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저자 모리사와 아키오 “작가의 유언은 작품 속 메시지겠죠”
『당신에게』 저자 모리사와 아키오 작가 미래와 나는 바꿀 수 있어요
일본의 국민배우 타카쿠라 켄이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은 영화 <당신에게>. 사별한 아내가 띄운 마지막 편지를 찾기 위해 아내의 고향으로 여행을 떠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에 의해 소설로도 출간됐다.
“과거와 타인은 바꿀 수 없어도 미래와 나는 바꿀 수 있어요.”
악성 림프종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아내 요코는 남편 에지에게 유서 대신 선물을 남기기로 한다. 홀로 남겨진 집에서 쓸쓸하게 살지 말라고, 남편답게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도록 돕기 위해 두 통의 편지를 남기기로 한 것. 한 통은 유언지원회에 의해 전달되는 편지, 다른 두 통은 아내의 고향 마을 우체국에 가야 받을 수 있는 편지다. 남편 에지는 아내의 유언에 따라 편지를 찾으러 가는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마치 죽은 아내가 준비해놓은 듯한 여러 사람과 인연을 맺는다.
『당신에게』는 ‘제2의 아사다 지로’라고 불리는 모리사와 아키오의 작품. 모리사와 아키오는 지난해 개봉한 영화 <당신에게>의 소설판을 제안 받고 일본 구석구석을 직접 걸어 다니며 오랜 취재 끝에 소설을 완성했다. 소설 속 주인공 구라시마 에지는 도야마에서 출발해 서부 해안을 따라 일본 남단 나가사키 현 히라도 시의 우스카까지 1,000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여행했다. 작가 역시 이 길을 걸으며 길 위의 풍경들은 고스란히 소설에 담았다. 한국판 『당신에게』의 역자 이수미는 번역을 하던 도중, 에지가 도야마에서 출발하여 우스카까지 갔던 여정을 그대로 답습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다고 말한다. 일본의 유명 관광지가 아닌 내륙을 지나 구불구불 이어지는 생경한 곳들은 아내를 떠나 보낸 에지의 쓸쓸한 감성과 함께 따뜻한 연민을 느끼게 한다. 누군가의 죽음을 받아 들이기 힘들 때, 에지처럼 여행을 떠나 보면 어떨까. 비록 요코의 편지가 없을 지라도.
『당신에게』 저자 모리사와 아키오 작가
영화 <당신에게>가 제작되고 있는 중에 소설 작업을 의뢰 받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원작을 가지고 영화화를 하는 경우는 많아도 제작 중인 영화를 소설로 집필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요.
일본의 보배라는 말로 칭송 받는 배우 다카쿠라 겐 씨가 주연을 맡을 영화의 소설판을, 영화 제작과 동시에 써달라는 의뢰를 받았습니다. 제게는 무척 영광스러운 일이어서 기쁜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지요. 영화로 만들기 위한 대략적인 줄거리가 원래 존재했고, 그 줄거리를 바탕으로 나름대로 대폭 변화를 주어 집필한 것이 바로 이 작품입니다. 소설과는 꽤 다르기 때문에 영화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봤습니다. 볼수록 깊이가 느껴지는 영화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영화와 소설이 많이 다르니 비교해서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작품을 쓰시면서 일본 구석구석을 직접 걸어 다니며 취재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지역은 어디인가요?
원래 방랑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본은 구석구석 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당신에게> 취재를 위한 여행지 중에서는 나가사키(長崎) 현의 우스카(薄香) 항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작품 속에도 짧게 넣었는데, 우연히 만난 동네 할머니들이 풍로에 생선을 구워서 먹여주셨지요. 그런 따스한 만남이 있는 여행을 무척 좋아합니다.
작가가 우스카 항에서 만난 마을 주민. 생선을 구워주신 고마운 분들이다.
소설에서 주인공 에지는 아내 마지막 편지를 찾기 위해 아내의 고향에 있는 우체국을 찾아가는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요. 작가님께서 지금까지 받았던 편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편지는 무엇인가요?
기억에 남는 편지를 많이 받았습니다만, 굳이 하나를 선택하라면, 췌장암으로 삶이 얼마 남지 않은 독자에게 받은 편지를 꼽겠습니다. 그 편지에 “모리사와 씨 작품을 읽고 나서, 인생의 마지막 날까지 나답게, 생명이 있음에 감사하면서 살 수 있게 되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어요. 그 편지를 읽었을 때, 진심으로 작가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설에 나오는 다케다 성(上)
소설에 나오는 우스카 항의 거리(下)
작가님께서 유언으로 한 사람에게만 편지를 남겨야 한다면 누구에게 쓰고 싶나요?
한 사람만 선택할 수가 없네요. 가족 모두에게 남기고 싶습니다. 그보다 내가 여태까지 써온 작품에 담긴 메시지야말로 가장 나다운 유언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소설 속 요코의 좌우명이 ‘타인과 과거는 바꿀 수 없어도 나와 미래는 바꿀 수 있다’인데요.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 문장입니다. 혹시 작가님의 신념이신가요?
네. 영화에는 나오지 않고 소설판에만 나온 문장입니다. 물론 제 신념이기도 합니다. 미래를 바꾸기 위해 내가 하는 노력은 매우 간단합니다. 나를 둘러싼 환경을, 좋은 부분도 싫은 부분도 모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눈앞의 해야 할 일에만 전력을 다하는 것이지요.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결과는 신에게 맡깁니다.
전작 『무지개 곶의 찻집』에서 인물들이 찻집에서 위로를 받았다면, 『당신에게』의 에지는 여행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위로하고 또 치유를 받습니다. 작가님은 무엇을 통해 위로를 받나요?
가족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치유 받고 있습니다. 원래 인간이라는 단어는 ‘사람 사이(人間)’라는 뜻이지요.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어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나는 자연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바다, 강, 숲에 나가서 자연 속에 푹 잠긴 채 놀다 보면 치유가 됩니다.
‘행복’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많이 집필하고 계신데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인가요.
행복이란 앞으로 만들어갈 것이 아니라, 깨달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복해지고 싶어, 행복해질 거야! 하고 안달하는 사람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불행한 상태 그대로이지요? 그렇게 되고 싶어 한다는 건, 아직 그렇지 않다는 뜻이니까요. 반대로 작은 것에서 행복을 깨닫는 사람은 그 순간부터 행복한 것입니다. 발 밑에 아무렇게나 핀 들꽃이 예쁘다고 생각하면 그 생각만으로 이미 행복하지요. 친구가 있어 행복하다, 밥을 먹을 수 있으니 행복하다, 휴대전화가 있어서 행복하다, 가게 점원이 방긋 웃어줘서 행복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내가 아직 살아 있어 행복하다, 눈으로 볼 수 있으니 행복하다, 책을 읽을 수 있으니 행복하다. 이렇듯 여러분 주위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행복이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그걸 하나라도 더 많이 발견해낼 수 있는 ‘행복을 깨닫는 천재’가 되길 바랍니다. 『무지개 곶의 찻집』이나 『당신에게』의 등장인물들 모두 자기 주위에 존재하는 행복을 깨달음으로써 멋진 인생을 걷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내가 정말 좋아하는 한국의 독자 여러분이 제 작품을 읽고 자꾸자꾸 행복해지기를! 여러분과 졸저의 기적 같은 만남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한국에 대한 인상이 궁금합니다. 한국 독자와 만나본 적이 있으신가요?
10년 정도 전에 몽골로 향하던 도중, 비행기가 급유를 위해 서울의 공항에 임시로 착륙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공항 내에서 머문 적이 있을 뿐, 한국을 제대로 여행한 적은 없습니다. 언젠가 꼭 제대로 된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한국에 계신 독자와 만난 적은 없지만,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 독자 분과는 만난 적이 있습니다. 내가 만난 한국인은 모두 무척 다정하고 지혜롭고 좋은 분들이었습니다.
앞으로의 집필 계획이 궁금합니다.
현재 10개 작품의 출판이 결정되어 있습니다. 마감이 다가오는 것부터 쓰고 있지요. 오랜만에 그림책도 한 권 낼 예정입니다.
당신에게모리사와 아키오 저/이수미 역 | 샘터 | 원서 : あなたへ
사별한 아내가 띄운 마지막 편지, 그 유서가 보관된 아내의 고향 우체국으로 향하는 남편의 여행.
《당신에게》는 사별한 아내가 띄운 마지막 편지, 즉 유서가 보관된 아내의 고향 우체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한 남자의 여행을 그린 소설로,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어 2012년에 개봉하였다. 영화 [철도원]의 주연으로 익숙한 일본의 국민 배우 다카쿠라 겐 주연, 다나카 유코, 쿠사나기 츠요시(초난강), 기타노 다케시 등 호화 캐스팅으로 주목받았고, 영화와 소설 모두 호평을 받았다.
eumji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