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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연극 <블루룸>으로 무대에 선 배우 김태우

인간이 가장 관심 있고 즐거워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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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을 보니까 굉장히 흥미롭더라고요. 구성 자체도 재밌는 데다 성이라는 게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본능이잖아요. 달리 말하면 인간이 가장 관심 있고 즐거워할 수 있는.”


“대본을 보니까 굉장히 흥미롭더라고요. 구성 자체도 재밌는 데다 성이라는 게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본능이잖아요. 달리 말하면 인간이 가장 관심 있고 즐거워할 수 있는.”


연극 <블루룸>에는 단 두 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남자 역에는 김태우 단독, 여자 역에는 송선미, 송지유 씨가 더블 캐스팅됐다. 그리고 그들이 각기 5명의 인물(택시기사, 남학생, 정치가, 극작가, 귀족남자 / 이렌느, 가정부, 유부녀, 모델, 여배우)을, 각 인물이 만나는 2개의 다른 사랑을 그려낸다.
“한 사람이 두 명씩을 만나는데, 우리도 상대가 누구냐, 또는 내 기분에 따라 대하는 게 다르잖아요. 심지어 성에 있어서도. 그런 모습을 이런 형식을 빌려 표현하는 게 너무 흥미로웠어요. 예를 들면 마지막 장면에 이 작품에서 가장 상위와 하위 계층에 있는 인물이 만나는데,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잖아요. 그런 것들을 잘만 만들면 정말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김태우 씨는 1996년 KBS 2기 슈퍼탤런트로 데뷔한 이후 주로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서 2008년 <갈매기>로 무대에 섰을 때도, 그리고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돌아온 지금도 많은 관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앙대 연극학과 전공이라서 4년 동안 연극만 했어요. 영화가 계속 맞물려 있었고 딱히 마음에 드는 작품이 없었을 뿐, 저는 무대에 서는 것이 불편하지 않아요. 오히려 설렘이나 소중함이 있죠. 보시는 분들은 어떨지 모르지만요.”

하지만 오랜만에 선 무대가 2인극에 1인5역이라 그는 분주하다.
“2인극은 처음이거든요, 대사량도 너무 많고. 게다가 무슨 깡으로 1인5역을 맡아서. 상대가 더블이니까 저는 연습도 두 번 해야 하는 거죠. 시간이 모자라니까 잠 잘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더라고요. 두 달간 연습했는데 하루에 거의 4시간 밖에 못 잤어요. 나중에는 눈이 터지더라고요. 공연 시작해서도 매일 공연이니까 술도 못 마시고, 도시락 싸오니까 식이요법도 되고, 몸에서 사리 나오겠어요(웃음).”

성인극이다. 생각보다 노출 수위가 높지는 않지만 스크린을 걷어낸 무대는 그 느낌이 더욱 강렬하다. 배우에게도 부담은 클 터. 따로 관리를 했을 법하다.
“사람들이 ‘김태우는 베드씬이나 키스씬 없는 작품은 안 한다’고 하죠(웃음). 이번에도 속옷 말고는 다 벗잖아요. 그런데 운동은 굉장히 오래 전부터 꾸준히 했어요. 배우는 체격이 아니라 체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오히려 지난번 영화가 몸을 만들어야 했던 작품이라서 이번에는 근육을 줄이고 있어요.”


유독 ‘불편한’ 작품에 출연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본인은 동화처럼 첫사랑과 오랫동안 연애해서 결혼하지 않았던가. 글쎄, 표출되지 않은 자기 안의 다른 것에 끌리는 것일까?
“저도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웃음), 일단 제 취향과 작품은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영화 보는 게 취미라서 아무래도 많이 보다 보니까, 예술영화를 좀 더 좋아하는 면이 있어요. 그런 취향이 반영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제가 찍은 영화는 90%가 해외 영화제에 가서 60~70%는 상을 받았어요. 다시 얘기하면 흥행성이 없다는 거잖아요. ‘김태우가 나오면 작품도 좋고 연기도 괜찮은데, 재미없고 어렵다’는 거죠. 일부러 그런 이미지를 쌓으려고 한건 아닌데. 저는 대중배우잖아요, 대단한 예술가도 아니고. 그래서 2~3년 전부터 달라지려고 해요, 대중들과도 좀 친해지려고요.”

역시나 편하지 않은 연극 <블루룸>을 위해 그는 10년 만에 TV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덕분에 영화계에서 뭇매를 맡고 있다.
“제가 유명해서가 아니라 희소성 때문인 것 같아요. 영화사 대표님 몇 분이 전화를 하셨더라고요. 영화할 때는 그렇게 안 한다고 하더니, 연극만 홍보한다고. 저는 영화 계약서 쓸 때 방송 홍보는 안 한다고 쓰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은 야하니까 출연하면 효과가 있을 것 같더라고요(웃음).”

그렇게 치열하게 달려와 50회 예정된 공연의 1/5이 지났다. 그런데 평이 그다지 힘이 되는 말들은 아니다. 10쌍의 관계와 사랑이 단막으로 툭툭 던져지다 보니, 그들이 말하는 메시지가 하나로 잘 모아지지 않는다. 관객들은 이런 작품에 익숙하지 않다.
“고등학교 때 『고도를 기다리며』를 본 적이 있어요. 프로그램 북을 보니까 사무엘 베케트가 ‘고도가 무엇인지 따질 필요 없다, 보는 대로 느껴라’라고 말했더라고요. 우리는 어떤 작품을 보면 해석하려고 하잖아요, 그게 지식인 것처럼. 그냥 인물이 달라지는 모습이나 관계에 대해 재밌게 보시고 여러 생각을 하면 좋겠는데, ‘뭐지?, 돈 아깝다’라고 하시면 제일 죄송하죠.”

무대에서 주로 활동하지 않았던 연출과 배우들에게 탓을 돌려보기도 한다.
“대학로 연습실에서 다른 팀들이 저희를 ‘영화배우 팀’이라고 불렀어요(웃음). 물론 저희가 연극 무대에서 계속 호흡했던 사람들도 아니고, 아니 저라고 할게요. 스스로 대단한 작품 대단한 연출 대단한 연기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칭찬이나 비판에 마음을 쓰기 보다는 알고 있는 문제점을 보완해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초반에 작품 보신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점점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해요.”

꽤나 스트레스를 받을 법 한데 그는 공연장에 오는 것이 즐겁다. 8시 공연을 앞두고 그는 4시면 공연장에 도착해 그날의 무대를 준비한다.
“배우는 어릴 때부터 꿈이었는데, 저는 그 안에 있는 거잖아요. 게다가 연극은 배우예술이라고 하는데, 하루하루 가는 게 정말 아깝죠. 물론 사람이라서 50회 공연을 모두 만족스럽게 해낼 수는 없지만, 망친 날은 엄청 속상해요, 이러려고 눈 터진 거 아닌데(웃음). 하지만 그 확률을 높여가는 거니까요. 원래도 연기를 잘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무대에 오니까 ‘내가 이렇게 밖에 안 되나’ 하는 자극이 엄청나요. 저는 좋게 말하면 노력하는 배우, 달리 말하면 부족함이 많은 배우인데, 그게 저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영화도 그렇지만 할 수 있는 능력보다 기준점이 높아요. 그러니까 노력을 할 수밖에 없죠. 그런 게 쌓이면 달라질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도 ‘50회 공연 동안 하루에 한 가지씩만 고치자’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무대에서 자주 보고 싶다.
“무대에서 좀 더 훈련 좀 하라는 소리로 들리는데요(웃음). 자극도 많이 되고, 뒤도 돌아보게 되고 좋아요. 좋은 작품, 좋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또 참여하고 싶어요.”


인터뷰가 끝나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들었던 말이 생각나 ‘왜 9시면 휴대전화 전원을 끄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전화에 거는 기능만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폴더형 휴대전화를 꺼내 사람들이 스마트폰이 아닌 것에도 말이 많은데, 고장 나면 바꾸지 않겠느냐고, 그런데 고장이 안 난다고 투덜거렸다. 기자 역시 아직 스마트폰을 취하지 않은지라 그 마음에 십분 공감하며 함께 웃었다. 극에 더욱 몰입하고, ‘작품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는 그의 고지식함이 좋았다. 과묵할 것 같은 김태우 씨는 작품 얘기를 해서 그런지, 하나를 물으면 열을 얘기했다. 이렇게 열정이 있는데, 눈도 터졌고 몸에서 사리도 나오겠다는데, <블루룸> 좀 더 기대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12월 11일까지 세종M씨어터를 누비고 있을 배우 김태우의 힘을 믿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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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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