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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7년 만에 완성도 높은 앨범으로 홀로서기를 시도하다

이영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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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앨범 <Take it>을 발표한 이영현, 그를 만나 직접 이번 앨범을 제작하기 시작한 단계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개인 첫 앨범으로 가요무대에 다시 선 ‘빅마마’ 이영현은 그 시절 그때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았다. 2003년 데뷔 이후 약 7년 만의 홀로서기이지만 자신의 스타일을 더욱 강조했을 뿐 그동안 축적한 음악적 기반 위에서 정체성을 유지했다. 직접 프로듀서를 맡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앨범은 전반적으로 클라이맥스가 강하게 드러나고 기결(起結)의 흐름이 있는 발라드를 따르고 있다. 한 곡 한 곡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힘을 실어 부른 곡들로 채워져 있다 보니 다소 힘겹게 다가오는 부분도 있지만 전 곡을 따로 들어도 부족함이 없을 완성도를 과시하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11월 앨범 <Take it>을 발표한 이영현, 그를 만나 직접 이번 앨범을 제작하기 시작한 단계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이하 브아걸)의 제아와 함께 영화 <하모니>의 OST를 불렀다. 두 가수의 이미지로 보았을 때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어떻게 된 건가.

브아걸의 제아와 나는 대학 동기다. OST 작업과 관련한 제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던 이야기다. 곡을 들어보니 상당히 좋았고 무엇보다도 친구인 제아의 추천이 있었기에 믿음이 갔다.

대놓고 말하기 미안하지만 한편으로는 ‘하모니’가 얼마 전 발표한 <Take it>, 본인의 앨범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본인 생각은 어떤가?

솔직히 이미 비슷한 말을 들은 경험이 있고,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다. 「미안해, 사랑해서」가 담긴 앨범이 첫 솔로 앨범이니만큼 개인적으로나 외적으로도 지니는 의미가 분명 있지만 작업을 하며 아쉬운 점도 많았다.


빅마마를 발굴했던 박경진 대표와 오랜만의 앨범 작업이다. 박 대표가 3년의 긴 공백을 깨고 새로이 작업을 하는 데 이영현이 첫 타자가 된 이유는 뭐라고 보나.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의 음악적 성향이 다른 빅마마 세 명의 멤버들보다 대중이 원하는 음악 분위기와 가장 닮아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빅마마 멤버들이 한 곡을 부를 때는 하모니를 이루지만 개인적으로는 음악 취향이 각각 다르다. 누군가는 제3세계 음악을 좋아하고, 다른 멤버는 재즈풍의 음악을 좋아하는 등 각자 선호하는 음악 장르가 있다.

이영현 하면, 빅마마의 시그니처 송인 「체념」을 작곡하고 부른 인물이라는 점이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이번 첫 솔로 앨범에서는 본인이 작곡한 곡을 적게 실었던데…….

앨범을 준비하기 전 첫 솔로 앨범만큼은 전 곡을 나의 작품으로 채우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렇지만 현실화될 수 없었던 이유는 나의 작곡 스타일 때문이다. 「체념」을 쓸 때도 그랬지만 개인적으로 곡을 쓸 때는 작곡자의 마인드를 가지고 작업하기보다는 나의 만족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다작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 점은 빅마마를 할 때도 비슷했다. 우리 네 명의 멤버들 각자의 성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팀을 위한 곡을 쓰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오히려 거미 등 외부의 다른 가수들에게 더 많은 곡을 주게 됐던 것 같다.

타이틀 「미안해, 사랑해서」가 대중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지만 첫 트랙에 실린 「Ready for love」도 반응이 좋았다.

원래는 다른 가수에게 주려고 썼던 곡이다.

앞서 언급한 두 곡을 비롯해 이번 앨범의 콘텐츠 핵은 클라이맥스 강조라는 느낌이 든다. 기존에 많은 사랑을 받아온 파워 보컬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클라이맥스를 살린 것 아닌가.

그런 말을 들었다. 앨범의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앨범에 실린 전 곡을 타이틀곡으로 만들고자 했던 점이다. 앨범 구성을 위해 타이틀을 세워두고 이를 받쳐줄 곡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랬기 때문에 앨범을 준비하며 쉴 틈이 없었다.

그렇더라도 앨범은 구성의 미학이 있어야 하지 않나. 녹음을 하며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힘들었던 점은 크게 없다. 단, 미숙한 앨범 구성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체적으로 기승전결이 살아 있는 곡들로만 채우다 보니 앨범 전체를 듣다 보면 부담으로 다가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목소리 톤 자체가 이런 노래 분위기에 길들어 있다 보니 내가 노라 존스(Norah Jones) 등의 가수와 같이 노래를 부른다면 듣는 사람도 어색했을 것이고, 부르는 나조차도 그랬을 것이다.

솔로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빅마마에서의 활동과 차별을 두려고 했을 텐데. 어떤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하자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출발점이다. 빅마마 때는 멤버들과 목소리가 잘 섞여야 했던 작업이었기 때문에 나만의 장점을 부각시키기는 어려웠다.

그렇다면 이번 앨범이 본인의 목표대로 나온 것인가?

일부 만족은 하지만 100% 만족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미안해, 사랑해서」를 부른 본인이 가수로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다고 보나.

말씀드린 것 같이 앨범을 준비하며 아쉬운 점이 많았다. 특히 타이틀곡을 정하는 데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그렇다 보니 연습 기간이나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무대에 서며 크게 노래를 잘했다고 스스로 생각하지 못했다.


「눈 먼 사랑」이라는 곡이 편히 듣기 좋다.

트랙별로 따지면 다 좋다. 타이틀 선정하는 데만 두 달 이상이 걸렸다. 개인적으로는 「눈먼 사랑」에 애정이 있어 타이틀로도 고심을 했었다. 결과적으로는 박 대표님이 직접 쓰신 지금의 「미안해, 사랑해서」가 됐지만.(웃음) 대중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미안해, 사랑해서」가 후크가 가장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듣는 사람의 귀를 쉽게 사로잡을 만하다고 판단했다.

다시 앨범을 작업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하고 싶은가?

앨범의 구성을 재고해서 쉬어가는 곡도 넣고 환기시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더불어 지금처럼 내지르는 곡도 좋지만 성숙하게 절제된 곡도 부르고 싶다.

이를테면 어떤 곡을 부르고 싶나. 소울을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사라 본(Sarah Vaughan), 샤카 칸(Chaka Khan),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의 창법을 좋아한다. 이들 노래 부르는 방식의 터들은 그동안 빅마마 활동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사실 소울 등 다른 장르의 노래도 하고 싶다. 하지만 더 잘 아시지 않나. 현재 한국 대중음악 내에서는 가수 개인이 하고 싶은 음악과 할 수 있는 음악의 영역이 굉장히 분리되어 있다. 가수가 개인의 장르를 개척하고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뿌듯한 일이겠지만……. 때로는 로큰롤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이번 앨범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그대로 시도해 보았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다.

핑계 아닌 핑계지만 회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단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모든 음악을 고집할 수 없다. 음악과 이윤 사이의 형평을 고려해야 한다. 이제 1집을 냈으니 다음 앨범에서는 조금 더 나 자신의 음악관을 피력해 볼 수 있겠다.

다른 가수들과 비교했을 때, 내가 이것만은 최고다 생각하는 점이 있나?

글쎄. 걸러지지 않은 고음, 시원한 음역대를 뽑고 싶다.

직접 앨범 프로듀싱을 하며 느낀 점은?

보컬이라고 해서 곡에서 보컬만 듣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편곡, 반주 등 모두 신경 써야 했기 때문에 어려운 작업이라는 걸 알았다. 그렇지만 프로듀서로서 크게 한 역할은 없는 것 같다. 내가 무대에서 잘 표현할 수 있는 곡들을 추려내는, 선곡 작업으로 그쳤다.

「체념」을 앨범에 또 실은 이유는 무엇인가. 일부에선 너무 우려먹는다는 지적을 한다.

이 문제 또한 복잡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곡을 아끼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소속사를 옮기며 판권 문제 등의 애로 사항이 있었다.

다른 멤버들도 솔로를 준비하고 있나.

2월 말 또는 3월 초 이지영이 솔로 앨범을 발표하려고 준비 중이다.

빅마마는 계속 팀을 이어가는 건가.

언젠가는 프로젝트로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5집을 발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된 이유와 상통하는 점이 있다. 타이틀을 선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서로의 장, 단점을 잘 알다 보니 한 곡을 선정하는 데 대략 2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나머지 곡들도 그렇다. 곡 선정에만 수개월이 걸리다 보면 여러 가지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다. 또한 우리는 발라드곡을 주로 부르는데 네 명이 한 곡을 쪼개 부르다 보면 한 호흡으로 충분한 감성을 살리기가 어렵다.


현재 한국 대중음악 판을 어떻게 보는지.

아이돌 등 특정 현상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쏠림 현상이 강한 것 같다. 특히 말초신경의 반응에 맞춰 보는 미디어나 문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 다소 염려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시류에 편승하지 못하면 왕따로 몰리거나 소외되는 경향이 있어 쉽게 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동화되어야 하기 때문에 답답하기도 하다. 참 그리고, 요즘 정규 앨범을 발표하는 하나의 트렌드가 생긴 것처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를테면 1장짜리 정규 앨범이라 하더라도 시간 차이를 두고 전, 후반으로 쪼개서 따로 발표하는데 이거 잘하는 건가? 난 염려스럽다.

지금 상황에서는 어려워 보이겠지만 디지털 싱글을 발표하고 그것을 묶어 다시 신곡과 함께 음반으로 바로 이어가면서 활동하는 방법이 있지 않은가. 오버랩을 시켜 활동 기간을 지속시킬 수 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한 앨범을 가지고 오래 활동하고 싶다. 현재는 음악의 소비가 너무 빠르다. 앨범에 있는 곡들을 다 알려 드리기도 전에 새로운 곡을 발표해야 한다. 이러한 점이 크게 아쉽다. (싱글로 나온 것을 묶는 게 서구에선 1960년대 저 옛날에도 있었다.) 아, 그런가. 나는 앨범이란 모두 신곡으로만 나와야 하는 줄 알았다. 그리고 요즘 자주 눈에 띄는 ‘리패키지’ 앨범 형식에 불만이 많이 있었다.

빅마마 활동 이전 영향을 미친 가수는?

본 조비(Bon Jovi)와 아까도 말한 휘트니 휴스턴이다. 본 조비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스키드 로(Skid Row)도 자주 들었다. 이 영향인지 몰라도 내 음악 성향에 그런 면이 있다. 밴드 성향도 강하다. 빅마마 3집 「연」이라는 곡에서는 록 성향이 배어난다. 하지만 가요 시장에서는 내 성향에 따라 음악을 하기는 힘들다. (한번 불러보지 그랬나.) 직접 그런 곡을 써보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자작(自作)으로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한 번쯤 해보고 싶은데 어떤 작곡가에게서 곡을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



인터뷰: 임진모, 옥은실
사진: 김현이
정리: 옥은실

- 글 / 옥은실(lamet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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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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