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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림의 사람살이, '아낌없이 주고, 끝없이 사랑하라'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박경림의 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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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의 인생에 대해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다. 『박경림의 사람』은 그런 책이다. 박경림의 웃음 뒤에 있던 삶, 지금의 그를 만들었던 과거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다.

박경림의 세 번째 책 『박경림의 사람』 출간 인터뷰 전날, 누리꾼 세상은 ‘박경림 대필 의혹’과 그에 대한 해명 인터뷰로 시끄러웠다. 그 이야기를 안 물을 수 없었다. 박경림은 질문을 받고 웃었다. ‘아이고, 또 이 질문이야.’ 하는 난처한 웃음이었다.

“해명이라는 말도 틀리죠. 책에 사실대로 다 밝히고 썼는데 뭘 해명해야 하나요? 저는 해프닝이라고 생각해요.”

“라이팅 디자이너 박경민 씨와 작업을 함께 한 이유가 뭔가요?”

“저는 말로 밥 먹고 사는 사람이라서 글을 되게 잘 쓸 줄 알았어요. 초고를 썼는데, 미진하더라고요. 문장이나 구성, 이 이야기가 책에 들어갈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판단 같은 부분이요. 그래서 선생님 도움을 받았어요. 제 초고를 읽고 선생님이 많은 충고를 해주셨어요. 어떻게 글을 쓰는 게 효과적인지 의견을 나누고, 책의 구성도 도움을 받았어요. 전 의욕만 넘쳐서 이 이야기도 하고, 저 이야기도 하고 싶어서 초고 양이 엄청나게 많았어요. 원고지로 천 장 정도. 그런데 선생님은 양은 줄이고, 좀 더 구성에 초점을 맞추자고 하셨어요. 그래서 반으로 내용을 줄이고 글을 가다듬었죠.

연예인이 책을 내면 대필 논란이 으레 나오잖아요. 저는 솔직한 게 좋아요. 혹시라도 논란이 될까 봐 선생님 이력도 밝히고, 선생님이 직접 후기를 써서 책에 실었어요. 라이팅 디자이너라는 게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라, 어떤 식으로 작업을 했는지 알려주려고요.”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 대해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다. 『박경림의 사람』은 그런 책이다. 박경림의 웃음 뒤에 있던 삶, 지금의 그를 만들었던 과거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다. 고등학교 때 우연히 방송에 입문해 대학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인기가 절정이었을 때 꿈을 위해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다. 돌아와서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방송 일에 몰두했다. 결혼도 했고, 아이도 가졌다. 그렇게 그는 미래를 위한 현재만을 살았다. 그런 그가 문득 뒤를 돌아보게 되었고, 그것이 한 권의 책으로 나오게 됐다.

“지금 몇 주인가요?”

“이제 십 주 됐어요.”

“조심해야 될 때 일이 터져서 힘드셨겠어요.”

“아니요. 오히려 뱃속의 아기가 도움이 됐어요. 제가 성격이 예민해요. 오해 사는 거에 대해 굉장히 속상해하고, 크게 상처받고,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끝없이 고민하는 사람이거든요. 내가 이 아이를 위해서 신경을 많이 쓰지 말아야겠다, 그랬어요. 뭐 그래도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지만 아이가 나를 돕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남편 분은 뭐라고 하던가요. 이번 일에 대해서.”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세상에 내 맘 같은 일은 별로 없다, 결국 책을 읽는 독자들이 판단해 줄 거다, 그러니까 흥분하지 말고 속상해하지도 마라. 책을 봐준 사람들은 다 안다.’ 그렇게 말해 줘서 진정이 됐어요. 지금은 마음이 편해요.”

주변에서 성격이 좋다는 평을 듣는 사람, 배려를 잘하는 사람은 의외로 소심한 사람이 많다. 털털하고 시원스러운 성격으로 보이는 박경림도 그렇다. 박경림은 예민하고 소심한 사람이다. 오해받기를 죽기보다 싫어하고, 누가 자신을 불편해하는 기색만 보여도 본인은 ‘내가 뭘 잘못했나.’ 고민한다. 그렇게 예민하고 소심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편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자신의 세 번째 책 『박경림의 사람』을 펴낸 방송인 박경림

“책을 쓰면서 느끼는 게 많았을 것 같아요. 정리되는 부분도 있고,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던 것을 깨끗이 덜어버리는 느낌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참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뫀 현재를 사니까 과거를 잊고 살 때가 많잖아요. 이 책을 준비하면서 저는 제 근본이 무엇인지 새삼 알게 되었어요. 저에 대해 몰랐던 것을 알게 됐고요. 전 제가 처음부터 사람 사귀길 좋아하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과거를 돌이켜보니까 아니더라고요. 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별로 눈에 띄는 데가 없는 아이였거든요. 그래서 무시당하고 상처받을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나는 절대 그러지 말자, 사람에게 상처주지 말자, 사람을 무시하지 말자.’ 어렸을 때 다짐했어요. 그때 당한 설움이 너무 아파서요. 그게 내가 사람을 좋아하려고 노력한 계기였던 것 같아요.”

“사람을 좋아하다 보면 마음을 다칠 때가 많잖아요. 깊이 사랑할수록 깊이 상처받는다는 말이 있듯이.”

“사실 많죠. 저는 사람을 좋아하면 아낌없이 좋아하고, 그 사람에 대해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애써요. 사랑이 상처를 만드는 게 아니라 기대가 상처를 만드니까요. 옛날에는 사랑하는 만큼 기대를 했어요.”

“내가 사랑한 만큼 너도 나를 사랑해줘, 이런 식으로요?”

“네. 내가 사랑하니까 너도 나를 사랑해줄 것이다, 이런 기대 때문에 상처가 컸어요. 그런데 그런 기대를 하지 않고 사랑만 하려고 노력하니까 덜 서운해요.”

“완전히 서운하지 않은 건 아니네요.”

“100% 초월하진 못했죠. (웃음) 제가 성인도 아니고. 서운한 게 있어도 ‘그럴 수 있지.’ 하고 넘어가게 돼요. 상대가 ‘날 좀 사랑해 줘.’ 해서 내가 사랑하는 게 아니잖아요. 지금은 상대에게 기대를 안 해요. 저 스스로에게 기대를 하죠. 더 많이 사랑하고, 아낌없이 주고……. 제가 오래 살진 않았지만 아낌없이 주는 게 후회가 가장 덜 남는 삶인 것 같아요.”

박경림은 사람에게 속아 사기도 당했고, 돈을 빌려주고 떼인 적도 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던 적도 있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을 위해서 그 모든 일들을 깨끗이 잊는다. ‘사람을 믿을 게 못 돼.’라고 생각하기 싫어서다. 그렇게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면 자신이 불행해진다는 걸 그는 안다. 그는 사람을 ‘무조건 믿어주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안다. 그는 인생에서는 약간 손해를 보는 게 좋고, 알고도 속아줄 때가 있어야 한다고 믿고, 그렇게 산다.

“책을 쓰면서 제일 힘들었던 부분은, 아무래도 부모님에 대한 것일 듯한데요.”

“네. 부모님에 대한 부분인 ‘그 남자 그 여자’가 제일 힘들었어요. 저는 처음 책을 쓸 때, 제 책이니까 제 이야기로만 채우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박경민 선생님이 제가 쓴 초고를 읽고 계속 부모님에 대해 질문을 했어요. 어떤 분인지, 어떻게 사셨는지……. 그렇게 이야기를 계속 나누면서 ‘나라는 인간의 근본은 결국 부모구나.’라는 걸 깨달았죠.”

“부모님이 책 나온 뒤에 무슨 말씀 없으셨어요?”

“사실 부모님은 처음 책 쓸 때 반대하셨어요. ‘네 책인데 이 이야기만 쓰지, 왜 우리 이야기가 들어가야 하냐.’ 저 역시도 이 책을 쓰면서 ‘부모에게 상처를 주면서는 못 낸다.’ 생각했고요. 내 부모의 과거를 끄집어내면서, 당신들이 ‘아킬레스건’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만천하에 알리면서 책을 낼 마음은 없었어요. 엄마는 긴 세월 동안 ‘배우지 못했다는 자격지심’이 컸었고, 아버지도 몸이 아파 자식과 아내에게 잘해 주지 못했다는 자격지심이 크신 분이셨어요. 그런데 엄마 아버지가 갑자기 저를 부르셔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사실 털어버리면 아무것도 아닌데 마음속에 담고 있으면 그게 점점 더 커지더라. 분명히 우리와 같은 사람이 많을 거다. 또 우리 같은 부모를 둬서 창피해하는 자식들도 있을 거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온 이야기, 네가 열심히 노력한 이야기를 읽고 나서 마음이 바뀌는 사람이 있을 거다. 그러니까 써도 된다.’ 그 말을 듣고 많이 울었어요.”

어쩌면 부모님의 상처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던 것은 그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박경림은 초고를 쓸 때 부모님 이야기를 전혀 쓰지 않았다. 자신의 이야기만 쓰다 보니 왠지 ‘빠진 것’이 있다고 느꼈다. 그러다 깨닫게 된다. 자신이 가진 것들은 모두 부모님에게 받은 것이고, 부모님 이야기를 하지 않고는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을. 그가 자신에 대해 제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건 방송인으로의 성공이 아니다. 한 번도 못 배우고 가난한 부모님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실했지만 힘들게 살 수밖에 없었던 부모님 삶을 이해하면서 부모님에 대한 애정에는 연민이 더해졌다.

“많은 사람을 만나서 인생 공부를 했는데요.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누군가요?”

“부모님한테 삶에 대해 제일 많이 배웠어요. 어렸을 때부터 ‘성실해라,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지 마라, 나이가 적든 많은 먼저 인사해라.’ 이렇게 가르치셨어요. 그리고 장훈 오빠에게 베푸는 삶에 대해 배워요. 오빠는 과할 정도로 많이 베풀지만.”

“지금 가장 배우고 싶은 건 뭐예요?”

“요리요. 할 줄 아는 게 두 가지밖에 없어요. 된장찌개랑 김치찌개. 반찬 같은 거 잘 만들고 싶어요. 일 쪽으로는 지금 경제학을 배우고 있어요. 지금 한 학기 남았는데요. (숭실대 국제통상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나중에 어린이를 위한 경제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경제관념은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여성학 공부를 하고 싶어요. 그러면 주변에서 ‘안 그래도 이미지가 센데 쌈닭이 될 거냐’고 말하는 분도 계세요. 그런데 저는 제가 여성이지만 여성을 잘 몰라요. 여자들 사이의 관계도 흥미롭고요. 회사에서도 여자 직장 상사가 여자를 힘들게 하잖아요. 왜 그럴까, 궁금해요. 개인적으로도, 일 쪽으로도 여성학 공부를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박경림은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항상 주변의 모든 것을 눈을 반짝거리며 배운다. 초등학생 조카의 행동에서도 뭔가를 배운다. 그는 사람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고 도전하는 걸 좋아한다. 이런 그에게 방송일은 천직이었을 거다. 무대 위의 자신을 주목하고, 자신의 몸짓, 말에 웃고 우는 사람을 보는 쾌감에 시작한 방송 일. 지금은 단지 잘하는 방송인을 뛰어넘어 감동과 희망, 편안함을 주는 방송인을 목표로 한다.

“살면서 어려움이나 위기에 부딪칠 때마다 이겨낼 수 있었던 무기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어려서부터 다져온 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온 것, 그게 아닐까 생각해요. 음 그리고, 누군가가 안 좋은 말을 하면 그게 크게 다가오잖아요. 공지영 선생님의 책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에 나오는 말인데, 칭찬은 속삭임으로 들리고, 비난은 천둥으로 들린대요. 정말 그렇잖아요. 아흔아홉 가지를 잘했다는 칭찬을 들어도, 한 가지 비난이 전부처럼 느껴지죠.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 줘요. ‘1년, 2년, 3년 버텨서 벌써 11년째 방송하고 있잖아, 박경림 너 지금 잘하고 있어. 계속 꾸준한 모습 보여주고, 노력하는 모습 보여주면 인정받을 수 있어.’ 이렇게요.”

“돈도 안 드는데, 자기 자신을 칭찬하는 데 굉장히 인색하죠. 자기 목표를 소리 내어 말하는 것도 어색해 하고요.”

“목표는 일부러라도 말하는 게 좋아요. 그래야 자기 말에 책임을 져야겠다는 마음이 드니까요. 저는 이번 책에서 내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 것은 정말 앞으로 그렇게 살고 싶어서예요. 독자들과 약속을 한 거죠. 앞으로 이렇게 살겠다고.”

“프로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박경림 씨가 생각하는 프로의 조건은 뭔가요?”

“저는 자기 일에 대한 프라이드라고 생각해요. 방송일 뿐만 아니라 어떤 일이라도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존경심과 확신이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의외로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자부심이 없는 사람이 많아요.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고 있는 것도 프로페셔널의 한 조건이라고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스스로 긍지와 책임감, 비전을 가지는 게 중요하죠. 정말 그 말씀은 맞아요.”

“방송인은 특히 더 그래요. 항상 남들 앞에 서야 하고, 아주 작은 일도 금세 알려지고, 자신이 하지 않은 일도 해명해야 될 때가 많죠. 방송에서 나오는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편견에 시달릴 때도 있죠. 그럴수록 자기 일에 대해 프라이드를 가지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비전을 명확하게 사람들에게 제시해야 돼요.”

“자신이 선배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지금 자신의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참 많을 것 같아요.”

“사람들은 참 ‘핑계’가 많아요. 자기가 가진 문제가 가장 커 보이죠. 그런데 제 경우에는 그런 핑계나 문제들을 하나씩 깨 보는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이래서 안 돼.’라고 좌절하기보단 ‘이렇게 해 보면 어떻게 변할까?’라고 생각을 전환시키는 거죠. 예를 들어 부모가 물려준 재산이 없어서 고민이라면 ‘경제 공부를 해서 스스로 돈을 모아보자.’라고 생각하는 거죠. 부모님이 물려준 돈이 있었다면 그냥 흥청망청 썼을 거예요. 하지만 돈을 모으는 과정, 경제를 공부하는 것들은 모두 내 재산으로 남잖아요. 이런 식으로 자기 자신의 핑계를 깨보세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할 수 있어요. 하나하나 이루어내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으니까. 자기가 정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저는 이렇게 말해요. ‘당신은 가능성 많은 대한민국 사람으로 태어났고, 당신에게는 매일 24시간의 시간이 주어진다.’라고요. 시간은 차별이 없잖아요. 일단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24시간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저는 해볼 만한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지금 십 대나 이십 대의 후배들에게는 돈이 없고 재능이 없다고 좌절하지 말고 자신에게 주어진 24시간을 어떻게 알차게 쓰느냐에 따라 십 년 후의 자기 모습이 크게 달라진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지금 가진 것을 충분히 누리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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