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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살기로 노래하니까 되더라고요”

자유롭게 천천히 가는 사람, 남다른 배우 박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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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S.H 아트홀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 SHE LOVES ME >는 196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50년 가까이 세계적으로 사랑받아 온 작품. 박인배 씨는 고전영화 같은 오래된 정서와 멋진 음악에 끌렸다.


“전공은 연기였는데, 갑자기 오페라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2년 정도 성악공부를 했어요. 그때 공명기관이 트였는지, 아무튼 평소에도 정제된 소리를 내는 습관이 몸에 밴 것 같아요.”

실제로 그는 유명 대학 성악과에 합격까지 했다. 다시 대학을 다닐 것인가, 어차피 들어갈 시간과 돈으로 유학을 갈 것인가 고민할 때 만난 작품이 어린이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그렇게 2006년 무대에 입성했다. 성우를 생각하며 연기를 전공했고, 오페라 가수가 되고 싶어 성악을 공부하다, 마침내 연기와 노래를 모두 할 수 있는 뮤지컬배우가 된 셈이다.

“춤은 많이 부족해요, 움직이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웃음). 성악 공부를 했던 2년 동안 발성이 갖춰졌는지, 덕분에 뮤지컬을 이렇게 계속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처음 했던 뮤지컬이 <찬스>였는데, 그때도 제 외모와 목소리 때문에 나이가 가장 많은 40~50대를 연기했어요. 연기를 하면 할수록 연령대는 어려지더라고요. 저는 또래보다 훨씬 다양한 연령대를 소화할 수 있는 거죠.”

2011년 그는 유독 주목받는 작품 안에서 더욱 빛났다. 오페라 <투란도트>를 뮤지컬로 각색한 <투란도>에서는 주인공 칼리프로, <셜록홈즈>에서는 앤더슨으로 열연하며 깔끔한 연기와 뛰어난 가창력을 드러냈다.

“배우로서 기쁘죠. 제가 참여했던 작품이 모두 상도 받고, 저도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요(웃음). 특히 <투란도>는 대중적인 뮤지컬은 아니지만 즐겁게 했어요. 조연으로 오디션을 봤다, 내본 적도 없는 음역대의 주연을 맡게 됐죠. 미친 고음과 말도 안 되는 저음을 소화해내야 했는데, 배에 복대까지 차고 성대에 좋다는 약은 다 먹으면서 했어요. 죽기살기로 하니까 되긴 되더라고요.”

대학로 S.H 아트홀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 SHE LOVES ME >는 196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50년 가까이 세계적으로 사랑받아 온 작품. 박인배 씨는 고전영화 같은 오래된 정서와 멋진 음악에 끌렸다.

“영화를 볼 때도 필름의 오래된 질감을 좋아하는데, 이 작품의 오래된 정서가 저와 맞더라고요. 이국적인 느낌도 좋았고요. 취향의 문제인데, 저는 창작보다는 번역극을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누구나 인정하는 음악의 힘, 이 작품은 음악이 굉장히 좋아요.”

그가 맡은 역할은 마라첵 향수숍의 매니저 조지 노박.

“처음에는 원칙적이고 올곧은 성격에 빈틈없는 남자, 그래서 연애를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프로그램북에는 소심하고 숫기가 없는 사람이라고 돼 있는데, 주인공이 끌어가야 할 에너지가 있어서 지금은 그렇게 소심하게 연기하지는 않아요.”

‘박인배’와 비교하면 어떨까?

“말이 없어서 내성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하고 싶은 말은 다 해요. 많은 사람들이 있을 때 분위기를 다운시키는 면이 있고,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면 한없이 오그라들고 간이 콩알만 해지긴 하죠. 그래서 연기하는 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어요(웃음).”

뮤지컬 < SHE LOVES ME >는 내년 1월 29일까지 공연된다. 그러고 나면 <셜록홈즈> 앙코르 공연이 바로 이어질 예정. 같은 작품을 계속 하다 보면 지칠 만도 한데, 그는 매일처럼 자신을 채워주는 무대가 좋다.

“배우가 무대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에너지를 끌고 가는 게 힘들지만, 그 정서를 유지하는 게 재밌어요. 매일매일 무대에서 성취감을 맛보고, 뭔가 저를 채워주는 느낌이 있거든요. 다른 일에서는 그런 느낌? 얻기 힘들 것 같아요. 게다가 더블 캐스팅이라서 피곤하지도 않고요. 연습할 때야 두 달 정도 계속 바쁘지만, 공연 들어가면 자유시간이 무척 많잖아요. 저처럼 게으르고 인생을 천천히 가는 사람에게는 정말 ‘딱’인 것 같아요(웃음).”


대한민국의 서른 살 남자는 대부분 앞만 보고 달린다. 배우들도 이 나이 즈음에는 작품이나 배역에 대한 욕심이 많은데, 그의 이 같은 여유는 어디에서 왔을까.

“처음에는 오디션에서 많이 떨어졌는데, 그때는 다른 길을 찾아야 하나 많이 조급했죠. 그런데 오디션은 앞으로도 많이 떨어져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계속 강해지는 것 같아요(웃음). 예술하는 친구들이 꽤 있는데, 모이면 항상 ‘우린 어른이 안 됐어. 어른이 아닌 게 행복해’라고 해요. 평생 그렇게 살고 싶어요. 어른이 되는 게 좋은 점도 있지만, 반면에 기존의 흐름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잖아요. 모험을 즐기지 않고, 안정된 가치를 추구하고. 저는 그것에서 벗어나고 싶고 끊임없이 자유로웠으면 좋겠어요.”

그는 앞으로도 연기자로서 관객들에게 인정받고 싶지만, 자유로운 삶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어떤 가치를 따르느냐의 문제인데, 양떼처럼 몰려가고 싶지는 않아요. 연기자라면 연기로서 인정받고 싶겠지만, 스타가 된다는 건 명예와 돈을 갖는 대신 자유를 반납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빨리 안정권에 들기 보다는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해보고 싶어요. 딜레마죠. 아직 생각이 많은데, 눈앞에 있는 즐거운 일들을 하되,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해야죠.”


박인배 씨에게서 풍기던 남다른 느낌은 바로 자유영혼을 지닌 유목민의 내음이었나 보다. 그러니 그에겐 무대가 더할 나위 없이 편한 곳이고, 배우가 천직인 것이다. 뮤지컬 는 내년 1월 29일까지 공연된다. 다양한 커플의 다채로운 사랑을 만날 수 있어, 연말에 더욱 어울리는 작품이다. 특히 조지로 열연하고 있을 박인배, 앞으로도 자유로운 배우 박인배의 무한 변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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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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