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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고독에 관한 이야기” <하울링> 원작자 노나미 아사

“송강호ㆍ이나영 연기 무척 좋았다” 『얼어붙은 송곳니』늑대개를 둘러싼 살인사건 속에 숨은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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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나오키상 수상작 『얼어붙은 송곳니』가 <하울링>으로 영화화되었다.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의 유하 감독이 연출을 맡고, 늑대 개를 쫓는 두 형사에 송강호, 이나영이 캐스팅되면서 화제가 되었다. 영화 <하울링>은 2월 16일에 개봉한다.


갑자기 몸에서 불길이 타올라 사람이 죽는 기이한 사건이 발생한다. 수사를 맡은 형사 다키자와(송강호 역)는 단순 자살이라고 여긴다. 그 시체에서 개에 물린 흔적을 발견하고, 늑대 개에 물려 사람이 살해되는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다키자와는 사건을 파헤쳐보기 시작한다. ‘개나 쫓으라’는 동료의 핀잔에도, 새내기 형사 다카코(이나영 역)는 늑대 개를 뒤쫓기 시작한다.

1996년 나오키상 수상작 『얼어붙은 송곳니』가 <하울링>으로 영화화되었다.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의 유하 감독이 연출을 맡고, 늑대 개를 쫓는 두 형사에 송강호, 이나영이 캐스팅되면서 화제가 되었다. 영화 <하울링>은 2월 16일에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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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송곳니』는 일본 여성 작가 노나미 아사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그녀 소설들의 주요한 캐릭터인 오토미치 다카코라는 여형사가 처음 등장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노나미 아사는 뛰어난 심리묘사로 손꼽히는 작가로, 『얼어붙은 송곳니』 역시 그 장기가 한껏 발휘된 작품이다.

늑대개를 둘러싼 살인사건의 긴장감 못지않게, 새내기 형사로서 남자 세계에 발을 들인 다카코의 심리 묘사는 이 소설의 또 다른 재미다. 남성 위주 사회에서 여성이 느끼는 고독, 비애감, 부조리가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낯선 세계에 발을 디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녀의 파트너이자 이 세계에서 닳고 닳은 형사 다키자와와 티격태격하는 과정에서 한 팀으로 거듭나는 과정도 흥미롭다. 풍부한 캐릭터 덕분에 늑대개를 쫓는 수사물은 감정의 진폭이 깊어진다. 결말 부분에서 다카코가 늑대개를 오토바이로 뒤쫓는 추격 장면은 일찍이 작품을 접한 독자들의 입소문으로 전해 오는 이 소설의 ‘백미’다. 문장만으로 독자들은 단숨에 늑대개와 오토바이가 맹렬히 질주하는 고속도로 위에 놓이게 된다.

『얼어붙은 송곳니』는 이미 일본에서 두 차례 드라마로 만들어진 바 있다. 영화화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하 감독은 이 소설에서 가족의 의미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영화화를 기념으로 원작자 노나미 아사가 한국을 찾았다.


시사회로 영화 <하울링>을 관람한 노나미 아사는 “원작의 고독감을 잘 살렸다”고 평했다. 비록 영화 상영 당시에는 자막이 제공되지 않았지만, 시나리오를 미리 읽어서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소설 속에서는 다카기 형사(이나영 역)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데 비해, 영화는 다키자와(송강호 역)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노나미 아사는 “감독이 남자라서 어쩔 수 없지 않았을까. 하지만 연기는 무척이나 좋았다.”고 말했다. 시사회가 끝나고, 노나미 아사와 짧은 인터뷰가 진행됐다.


늑대개의 슬픔과 고독, 절절히 느껴져


-한국에 대한 인상은 어떠셨는지요?

노나미 아사: 한국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서울의 인상은 오사카와 비슷합니다. 여자들이 화려하고 목소리가 크고요. 서울의 겨울은 몹시 춥다고 들었는데, 취재차 홋카이도 시레토코에 몇 달 가 있었던 것에 비하면 전혀 춥지 않아요. 다행입니다.

-이 책이 쓰인 당시, 늑대개라는 소재가 일반적이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늑대개를 사건의 소재로 삼으셨나요?

노나미 아사: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도 늑대개는 흔한 동물이 아니었습니다. 거품 경제시기에 일본에서는 돈은 많은데 쓸 데가 없는 부자들을 위해 주말이면 백화점에서 희귀한 애완동물을 전시 판매하는 행사가 열리곤 했었습니다. 그런 행사에서 늑대개를 본 제 친구가 ‘정말 멋있다!’고 감탄하는 말을 듣고 저도 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알래스카에서 수입되어 검역 중인 늑대개가 나리타 공항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개라면 보여줄 수 있다고 해서 나리타 공항까지 개를 보러 갔습니다. 늑대개는 원래 한 주인만을 따르는 동물인데 주인과 헤어져 이국땅에 온 탓에 인간 불신에 빠져 떨고 있었습니다. 그런 늑대개의 슬픔과 고독이 제게도 절절하게 느껴지더군요. 한동안 끌어안아 주었고 산책도 시켜주었지만, 제 개가 아니니 헤어질 수밖에 없었어요. 이름은 ‘로키’였어요. 그게 늑대개와의 첫 만남으로 제게 강한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얼어붙은 송곳니>는 이미 일본에서 두 번 드라마화된 바 있습니다. 한국에서 영화 제의가 들어왔을 때 어떤 점을 기대하시면서 영화화를 허락해주셨는지요?

노나미 아사: 한국 영화를 좋아해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전부터 관심 있게 봐왔습니다. 일본과는 다른 액션이나 카메라워크, 인간 드라마 등을 기대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늑대개가 원작의 주제에 맞춰 충실하게 만들어지길 바랐습니다.


질풍과 여형사 다카코의 교감과 쾌감, 느낄 수 있길


-제목이 <하울링>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유하 감독에 의하면 ‘하울링’이라는 단어 자체의 어감이 좋아 동명 미국영화가 있음에도 제목을 변경하였다고 합니다. <얼어붙은 송곳니>는 늑대 개를 의미하는 것일 텐데요. 타이틀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신다면요?

노나미 아사: 말씀처럼 늑대 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송곳니’이니까요. 또한 ‘얼어붙은 송곳니’는 고독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소설 속 이야기의 배경은 겨울입니다. 추운 겨울 날씨, 추위 자체가 인간의 고독감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여형사 다카코의 고독, 늑대개 질풍의 고독, 범인의 고독. 서로 등을 맞대고 있어도 그래도 고독한 존재임을 표현합니다.

-영화 <하울링>을 보셨습니다만, 전반적인 감상은 어떠셨는지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나 인물을 꼽는다면 무엇인지요?

노나미 아사: 남성 중심의 세계에서 살아가야 하는 여성의 고독이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도 후반으로 갈수록 그 여성이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지요. 그렇게 함께 콤비를 이뤄가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물론 질풍도 인상적이었고요. 주연 배우들의 연기도 무척 좋았습니다. 원작과는 달리 송강호 씨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점은, 감독이 남성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럼에도 원작에 표현된 여성의 고독감은 잘 묘사되어 있었습니다.

-작품 내 심리 묘사가 뛰어납니다. 특히 남자 세계에서 일하는 여성의 심리, 고독, 소외감 등이 인상적이었는데요, 혹시 경험에서 비롯된 일화인지요?

노나미 아사: 그렇습니다. 작가가 되기 전 회사원 생활을 할 때 여성으로서 차별을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보다 오히려 작가가 된 뒤로 그런 경험을 더 많이 했습니다. 그런 분위기는 지금도 여전하고, 아마 한국에서도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유하 감독은 이 작품에서 ‘가족’의 의미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작가님은 살인사건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가족의 존재를 어떻게 그리고 싶었는지요?

노나미 아사: 남녀 주인공 모두 가정이 붕괴되고 그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은 상태입니다. 가족이든 애인이든 결국엔 자기 뜻대로 안 되는 존재입니다. 그 중 가족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가장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생긴 관계입니다.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존재에게 상처받는 일, 가족이야말로 우리에게 상징적인 존재가 아닐까 싶어요.

-<얼어붙은 송곳니>를 읽은 많은 한국 독자들이 마지막 추격 장면을 이 작품의 백미로 꼽습니다.
-영화화된 추격 장면은 어떻게 보셨나요?


노나미 아사: 오토바이 추격 장면에서 주목했으면 하는 부분은 역시 함께 달리는 질풍입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서로 교감하는 모습이 중요하니까요. 질풍의 고독까지 볼 수 있으면 더 좋고요. 영화에서의 추격씬은 정말 멋졌습니다. 이나영 씨가 정말 즐거워하는 표정으로 연기하더군요. 질풍과 이나영 씨가 서로 교감하는 순간이기도 한데 그 점이 영화에서 잘 표현되어 정말 좋았습니다.


 

얼어붙은 송곳니 글 노나미 아사 | 번역 권영주 | 시공사

‘한밤중에 저절로 불타 버린 피해자’라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작되는 이 책의 서두는 독자의 호기심을 강렬하게 잡아끌고, 소설 전반에 흐르는 경찰 수사의 세밀한 묘사는 뛰어난 경찰소설로서의 육중한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얼어붙은 송곳니』는 단순히 잘 쓰인 작품에 머무르지 않는다. 계산된 문장을 통해 감정의 움직임을 능수능란하게 조절하고, 독자에게 흥분과 긴장감을 선사하는 저자는 ‘사건 - 수사’라는 날카로운 직선 구조에 그녀 특유의 장점을 가미해, 그 폭을 확장하고 작품을 더 높은 단계에 올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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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중요한 거 하나만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얼어붙은 송곳니

<노나미 아사> 저/<권영주> 역10,800원(10% + 5%)

제1회 일본추리서스펜스 대상으로 등단한 이후 활발한 작품 활동을 통해 어엿한 중견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노나미 아사의 대표작이자, 1996년 제115회 나오키 상 수상작이다. ‘한밤중에 저절로 불타 버린 피해자’라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작되는 이 책의 서두는 독자의 호기심을 강렬하게 잡아끌고, 소설 전반에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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