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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과 한국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을 그림책에 담다 - 맥쿼리코리아 존 워커 회장

자연과 동물과 소통하는 법에 있어선 어린이들이 항상 어른의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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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 맥쿼리 코리아의 존 워커 회장이 반달곰이 주인공인 어린이 책을 출간했다. 지금까지 한국과 한국 문화를 사랑한 외국인은 많았지만 한국에 대한 사랑을 어린이 책에 담은 이는 없었다.

투자은행 맥쿼리코리아의 존 워커 회장이 반달곰이 주인공인 어린이 책을 출간했다. 지금까지 한국과 한국 문화를 사랑한 외국인은 많았지만 한국에 대한 사랑을 어린이 책에 담은 이는 없었다. 한국에서 10년간 살면서 울릉도에서 강원도, 제주도까지 한국 구석구석을 여행하고, 한국의 문화와 신화에 대해 공부하고, 사람들과 정을 나누면서 한국은 그의 제2의 고향이 되었다. ‘가끔은 내가 호주인인지 한국인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고 고백할 정도로.

그가 쓴 『아기 반달곰 우라의 모험』은 우리가 공기처럼 익숙하게 여겼던 자연과 동물들, 단군 신화에 대한 경탄이 빚어낸 작품이다. 책을 쓰는 데에는 한국인인 아내의 도움도 컸다. 그가 쓴 책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들을 재발견한다. 우리의 자연이 가진 아름다움과 단군 신화가 가지는 가치를 말이다. 『아기 반달곰 우라의 모험』에 등장하는 자연은 다정하고 포근하다.

존 워커 회장은 자연과 동물을 사랑한다. 사랑하는 마음만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그는 유기견을 구해 서울 집에서 두 마리, 홍콩 집에서 일곱 마리를 키우고 있다. 그는 ‘동물에게 친절하지 않은 사람은 사람에게도 친절하지 않다’고 여긴다. 특히, 인간이 자연파괴의 주범이 된 지금 동물들을 보호하는 데 사람이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아기 반달곰 우라의 모험』에는 그의 그런 생각이 짙게 깔려 있다.


투자전문가가 동화를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학창 시절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학창 시절부터 꾸준히 글을 써왔습니다. 에세이나 단편소설을 써보기도 했고요. 최근에는 작사를 하기도 했어요. 아시다시피 은행 일이라는 게 삭막하지요. 그러다 보니 뭔가 감성적인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들었습니다. 동화를 쓰게 된 건, 어린이가 읽는 글을 쓰는 게 제일 즐거웠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한국 어린이들에게 한국의 자연이 얼마나 멋진지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한국 어린이들이 읽는 책을 훑어보았는데, 의외로 한국의 동물이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책이 적더군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반달곰을 주인공으로 자연 속에서 신나게 모험하는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외국에서도 출간될 예정입니다. 그러면 세계 어린이들이 한국의 자연과 반달곰에 대해 알게 되겠지요.

은행가라면 차갑고 이성적이라는 선입견이 있어서일까요? 은행가와 동화 쓰기는 왠지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 선입견이 있지요. 일반인들이 은행가에 대해 그다지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진 않지요. 은행가라면 그저 ‘돈, 돈, 돈!’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월 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젊은 사람들 중엔 그런 사람들이 있긴 합니다만 대부분의 은행가들은 평범하고 인간적입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투자자나 은행가들은 인격적으로도 훌륭하시고, 예술적인 감성도 상당한 분들이 많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은행 일도, 투자 일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사람을 위해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인간적이지 않으면 이 일을 잘 할 수 없어요. 단지 투자 능력이 뛰어난 사람보다 인간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이 분야에서 오히려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요. 사람들이 제 동화를 읽고, ‘은행가는 차갑고 이성적이기만 하다’는 편견을 조금이라도 깰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기 반달곰 우라의 모험』을 어린이에게 읽어주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이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재미있어 했습니다. 특히, 안경 쓴 독수리를 좋아하더군요.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 궁금해하면서 장면마다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우라가 춤을 추는 부분도 인기가 좋았지요. 글을 쓸 때는 쓰는 것 자체를 즐겨서, 특별히 이 대목에서는 독자가 어떻게 반응할 거야, 라고 생각해 보진 않았어요. 어린이들은 책에서 자기가 마음에 드는 대목이 다 다른 것 같았어요. 독수리를 좋아하는 아이도 있고, 우라나 까치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고요. 특별히 ‘웃음’을 유도하진 않았는데 아이들이 이야기를 듣고 많이 웃는 걸 보니 기분이 좋더군요.

주인공 반달곰의 이름이 ‘우라’인데,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곰의 학명(Ursus)에서 딴 이름입니다. 너무 단순한가요? (웃음)

그림 작가 손희정 씨와의 작업은 어떠셨나요?

손희정 씨는 제 아내의 조카입니다. 처음에 여러 외국 출신 일러스트레이터들과 그림 작업을 했는데 제가 생각한 그림이 나오질 않았어요. 그들이 그린 자연에서 ‘한국’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희정은 애니메이션 쪽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이러이러한 캐릭터로 그림을 한 번 그려 봐라’라고 부탁을 했어요. 그녀가 그려온 동물 그림과 자연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치 내 머릿속의 이미지가 그림으로 옮겨진 듯한 느낌이었어요. 처음 원고는 지금 책의 약 4배 정도 되었는데, 희정과 작업을 하면서 글이 단순하면서도 명료해졌어요. 처음 원고보다 지금 글이 더 마음에 들어요. 혼자 글을 쓰는 것도 즐거웠지만 그림 작가와 의논하면서 책으로 만드는 과정도 즐거웠습니다. 의견을 통해 글이 점점 나아지는 것을 보는 게 좋았지요.

책에 등장하는 안경 쓴 소년은 혹시 워커 씨 자신을 모델로 한 캐릭터가 아닌가요?

그건 아닙니다. 다만, 자연에서 자란 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 본 에피소드를 이야기로 만든 겁니다. 어렸을 때 다친 동물을 구해본 경험이 다들 있으실 겁니다. 저도 어렸을 때 다친 새나 강아지를 도와준 경험이 있거든요. 어디까지나 이 책은 사람의 주인공이 아니라 동물들이 주인공입니다. 동물들 입장에서 사람들은 동물들이 사는 곳을 파괴하고, 그들을 괴롭히는 존재잖아요. 그렇지만 사람 중에서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고, 순수하게 자연을 사랑하고 동물들과 소통하려고 애를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동물들에게 다가가려고 마음먹으면 그들은 언제나 우리를 받아들여 줄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고요.


자연과 동물을 특히 좋아하시는 마음이 책 속에서 느껴집니다. 요즘 아이들이 거의 자연과 떨어져 살고 있는 현실이 걱정스럽진 않으신지요. 아이들이 자연을 사랑하고 생명을 존중하려면 어른들이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어릴 때부터 자연과 소통하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직접 자연을 접하는 것도 좋지만 저는 아이들에게 ‘단군 신화’를 읽어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한국에는 멋진 자연만큼이나 멋진 신화가 있습니다. 단군 신화의 메시지는 정말 놀랍습니다. 곰과 인간이 만나 새로운 인간이 태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습니까? 즉, 동물과 인간은 원래 한 형제고, 서로 동등한 존재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겁니다. 우리가 자연과 얼마나 가까운 존재인지를 일깨우지요.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이렇게 표현한 신화는 드뭅니다. 그리스나 로마 신화가 가지지 못한 메시지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신이 사람을 만들고 자연을 지배하지만 단군 신화는 그렇지 않아요. 공존의 메시지가 느껴지지요. 이런 신화를 어렸을 때부터 접하면 자연스럽게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요? 저는 자연과 동물과 소통하는 법에 있어선 어린이들이 항상 어른의 스승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자연을 사랑하고 동물들을 돌보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어른들이 배우는 법이 많지요. 자녀를 키우고 계신 분이라면 이 이야기에 공감하실 겁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우라가 곰인 것은 ‘단군 신화’에서 따온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단군 신화를 언제 처음 접하셨나요? 단군 신화의 어떤 점에 마음이 끌렸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을 공부하기 위해서 여러 책을 읽다가 단군 신화를 알게 되었습니다. 일단 단군 신화는 재미있는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호랑이와 곰이 그들이지요. 호랑이는 활동적이고 공격적이며 성격이 급하지요. 호랑이는 결국 동굴에서 참지 못하고 뛰쳐나가지요. 그와 반대로 곰은 끈기있게 참아서 끝내 인간이 됩니다. 단군 신화에서 호랑이는 강한 동물로 그려지지요. 그렇지만 끝내 목표를 이루는 것은 힘을 가진 호랑이가 아니라 끈기와 인내를 가진 곰입니다. 그런 점이 재미있었어요. 인내라는 정신적인 가치를 물리적인 힘보다 위에 두는 것이요. 이런 점이 한국인의 역사에 그대로 반영되지요. 저는 한국인이 곰도 닮았지만 호랑이도 역시 닮았다고 생각해요. 급한 기질이나 명랑하고 활발한 성격 같은 부분이요.

호주도 자연이 무척 아름다운 곳인데요. 호주의 자연과 비교할 때 한국의 자연이 가진 매력은 무엇인가요?

호주도 자연이 무척 아름답지만 대부분의 땅이 사막입니다. 그리고 계절이 두 개 밖에 없어요. 그런데 한국은 어딜 가나 산과 강이 있고, 또 계절마다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주지요. 호주에는 없는 긴 역사ㅡ원주민들의 역사가 있긴 하지만ㅡ가 국토에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자연과 역사가 함께 어우러져 있어요.

한국에서 10년째 사셨는데요. 그 동안 느끼신 한국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역시 ‘정’이지요. 한국 사람들은 사람과 사귈 때 깊이가 남다른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정을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베푸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넉넉하게 퍼주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를 지지하지 않은 이들도 그의 죽음을 크게 슬퍼하는 것을 보고 한국인의 정을 새삼 느꼈습니다. 한국에 온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 사람들의 정에 반해, 이곳과 사랑에 빠지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지만요.
한국에선 절대로 지루할 수가 없어요. 서울을 예로 들으면 전통과 현대, 도시와 자연, 서양과 동양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잖아요. 서양 사람들이 볼 때 그런 대조가 정말 신기하거든요. 거리에서 느껴지는 사람들의 활기도 남다릅니다. 그리고 한국의 서비스 문화는 정말 놀라워요. 한국처럼 발레파킹이 잘 되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니까요. (웃음) 여기에 있다가 외국에 나가면 정말 한국에서 당연하게 누리던 서비스들이 그리워집니다. 한국 분들은 이곳이 얼마나 멋진 곳인지 잘 느끼시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건 당연한 일이지요. 미국 사람이 미국 좋은 점을 잘 모르고 호주 사람들이 호주의 아름다움을 잘 모르는 것처럼요. (웃음)



우라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질 예정인데요, 다음 권에서 우라가 어떤 모험을 하는지 독자들에게 살짝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우라 시리즈는 사계절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사계절 동안 각각 다른 매력을 뽐내는 한국의 자연 속에서 우라의 이야기는 계속될 겁니다. 다음 권의 원고는 겨울이 배경인데요, 이미 집필이 끝났는데요. 어떤 이야기가 될지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살짝 힌트를 드리면, 『아기 반달곰 우라의 모험』 맨 뒷장의 그림을 보시면 됩니다. 달이 뜬 하늘을 우라와 까치, 독수리가 날아가는 그림인데요, 다음 이야기를 암시한답니다.


『아기 반달곰 우라의 모험』은 영문판(『Ura’s World』)이 동시에 출간되었고, 호주와 중국에도 출간되어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할 예정이다. 이 책에 담은 자연과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을 실천하기 위해 책 수익금을 자연과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다. 그는 어른들은 어린이에게 자연과 공존하는 법을 가르치고, 동물을 사랑하도록 하며,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아름다운 자연을 어린이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어른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가 태어나서 자란 호주는 자연이 무척 아름다운 곳이다. 그 웅장한 자연과 함께 그가 자랐다. 그 때의 행복을 잊지 않은 그는, 그가 사랑하는 나라 한국의 어린이들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행복하기를 바랐다. 그의 바람과 한국에 대한 사랑은 앞으로 출간된 그림책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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