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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준 “제 아내 추상미씨에게 예술적 영감을 많이 얻어요…”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라이프>의 이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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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내 요상한 괴물로 무대를 휘젓고 다녔던 그가 이 가을에는 순수한 앨빈으로 뻔뻔하고 능청스럽게 바뀌는 모습을 이 두 눈으로 확인해야겠다.




“한 해 한 해 다르구나... 느끼고 있죠. 힘들어요,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어요(웃음). 게다가 <톡식히어로>는 한 회 하면 기절할 정도로 힘든데, 이기찬 씨가 다쳐서 최근에 혼자 계속 무대에 오르고 있거든요. 간신히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고 봐야죠.”


올해 연극 <디너>와 뮤지컬 <톡식히어로>에서 이석준 씨를 본 기자는 너무나 다른 그의 모습을 보며 새삼 그가 배우라는 것을 깨달았다.

“작품이 표현할 게 있을 때, 그리고 제가 좀 더 발전시킬 수 있겠다 생각될 때 참여하는데, 그런 면에서 <톡식히어로>는 의외죠. 새로운 시도라고 할까요? 초연 때 오만석 씨가 했던 모습을 보면서 ‘저건 하면 안 되겠다, 만석이 만큼 하기 힘들고 내 스타일도 아니다’라고 생각했어요. (기자 : 정말 잘 어울리던데요!) 그래서 배우는 역시 무대 위에서 승부를 다퉈야하나 봐요(웃음). 여러 가지 면에서 힘들었던 작품인데, 하면서 많이 나아졌어요. 어쩌면 제 스스로 한계를 지어놨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기찬 씨가 다친 후에 계속 혼자 무대에 오르면서 몸은 힘들지만 확실하게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올해 이석준 씨가 참여한 작품의 색깔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스토리 오브 마이라이프> 역시 <톡식히어로>와는 전혀 다른 무대. 이럴 때면 그의 감성이나 신체상의 리듬도 돌변한다.

“전혀 다른 조직과 다른 정신세계를 끄집어내야 하니까요. 저는 작품을 겹쳐서는 하지 않는데, 이번에 연습이 겹쳤잖아요. <스토리 오브 마이라이프> 같은 경우는 지난해 했는데도 버거워요. 지난 무대에서 아쉬웠던 것들, 미세한 부분을 찾아내야 하는데, 아직 모든 조직과 정신세계가 이상한 괴물이라서 변환이 잘 안 돼요. 빨리 돌아와야죠(웃음).”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라이프>는 지난해 이석준 씨가 배종옥 씨와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무대에 올리고 있을 때 만난 작품. 대본을 읽는 순간 눈을 뗄 수 없었고, 무대에 올리고 난 뒤에는 마음을 뗄 수 없었다.

“배종옥 선배님과 극단적인 마초 역할을 하고 있을 때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어요. 외국에서는 실패한 작품이라고 들었는데, 처음 대본을 읽을 때 눈을 못 떼겠더라고요. 한 번에 대본을 다 읽고 울었어요. 이 작품에 있는 메타포나 소스를 다 표현할 수만 있다면, 내 인생에 꼽히는 작품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실제로 저에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됐고요.”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라이프>는 두 남자의 우정을 서정적으로 그린 작품. 무대에는 변하지 않는 앨빈과 세상의 시류에 편승해온 토마스 두 사람만 등장한다.

“실제 성향은 토마스에 가까워요. 하지만 저는 의외성을 좋아하기 때문에 앨빈이 더 맞다고 믿고 가는 거죠. 그래서 앨빈은 표현할 수 있는 게 너무 많고 끝이 없어요. 사실 2인극이 1인극보다 더 힘들어요. 1인극은 템포를 내가 조절할 수 있는데, 2인극은 두 사람이 한 사람처럼 보여야 하니까요. 그래서 상대배우와 호흡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죠. 내가 아무리 작품을 분석해서 많이 찾아내도, 상대가 따라와 주지 못하면 의미가 없잖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 두 사람과 연출이 함께 가야 하니까, 대규모 공연보다 오히려 작업이 방대해요.”


이번 무대에서 앨빈 역에는 이석준 외에 정동화, 이창용 씨가, 토마스 역에는 고영빈, 조강현, 카이 씨가 함께 캐스팅됐다.

“다행히 아주 영민한 배우들과 하고 있어요. 고영빈 씨는 연기적인 부분이 굉장히 뛰어나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살짝만 보여주면 바로 무슨 뜻인지 알아요. 카이는 뮤지컬이 처음인데 스펀지 같아요. 노래도 정말 잘하고, 라디오 진행을 많이 해서 그런지 화술이나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문제는 너무 어려서 저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는 점, 이건 친구가 아니야(웃음).”

이석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야기쇼>. 2007년 10월 100회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린 <뮤지컬 이야기쇼>가 2011년 6월 시즌2를 시작했다. 대부분의 시리즈물이 그렇듯 시즌2의 막을 올리기 까지는 더 큰 각오가 필요했다.

“무서웠죠. 100% 관객들 때문에 다시 돌아왔어요. 시즌1 때도 실패는 있었지만, 마니아층이 계셨거든요. 하지만 그때는 이야기쇼 자체를 좋아하기 보다는 배우 개개인을 좋아하는 관객들이 많았어요. 이건 돈을 생각하거나 쇼를 돋보이려고 하면 성공할 수가 없어요. 정말 이 무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야 하는데, 다행히 저희 이야기쇼는 스태프들이 뮤지컬과 배우를 굉장히 사랑하는 팬들로 구성돼 있어요. 일반적인 제작진보다 무대를 사랑하는 마음이 몇 단계 높은 거죠. 그래서 손해를 보고도 하는 거예요.”

<뮤지컬 이야기쇼> 시즌 2는 충무아트홀에서 격주 월요일 진행된다. 충무아트홀이 공연장과 시스템을 제공하고, 티켓 수입은 전액 기부하고 있다.

“다시 돌아올 때 관객들과 약속을 했어요. 사회료를 받지 않겠다고요. 인기 배우가 나와야 티켓이 팔리는 시스템이면 누구나 와서 즐기는 쇼를 만들 수가 없잖아요. 뮤지컬 배우는 상업과 비상업의 경계에 있어요. 저는 관객들이 모르는 사람도 소개하고 싶고, 배우뿐만 아니라 연출가나 음악감독 등 뮤지컬에 관한 날것을 얘기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제작비만 지원받고 관객 수입은 전액 기부하고 있어요.”

탤런트나 가수들이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의 얘기를 쏟아내듯, 그는 <뮤지컬 이야기쇼>를 통해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의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배우들이 이야기쇼를 좋아해요. 치유를 받는 면이 있거든요. 왜냐하면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다른 인물을 연기하고 박수를 받잖아요. 그런데 <뮤지컬 이야기쇼>에서는 자신의 모습을 진심으로 얘기하고, 그것을 사랑하는 관객들이 있다는 것을 코앞에서 느낄 수 있거든요.”

그렇다면 2011년 배우 이석준이 이야기쇼에 초대된다면 어떤 얘기들을 하고 싶을까?

“지금껏 제가 잘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었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정말 열심히 살았고 노력했기 때문에 지금이 있다는 생각을 살짝 하고 있었는데, 사실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단 하나도 없더라고요. 예를 들면 캐스팅되지 않으면 작품을 할 수가 없고, 열심히 했지만 관객들이 감동을 느끼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세상에 감사할 일이 너무 많더라고요. 또 올해는 최선을 다했고, 복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해요. 작품도 끊임없이 했고, 좋은 작품과 좋은 연출님을 만나서 많이 배웠고, 그래서 제 한계를 뛰어넘는 기회도 있었고요.”

인터뷰 뒤에는 바로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라이프>를 관객들과 미리 만나는 토크콘서트가 진행된다. 이석준 씨를 독점할 수 없기에 마지막으로 앨빈처럼 평생에 영감이나 자극을 주는 친구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역시나 예상했던 답이 돌아왔다.

“제 아내(추상미 씨)요. 이건 어쩔 수 없어요. 아내에게는 아버님에게 물려받은 해안과 예술적 깊이가 있어서, 제가 작품의 표면을 긁고 있을 때 저 깊은 곳에서 씨앗을 물어다 건네주고 가거든요. 처음에는 부럽다 못해 화가 나기도 했어요, 싸우기도 많이 싸웠죠. 하지만 감사하게도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 하나씩 주고받다 보니 저에게는 앨빈 이상의 친구가 됐죠. 지금 임신 중인데, 올해 여러 가지로 복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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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복스러움이 인터뷰 내내 전해져 기자 역시 즐거웠다. 많은 일을 하고 있고 그래서 심신이 고단하지만, 지금에 감사하고 재밌게 하고 있다는 밝은 에너지. 그것이 배우 이석준 씨의 가장 큰 무기이지 않던가.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브>는 10월 26일부터 대학로 아트원시어터 1관에서 공연된다. 여름내 요상한 괴물로 무대를 휘젓고 다녔던 그가 이 가을에는 순수한 앨빈으로 뻔뻔하고 능청스럽게 바뀌는 모습을 이 두 눈으로 확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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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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