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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연 돋보이는 햄릿, 자신에 찬 배우 김수용을 만나다!

뮤지컬 햄릿의 배우, 김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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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뮤지컬은 처음부터 맨땅에 헤딩하기였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대학에 뮤지컬 관련 커리큘럼이 없었던 때라 그야말로 미친 듯이 동냥 배움에 나섰던 것이다.

“모든 작품이 그렇지만, 특히 애착이 있고 전작에 대한 짙은 아쉬움이 있는 작품을 다시 하게 되면 배우로서 흥분과 즐거움은 배가 되니까요.”

쉽지 않은 작품, 유쾌하지 않은 인물을 연기하는 만큼 신경이 곤두서있을 줄 알았는데, 김수용 씨는 힘이 넘치고 신이 나 있다. 2007년 초연은 물론 2008년 시즌2에도 참여한 데서 오는 자신감일까.

“힘들어 죽겠어요(죽음). 그런데 새로운 걸 찾아가는 작업이 굉장히 즐거워요. 사실 시즌3 때 불러주지 않아서 다시는 못하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기회가 왔으니 얼마나 좋겠어요. 그리고 이번 공연에는 앙상블까지 정말 잘하는 배우들로 구성돼서, 여타 작업을 하면서 의례히 겪는 지지부진함이 없거든요.”

같은 작품, 같은 배우지만 매일의 무대가 달라진다는 것이 공연의 가장 큰 매력. 김수용 씨 역시 새로운 연출가와 새롭게 빚어낼 ‘햄릿’에 대한 기대가 크다.

“사실 배우는 어떤 연출을 만나느냐에 따라 방향성이 결정돼요. 연기는 배우예술이지만, 이 작품을 표현하는 연출가의 의지가 있고, 배우는 그걸 따라가야 하니까요. 시즌1 때는 음악 자체가 펑키한 록이라서 색다른 시각으로 접근했어요. ‘모두가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벌어진 비극이다’ 결국 사랑으로 풀자고 해서, 쿨하고 클리어한 햄릿이 나올 수 있었죠. 시즌2 때는 복수와 파멸을 내세웠어요. 그래서 가사도 심오하게 바뀌고, 비극이 어깨를 짓누르는 시니컬한 햄릿이었어요. 이번에는 시즌1의 펑키한 느낌을 살리되 원작을 살리기로 했어요. 앞서 시도했던 많은 것들을 잘 절충해서 또 다른 햄릿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바라던 바인데, 머리는 굉장히 아파요(웃음).”

그런데 그 사이 그의 전작을 살펴보니 <코요테 어글리> <금발이 너무해> <환상의 커플> <남한산성> 등 스윗가이에서 유명을 달리하는 인물까지 종잡을 수가 없다. 지금의 <햄릿>과도 전혀 다른 분위기다.

“제가 처음 뮤지컬 할 때는 진지한 게 어울리지 않다고 했는데 <렌트> 이후에는 ‘김수용은 강하고 진지하다’며 밝은 작품은 안 어울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최근에 작품에서 계속 스윗가이만 했더니, 지금은 과연 <햄릿>을 할 수 있을까 의아해 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김수용 씨 정도 연기 경력이 쌓이면 작품도 가리고 배우로서 이미지를 만들어가지 않던가.

“무대에서 여전히 배우고 있으니까요. 저는 지금껏 맡아온 인물들의 성격이 모두 다르고, 작품 규모도 중소대극장 번갈아가며 했어요. 어떤 분이 제가 쉬지 않고, 가리지 않고 작품 하는 걸 보면서 ‘네가 소비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말을 하시더라고요. 무척 감사한 말씀이지만, 저에게는 모든 작품이 굉장히 유익했던 것 같아요. 비록 완벽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지언정, 이제는 뭐가 오더라도 어떻게든 찾아갈 수 있는 꼼수는 생겼거든요.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긴 거죠.”

하긴 그에게 뮤지컬은 처음부터 맨땅에 헤딩하기였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대학에 뮤지컬 관련 커리큘럼이 없었던 때라 그야말로 미친 듯이 동냥 배움에 나섰던 것이다. 주부들과 함께 탭댄스를 배우고, 재즈댄스는 학원 원장을 도우며 강사반 수업까지 섭렵했다. 그뿐인가. 생면부지의 뮤지컬 연출가를 찾아다니며 대본과 악보를 빌리고, 학교 선후배와 매일 막차 시간 전까지 연습했다.

“<풋루스(2002년)>로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서게 됐을 때 정말 행복했죠, 내가 드디어 뮤지컬을 하는구나! 사실 그 전에 주인공으로 뽑힌 작품이 있었는데 중간에 그만뒀어요. 춤, 노래, 연기 다 별로라고 대놓고 ‘그렇게 해서 무대에 설 수 있겠느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이 제작진을 다시 만날 때는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 결심했거든요. 그런데 뮤지컬의 주인공이 됐으니, 너무 좋아서 막 울었어요(웃음).”

그렇게 10년. 김수용 씨는 그동안 얼마나 달려와 어느 위치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10년 만에 ‘뮤지컬 배우’라는 타이틀만은 확실하게 얻었다고 말한다.

“저를 뮤지컬 배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 않았어요. 제가 신인상 후보에 3년 연속 올랐는데도 ‘방송의 힘이 크네요. 활동도 별로 하지 않았는데 드라마 좀 했다고 후보에 올려주네.’라는 댓글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욕을 먹더라도 같이 뮤지컬 하는 사람으로 봐주면 좋은데, 드라마 할 게 없어서 밥그릇 챙기러 온 사람으로 보니까 무척 속상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뮤지컬 배우라고 얘기해주시니까, 칭찬이든 비난이든 어쨌든 뮤지컬 배우로 봐주시니까 감사하죠(웃음).”

무대는 그가 다시 연기를 할 수 있게 문을 열어준, 그만큼 절실하고 애틋한 곳이다. 이제 배우 김수용의 목표는 ‘최후의 1인’이다.

“연기는 제게 살아가는 이유예요. 이상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모든 면에 있어서. 무대에 서기까지 안 해본 게 없고 무척 힘들었지만, 그렇게 깨지고 엎어지고 고생하다 보니까, 뭔가 조금씩 억지로가 아니라 자연스레 붙은 것 같아요. 제가 걸어가는 분야에서 최후의 1인으로 꼽힐 수 있는 사람들 중에 들어가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아직 멀었죠. 제가 할 수 있는 건 계속 키워나가고, 못하는 부분은 도전해야죠.”



김수용 씨의 팬카페에 들어가니 이런 글귀가 있었다. 절실함은 그 무엇보다 호소력이 있다. 그것이 연기에 묻어날 때야 오죽하겠는가. 기자는 그래서 김수용의 햄릿이 더욱 기대된다. 오랜 시간 부딪히고 깨져서 자연스레 붙은 배우의 힘. 김수용이 새롭게 재단한 <햄릿>은 오는 12월 17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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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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