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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보이』의 작가 팀 보울러, 청소년 문학을 말하다

모든 십대는 잠재적인 갈등을 내포하고 있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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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보이』의 작가 팀 보울러가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에는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를 제치고 카네기 메달을 받아 더 유명해진 『리버보이』가 제일 먼저 소개되었고, 뒤이어 『스타시커』와 『스쿼시』가 번역되어, 전 세대에게서 고루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리버보이』의 작가 팀 보울러가 한국을 방문했다. 영국의 작은 시골 마을 데본에서 부인과 함께 살면서 창작에 전념하고 있는 팀 보울러는 매년 한 권 이상의 작품을 꾸준히 내고 있다. 한국에는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를 제치고 카네기 메달을 받아 더 유명해진 『리버보이』가 제일 먼저 소개되었고, 뒤이어 『스타시커』『스쿼시』가 번역되어, 청소년뿐 아니라, 전 세대에게서 고루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소설의 주인공은 모두 10대 청소년들이다. 『리버보이』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인생의 한고비를 넘어가게 되는 소녀 제스, 『스타시커』는 음악에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열네 살 소년 루크, 『스쿼시』는 승리만을 강요하는 아버지와 힘들게 갈등하는 열여섯 살 소년 제이미가 주인공이다. 그들은 가족의 죽음을 극복하고, 타인의 상처를 이해하고 감싸 안으며, 자기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개척하기 위해 힘겹게 싸우면서 성장해나간다. 전 세대를 위한 성장소설을 쓰는 작가 팀 보울러를 만났다.

언제부터 작가가 되길 꿈꿨나?

다섯 살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 쓰는 일이 무척 재미있게 느껴졌다. 십 대에 이르러서는 자기만족을 뛰어넘어 글 쓰는 것 자체가 나 자신에게 무척 중요한 일이 되었다. 글 쓰는 작업을 통해 삶과 세계를 표현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십 대 때 많은 소설을 읽고 작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졌다.

왜 청소년이 주인공인 작품을 창작하는가?

쓰다 보니 청소년이 주인공인 글을 쓰게 되었다. 내 작품의 주인공은 청소년이지만 나는 내 작품이 ‘청소년 문학’이라는 범주에 묶인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청소년이라는 존재가 내겐 매력적이고, 그들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내게 도전이다. 열네 살에서 열여섯 살 사이의 청소년들이 주로 내 소설의 주인공들이다. 그들은 전쟁터에 있다.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며, 다른 별에서 온 것 같다. 이 시기에 청소년들은 자신의 본성을 발견하고 자기 자신을 규정한다. 2~3년간 격동의 시기를 보내며 훌쩍 성장한다.

십 대라는 시기는 외부적인 갈등이 없다고 해도 드라마틱한 시기다.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성적으로 지적으로 상당한 변화를 겪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모든 십 대는 잠재적인 갈등을 내포하고 있는 존재다. 십 대들은 어둡고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그들은 성실하고 신의가 깊고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성장을 통해 ‘영웅’이 되기도 한다.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글을 쓰다 보면 주제나 소재에 제약이 있지 않나?

『리버보이』의 작가 팀 보울러
나는 이야기를 창작할 때 계획을 따로 세우지 않고 본능에 맡긴다. 내 글을 누가 읽을 것인지 미리 상정하고 글을 쓰진 않는다. 청소년이 등장하는 글을 쓰면서 그들이 직면하는 상황은 어떤 것이든 내 작품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인생의 여러 측면에서 우주적이고 철학적인 주제까지. 어떤 결론을 내리는지는 청소년들의 몫이다. 나는 글에 있어서는 타협하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쉬운 언어로 글을 풀어 쓰지 않는다. 내가 작가로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완성도 높은 스토리, 리얼리티를 갖춘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다. 학교에 가서 청소년들을 많이 만나는데, 학생들에게 내 작품이 어렵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오히려 부모들이나 사서, 교사들이 내 작품이 다루는 이슈에 대해 우려를 보이곤 한다. 『리버보이』로 98년에 카네기 메달을 받았을 때 인터뷰를 했는데, 첫 질문이 ‘죽음이라는 주제가 (청소년에게) 적당한가’였다. 바보 같은 질문이다. 『스쿼시』에서 애비라는 소녀는 가족에게 버림받고, 임신을 한데다, 범죄에 이용당하기까지 한다. 불행한 아이지만 현실에 분명 이런 아이가 존재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내가 이런 이야기를 쓰길 바라지 않는다. 좀 더 이상적이고 도덕적인 이야기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들은 내가 작품에서 ‘십 대 임신은 나쁘다’는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하지만 작가가 그럴 필요가 없다. 판단은 십 대의 몫이다. 내 첫 작품은 ‘자살’을 다루었는데, 벨기에의 도서관 사서가 이 작품을 청소년 필독목록에서 빼고 싶어 했다. 그 이유가 ‘이 책을 읽고 학생들이 자살하지 않을까’ 걱정해서였다. 이 역시 바보 같은 생각이다.

청소년을 너무 보호하려 드는 것은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책은 언제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덮어버릴 수 있다. 청소년들이 책에 행사할 수 있는 자유(읽을 권리, 읽지 않을 권리, 책을 중간에 덮을 권리)를 왜 뺏으려고 하는가. 나는 이상적인 상황만 그려내는 작가를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십 대들도 진실을 알고 싶어 하고, 십 대들도 판단을 할 수 있다.

한국에 최근 번역된 『스쿼시』는 부모와 갈등을 겪는 소년이 주인공인 이야기다.

『스쿼시』는 스포츠 이야기가 아니라 자식에 집착하는 부모의 이야기다. 『스쿼시』의 주인공 제이미의 싸움은 스쿼시 선수로서의 싸움이 아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싸움이다. 십 대 때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선택하지 못하면 십 대는 파괴적이 된다.

작가의 십 대는 어떠했나?

나는 운이 좋았다. 부모님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항상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신 편이었다. 아버지가 특히 그러셨는데, 내가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땐, 망설이셨다. (웃음) 작가는 돈을 많이 버는 직업도 아니고, 타인의 인정을 받는 직업도 아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 의견을 부모님께 주장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원하는 길을 선택하는 길은 어렵다. 특히, 십 대 때, 부모의 의견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의지를 계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제이미(『스쿼시』의 주인공)의 경우, 이야기 끝에 가서야 아버지에게 자기 뜻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하기까지 많은 고통과 희생을 겪어야 했지만.

위로와 희망의 여운이 짙게 느껴졌던 『리버보이』에 비해 『스쿼시』는 전반적으로 작품 분위기가 어둡고, 결말 역시 무겁게 느껴진다.

결말이 음울한 편이지만 제이미가 모든 것을 극복하고 희망적인 내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는 점에선 밝은 결말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선 사회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점점 더 많은 성공을 요구하는 사회가 될수록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삶이 피폐해진다. 꿈과 자유를 잊고 주입된 꿈을 강요당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자신이 하고 싶은 꿈을 꿀 수 있겠는가? 성공만을 강요받는 청소년들의 꿈은 그 상황에서 도망치는 것이다. 스쿼시에서 일등을 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압박에 시달리는 제이미가 결국 가출하듯 말이다. 특히, 한국은 청소년들이 학업에만 매달려 있다. 다른 가능성을 찾긴 힘들어 보인다. 이런 상황은 십 대뿐 아니라, 그들의 부모, 나이 어린 어린이들까지 힘들게 만든다.

현재 영국에서 어떤 청소년 작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BLADE』의 표지
(출처: 팀보울러의 홈페이지 //www.timbowler.co.uk)
영국에서 청소년 문학은 지난 십 년간 크게 성장했다.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 그룹은 음울한 현실을 보여주는 소설을 쓰는 작가들로, 케빈 브룩스, 멜빈 버지스가 여기에 속한다. 두 번째 그룹은 청소년을 위한 역사소설을 쓰는 작가들이다. 그밖에 너무나 유명한 ‘해리 포터’ 시리즈의 조앤 롤링이 있고, 필립 풀먼, 테리 프랜시스, 재클린 윌슨 등의 작가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소재의 폭도 넓어졌다. 작가들이 10년 전부터 다양한 소재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다. 십 대 임신이나, 가족의 붕괴, 강간, 낙태 같은 이전의 청소년 문학이 다루기 힘들었던 소재도 출판되고 있다. 자유가 커졌지만 어려운 주제로 작품을 쓰려고 하면 에이전시와 편집자와 상의를 해야 한다. 칼로 인한 사건을 다룬 『BLADE』 시리즈(현재 영국에서 4권까지 출간)의 경우 매번 책을 낼 때마다 심각하게 논쟁을 해야 했다. 내 책의 독자들 중에는 열두 살 이하의 어린이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이들이 블레이드 시리즈를 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출판사와 에이전시의 입장은 아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다.

작품을 쓰고 나면 제일 먼저 누구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구하나?

작품이 완성되면 아내에게 제일 먼저 보여준다. 문학을 전공한 아내는 나의 내부 편집자다. 아내에게 초고를 보여주는 순간은 늘 떨린다. 아내는 성실한 비판자고, 내가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를 가장 잘 짚어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작품에 대해 의견을 많이 나눈다.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 장인, 친구 래리에게 원고를 보여주고 의견을 구한다. 나는 내 작품에 대한 타인의 피드백을 좋아하지만 ‘이 부분을 고쳐라’는 식의 반응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로 지적받는 것을 좋아한다. 왜 그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의견을 나눈다.

작품에 대한 여러 의견을 어떻게 조율하는지 궁금하다.

작가에게 창작물은 자기가 낳은 아이와 같다. 작가 입장에서는 그 아이가 다치길 원하지 않는다. 여러 사람에게 의견을 듣다 보면 말도 안 되는 의견도 있고, 좋은 의견도 있다. 동의하지 못하는 의견은 무시하고,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고 생각하면 작품에 반영한다. 결국 작품은 나의 작품이기에 선택은 나의 몫이다. 의견에 대해 작가는 용감해질 필요가 있다. 작가가 자기 작품에 의구심을 가지는 건 당연한 과정이나, 나를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는 건 나라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나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 시절에도 이런 태도를 유지했다. 작품에 대한 비난과 작가에 대한 비난은 구분해야 한다. 의견은 의견이며, 받아들일 수 없는 의견을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모든 작품은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셰익스피어조차도 ‘그의 작품은 쓰레기다.’라고 반응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런 비판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깎아내릴 수 없다. 아무리 비난하고 비판해도 셰익스피어는 셰익스피어다.

내 경우, 타인의 의견 중 동의하는 것은 10%에 불과하다. 그 10%의 의견이 내겐 중요하다. 원고를 다른 관점에서 보게 하고, 단점을 보완하게 한다.

작품을 읽는 독자들이 당신 작품에서 어떤 것을 느꼈으면 좋겠나?

내게는 많게는 하루에 백 통 이상의 독자 이메일이 온다. 그들의 이메일을 읽으면서 매번 놀란다. 내가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의미를 생각해낸다. 독자의 메일을 읽으면서 ‘아, 이 부분은 그렇게 느낄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을 때가 있다. 나는 작품을 독자들이 이해하지 못할까 봐 걱정하지 않는다. 독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작품에서 찾아낼 것이다.

다만, 내 작품들이 인생의 어떤 결정에 도움을 주고, 힘들 때 위로가 된다면 좋겠다. 특히, 뭔가를 선택해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힘이 되어 준다면 작가로 더 바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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