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홍대 음악 신의 산증인이 말하다, “홍대 신은 허파 같은 존재”

와이낫 인터뷰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1998년 결성된 ‘와이낫’은 홍대 주변 음악 신의 산증인 중 하나다. 인디의 흐름이 융성하고, 침체하고, 다시 살아나는 것을 10년 넘는 현역 활동 동안 모두 피부로 체험했고, 공연을 직접 하기도 한다

1998년 결성된 ‘와이낫’은 홍대 주변 음악 신의 산증인 중 하나다. 인디의 흐름이 융성하고, 침체하고, 다시 살아나는 것을 10년 넘는 현역 활동 동안 모두 피부로 체험했고, 공연을 직접 하는 것을 넘어 다른 뮤지션들을 무대에 세워주고 홍대 앞 문화 지형도를 만들어가는 클럽 운영까지 맡고 있다. 극동방송국 맞은편에 위치한 클럽 ‘타’가 바로 이들이 머무르고 경영하는 보금자리다. 리더 주몽은 홍대 신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통감했다. “저희가 클럽을 한다고 하면 선배님들은 ‘야~ 난 거긴 못 들어가잖아?’라고 얘기하세요. 홍대의 클럽이 이제 댄스 클럽으로 각인이 된 상황인 거죠.”

와이낫도 변했다. ‘댄스’로 바뀌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날렵한 활기로 충만하던 펑크(Funk) 스타일을 잠시 접고 잔잔한 어쿠스틱 음악으로 180도 변신했다. 올해 5월 발표된 2집 <아지랑이 리듬>은 차분하고 가벼운 모던록 트랙들이 주도한다. “이 앨범이 나오기 전에 1년 정도 어쿠스틱 공연을 많이 했어요.” 이런 음악을 오래전부터 구상해왔음을 내비쳤다.

‘화끈한’ 것에서 ‘조용한’ 것으로 음악 체질을 근본적으로 뒤바꾼 사연, 클럽을 운영하며 느낀 홍대 신의 지금에 대해 물어보았다. 인터뷰는 올해 9월 11월과 12일에 열린 KT&G 상상마당이 주최하는 ‘상상페스타’ 야외 공연 직후에 리더 주몽과 이뤄졌다. 와이낫은 오는 12월 19일 토요일,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와이낫과 손에 손잡고’라는 제목으로 단독 공연을 펼친다.

상상페스타에서 홍대 앞 주차장 골목에 잔디를 깔고 무대에 섰습니다. 기분이 어땠나요?

재미있던데요? 잔디에서는 잠실 공원에서 몇 번 해본 것 말고는 없었어요. 잔디에서 한 것도 새로웠지만 홍대에서 공연한다고 하면 항상 공연에 특화된 사람들을 상대로 해왔는데, 오늘은 맛집 때문에 온 분들, 댄스 클럽에 온 분들, 홍대에 두 달 만에 나온 분들도 지나가면서 구경하니까 그게 재밌더라고요.


신보 <아지랑이 리듬>은 어쿠스틱 성향이에요. 파워풀한 음악으로 공연을 하던 옛날이랑 지금이랑 비교했을 때 어때요?

이 앨범 나오기 전에 1년 정도 어쿠스틱 공연을 많이 했어요. 완전 다른 맛이죠. 피자도 맛있고, 매운탕도 맛있으니까, 각각의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공연은 좀 뛰어 줘야……. (웃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장기하와 얼굴들의 영향은 아닐까…….’ 요즘은 헤비하고 파워풀한 사운드가 대중적인 측면에서 어렵잖아요.

와이낫이란 밴드가 앞으로도 계속 간다고 했을 때, 잠깐의 외도라고 생각했어요. 다음 앨범은 ‘왓 더 펑크’라는 제목으로 해보려고 하거든요. 그쪽(펑키한 음악)으로 확 한 번 가려고요.

들으면서 ‘기분 좋게 만들었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의견 충돌 없이 놀러 가는 느낌으로 만들었어요. 녹음할 때도 굉장히 가벼운 마음이었습니다. 그전에는 ‘이건(앨범이란 건) 남는 거니까 잘해야 되고…….’ 했는데 ‘좋은 게 좋은 거지 뭐.’ 하면서 웃으며 만든 앨범이에요.

「맏인가?」가 좋았어요.

저희도 그 곡이 좋았는데, 저희만 좋아하더라고요. (웃음) 원래는 「맏인가?」 「나는 얼룩말」 이런 곡들로 몰아가려고 했다가 다른 분들이 데모를 들어보시고서 「말하고 말하고」가 좋다는 분들이 생겨서 막판에 헷갈리기 시작한 거죠. (앨범의 타이틀곡은 「말하고 말하고」로 정해졌다) 재킷 디자인도 원래는 「얼룩말」을 염두에 두고 한 거예요.

「맏인가?」의 뜻은 뭐예요?

세상의 모든 맏이를 두고 한 얘기예요. 옛날에 누군가가 “맏인가?” 라고 물었더니 “제트!”라고 답했다는 얘기를 해서. (웃음) 맏이들이 주로 밴드건, 가족이건, 회사건, 마징가 제트가 되어야만 하는 거니까. 그 생각을 하면서 맏이들에게 바치는 노래예요. 저도 사실 맏이거든요.


「나는 얼룩말」은 검기도, 하얗기도 한 얼룩말이란 상징을 사용했어요. 지금은 하나의 지향이나 색깔로서 이뤄지는 세상이 아니고 회색 세상이잖아요.

얼룩말이 ‘회색 말’이 아니라 ‘얼룩말’이라는 거죠. 이 앨범의 성격 자체도 그렇고, 실제 와이낫이란 밴드도 그렇고, 제 안에 여러 가지 것들이 숨어 있을 텐데 그걸 다 섞어서 대충 내놓지 말고 흰색과 검은색을 다 보여주자……. 그렇게 해서 콘셉트도 잡고 디자인도 했는데……. (웃음)

「엄마의 편지」는 절절하네요.

미국에 잠깐 있었을 때 어머니가 앞뒤로 빽빽하게 10장을 채워 주셨는데, 제가 읽었던 가장 감동적이었던 활자죠. 그게 10년이 지났는데도 다 기억이 나더라고요.

‘타’를 운영하시잖아요. 공동 투자였다가 이젠 완전히 소유주가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운영은 어려움이 없어요?

어렵습니다.

어떤 방안을 갖고 있어요?

대관도 많이 하고, 좋은 기획 공연을 해서 벌어야죠. 홍대 앞이 주로 금, 토 양일이 붐비는데요. 나머지 요일들이 시간이 너무 아깝더라고요. 그 시간에 술장사를 좀 해볼까 했는데 굳이 주중에 술 먹으러 올 이유도 없거든요. 그래서 3, 4달 전부터는 주중에도 공연을 하되 길거리에서 하는 버스킹 공연을 타 안에서 해보자 했어요. 보는 사람들도 자유롭게 들어오고 자유롭게 나가고요. 사람들은 공연이 맘에 들면 얘기도 해볼 수 있고, 모자에 돈도 넣을 수 있고. 돈을 벌고 말고는 떠나서 여기가 계속 음악을 하는 공간이란 걸 알리고 싶어서요.

클럽 사장도 해본 입장에서 홍대 신이 갖는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90년대 중반에서 말까지만 해도 허파 같은 존재였어요. 계속 실험적인 음악을 시도했죠. 전에는 실제로 클러버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오늘은 김마스타 나온다, 보러 가자!’가 아니라 (인터뷰 내내 자리에 김마스타가 동석해 있었다) 클럽 주인들이 이미 괜찮은 가수들을 묶어 놨고, 그들을 즐기는 분위기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뜨는 뮤지션들이 생겼고, 미드필더진이 없어졌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허파 기능은 거의 못하는 것 같아요.

홍대 신은 지금 댄스 클럽이 너무 강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진정한 의미에서의 라이브 클럽이 퇴색되는데.

저희가 클럽을 한다고 하면 선배님들은 “야~ 거긴 나 못 들어가잖아?”라고 얘기하세요. 이제 홍대의 클럽이 댄스 클럽으로 각인이 된 상황인 거죠. (저희는) 라이브 클럽이라서 그런 거 전혀 상관없다고 해도 “어떻게 거길 가~”라고 하세요. (웃음)

와이낫 음악의 정체를 간단히 정의한다면?

저는 ‘밝음’인 것 같아요. 저희들도 성정을 속일 수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저희들은 다 유쾌하고 밝은 사람이거든요.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스타일이 아니예요. 그래서 음악도 ‘그래.’라고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우리나라나 해외나 밴드의 기조가 좀 우울하지 않아요?

저도 우울한 곡들을, 분위기 있는 곡들을 써볼까도 했는데, ‘그건 거짓말이다. 사람들이 그거 알 거고. 대충 꾸며낸 음악이 통하지도 않을뿐더러, 나도 창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몽을 뮤지션으로 만든 아티스트가 있다면 누구입니까?

처음으로 음악을 사랑한 건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Thriller>고요, 그 앨범 처음 듣고 세상이 열리는 것 같았어요. 밴드를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입니다.

펑크(Funk)는 힘도 있어야 되지만 정교하고 기량이 있어야 하는데.

그래서 어려움도 있습니다. 저는 환갑 넘을 때까지도 음악을 하고 싶은데 나이 들면서 음악 성향이 자꾸 바뀌지 않을까 생각도 들어요. 그런데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이 내한 공연을 왔을 때 74살이잖아요? 첫 곡 듣고서 “저거다.” 했죠. (웃음) 그렇게 설레면서 봤던 공연이에요.


본인이 꼽는 명반은?

최고의 명반은 누가 뭐래도 <Thriller>예요. 한 장 갖고 무인도 가라면 그거 가지고 갑니다. 저는 머릿속에 트랙들별로 다 기억이 나요.

본인 앨범 중에서 마음에 드는 건요?

1집이요. 이유는, 확실한 색깔도, 콘셉트도 없었지만 3, 4년 동안 클럽 신에서 주구장창 공연하면서 모인 것이었기 때문이에요. 그런 의미에서요.

앞으로의 계획은요?

내년에 다시 펑키한 앨범을 할 것 같고요, 그 중간에 재미있게 제 솔로 앨범을 한 번 내 볼까 합니다.



인터뷰: 임진모, 이대화
정리: 이대화

2009/12 이대화(dae-hwa82@hanmail.net)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6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와이낫 (Ynot) - 아지랑이 리듬

11,900원(20% + 1%)

하드 펑키 밴드 와이낫의 새로운 어쿠스틱 앨범 이자 2nd 앨범 '아지랑이 리듬'!! 2002년 12월 1집 앨범을 발표하며 700회가 넘는 라이브 공연을 가져온 밴드 와이낫(Ynot?)은 라이브클럽에서 대형 락페스티발까지, 그리고 25여개 국가에서온 청소년들의 유네스코 캠프 무대에서 일본의 삿포로 무대까..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수학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엄마표 유아수학 공부

국내 최대 유아수학 커뮤니티 '달콤수학 프로젝트'를 이끄는 꿀쌤의 첫 책! '보고 만지는 경험'과 '엄마의 발문'을 통해 체계적인 유아수학 로드맵을 제시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수학 활동을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도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나를 바꾸는 사소함의 힘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열심히 살아도 제자리인 시대. 불안과 번아웃이 일상인 이들에게 사소한 습관으로 회복하는 21가지 방법을 담았다. 100미터 구간을 2-3분 이내로 걷는 마이크로 산책부터 하루 한 장 필사, 독서 등 간단한 습관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모습을 느끼시길.

지금이 바로, 경제 교육 골든타임

80만 독자들이 선택한 『돈의 속성』이 어린이들을 위한 경제 금융 동화로 돌아왔다. 돈의 기본적인 ‘쓰임’과 ‘역할’부터 책상 서랍 정리하기, 용돈 기입장 쓰기까지, 어린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키울 수 있다.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야

저마다 삶의 궤적이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은 비슷한 생애 주기를 거친다. 미숙한 유아동기와 질풍노동의 청년기를 거쳐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늙어간다. 이를 관장하는 건 호르몬. 이 책은 시기별 중요한 호르몬을 설명하고 비만과 우울, 노화에 맞서는 법도 함께 공개한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