995년에 KBS에 재입사, <생로병사의 비밀> <술ㆍ담배ㆍ스트레스에 관한 첨단보고서> <마음> <추적 60분> 연출을 맡았다. 방송사 재입사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그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곳이라면 채널을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대표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현장을 누빈 까닭에 『생로병사의 비밀』
『미국 환상 깨기』 『마음』 『소비자고발 그리고 불편한 진실』 『운명, 논리로 풀다』 등을 집필하기도 했다. 최근 출간된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은 이영돈 PD가 대표 저자로 참여한 책이다.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이 방송(매주 금요일 밤 11시)되는 다음 날 아침, 프로그램에서 ‘착한식당’으로 소개된 식당은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룬다. 제작진이 때마다 “재료를 많이 준비해 놓으라”며 식당 주인들에게 코치를 할 정도. <먹거리 X파일> 제작진은 양잿물 해삼, 조미료 육수 냉면, 병든 돼지 바비큐 등의 정체도 밝히지만, 정직하게 음식을 만드는 ‘착한식당’을 선정하기 위해 며칠을 식당 근처에서 잠복하기도 한다. 끈질긴 취재와 검증으로 ‘착한식당’에 이름을 올린 식당들은 방송 후 소위 대박이 터진다. “정직하게 살아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진실을 <먹거리 X파일>이 증명한 것.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에는 ‘착한식당을 찾아서’에 소개된 33곳 중 15곳 주인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재배에서 조리까지 100% 토종을 추구하는 손칼국수와 콩국수, 식품첨가물 없이 만드는 냉면과 감자탕, 정통 방식을 그대로 살린 떡, 나물 밥상, 손두부 등이 주인공이다. 이영돈 PD는 “그야말로 저도 참 좋아하는, 그래서 여러분도 참 좋아할 만한 먹거리를 꼼꼼히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평소 강연회와 같은 공식 석상에서 “과연 <먹거리 X파일> 제작진은 무얼 즐겨 먹냐”는 질문을 빠짐 없이 듣는다는 이영돈 PD. 그의 답변은 한결같다. “마른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을 제일 좋아하고 병어 등 생선구이를 좋아하고, 주식으로는 맨밥을 물김치에 말아서 달걀 하나 깨 넣고 참기름 뿌려서 비벼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영돈 PD가 생선구이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식당에서 첨가물을 사용할 가능성이 대체로 낮은 음식이기 때문. 역시 <먹거리 X파일> 수장다운 답변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영돈 PD의 집 주방에는 좀처럼 MSG를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유행어보다는 히트 프로그램을 탄생시켜야죠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이 방송되는 날이면, 프로그램에 소개된 ‘착한식당’은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합니다. 방송 초기에도 이런 반응을 예상하셨나요.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반응은 생각조차 못했어요. 하지만 진정성 있는 프로그램이니까 언젠가 빛을 보겠다 싶었죠. 방송사를 옮기게 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칭찬을 해주면서도 채찍질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착한’이란 개념을 도입하게 된 거죠. 사실 ‘착한’이라는 개념은 KBS <소비자 고발>에서 ‘착한 소비’란 아이템을 하면서 시청률과 자신감을 얻어서 이번에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된 거예요.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은 ‘착한’과 현대인들의 영원한 숙제인 ‘먹거리’를 결합했다고 볼 수 있죠.
PD와 진행자의 역할을 함께하고 있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연출자는 다른 사람을 통해 현상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죠. 제가 진행을 하는 건, 잘나서도 아니고 말을 잘해서도 아닙니다. 어눌하지만 신뢰받는 이미지를 프로그램의 이미지로 살리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이영돈 PD가 식당에 들어가면 주인들이 많이 긴장을 한다고 하는데요.
많이들 알아보시긴 해요(웃음). 피부로 느끼죠. 언젠가 친구들과 여의도 일식집에 번개를 했는데, 음식이 늦게 나왔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주인이 알아보고 음식에 좀더 신경을 쓰느라고 시간이 걸렸던 거죠. 그런데 문제는 국물에 조미료를 빼서 맛이 하나도 없었다는 겁니다(웃음). 친구들이 다음부터는 저랑 같이 음식점을 안 가겠다며 투덜거리더라고요. 그런데 문제는 조미료를 넣지 않고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식당에서 감동을 받았던 에피소드는 없나요?
거제도로 촬영을 갔는데, 밤늦게 한 시골에 있는 치킨집을 갔어요. 주인이 저를 보더니, 아시는 척을 하면서 반갑게 인사를 하시더라고요. 저희 테이블은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을 시켰는데 20분이 지나도 치킨이 안 나오는 거예요. 후배 PD를 주방에 보냈더니, 글쎄 쓰던 기름을 다 버리고 새 기름으로 치킨을 튀기고 있었어요. 일행 모두 감동을 받았죠.
<SNL 코리아>에서 신동엽이 ‘이엉돈 PD의 먹거리 X파일’로 프로그램을 패러디하면서,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가 유행어가 됐습니다. 이 멘트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사실 제가 평소에 쓰는 말입니다(웃음). 어느 날 일반인들이 따라 하기 시작하고, 연예인들이 따라 하면서 매스컴을 타더니, 남희석 씨가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서 <남영돈 PD의 북한 먹거리 X파일> 코너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신동엽 씨가 <SNL 코리아>에서 제 멘트와 섹스를 결합시키면서 완전 사회적 유행어가 되어 버렸죠(웃음). 이제는 제가 쓰기가 어색해져 버렸습니다. 이런 반응을 예상하진 못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아요. 어떤 사람은 후속작이 없냐고 물어보는데, 글쎄요. 제가 개그맨이라면 후속 유행어를 만들어 내겠지만 저는 PD인지라 여전히 후속 히트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시급하죠. 물론 만들어내면 좋겠지만요. 은근히 유행어가 신경쓰긴 하거든요(웃음).
착한식당 선정 기준은 ‘음식에 대한 진정성’
지금까지 요리 전문가, 맛 칼럼니스트, 식재료 전문가, 향토음식 전문가 등 100여 명의 참여로 착한식당 33곳이 선정됐습니다(8월 5일 기준).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한 것 중 하나가 착한식당의 선정 기준이 아닐까요.
혹자는 착한식당의 선정기준이 ‘MSG를 넣지 않는 것이냐’ 라고 묻기도 하는데 MSG의 유무는 선정기준의 많은 부분 중 하나일 뿐입니다. 가장 중요한 선정 기준은 주인의 음식에 대한 진정성이죠. 어머니가 차려 주시는 밥상은 비록 초라할지는 몰라도 따뜻한 정성이 담겨있습니다. 무엇을 넣었는지에 대해서 의심을 할 필요도 없죠. 무조건 신뢰합니다. 어머니가 음식에 나쁜 것을 넣을 리는 없지 않습니까? 기준이 추상적인지는 몰라도 거의 대부분의 착한식당 주인이 음식을 만드시는 것을 보면 왜 이곳이 ‘착한식당’인지 알 수 있습니다. 거짓 없는 정성과 음식에 대한 열정. 돈 버는 것만이 목적인 많은 식당과는 차별되는 이유입니다. 궁금하면 가서 느껴 보세요. ‘맛집’ 과 ‘착한식당’은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가장 충격을 받았던 음식은 무엇인가요?
단연 병든 어린 돼지로 만드는 통돼지 바비큐에요. 통돼지 바비큐는 어린 돼지로 만들고, 어린 돼지는 병들지 않으면 키워서 파는 게 훨씬 이익이기 때문에 잡지 않는다고 해요. 즉 통돼지 바비큐를 만드는 어린 돼지는 모두 병든 돼지라는 거죠. 정말 구역질이 납니다. 스튜디오에서 프로그램을 녹화하면서 웬만하면 모든 음식을 맛을 봤는데 통돼지 바비큐는 먹기 싫더라고요. 돈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천민자본주의의 전형을 본 것 같아 정말 씁쓸했습니다.
‘조미료 냉면육수’ 편은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아이템이었는데, 착한식당을 선정하기까지 굉장히 어려움이 많았다고요.
냉면 육수는 당연히 소고기를 끓인 물로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취재 결과 상당수의 육수가 소고기맛 조미료와 MSG를 섞어서 끓인 물이었고, 조미료 맛을 감추기 위해 매운 양념과 찬 얼음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고급 냉면전문점에서조차 MSG를 소량이라도 사용해야 손님들의 입맛을 맞출 수 있다는 사실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양반댁 함흥냉면이 정성을 다해 냉면을 만들었지만, 고명을 만드는데 빙초산을 사용한 것이 밝혀져 착한식당이 되지 못했어요. 이를 시정하자 이번에는 면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감자 전분에 폴리인산나트륨이라는 보존제를 사용한 것이 밝혀져 선정되지 못했고요. 그런데 방송 이후 양반댁 함흥냉면은 제분회사에 전화를 걸어 해당 첨가물을 빼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정말 착한식당이었던 거죠.
착한식당에 선정되면, 손님이 폭발적으로 늘기 때문에 오히려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요. 수입은 늘겠지만 나름의 고충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방송이 나가기 전 날, 제작진들이 연락을 합니다. 내일 아침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니 재료를 잘 준비해 놓으시라고요. 그런데도 어김없이 아침 일찍부터 손님들이 엄청나게 밀어닥치면서 난감한 일도 많이 일어납니다. 삼군리 메밀촌 주인 분은 방송 전에는 “닭백숙이 이익이 좀 더 많이 나서 닭백숙을 파는 게 재밌다”고 하셨는데, 이제는 손님들이 메밀국수만 찾아서 이전만 못하다는 불평 아닌 불평을 하셨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물론 이 노부부는 결혼 후 직장에 다닌다고 집을 떠난 아들이 방송 후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훈훈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착한 빵집은 평생의 꿈이었던 직접 농사 지은 우리 밀로 빵을 만드는 일을 실현했습니다. 전남 구례에 밀 농사를 짓게 된 거죠. 착한식당 주인 분들은 모두들 몰려드는 손님들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방송 전과는 다른 음식을 제공 하는 얕은 상술을 쓰지 않습니다. 좋은 음식을 같이 나누는 것이 더 큰 목적이니까요.
까다롭게 착한식당으로 선정했지만, 방송 이후 인증을 취소한 사례도 있습니다. 간장게장집이었죠? 제작진 입장에서 굉장히 난감했을 텐데요.
안타까웠죠. 간장게장을 먹은 10명이 넘는 손님들이 식중독에 걸리면서 한바탕 소란이 있었어요. 간장게장을 만들던 남편이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고, 식당 문을 닫아야 했는데 영업을 계속하면서 게장에 신경을 쓰지 못해 식중독에 발생했어요. 제작진 입장에서 시청자 분들에게 정말 죄송했죠. 제가 직접 피해자를 찾아가서 사과를 했고, 제작진은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더 이상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했습니다. 물론 ‘착한식당’ 인증도 취소했고요.
부득이하게 몰래카메라로 촬영을 할 때가 많은데, 방송 후 항의를 받은 적도 있으시다고요.
병든 통돼지 바비큐 편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바비큐를 먹는 한 단체를 촬영했는데, 방송 후 “자신들이 먹는 걸 보고 왜 말리지 않고 촬영했냐”고 항의를 하셨어요. 무척이나 당황한 기억이 납니다. 몰래 카메라로 촬영 중이었는데, 방송을 위해서는 먹는 모습이 필요하니 병든 어린 돼지로 만든다는 사실을 말해줄 수가 없었던 거죠. 촬영윤리에 관한 문제가 대두되면서 상당히 곤혹스러웠습니다.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어요.
<먹거리 X파일>을 진행하면서 PD님의 식습관에 변화가 있었나요.
일단 절대로 통돼지 바비큐는 안 먹습니다. 되도록 냉동생선을 포함 냉동식품을 안 먹으려고 하고 조미료 등 식품첨가물은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되도록 신선한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합니다. 마른 멸치 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은 변함없는 식습관입니다. 생선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나마 생선은 중간에 변성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인데요. 생선은 첨가물로 장난을 칠 가능성이 대체로 낮은 음식입니다.
제작진들과 회식을 할 때, 음식점을 까다롭게 고를 것 같은데요.
주로 가는 회식 장소가 청계천 광장에 있는 ‘영덕막회’입니다. 제철 생선을 쓰는 것도 있지만 조미료 사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돋보이죠. 조미료 편 촬영 때, MSG 선택제를 실시하기도 했고요. 이 외에도 여기 저기를 찾아 다니는데 크게 마음에 드는 곳은 없어요. 먹거리 팀이 가면 음식점에서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긴 해요. 지인들이 음식점 추천을 해달라고 하면 서울 여의도의 생선구이전문점 ‘다미’를 추천해요. 생선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소금간만 한 생선구이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굽는 방법이 다른 곳과는 달라서 고소하면서도 타지 않게 하는 실력이 좋은 것 같아요.
우선 ‘착한식당’들이 늘어나야겠지만, 착한 소비자들도 생겨나야 할 텐데요.
물론입니다. 생산자 없이는 소비자가 있을 수 없습니다. 제가 KBS에서 만든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의 캐치프레이즈는 ‘소비자가 웃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와 ‘생산자와 소비자가 다같이 잘사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였습니다. 소비자는 생산자가 좋은 물건을 만들어야 좋은 상품을 소비할 수 있다는 좀더 넓은 사고를 가질 필요가 있죠. 망한 기업의 땡 처리 물건을 사면서 좋아하는 것이 바른 자세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비자는 정당한 가격을, 저는 이것은 착한 가격이라고 부릅니다만, 지불해야 마땅하죠. 여기서 말하는 정당한 가격이란, 상품가격에 적당한 이윤이 붙어서 생산자의 가족과 직원들이 정당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그리고 기업의 미래가치인 연구개발 비용도 포함된 가격을 말합니다. 이런 정당한 가격을 지불해야 소비자들이 궁극적으로 더 좋은 음식,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최근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서비스 기업 10곳 중 8곳이 ‘블랙컨슈머’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블랙컨슈머는 적발될 경우 법적으로 처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것은 정당한 소비자의 불만 청구 행위가 블랙컨슈머로 오인돼 불필요한 분노를 자아내게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죠. 소비자의 요구는 정당할 경우 응당한 대우를 받아야 해요. 이를 위해서 소비자는 좀더 현명해 질 필요가 있어요. 틀린 것은 고치려는 노력이 개인적으로 혹은 집단적으로 행해져야 하고요. 이것이 제도화 되었을 때 더 많은 소비자들이 체계적으로 현명하고 착한 소비를 할 수 있게 되겠죠.
간헐적 단식 성공, 다이어트하는 도전자들에게 적극 추천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에 이어 <이영돈 PD의 논리로 풀다> 시즌2를 진행하고 있고, 최근 방송을 위해 PD님이 직접 간헐적 단식에 도전을 했다고요.
간헐적 단식에 도전한 이유는 평소에 끼니를 거를 필요 없이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한 끼를 안 먹으면서도 살이 빠진다는 사실 때문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때때로 한 끼를 거른 적이 많아서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살을 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안일한 생각을 했죠. 사실 식성이 좋은 편이라서 잘 먹는 편이거든요(웃음). 음식을 남기는 일이 별로 없고요. 그런데 막상 간헐적 단식을 시작했을 때, 16시간에서 24시간 사이를 물 빼고는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그전에는 한 끼를 건너뛰더라도 뭔가를 조금씩은 먹긴 했거든요.
다이어트에 효과는 있었나요?
3주만에 1.5kg이 빠졌습니다(웃음). 놀라운 건, 단식 이후 정상적인 식사 패턴으로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살이 2kg 정도 더 빠졌다는 거죠. 간헐적 단식에서 중요한 점은 배가 고프지 않아도 끼니 때가 되면 먹어야 한다는 습관적 강박관념에서 탈피했다는 점과 불필요한 것을 먹지 않음으로 환경보호에 일익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독자 분들에게도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셨는데, 어릴 적부터 장래희망이 PD셨나요?
뭐든지 ‘보는 것’에 대한 흥미가 많았어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모르는 어른들 손을 잡고 극장을 많이 갔죠. 어른들에게 저 좀 데리고 들어가 달라고 부탁하면, 대부분 자기 아이인 것처럼 하고 들어가 줬어요(웃음). 영화나 서커스를 보는 걸 정말 좋아했고, 초등학교 때부터는 추리소설을 많이 읽었고요. 아직도 기억이 나요. KBS 입사 면접 때 “뭘 하고 싶냐”는 질문에 “추리 드라마 연출을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추리물이 탐사와 고발 등으로 바뀌게 된 거예요. 하고 보니, 이쪽이 훨씬 현실적이고 박진감이 넘치는 것 같아요. 가끔 법정에 서게 될 때가 있어서 문제이지만요(웃음).
30년 가까이 시사 다큐멘터리를 연출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언제인가요.
세상을 바꾸는 힘을 느낄 때가 종종 있어요. 방송은 세상의 그 어느 툴보다 효과적으로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힘이 있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거 같아요. 그 점에 큰 보람을 느끼고, 30년 가까이 시사 다큐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이유입니다. 그동안 많은 압력을 받았지만 1999년에 방송된 6부작 <술 담배 스트레스에 관한 첨단 보고서>에서 간접흡연을 고발한 후, 그 다음날부터 공공건물 내에서의 흡연이 줄어들면서 급기야 금연법이 제정되어 실내금연이 전면 중지되기도 했죠. 많은 시사 다큐 프로그램에서 주장한 사안들이 제도를 바꾸거나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걸 목격할 때, 정말 큰 보람을 얻죠.
현재 채널A에서 제작담당 상무 직을 맡고 있습니다. PD라는 직책과는 또 다른 책임감을 느끼실 것 같습니다.
제작담당 상무는 보도를 제외한 프로그램의 제작을 총괄하고 책임을 지는 중책입니다. <먹거리 X파일>과 <논리로 풀다>는 제가 하는 많은 일중의 하나일 뿐이죠. <먹거리 X파일>의 시청률이 잘 나왔다고 좋아할 수 만은 없습니다. 예능을 포함 다른 프로그램들도 다 잘나와야 하니까요. 일부에서는 “상무가 무슨 제작까지 하느냐”라고 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임원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줬다고도 합니다. 문제는 지금 종편이 한 가지 일만 하기에는 할 일이 너무 많고 가야 할 길이 너무 멀다는 거죠. 최선을 다해서 PD와 진행 그리고 상무직을 수행하고 그에 대해 책임을 질 생각입니다.
앞으로 PD로서의 꼭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요.
<개그콘서트> 연출해보는 겁니다. 시사적인 개그 프로에서 성역 없는 비판과 패러디를 해보고 싶습니다. 하나 더 있다면 극장용 다큐멘터리영화를 만들어 상영관에 거는 거예요.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객들을 현실과 비현실 속에서 고민하게 만들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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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돈PD의 먹거리X파일 이영돈PD의 먹거리X파일 제작팀 저 | 동아일보사
《이영돈PD의 먹거리X파일; 착한식당을 찾아서》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착한 식당,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입장에서 먹거리에 관한 정당한 권리를 찾고 좋은 먹거리, 착한 먹거리의 참된 정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가 무심코 먹거나 당연시 여겼던 먹거리에 대해 안정성을 점검하고 단순한 고발에서 그치지 않고 먹거리의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기까지, 그 문화와 시스템을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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