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우정에 대하여… 뮤지컬 <빙고> & 연극 <나쁜 자석>

요즘 가을이 깊어지니 원래도 많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까지 물고 있다. 그래서일까? 문득 최근에 봤던 공연들을 생각하다, 성격이 너무나 다른 두 작품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됐다. 키워드는 바로 ‘우정.’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요즘 가을이 깊어지니 원래도 많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까지 물고 있다. 그래서일까? 문득 최근에 봤던 공연들을 생각하다, 성격이 너무나 다른 두 작품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됐다. 키워드는 바로 ‘우정.’ 2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세상사에 들볶이고 본의 아니게 사람 관계에 치이다 보면, 곱게 지켜온 동글동글한 마음이 다소 너덜너덜해지면서 모든 것에는 두 가지 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랑’을 생각해보자면, 모두들 영화 <사랑>에서처럼 지고지순하고 영원한 사랑을 표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행복>에서처럼 언젠가는 ‘네가 사람이니?’라고 되물으며 치를 떨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우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소중하고 배려 가득한 그 마음에는 우월감과 열등감, 질투, 자격지심 등이 모두 담겨 있다. 아니라고? 우정을 다룬 뮤지컬 <빙고>와 연극 <나쁜 자석>을 통해 그 실체를 한 번 더 짚고 넘어가본다.

유쾌한 뮤지컬 <빙고>

색다른 뮤지컬 <빙고>

빙고? 도대체 어떤 내용의 뮤지컬일까? 고민할 것 없다. 제목에 충실한 작품이다. 무대는 빙고 게임장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빙고 게임이 펼쳐진다. 사실 참여하는 배우들도 낯설고 빙고라는 게임도 국내에서 보편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서 과연 볼만한 작품일까 의구심이 앞섰지만, 일단 색다른 무대 진행에 호기심을 갖게 됐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도 생각보다 뛰어나며, 전반적으로 유쾌하고 코믹한 무대에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무엇보다 큰 특징은 관객들도 작품에 참여해 즐거운 시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인데, 정말 게임장에 온 듯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가로, 세로, 대각선 일렬을 맞추면 객석에서도 빙고를 외칠 수 있고 푸짐한 상품도 받을 수 있다.

유쾌한 무대, 그러나 그 안을 이끌어가는 스토리는 우정이다. 빙고게임을 하다 사소한 일로 틀어진 번과 줄리아. 둘도 없던 친구였던 그들은 사소한 싸움으로 무려 15년이나 연락을 끊고 산다. 도대체 왜? 자존심? 기대했던 만큼 갖게 되는 서운함? 자격지심이나 질투? 어쩌면 이 모든 이유가 얽혀 있을 것이고, 사소한 일이 계기였을 뿐 오래전부터 그 우정에는 균열이 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행히 15년 만에 게임장에 나타난 줄리아의 딸 앨리슨을 통해 두 사람은 화해하고 무대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뮤지컬이 아니라 현실이라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본다. 만나지 못했던 시간만큼 더 끈끈한 사이로 지내거나, 아니면 항상 가슴 한편에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지 않을까? 후자일 가능성이 크지만….

<빙고>로 뮤지컬 데뷔한 탤런트 홍수현

몸짱 개그맨 이정용이 진행자로 참여하고, 드라마 <대조영>에서 숙영부인으로 활약 중인 탤런트 홍수현이 앨리슨 역을 맡았다. 특히, 홍수연의 경우 <빙고>가 뮤지컬 데뷔작인데, 역시 노래 부분이 다소 미흡하지만 베테랑 선배들이 감쪽같이 무마해 주니 큰 무리는 없다. 색다른 뮤지컬 무대를 원하는 관객들이라면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연극 <나쁜 자석>

인형극 펼치고 있는 연극 <나쁜 자석>

일반적인 평면의 무대가 아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섞이고, 중간중간 웅덩이도, 꽃길도 있는 아름답고 앙증맞은 무대는 제일 먼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무대에는 9살, 19살, 29살을 살아가는 네 친구가 등장한다. 반바지를 입고 뛰어다니는 꼬마들, 교복을 입고 밴드활동을 하는 학생들, 그리고 살아가는 삶을 반영하듯 각자 다른 옷차림의 성인들. 한 마을에서 자라 똘똘 뭉쳐 다니던 이들은 한 친구의 자살로 더 이상 융화되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진다. 그리고 그 충격과 상처를 받아들이고 치유하는 방법이 달랐던 만큼, 이들은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어렵고 복잡한 것은 차라리 덮어두고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봉구, 안 좋은 것은 훌훌 털고 오히려 기회로 삼을 줄 아는 현실적인 원석, 그리고 그 상처에 쌓여 벗어나는 것조차 포기한 민호.

오쿠다 히데오는 『걸』에서 ‘여자의 우정은 같은 수준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유지된다’고 했다. 남자의 우정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반바지, 교복… 같은 옷차림처럼 똑같은 학교생활과 비슷한 생각을 할 때는 우정은 영원할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아닌 ‘나’에 집중하게 되면 친구 사이에도 서로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좋은 배경, 학벌, 능력. 어려울 때는 동병상련으로 함께 뭉치지만, 어떤 것으로든 서로 격차가 벌어지면 그 우정 안에는 질투와 자격지심, 조급함과 불안함이 공존한다. 급기야 관계가 깨지면 다른 어떤 사람보다 치사해질 수 있고, 잔혹할 수도 있다. <나쁜 자석>에서는 ‘나에 집중하는 것’을 ‘자성’으로 표현한다. 같은 자석은 아무리 함께하려 해도 밀어낸다. 자기가 되는 것을 표기해야만 융화될 수 있다고. 자성을 포기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자신을 가장 높이는 것이 될 수도 있다고.

예쁜 무대 9살 꼬마들 연기가 인상적이다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 김영민을 비롯해 정원조, 탤런트 여욱환 등의 연기가 볼만하다. 또 무대에는 9살, 19살, 29살 친구들이 끊임없이 번갈아 등장하는 만큼 다양한 연령층을 연기하는 모습은 웃음과 울음을 번갈아 짓게 만든다. 인형을 비롯한 소품과 예쁜 꽃가루도 인상적이었다. 초반에 공연을 봐서 그런지 네 명의 갈등구조가 딱 엉기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다. 그러나 독특한 무대, 색다른 구성, 그리고 연극이 갖는 여백의 미를 느끼고 싶다면 제격인 작품이다.

우정에 대하여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딱 붙어 다녔으나 지금은 같은 극을 띠고 밀어내고 있는 친구가 한 명쯤은 있을 것이다. 곰곰 생각해보면 그 같은 상황은 상대 때문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관계의 모든 것은 자존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제대로 사랑할 수 있을 때 누군가와도 적절하게 관계할 수 있는 것이다. 혹시 소원해진 친구가 있다면 자존감을 높이며 기다리자. 각자 홀로 설 수 있을 때, 다시 만나 더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오늘의 책

산업의 흐름으로 반도체 읽기!

『현명한 반도체 투자』 우황제 저자의 신간. 반도체 산업 전문가이며 실전 투자가인 저자의 풍부한 산업 지식을 담아냈다.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반도체를 각 산업들의 흐름 속에서 읽어낸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산업별 분석과 기업의 투자 포인트로 기회를 만들어 보자.

가장 알맞은 시절에 전하는 행복 안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사람, 작가 김신지의 에세이. 지금 이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들, ‘제철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1년을 24절기에 맞추며 눈앞의 행복을 마주해보자. 그리고 행복의 순간을 하나씩 늘려보자. 제철의 모습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은 우리 곁에 머무를 것이다.

2024년 런던국제도서전 화제작

실존하는 편지 가게 ‘글월’을 배경으로 한 힐링 소설. 사기를 당한 언니 때문에 꿈을 포기한 주인공. 편지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모르는 이와 편지를 교환하는 펜팔 서비스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성장해나간다. 진실한 마음으로 쓴 편지가 주는 힘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설.

나를 지키는 건 결국 나 자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물질적 부나 명예는 두 번째다. 첫째는 나 자신. 불확실한 세상에서 심리학은 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무기다. 요즘 대세 심리학자 신고은이 돈, 일, 관계, 사랑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을 위해 따뜻한 책 한 권을 펴냈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