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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와 앨리스의 집을 찾아서

업체와 계속 협의하고 실험하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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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인가, 아니면 누구도 침범하지 못하는 나만의 공간에 대한 염원인가. 다이어리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인가, 아니면 누구도 침범하지 못하는 나만의 공간에 대한 염원인가. 다이어리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종수만 해도 250여 가지가 넘고, 시장 규모 또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의 신장을 보이며 가파르게 커지는 와중 가장 눈에 띄는 상품이 있으니, 다이어리 시장 규모를 150% 이상 키우며 업계를 선도했다는 평을 받았던 앨리스 다이어리(2005년 출시)와 그 여세를 몰아 앨리스 다이어리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여 업그레이드한 도로시 다이어리(2006년 출시)다. 앨리스?도로시 다이어리의 성공 비밀을 알고자 ‘이 모든 것의 설계자’ 아트 데코 7321(이하 7321) 대표 김한 실장을 채널예스가 인터뷰했다. 저녁 여섯 시가 넘은 시각, 경기도 일산에 있는 7321 사무실에서.

7321 사무실은 앨리스?도로시 다이어리에서 풍기는 빈티지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그대로 옮겨간 듯했다. 디자인 회사임을 증명하듯 나무로 만든 테이블, 책상, 책장 등 가구 하나하나가 이 세상에 단 하나만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는데, 과연 김한 실장이 모두 직접 만든 거란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광고대행업체인 제일기획과 디자인 전문 회사 601비상에서 근무하며 대한민국 산업디자인상에서 대통령상을 받는 등 디자이너로서도 그 이름을 널리 알린 바 있다.

아트 데코 7321 대표 김한 실장
7321 사무실 모습. 테이블은 김한 실장이 직접 만든 것.

“‘7321’이라는 회사명이 독특합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비전 제시형 이름이에요. 2004년 3월 21일이 회사 생일인데 2007년 3월 21일에는 이 세상에서 알아주는 회사가 되자, 라는 생각에 ‘7321’이라는 브랜드로 자체 제작물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전까지는 다른 이름으로 광고 대행하는 게 주 업무였어요.”

앨리스도로시 다이어리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잖아요. 앨리스, 도로시라는 굉장히 친숙한 캐릭터로 다이어리를 만드셨는데 어떻게 기획하셨나요?”

“예전에 광고를 할 때에는 독특함, 창의적인 것이 광고를 만드는 주요 가치였어요. 그런데 그래픽 디자인에서 소품 디자인으로 넘어오다 보니 굉장히 낯설더라고요. 7321 초창기에 독특한 제품을 만들어서 팔아봤는데 그런 것이 우리 회사를 대변하는 제품으로 자리 매김 되지 않았어요. 안 되겠다 싶어서 일본, 프랑스 등 몇 개국을 직원들과 함께 여행 다녀왔어요. 그러면서 우리만의 브랜딩을 하자고 결심했습니다. 그 후 지금의 제품군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하나씩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이쪽 시장의 주요 타깃이 거의 이십 대 여성입니다. ‘이십 대 여성’이라고 하면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처럼 ‘앨리스이고 싶다, 도로시이고 싶다’라는 꿈이 많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 인터넷에서 여성이 쓰는 아이디도 앨리스, 도로시가 많고요. 자체 조사 결과로는 도로시보다 앨리스가 많았습니다. 이런 바탕하에 앨리스로 다이어리를 만들어 보자고 착상하게 되었습니다. 작년에는 도로시를 가지고 만들었죠.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보고요,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어요.”

데일리 다이어리와 페브릭 표지로 다른 다이어리와의 차별화에 성공한 도로시 다이어리. 출시 예정일 직전에 제작에 성공했다고 한다.
앨리스?도로시 다이어리를 보면 책 느낌이 많이 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프랭클린 다이어리 같은 고가 다이어리가 다이어리 시장을 선도해 왔기에 이쪽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려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죠. 트렌드 메이킹을 해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가 먼저 하지 않은 것을 해야 할 것 같았죠. 그래서 앨리스 다이어리를 만들었고 이제는 다른 회사에서도 앨리스 같은 다이어리를 만들기 시작했죠. 아주 기쁘게 생각합니다. 제 추종자가 많이 생겨서요.(웃음)”

김한 실장은 다이어리의 전반적인 컨셉트 디자인 이외에 좀 더 튼튼한 다이어리를 만들기 위한 제작 기획 그리고 마케팅 및 판매 전략 수립 등 다이어리 제작의 전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데, 김한 실장이 자부하는 앨리스?도로시 다이어리의 성공 비결은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한 제작 시스템 세팅에 성공하여 가장 비싸 보이지만 실제로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과 고객의 요구에 따라 계속 제품에 변화를 주고 업그레이드한 실험 정신이다.

“다이어리 제작과 판매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보시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일단은 마케팅인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제품 전략이 있겠죠. 소량 제작해서 희소성이라는 가치를 둘 수도 있겠고 저가 전략으로 상품을 더 대중화할 수도 있고요. 다이어리 시장은 굉장히 큰 시장입니다. 조금 만들어서 조금 파는 것보다 많이 만들어서 낮은 가격으로 많이 팔면 그 이익을 고객에게 돌릴 수도 있고 브랜드를 더 알릴 수도 있고요. 처음에 앨리스 다이어리가 나왔을 때, 다른 다이어리보다 가격이 많이 낮아 동종업계 사람들에게 원성을 사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많이 친해졌죠.(웃음)”

“어떻게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었죠?”

“일급비밀인데요.(웃음) 일단 7321은 제품이 굉장히 차별화되어 있고, 제본도 굉장히 특이해서 OEM 방식으로는 제작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전 과정을 모두 직접 하청을 두어 움직이는데, 하나의 다이어리를 만들려면 스무 단계 이상의 공정을 거쳐야 하고, 거래처만 해도 열다섯 업체 이상이에요. 회사가 일산에 있는 것도 거래처가 대부분 일산, 파주 쪽에 있어서 시간과 비용을 아끼고자 그런 거고요. 좋은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대량생산하는 체제로 가려고 업체와 계속 협의하고 실험하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7321 사무실에는 제작품을 샘플로 만들 수 있는 기계가 구비되어 있었다.
제품 구상을 바로 바로 만들어볼 수 있는 실험 환경을 갖춘 셈.

“이번에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도로시 다이어리에 대해 좀 더 소개해 주세요.”

도로시 다이어리를 시장에 내놓고자 일 년 동안 준비를 했는데요,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특히 다른 다이어리와 차별화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먼저 도로시 다이어리에는 일기장이 있어요. 대부분의 다이어리는 위클리(주간 계획표)가 태반이었는데, 365일 일기를 소화할 수 있도록 했죠. 상당히 위험한 도전이었어요. 그리고 표지를 천으로 인쇄하여 제작했습니다. 생각했던 대로 잘 안 나와서 실패를 반복했는데, 출시하기 직전에 성공했어요. 제본도 360도 회전할 수 있도록 한 것이어서,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마켓에서 전시할 때 이런 특징을 강하게 부각하여 트렌드를 만들려고 해요.”

7321에서 직접 촬영한 도로시 다이어리
도로시 다이어리는 360도 회전이 가능하도록 특수 제본 하였다.

훌륭한 아이디어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더라도 그 제품을 실제로 구매하는 소비자 시장에서 제대로 어필하지 못한다면 판매로 연결되지 않을 텐데, 7321은 이 부분에서도 업계를 선도한다. 그 비결을 물어보자 멋쩍다는 미소를 띠며 겸손하게 말한다.

“결국 관심인 것 같아요. 얼마만큼 생각하고 또 얼마만큼 그것에 맞는 툴을 개발하고 소비자의 구매 특성을 분석하느냐… 그것이 비결이 아닌가 합니다. 저희 제품은 주로 온라인에서 판매하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물건을 잘 파는 방법에 대해 많이 연구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아이콘 하나하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아이콘 하나로 클릭을 유도하려면 어떤 색상이어야 하고, 촬영은 어떻게 해야 효과가 더 좋은가에 대해서 많이 준비했습니다. 다이어리는 표현하지 않으면 소비자가 제품에 대해 잘 알 수 없어요. 그래서 다이어리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하고자 예쁘게 촬영하고 스크롤의 압박을 느낄 정도로 활용 방법을 예시했습니다. 그런 점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아기를 돌보듯이 얼마나 애착이 있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김한 실장은 언젠가 문구의 명품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즉, 그 희소가치 때문에 비싸도 팔리는 그런 제품 말이다. 7321 제품과 7321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함께 나이를 먹으며 성장하여 7321 제품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을 꿈꾼다는 김한 실장에게 응원을 보낸다. 아울러 ‘2007년 3월 21일’에도 미리 축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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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정희

독서교육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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