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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두섭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관객은 즐거워해요”

뮤지컬 <늑대의 유혹>의 고지식한 배우, 성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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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죠. 저는 연습 때 충분히 캐릭터를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관객들 반응에 따라 보완해가는 편이거든요. 벌써 두 달 이상 공연된 작품이라 관객들도 많이 익숙해진 것 같아요.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죠. 저는 연습 때 충분히 캐릭터를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관객들 반응에 따라 보완해가는 편이거든요. 벌써 두 달 이상 공연된 작품이라 관객들도 많이 익숙해진 것 같아요. 저희보다 작품을 더 잘 아세요(웃음).”

뮤지컬 <늑대의 유혹>에는 K-POP 스타들과 아이돌의 인기 노래가 등장해 더욱 인기가 높다. 슈퍼주니어의 메인 보컬 김려욱, 제국의 아이들의 박형식, 파워풀한 가창력의 임정희가 그들이다.
“워낙 잘생긴 분들이 무대에 서니까 특히 여성 팬들이 좋아하시죠. 음악도 인기 아이돌 그룹의 노래로 꾸며지는데 저는 몇 곡 빼고는 잘 몰랐어요(웃음).”

성두섭 역시 고교시절에 춤과 노래로 이른바 ‘날렸던’ 스타였다. 유명 기획사들이 탐냈을 정도. 뮤지컬 <늑대의 유혹>을 통해 아이돌 스타들을 만난 그는 잠시 그 시절을 떠올려본다. 어쩌면 그들과 한솥밥을 먹었을 테니 말이다.
“어릴 때 꿈이 가수였어요. 춤도 췄고요. 그래서 중학교 때부터 팀을 만들어서 공연도 하고, 고등학교 때는 전국대회에서 상도 받았어요. 그때는 스타가 된 줄 알았어요(웃음). 팬클럽도 있고, 다른 학교 공연 다니면 난리가 났으니까요. 유명 기획사에서 제의도 여러 번 들어왔는데, 그때 무슨 생각이었는지 우리끼리 성공하자며 거절했어요. 가끔 후회했죠(웃음). 이번에 아이돌 스타들 만나니까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공연이 힘들었던 것일까?
“연습할 때 무척 힘들었어요. 관객들도 이 작품이 어떻게 뮤지컬로 만들어질까 의아해했는데, 아무래도 스토리가 강하지 않다 보니까 개연성도 부족하고 말이 안 되는 부분들이 보였거든요. 성격이 고지식해서 제가 납득을 못 하니까 몸이 움직여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든 캐릭터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무언가를 찾으려 노력했어요. 웃기는 건 좋지만 우스워지는 건 싫으니까요.”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그는 그렇게 연기에 푹 빠져, 가수가 아닌 배우로 무대에 섰다. 2005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앙상블로 데뷔해 <햄릿>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김종욱 찾기> <싱글즈> <내 마음의 풍금> <빨래>, 연극 <옥탑방 고양이> <극적인 하룻밤> 등 주로 창작 공연에 참여해 왔다. 작품을 뼈대부터 튼튼히 다져가는 버릇이 몸에 배인 것이다.
“소극장 작품을 많이 하면서 대본에 더 세밀하게 들어가는 습관이 생겼어요. 아무래도 연기에 대한 욕심이겠죠. 그래서 <늑대의 유혹>을 하면서 관객들이 너무나 좋아하시기에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어요. 그런데 요즘 뮤지컬의 트렌드인 것 같아요. 대놓고 말도 안 되게, 그게 관객들과 약속이 돼서 용서가 되는 작품이죠. 닭살스럽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연기는 여전히 민망한데, 또 그걸 즐기러 와주시는 관객들이 있으니까요(웃음).”

공연 중인 작품에 대해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다니, 외모만큼이나 고지식하고 선하다. 하지만 배우로서 그 올곧음이 통하는 곳이 또한 무대. 그래서 현재 그는 <늑대의 유혹>외에도 연극 <극적인 하룻밤>에 참여하고 있다. 또 11월 첫 선을 보일 <밀당의 탄생> 연습에도 한창이다.
“<극적인 하룻밤>의 정훈이는 이른바 나쁜 남자예요. 나쁜 듯한데, 속을 들여다보면 나쁘지 않은. <늑대의 유혹>과는 연기하는 톤이나 색깔이 많이 다르죠. 연기하기에는 정훈이가 더 편해요. 실제 성격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서(웃음), 제가 욕을 해도 그렇게 나쁘게 보이지는 않나 봐요.”

그러고 보니 올해 그는 줄곧 겹치기 출욁이다. 이제 겹치기는 배우의 능력. 데뷔 이후 줄곧 주목받는 작품에 참여하며 빠르게 자리 잡은 성두섭은 그만큼 무대에서 인정받는 배우다.
“젊은 패기와 열정으로 오디션을 많이 봤는데, 운 좋게 잘 봐주신 것 같아요. 두세 개 작품을 한 번에 하지는 않았는데, 일단 체력적으로 가장 부담되고 캐릭터를 잘 살릴 수 있을까도 우려되고요. 그런데 무대에서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면서는 그것 역시 고정관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성두섭은 혼자지만, 두 작품을 하면 표현하려는 인물은 두 명이니까요. 물론 워낙 다른 캐릭터를 맡으면 감정 상태는 굉장히 힘들지만, 배울 수 있는 것들도 많아요.”

내년에 서른이 되는 그는 여전히 배우로서 초심을 잃지 않고 싶다. 배우로서 잘 달려오고 있건만 한사코 아직 멀었다며 손사래를 친다.
“힘들 때는 가끔 학교에 가서 후배들을 봐요. 그 친구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자극도 많이 받고, 그 열정을 잃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죠. 아직도 배울 게 너무 많아요. 작품마다 얻을 것과 버릴 것을 빨리 찾아서 발전시키고 또 깨 나가야죠. 스타를 꿈꾸지는 않아요. 제가 있는 자리에서 하나라도 더 느끼고 싶고, 그렇게 배우로서 다져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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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선하고 순한 그가 무대에서는 어떻게 돌변할까 궁금했다. 하긴 그러니까 배우지만 말이다. 그는 차곡차곡 쌓인 것들이 바탕이 돼 30대에는 더 멋진 배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래서 나이가 좀 더 들면 팬텀이나 지킬을 자신 있게 해내고 싶다고. 스타를 꿈꾸지는 않지만, 모든 것을 다 해내는 잘 다져진 배우로 누구에게나 인정받고 싶다고. 뮤지컬 <늑대의 유혹>은 10월 30일까지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에서 공연된다. 믿음 가는 배우 성두섭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연기를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니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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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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