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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필휘지로 내달리는 록의 히치하이커들, 문샤이너스

음악을 들으러 가려고 한다면, 결국은 그들과 그들의 음악 때문에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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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공황기 금주법 시대에 야밤에 밀주를 나르던 사람들을 뜻하는 은어 ‘문샤이너’를 밴드 이름으로 내세우고 활동하는 네 명의 멤버를 만났다. 뭐 꼭 밴드 이름 때문이 아니라, 정신일도면 하사불성은 이들의 음주에 해당하는 얘기가 아닌가 싶었다.

홍대 앞, 그 많던 밴드들은 무엇이 다 집어삼켰을까 싶던 궁금증마저 식어버리고 이리저리 팔랑팔랑 취미생활을 옮겨 다니며 생업도 꾸려나가고,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이다. 노브레인에서 기타를 치던 차승우가 밴드를 결성했다는 소식을 주워들었다. 음반은 나오지 않았던 때였지만 공연은 종종 한다는 소식이었다. 공연을 찾아갔다. 한 시간 정도 이어진 그들의 공연을 보고 났을 때는 표현할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거니와, 정히, 정말로 정히 해야만 한다면 한국에 이런 밴드가 있다는 게 행복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10여 년 전 그토록 나를 매혹했던 홍대 앞은 분위기이기도 했겠지만, 결국은 어떤 밴드들의 어떤 음악이었다는 사실의 환기였다.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머리에 꽃을 꽂아도 봐줄 거라는 기대는 영원할 수가 없다. 음악을 들으러 가려고 한다면, 결국은 그들과 그들의 음악 때문에 가는 것이다.

그 옛날 노브레인의 분노, 열정 펑크에 대한 향수에 이끌렸건 간에, 그런 음악을 했던 차승우가 어떤 새로운 음악을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에 이끌렸건 간에 그것은 상관없다. 그들의 음악을 듣고 공연을 목도하는 순간, 새롭고도 순간순간만큼은 완성되었으며 이제 새롭게 시작될 (한국) 록의 트렌드를 곧바로 간파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몇 달 앞서 밴드를 결성했고, 공연은 2007년 12월에 EP 음반이 발매되기 훨씬 전인 2006년 8월부터 일찌감치 시작한 문샤이너스가 무성한 입소문을 타며 총아로 떠오른 것은 노브레인 기타리스트 출신의 차승우가 만든 밴드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드럼을 치는 손경호와 베이스 기타를 치는 최창우가 보스턴 버클리 음대 출신에 굵직한 밴드를 여럿 거쳤다는 것도, 이제는 그 대학 출신에 붙는 프리미엄이 1990년대에 비해 완전히 빠져버렸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것은 노브레인 출신의 차승우 그리고 손경호, 최창우, 백준명이라는 멤버들이 들려주는 음악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름값만으로 될 만큼 사정이 호락호락했다면, 대중음악 시장이 지금처럼 고전을 겪었을 것이며 하물며 록 시장은 더욱이 어떻겠는가.

미국 대공황기 금주법 시대에 야밤에 밀주를 나르던 사람들을 뜻하는 은어 ‘문샤이너’를 밴드 이름으로 내세우고 활동하는 네 명의 멤버를 만났다. 뭐 꼭 밴드 이름 때문이 아니라, 정신일도면 하사불성은 이들의 음주에 해당하는 얘기가 아닌가 싶었다. 격하게 번잡해진 홍대 앞, 그나마 약간의 고즈넉함이라도 느껴볼 수 있는 일요일 저녁에 이 시대를 거스르는 밀주꾼들의 단골 바에서 회동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멤버들 앞에는 이내 마티니와 제각각의 맥주가 놓여졌다.

기타이자 보컬 차승우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가?

차승우(이하 ‘차’): 일본에서 유학하고 귀국한 후 2006년 5월에 최창우를 만났고 잇따라 드러머인 경호 형을 만났다. 노브레인에서는 기타리스트였지만, 문샤이너스에서는 보컬까지 도맡는 프론트맨으로 나서다 보니 사운드에 하드한 부분이 채워지지 않는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게토밤즈를 마침(?) 탈퇴한 백준명을 기타 세션으로 들였고, 2007년 2월에 정식 멤버로 맞이했다. 밴드를 하려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도 실제로 찾아보면 하고 싶은 음악이 비슷하고, 무엇보다 마음이 맞고 케미스트리가 형성되는 사람들을 만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손경호(이하 ‘손’): 나 같은 경우에는 다른 밴드도 하고 있는데, 나처럼 한 개 이상의 밴드에 다리를 걸치고 있는 뮤지션들이 꽤 된다. 아마도 허전해서일 것이다. 한 밴드에서만은 음악 하는 느낌이 완전히 채워지지는 않는…. 문샤이너스에서는 그런 것을 느끼지 않는다.

이번에 새로 발매된 EP 앨범을 소개해 달라.

차: 공연에서도 그렇고 주위 사람들 말로 귀에 잘 들어온다고 하는 노래를 우선 추렸다. 원래 꽉 찬 정규 앨범을 내려고 했는데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 자꾸 일정이 늦춰졌다.(웃음) 이름은 어느 정도 알려져 가고 있는데 음원이 없다 보니 더 큰 무대에 설 기회가 무산되는 등 활동에 제약이 따랐다. 일종의 명함처럼 만든 거다.

최창우(이하 ‘최’): 밴드를 시작한 지 이미 꽤 되었고, 곡을 만든 후 오랫동안 공연을 하다가 앨범을 만들다 보니 내가 느끼기엔 이 EP 앨범이 만개한 꽃 같다.(웃음)

차: 팔리느니 안 팔리느니 해도 뮤지션은 앨범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록 밴드는. 그렇게 기록을 남기는 것이 우리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다.

백준명(이하 ‘백’): 올해 2008년에는 2CD짜리 정규 앨범을 내보자. CD 하나에는 노래를 하나로만 채워보는 거다.(웃음)

베이스 기타 최창우

소강상태를 겪던 홍대 앞에 요새 눈에 띄는 밴드들이 더러 생겨났다. 풍성해졌다고 보는가?

차: 요즘 부쩍 부상한 갤럭시 익스프레스나 킹스턴 루디스카 같은 밴드는 나도 좋아한다. 하지만 홍대 앞,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없다. 그때 이른바 ‘씬’으로 형성되지 못했던 클럽과 밴드들이 지금 와서 갑자기 그렇게 될 리도 만무하다. 그냥 다른 곳에 비해 홍대 앞에 클럽이 많고 밴드가 많이 활동할 뿐이다. 중요한 건 어떤 밴드가 어떤 음악을 하고, 밴드로서 좋은 음악을 하느냐지, 그게 홍대 앞에서 벌어진다는 건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 굳이 홍대 앞이라는 자의식을 내세우는 것은 취미에 없다.

자의식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엘비스에 대한 오마주 같은 레트로 머리 스타일서부터 차림새, 무대 매너 등 록커로서의 컨셉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 같다.

차: 물론이다. 록 밴드로서 자기만의 이미지를 표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옷이 날개 맞다. 무대에 선 록 밴드로서 애티튜드를 표현해주는, 밴드만의 유니폼 같은 것이 필요하다. 음악도 잘 만들어야겠지만 문샤이너스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우리로서의 세계를 만들어가야 하니까. 사람들이 록에 대해 지닌 칙칙한 이미지를 깨보고 싶기도 해서, 만화적 이미지로 그냥 재밌는 것을 찾아서 컨셉을 잡는다.

그러자면 사실 연구가 필요하겠다.

차: 맞다. 하지만 이런 연구라면 질리지 않을 것 같다. 너무 연구하고 연마한 티가 나면 곤란하겠지만.(웃음) 그러자면 심플하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드럼 손경호

음악적으로는 어떠한가? 머리나 의상도 그렇고, 문샤이너스는 언뜻 보기에 아주 오래전 록을 데려다가 어떻게 해보려는 것처럼 보인다. 복고라는 것은 인간에게는 거의 본능 같은 것이기에 그냥 예스러운 것을 하는 것만으로는 자칫 촌스럽거나 유행에 안주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고 그래서 오히려 안전하지 못한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유행으로서의 복고와 자신들만의 복고 사이에 있는, 그 가는 경계를 어떻게 헤쳐 나가고 있는가?

차: 패션도 그렇고 음악도 비슷하다. 우리가 좋아하는 이 음악, 저 음악이 우리 음악에 녹아 있다. 그렇다고 이 부분, 저 부분 떼어다가 답습하는 식, 그저 복고풍 록을 하는 밴드로 남아서는 평생 음악을 하고 싶다는 뜻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우리만의 유니크함이 덧붙여져야 하는데, 그렇다고 그걸 위해서 꼭 노력을 경주하는 것은 아니다. 이왕에 음악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경계라는 건 어려울 것도 없다. 오히려 경계를 여기저기 열어놓는 것이 편하다. 많은 것을 섭렵하는 와중에 우리 음악이 나오는 것이고 그 과정에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우리는 그런 의미에서, 또 음악적으로도 펑크 록 밴드다.

백: 무엇보다 음악적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추락하지 않고 살아남겠는가. 관객과 음반을 듣는 사람들은 다 안다.

그러고 보면 록이라는 장르 자체가 하이브리드다.

차: 그렇다. 엘비스에도 컨트리, 재즈 등 들어 있을 거 다 들어 있다. 우리도 한계를 만들어놓지 않는다. 한계를 정해놓으면 오히려 유행에 좌충우돌하게 된다. 언제 어디서 탄력성을 발휘해야 할지 모르게 돼버리니까. 변한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변하는 과정에서 자기를 지키고 자각 상태에 있느냐가 관건이다. 중요한 건 얼마만큼 잡식성이냐가 아니라 곡의 완성도라는 것이다. 복고가 유행이니까 그쪽으로 가면 상업주의? 록에 상업주의라는 말 자체가 웃기다고 생각한다. 상업주의라는 말을 쓰기조차 가난한 장르였고, 그걸 뿌듯해할 일도 전혀 아니다. 우리는 더 여러 무대, 더 큰 무대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싶고 돈을 따라가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아무도 들어주길 바라지 않으면서, 방구석에서만 평생 곡을 만들고 연주하고 살고, 혹은 무대에 서더라도 관객의 반응 따위는 한 치도 안중에 두지 않는다고, 거기에 만족한다고 하는 것만큼 어이없는 일도 없다. 그게 뭐하는 짓인가? 다만 우리가 하고 싶고 하려는 음악을 하는 것, 할 거는 다 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우리 자신이 까먹을 지경까지 이르지 않으면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올드 록인가?

차: 우선 가장 단순하니까. 록의 진면목은 심플함이고, 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단순하고 요란해서 좋아하는 것이다.

백: 1950-60년대 혹은 더 전의 록, 록의 가장 순수했던 시절에서 소스를 가져와서 자기 음악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망은 어느 록커에게나 있다고 생각한다. 얼터너티브건, 모던 록이건, 다른 어떤 스타일의 록이건 간에.

차: 록의 롤링스톤즈가 되고 싶다면 롤링스톤즈가 아니라 롤링스톤즈가 카피했던 음악을 들으라는 얘기가 있다. 좋은 음악의 힘이 그거다. 좋아하는 노래나 밴드가 좋아했던 노래를 찾아 듣게 만드는 것. 또다시, 그 밴드가 좋아했던 음악을 듣게 이끄는 것.

기타 백준명

자, 청춘 얘기를 해보자.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추는 청춘 얘기.

차: 우리한테 이 질문 나오는 것 보니 인터뷰가 막바지인가 보다.(웃음) 가사 쓰기에 최고의 주제다. 끝도 없이 쓸 수 있으니까. 술 마시고 실수한 것 쓸 수도 있고 그냥 거기서 아직까지 계속 타오르고 있으니까.

최: 정직하게 다 까발려도 되는 것처럼, 그 어떤 것도 억지로 짜내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주제다. 마냥 재밌다고나 할까?

차: 나이 들면서도 청춘에 대해서는 회상할 수 있다. 나이 드는 게 대순가? 아직 죽이게 정점을 한번 칠 일이 남아 있다.(웃음)

자, 자, 그럼 디지털 음원 얘기를 해보자. 불법 다운로드는 앞에 ‘불법’이 붙어 있으니까 문제 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렇다고 음악을 수급하는 입장에서 언제까지나 다운로드족을 성토하고 불법을 고발하는 것 말고 다른 길은 없겠는가?

차: 음반을 먹고살려고 내는 시절은 지났다고 생각한다. 음반은 단지 결과물이고, 꼭 듣고 싶다는데 불법 다운로드라도 해서 듣는 거, 원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CD 안에 든 부클릿을 보면서 음악을 들을 때의 뿌듯함이란 게 있다.(웃음) 왜 그렇지 않은가? 아껴보자고 어떤 책을 통으로 복사해서 묶지도 않고 볼 때와 진짜 책을 볼 때의 맛이 다른 거. 음악도 마찬가지다. 소리도 물론 다르고. 그리고 디지털 음원 유통 시스템이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당연히 있다.

백: 그게 그러니까, 돈을 들이고 했을 때 더 좋은 게 나오지 않을까?

손: 불법 다운로드 성능만 더 좋아지는 거 아닌가?(웃음)

최: 우리 노래 벌써 올라왔대?

차: 그렇다면 영광입니다.(웃음)

영화배우로 데뷔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고고70>라는 영화.

차: 나와 경호 형이 출연한다. 지인이 무슨 음악영화가 있는데, 조언을 구하고 싶다고 했다. 1970년대 대마초 파동 전에 활동했던 그룹사운드들에 관한 영화다. 조언을 구하기로는 나보다 더 적당한 사람들이 많을 텐데, 아마 가수 아들이고 조카고 하니까 불렀나 보다.(웃음) 처음 영화사 사무실에 갔을 때는 도움 드릴 게 없다고 하고 나왔는데, 영화사 사람들이 공연을 보러 왔다. 그러고는 급기야 아예 캐스팅을 제의했다. 처음엔 아주 작은 배역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주연급으로 가고 있는 형세다. 음악에 비중을 크게 두고 있고, 라이브 연기를 고스란히 전해주어야 하는 영화여서일 것이다.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우리나라의 한 시절, 어떤 사람들의 얘기를 보여준다는 게 좋았다. 옛날 얘기를.

손: 영화를 위해 수련을 받다 보니 드럼도 더 잘 쳐지는 것 같다. 공연 매너도 좋아지고.

백: 맞다. 문샤이너스는 버라이어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밴드인데, 그 점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안무도 연습하고 환상의 에너제틱 무대를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차: 영화 출연도 우리 음악과 활동에 도움이 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많은 것 같다. 1월에 촬영 시작하고, 4월이면 개봉할 것 같다.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

10여 년 전 홍대 앞은 설렘이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있었다. 록 팬들에게 말이다. 대중음악 시장은 활황을 맞이했으되, 록은 언제나 그만저만해서 외국 밴드들의 음악은 라이선스 음반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정 듣고 싶으면 압구정동의 모 레코드점에 가서 가격이 만만치 않은 수입 음반을 구입하거나, 몇 번을 복사해 화질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야릇한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는 바를 전전해야 했던 터이다. 1995년 클럽 드럭이 생겼을 때, 록 팬들, 특히 펑크 팬들의 설렘은 역시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런 곳을 목이 타게 기다려왔다고 하는 것이 딱 맞을 것이다. 우후죽순으로 클럽과 밴드들이 생겨났다.

맞다. 우후죽순이었다. 무언가 될성부른 것, 말하자면 하나의 ‘씬’으로 세포분열하고 진화하리라는 기대가 몇 년 후에 이내 사그라졌으며 갖가지 품종으로 들어 찬 숲으로는 끝내 되지 못했음을 생각하면 말이다. 홍대 앞에서 활동한 가장 오래된 밴드 가운데 하나인 크라잉넛이 이제는 관록까지 덧붙어 멤버들의 군 제대 후에도 여전한 저력을 발휘하며 건재하지만, 홍대 앞은 그저 공연하는 클럽과 밴드들이 가장 많은 곳이라는 물리적인 의미 외에는 김빠진 맥주처럼 공전을 거듭하는 것처럼 보였다. 주머니 사정이 허락할 때마다 가곤 했던 클럽들이 속속 자취를 감추었고, 록 팬들은 또다시 방황(?)에 빠져들게 되었다.

문샤이너스

세월은 흘러 어느 날 강력 포마드로 머리를 동그랗게 바짝 세우고 빨간 양복이나 세일러복을 갖춰 입고 저잣거리를 활보하는 문샤이너스가 등장했다. 겉모습은 복고의 극치였다. 유행을 좇는다고? 그들은 경계를 모른다고 했고, 실제로도 모른다. 유행을 따른다고 의식하기 시작하면 끝장이다. 그때그때의 트렌드를 쫓는 것, 아니면 트렌드를 읽어내고 적절하게 수용하는 능력, 해당 트렌드를 트렌드로서 자리 매김하게 하는 트렌드세터로서의 영감은 다르다. 마지막 것은 경계를 두지 않으면서도 중심은 잃지 않는 섬세한 줄타기에서 나온다. 그리고 문샤이너스는 복고와 새로움 사이의 줄타기를 천둥벌거숭이처럼 겁도 없이, 어이없을 만큼 자유자재로 해내고 있다.

청춘이라는 단어를 발음할 때 그들에게서는 열정이 묻어나온다. 청춘을 얘기할 때 그들에게서는 체념이 묻어나온다. 조금만 지내다 보면 알게 된다. 그 둘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가느다란 선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세상 돌아가는 꼴이 심히 마뜩치 않아 부정하고 증오하고 객기와 엄살에 몸부림을 치는 것은 그들에게 청춘이 아니다. 음악 하는 뮤지션이 음악이 너무 좋다고 하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까닭이다. 술에 취해 비틀거려도 남들과 세상에 악다구니를 하는 것만으로 그치기에 그들은 너무나 영민한 청춘들이다. 그렇게, 토네이도에도 흐트러지지 않을 것 같은 그들의 머리가 공연이 끝날 즈음 땀으로 눈을 덮게 흘러내리면 청각이 정화된다는 말이 유행하는 시쳇말 이상임을 알게 될 것이다. 열정과 체념을 동시에 품고 일필휘지로 그려낸 그들의 연주가 끝난 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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