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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나의 음악을 이끈 원동력

‘불독맨션’ 이한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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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철은 말한다. “네가 비록 지금 야구를 그만두고 소믈리에를 하고 있지만 야구선수든 소믈리에든 자신의 인생에서 만족할 수 있는 일을 지금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너 자신에게는 슈퍼스타이지 않겠나.” 지금은 소믈리에가 된 무명의 야구선수를 위한 ‘슈퍼스타’는 그래서 현재 진행형의 노래다.

미운 오리새끼의 비상으로 슈퍼스타 K2는 감동적인 마무리를 맺었다. 허각의 우승은 보통사람들의 성공에 대한 꿈과 열망, 그 희망의 불씨를 당겼다. 한편으론 그의 인생 역전 스토리에 쏠리는 대중의 관심이 우려스럽다. 동일한 지위획득에 대한 선망이 자칫 대량의 탈락자를 양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제2의 서인국을 바라던 백만 명의 사람들은 무대 아래서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어떤 마음이었을까? 불안을 품고 책장을 바라보니 이한철의 음반이 눈에 띈다. “괜찮아 잘 될 거야”

이한철은 말한다. “네가 비록 지금 야구를 그만두고 소믈리에를 하고 있지만 야구선수든 소믈리에든 자신의 인생에서 만족할 수 있는 일을 지금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너 자신에게는 슈퍼스타이지 않겠나.” 지금은 소믈리에가 된 무명의 야구선수를 위한 ‘슈퍼스타’는 그래서 현재 진행형의 노래다.

그의 격려는 진솔하다. 어느새 데뷔 15년을 맞이한 그의 행보가 방증한다. 따지고 보면 이한철의 등장은 화려했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동상, MBC 대학가요제 대상을 수상했고 이듬해 데뷔앨범을 냈다. 하지만 기대만큼 대중의 호응을 받지는 못했다.

주류 입성의 영광을 뒤로하고 홍대 신이라 일컫는 인디로 방향을 선회한다. 지퍼, 불독맨션을 거치며 음악적 기틀을 다진 이한철은 작곡가, 레이블 대표로 직함을 늘려가고 2007년 제4회 한국 대중음악상 ‘올해의 노래’로 「슈퍼스타」가 선정되며 전성기를 맞이한다.

최근작인 <순간의 기록>이 발매된 지 1년 반을 넘긴 10월 25일,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인터뷰 장소에 이한철이 들어섰다. IZM과는 불독맨션 이후 8년 만이었다.


요즘 근황은 어땠나. 일본의 Sunset live 2010에 출연했고,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도 최근에 참가했는데.
“좋았어요. 민트는 늘 좋았죠 뭐. 이번에는 8인조 밴드로 무대에 올랐어요. 기본 구성인 드럼, 베이스, 기타 멤버들과 브라스 세션 멤버들과 함께요.”

근래 들어 브라스 세션이 두드러지는 밴드 구성을 이어오고 있는 이유가 있다면?
“그런 구성이 가장 제가 만들어내는 멜로디와 어울리는 것 같아요. 원래 펑크(Funk) 사운드가 브라스를 많이 쓰기도 하고요.”

대규모 밴드를 유지하기 힘들지는 않나.
“다행히도 밴드 멤버들이 이해를 잘 해줘요. 정해진 금액 안에서 멤버들이 최대한 뜻에 따라 서 맞춰주고요. 비록 지금은 활동이나 밴드 명도 제 중심으로 가고 있지만 불독맨션 때처럼 움직이고 활동하는 것이 괜찮은 것 같아요.”

<순간의 기록> 이후 다음 솔로 앨범을 구상중인가
“네 지금 작업 중에 있습니다. 현재 시장의 상황을 볼 때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대여섯 곡이 있는 작은 앨범도 무리가 없긴 해요. 요즘에는 앨범의 트랙 수가 활동하는데 영향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지금까지 써놓은 곡은 많아서 여섯 곡 정도만 골라야지 해도 막상 추려보면 곡수가 늘어나더라고요. 자기 음악을 아티스트적인 관점에서 생각하고 앨범을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면 최소한 10개 정도는 수록해야 할 것 같고요. 둘 중에 어떤 방식으로 발표하게 될지는 모를 것 같아요. 자기 음악을 아티스트로 생각하고 작품으로 생각하고 만들어낸다면. 두 가지 방식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혹시 슈퍼스타 K 2는 봤나.
“네 봤어요. 많이는 못 봤고요. 밤에 재방송으로 결승 무대에서 수상자 발표하는 장면은 봤죠.”

무슨 생각을 하게 되었나.
“저도 가요제 출신이다보니 감회가 남다르더라고요. 지금은 그때와는 좀 다르게 스토리라는 부분이 첨가가 되었죠. 어떻게 보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프로그램 이름대로 스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처음부터 보여준 거잖아요. 우리는 완전 콘테스트와 같은 분위기였던 것이고. 어떤 것이 좋다 나쁘다 판단하기 힘든 것 같아요. 요즘에는 이렇게(스토리의 개입)해야 대중이 호감을 느끼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중이 가지고 있던 리얼한 음악에 대한 소구가 있지 않았나 싶다. 아이돌과 걸 그룹이 가요계를 장악하고 있는 판세에서 오랜만에 가창력이 부각된 아티스트를 조명하는 기회이지 않았나.
“네. 출연하는 친구들이 노래를 참 잘하더라고요. 실력이 키워드였던 것 같아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지만 슈퍼스타 k를 위한 학원 클래스가 생겼을 정도라고 하니까요. (웃음)”


얼마 전에 하림과 아프리카를 갔다던데.
“네. 올 2010년 1월에 갔다 왔어요.”

무슨 일로 아프리카를 갔다 온 것인가.
“제가 요즘에도 만나러 갈 친구들인데, 여행학교라고 있어요. 단어 그대로 여행 플러스 학교에요. 일반 여행처럼 맛있는 것도 먹고 오래된 유적도 견학하고 음악과 관련 있는 활동도 하지만 거기에다 학교라는 개념이 더해진 것이죠. 여행지로 가기 전에 아프리카의 정치, 사회, 역사적인 전반적인 지식을 미리 같이 공부하고, 도착을 한 뒤에도 공정여행의 개념으로 진행하고요. 구성원들에게 뭔가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나 지식이 있으면 중간에 클래스를 여는 것이죠.”

여행을 다니며 느꼈던 감흥이 음악에도 반영되는 것인가.
“여행을 다니면서 감상기를 싸이월드에다 연재하고 있어요. 현재 11편까지 올라갔죠. A4 한 장 분량의 글에다 사진이 같이 올라가고요, 여행을 다니면서 느꼈던 감정을 풀어낸 곡이 같이 올라가니까 11곡이 공개된 셈이죠. 곡의 형식은 완곡인 경우도 있고 소품곡인 형식도 있는데 정리를 해서 1분정도 공개를 합니다.”

유부남이라 가정도 꾸려야 하는 데 그렇게 여행을 밝혀서 집안 생활이 되나.(웃음)
“(웃음) 저희 집사람은 그런 면에서 관대한 편이에요. 잘 이해해주고요. 내년 1월에 같은 코스로 아프리카에 다시 갈 예정이거든요. 그 때는 한번 같이 갈까 생각 중이에요. 그 말 하나는 하더라고요. 아기가 태어나면 그런 것 없다.(웃음)”

부인이 감당하기에는 힘들 수도 있는데.
“네.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죠. 사람에 따라서 환경적으로도 힘든 상황이니까요. 이동만 3일씩 해야 하니까요.”

이한철에게 여행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냥 호기심의 연장선상 같아요. 음악의 경우도 그래요. 저런 음악 장르를 하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많이 하거든요. 예전에 하이 스쿨 센세이션이라고 아는 후배와 같이 그 당시에 유행하던 개러지 음악을 했을 때가 있거든요. 새로운 음악 장르가 제 귀에 들어왔을 때 만약에 제가 하면 어떨까 고민해보고 직접 하기도 해요. 물론 제 스타일로 변형된 형태지만요. 여행도 이런 곳 저런 곳을 접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고요. 단순하게는 저기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살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정말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것과 비슷할까 확인해 보고 싶고,(웃음)”

그렇다면 이한철의 음악을 쉽게 정의한다면 호기심의 궤적이라 압축할 수 있겠다.
“진짜 그 표현이 좋은 것 같은데요. 호기심의 궤적이다. 어디 다른데 가서 써먹어야겠는데(웃음). 오~ 호기심의 궤적 좋네요.”

일련의 음악적 ?기심을 발동시켰던 장르를 열거해본다면.
“처음에는 영국발 모던 록이었죠. 모던 록을 데뷔 때부터 좋아했고, 많이 들었고 직접 연주도 했죠. 이후에 지퍼 할 때는 저 이외의 나머지 멤버들이 힙합을 많이 좋아했어요. 마침 새로운 장르를 해볼까 생각하다가 쟤네들은 힙합을 좋아하고 나는 록을 좋아하니 둘 다 좋아할 수 있는 힙합 스타일이 결합된 록도 해봤었고. 불독맨션 와서는 펑키(funky)한 음악을 하다가도 두 번째 앨범에서는 라틴 분위기를 내보기도 하고.”

<순간의 기록>은 느낌이 이전과는 상이했다. 음악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지향점이 있었다면.
“한창 외국을 많이 다녔을 때니까 여행을 테마로 해서 가사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죠. 곡은 정말 많이 썼었거든요. 그렇게 만들어진 많은 곡 중에서 선별하는 작업을 하다 보니 비슷한 스타일의 군이 몇 개씩 나눠지더라고요. 「동경의 밤」처럼 세련된 그루브를 가진 곡의 묶음이 있는 한편, 「Carnaval」처럼 라틴 리듬이 강한 집합도 있었고. 스카 쪽의 곡들도 많았고요. 그런 장르 군으로 묶을 수 있는 곡들이 각각 대여섯 개가 되는데 그 묶음의 곡들을 다 쓰려면 나머지 부분의 곡들을 다 버려야 하니까 안 되고. 여러 장르에 속해 있는 곡들을 하나씩 샘플로 수록하게 되니 여러 장르가 모인 앨범이 되더라고요. 고민이 되었죠. 장르적으로 너무 다양한 곡들이 섞이다보니.”

앨범의 통일성보다는, 그때그때 느꼈던 감정을 음악으로 모인 앨범이었다.
“네. 돌아보니 좋은 노래들은 항상 여행가서 만든 곡이 많더라고요”

이한철의 노래들은 흔히 뽕끼라고 할 만한 요소가 거의 없다. 일부러 의도한 것인가. 국민적으로 히트할 수 있는 요소일텐데.
“만들어지긴 해요. 한 세 시간 정도 장거리 운전을 하게 되면 라디오를 듣게 되면서 그런 스타일의 곡들을 듣게 되더라고요. 그러면 저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서 차에서 내리는 순간 저절로 멜로디가 귀에서 맴돌아요. 하지만 그런 순간은 어떻게든 외부에서 주입된 인풋에 대한 아웃풋인 결과물이지. 제가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니잖아요. 앨범을 발표하는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기 위한 수단일 수 있지만, 일단은 제가 먼저 만족해야죠. 제가 좋은 것이 좋은 거죠.”

솔로와 협업을 오가면서 음악 활동을 했지만 그 중에서 베스트로 뽑을 수 있는 결과물을 말한다면. 앨범과 개별 트랙으로.
“불독맨션 1집이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사운드도 매우 좋았고요. 저도 앨범을 내고 나서 이렇게 계속 퀄리티를 유지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웃음) 좋은 곡이 나오는 것도 다 시기가 있나 봐요. 음악적으로 어려운 코드를 써내고 그런 것을 떠나서 뭔가 전체적으로 잘 맞아 떨어지는 시기 말이에요. 올라갔다 내려오는 파도타기처럼.”

그럼 최고의 트랙도 불독맨션 1집 <Funk>의 수록곡인가.
“음. 지금은 「시내버스 로맨스」가 좋은 것 가아요. 앞으로도 좀 이런 스타일을 하고 싶어서 그런 것 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언급한 「시내버스 로맨스」도 그렇고 「안아주세요」와 이한철의 결정적인 곡인 「슈퍼스타」도 긍정적으로 인생을 바라보는 온기가 느껴진다.
“그런 것 같아요. 슈퍼스타 K도 백만 명이나 되는 일반인들이 지원을 했고, 그것보다 더 많은 수의 국민들이 프로그램을 지켜봤잖아요. 아시다시피 「슈퍼스타」는 무명의 야구선수에게 바치는 노래였죠. 지금은 그 친구가 야구를 접고 소믈리에를 하고 있지만, 저는 그래요. 네가 비록 지금 야구를 그만두고 소믈리에를 하고 있지만 야구선수든 소믈리에든 자신의 인생에서 만족할 수 있는 일을 지금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너 자신에게는 슈퍼스타이지 않겠냐고요. ”

다른 뮤지션보다 월등하게 표현되는 낙천적인 기운의 기원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타고난 성향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저 역시도 앨범을 작업할 때나 중요한 공연을 앞두고 있을 때에 여타 뮤?션처럼 상당히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지는 것은 마찬가지에요. 하지만 거슬리는 일들이 있었어도 어느 작업에서나 마지막은 긍정적으로 마무리 지으려는 성향이 있어요.
요즘에는 이런 생각도 들어요. 분명 제 안에서도 우울한 면이 있죠. 그런데 앨범을 발표하고 공연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저 자신이 음악을 하면서도 즐거운 쪽으로 지향하도록 몸이 튜닝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라는 사실이에요. 즐거운 느낌의 곡으로 100이 있으면 그 중에 30은 습관적인 튜닝의 결과물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요. (이)소라 누나 7집 앨범을 이번에 작업하면서 누나가 저에게 슬프고 어두운 곡을 한번 써보라고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오전에 그런 슬픈 곡을 써보기 시작했는데 그 감정에 들어가 보니까 어느 순간 무거운 느낌이 나오더라고요. 그게 「Track 8」인데, 소라 누나가 내가 평소에 보여줬던 음악적인 밝음 속의 그 이면을 건드렸구나라고 깨달았죠.”


이한철이 생각하는 좋은 음악은 어떤 것일까.
“보편적으로 좋은 음악이라는 것은 잘 모르겠고, 사람마다 좋게 들리는 음악이 따로 있는 것 같아요.”

걸 그룹과 아이돌이 독식하는 구조에는 분명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렇죠. 사실은 다양한 음악을 맛볼 수 있는데도 매일 그냥 고깃국만 계속 먹는 거죠. 식당의 메뉴판에는 된장찌개도 있고 김치찌개가 걸려있는데도 말이죠. 그게 안타까울 뿐이죠.”

다양한 음악에 대한 요구는 이한철에게 프로듀서의 역할을 부여했다. 올 봄 발매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소히의 2집은 그가 프로듀서를 맡았다. 음반제작에 관한 질문을 받자 아티스트의 자기표현과 대중의 취향이라는 두 고리를 연결하는 다리를 놓는데 고심한 듯 잠시 숨을 고르다 이내 소탈한 어투를 이어갔다.

레이블 튜브 앰프를 설립하여 소히 앨범을 발매한 것은 가히 업적이다.
“네. 진짜 오래 매달렸어요. 흔히들 그런 표현 쓰잖아요.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서울대를 갔겠다라고(웃음) 제 것을 그렇게 했으면 정말 좋은 앨범이 나왔을 것인데 말이죠. 자기 음악을 할 때 어느 정도 용납했던 부분이 제 3자의 입장인 프로듀서라는 직함을 갖게 되면서 보통 때보다 더 꼼꼼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소히의 <Mingle> 앨범에서 이한철이 직접 두 곡을 썼다. 소히 음악의 신선도는 인정하지만 대중적인 접점이 미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여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하지만 앨범의 전체적인 그림을 봤을 때 통일성을 해치는 결과를 야기했다.
“네 맞아요. 결과적으로 그 고민이 있었어요. 프로듀서가 존재하는 이유이겠지만 아티스트는 방향성 자체가 앨범 자체에 집중해야 되고, 프로듀서는 어쨌든 바깥에서 접점을 찾아줘야 하잖아요. 소히 씨와 저의 음악에서 비슷한 느낌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실제로 둘이서 같이 쓴 곡이 5~6곡이 되어요. 그 중에서 한 곡이 「Re-love」이고요.

「산책」은 이런 생각이 있었죠. 만약에 앨범을 다 만들어서 방송국에 전달을 하거나 홍보를 했을 때 여의치 않게 풀어지면 어떡하나 라고요. 그런 생각에서 「산책」을 수록했어요. 하지만 저는 만족하는 게 소히가 정말 가사를 잘 썼어요. 곡은 어떻게 보면 평범한 멜로디인데 가사를 정말 잘 써왔더라고요. 대중성뿐만 아니라 가사적인 부분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대목도 있었고요. 결국에 <Mingle>의 타이틀곡은 「그럼 그렇지」였어요. 소히는 싱어송라이터이기 때문에 어쨌든 자기 곡으로 타이틀곡을 해주는 것이, 먼 훗날 돌이켜 봐도 옳았다는 결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고요.”


소히를 만나보니 음악적으로 자기 영혼이랑 잘 맞던가.
“네. 소히는 워낙 브라질 음악의 마니아에요. 그렇게 깊게 듣는 사람은 주위에서 본적도 없고.”

소히의 1집 <앵두>를 ?고 나서 음반을 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이한철에게 뺏긴 것이다.(웃음)
“다음 앨범에서 한번 같이 작업하시죠.(웃음)”

성과는 어땠나.
“나쁘지 않았어요. 다운로드도 그렇고 음반도 그렇고. 의외로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 같더라고요.”

튜브앰프에서 소히가 첫 타자였지만. 앞으로 같이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와의 계획이 있다면.
“사실은 주변에 친한 뮤지션 앨범을 튜브앰프를 통해서 낸 적은 많았어요. 프랙탈(Fractal)이나, 디제이 타마(DJ Tama)가 그랬죠. 어떻게 보면 주위에 있는 친구들이 작업한 앨범이니까 대신 내주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 소히 앨범은 레이블 개념으로써 체계적으로 발표하고 싶은 바람이 있었죠. 물론 요즘 괜찮은 아티스트 있으면 앨범 내보고는 싶은데 쉽게 눈에 띄지는 않네요.”

밴드 프로듀서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데.
“엄청 하고 싶죠. 칵스(The Koxx)도 괜찮아요. 칵스는 제가 프로듀서할 음악적인 색깔은 아니고 주종목도 아니지만요. 안녕바다 같은 팀들도 굉장히 좋은 음악을 하고 있고요.”

결정적인 곡에는 확실한 멜로디를 지닌 후크가 있어야 하는데. 본인의 후크는 무엇인 것 같나.
“뭐 나름의 후크가 없지는 않은 것 같아요. 나나나?(웃음) 제가 소규모 클럽에서 관객들 바라보고 하는 공연이 아니라, 페스티벌 같은 큰 행사를 해오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 무대에서 ‘나나나’하는 멜로디는 곡을 모르고 처음 들어도 쉽게 따라할 수 있잖아요. (웃음)”

페스티벌도 여행과 맥을 같이하며 음악적인 역마살과 관련되어 있는 것 같다. 즐거운 자리라면 어디든 기꺼이 가는 것 같은데.
“페스티벌 자체가 진짜 저희와 맞는 것 같아요. 특히 올해는 페스티벌이 엄청 많아졌잖아요. 저 자신이 페스티벌 마니아에요. 이번에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도 토요일 낮에 공연한 뒤에도 계속 가서 놀고 그랬는데 그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어제는 돗자리도 가져가서 앉아 있으면서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음악도 듣고요. 저는 더더욱 운이 좋아서 무대 위에 올라가서 노래도 불렀고요.”

근래 공연들을 자평한다면.
“올해 들어오면서 8인조 밴드와 뷰티플 민트 라이프 페스티벌, 그린 플러그드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었어요. 불독맨션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런 무대를 통해서 진짜 밴드 사운드로 올라서는 기분을 느꼈어요. 자연스럽게 공연의 결과도 좋았던 것 같고. 정말 페스티벌은 좋아요. 확실히 요즘 들어서 밴드하는 친구들에게는 페스티벌의 시대가 다가온 것이 정말 좋은 현상인 거죠.”

그리 적은 나이가 아닌 상황이 되었는데 스스로 뮤지션으로서 본인의 미래는 어떻게 보나.
“음악을 계속 했으면 정말 좋겠어요. 또래에 비해서 상황이 나쁜 것 같지도 않고요. 희한한 것 같아요. 제가 30대 초반이었을 때 40대 선배들을 보면 자기 음악을 하면서 앨범과 공연을 꾸준히 하는 예가 별로 없더라고요. 그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그럼 난 이제 몇 년 남은 거지?” 걱정도 했거든요. 이제 제가 그런 위치로 접어들었고, 주변을 돌아봐도 활동하는 분들이 꽤나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세상이 많이 바뀐 것 같고요.”

1994년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이후 행보가 지금까지 롱런을 유지하도록 견인한 열쇠였다. 스포트라이트를 바라보고 주류로 진입했더라면 현재의 상황이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조금은 과감한 행보였다.
“그때는 과감하게 칼을 빼들고 이렇게 해야겠다라고 추진할 그런 상황이 아니었어요. 칼을 빼들었더라면 과도였겠죠. 당시에는 선택의 폭이 좁았고요. 그래서 김민규(델리 스파이스) 형을 만난 것이 정말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그 형이 활동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이렇게도 음악을 할 수 있구나 느낀 것이 컸죠.”

신보는 언제쯤 나올 것 같나.
“내년 봄에 내고 싶어요. 고민 중에 있고요.”

좋은 시간이었다.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문자를 받고 나서 저도 의아했어요. <순간의 기록> 앨범 낸지도 꽤 됐는데. 하지만 이런 인터뷰도 더 좋은 것 같아요. 새 앨범 내고 바로 인터뷰하면 신작 이야기만 계속 해야 되잖아요. 하지만 이렇게 여유를 가진 시기에 인터뷰를 하게 되면 음악 자체로만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요.”


인터뷰 : 임진모, 임도빈, 홍혁의
사진 : 김현이
정리 : 임도빈


글 / 임도빈(do33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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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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