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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왕국 일본에서 만화가로 데뷔한 대한민국 열혈 청년, 만화가 배준걸

우선은 재미있는 만화로 일본과 한국 사람 모두를 감동하게 하는 게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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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 죽을 각오 없이 일본에서 만화가 되기』를 읽다 보면 청춘은 그것만으로 참 눈부시다는 생각이 든다. 전단 배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화를 그리는 그가 전혀 궁상맞거나 비참해 보이지 않았다.

『굶어 죽을 각오 없이 일본에서 만화가 되기』를 읽다 보면 청춘은 그것만으로 참 눈부시다는 생각이 든다. 전단 배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화를 그리는 그가 전혀 궁상맞거나 비참해 보이지 않았다.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편의점 음식을 먹어도 배탈 한 번 나지 않은 일을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젊음의 힘이다. 남들처럼 놀지도 먹지도 못해도 행복해 하며 자기 길을 개척해가는 그의 모습은 참 근사했다.

배준걸 씨는 자기 자신을 대책 없이, 바보같이 포지티브하다고 평했는데 어느 정도 그 말은 맞다. 일본어도 못하는 그가 처음 일본에 가서 만화가가 되겠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림없다, 턱도 없다’였다. 대놓고 비웃는 사람도 있었다. 그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한국에서도 만화가가 되기 어려운데 일본에서 어떻게 만화가가 되겠느냐’라고 말렸다. 그러나 그는 제대 후에 어렵게 다니던 미대를 그만두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믿는 것은 만화에 대한 열정과 그림 실력에 대한 자신감뿐이었다.

일본에서 만화가로 데뷔한 배준걸 씨
“대학에서의 전공은 금속공예던데요, 만화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저는 미대 입시 준비하면서 미술학원에 다닐 때 학원 애들이 만화 보는 거 솔직히 한심하게 봤어요. 그런데 군대에 가서 만화 그리는 맛을 알게 된 거죠. 그래서 같이 학원 다녔던 친구들이 ‘너, 그때 우리 한심하게 보더니 만화가가 됐네’ 하고 많이 웃었어요.”

“미대에서 배운 것이 만화에 도움이 됐나요?”

“아뇨, 거의 도움이 안 됐어요. 만화와 미대를 가려고 배운 그림은 전혀 달랐어요. 그렇지만 오랜 시간 앉아서 그림을 그린 경험은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군대에서 어떻게 만화를 그리게 됐는지 궁금한데요.”

“미대 다니다 왔다고 하니까 고참들이 자기 애인에게 줄 만화를 그려달라고 해서 계속 만화를 그렸어요.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나니까 너도나도 그려 달라고 하는 거예요. 아마 만화 그리는 훈련은 그때 다 받지 않았나 싶어요. 상병 때부터는 내 만화를 그렸죠. 그때 『광수생각』이 인기였거든요. 그것 비슷하게 한 페이지 만화를 그려서 주변에 보여주면 반응이 무척 좋은 거예요. 내 만화를 보고 남들이 웃는 게 정말 좋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게 내 길이구나’ 생각했죠.”

“군대 시절 그린 만화 중에 발표한 것이 있나요?”

“군대 있을 때 〈Paper〉라는 잡지를 참 좋아했어요. 제 만화가 거기에 맞는다는 생각을 해서 휴가 때 만화를 들고 무작정 〈Paper〉 사무실에 찾아가 편집장님에게 만화를 보여 드렸어요. 그때 이것저것 지적을 받아서 휴가 열흘 동안 도서관에서 만화만 고쳤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다 수정한 원고가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아서 〈Paper〉 홈페이지에서 활동하게 되었어요.”

일본에서 만화가로 데뷔하기까지 겪은 경험을 솔직하게 담은 『굶어 죽을 각오 없이 일본에서 만화가 되기』는 항상 웃음으로 마무리된다. 전단 배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건물 관리인에게 쫓겨나도, 성격 나쁜 일본인 어시(어시스턴트)에게 무시당해도, 어렵사리 사귄 아가씨와의 연애가 결국 실연으로 끝나도 만화는 웃음으로 끝을 맺는다. 어렵고 힘들지만 웃음으로 극복하자, 그것이 그가 어려운 일본 생활을 견디는 힘이었다. 긍정은 긍정을 부르고, 희망은 희망을 부른다.

“일본에서 제일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요?”

“일본에 갈 때 일본말을 못해도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있다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었는데 그게 전단 돌리는 아르바이트였어요. 100엔짜리 음료수도 마음 놓고 못 마셨고, 점심도 항상 도시락을 싸서 다녔어?. 그런 어려움보다 전단을 돌리다 보면 내 또래 아이들이 연애도 하고 놀러 다니면서 재미있게 사는 모습이 보이잖아요. 그럴 때는 문득 나는 지금 여기서 무엇 때문에 이렇게 고생을 하나, 눈물이 날 때도 있었어요.”

“한국 만화가가 일본 쪽에 연재를 하는 사람은 있어도 처음부터 그쪽에서 어시 생활부터 시작해 데뷔한 사람은 배준걸 씨가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네, 일본에서 외국인 만화가로 처음 데뷔했어요.”

“일본으로 건너가 만화가로 활동한다는 것이 생각하긴 쉬워도 실제로는 하기 어려운 일일 텐데요. 문화적인 차이도 있고, 언어 문제도 있고요.”

“어렵죠. 일본어로는 한국어처럼 완벽하게 내 감정을 담기가 어려우니까요. 이번에 『굶어 죽을 각오 없이 일본에서 만화가 되기』에 들어갈 만화를 그리면서 한국어로 만화를 그리는 게 가장 행복하다는 걸 느꼈어요. 일본어로 만화를 그리면서 언어적인 부분을 고민하지 않을 순 없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저는 만화 그리는 실력이 부족할 때 항상 언어에 대해 고민을 하더라고요. 만화가 잘 그려질 때는 일본어에 대해 전혀 의식하지 않거든요. 일본에서 만난 만화가 선생님들이 제 일본어는 알기 쉬워서 좋다고 용기를 주셨어요. 그래서 이제는 언어적인 것도 제 개성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도 ‘야마(산)’라는 말도 몰라서 사전을 짊어지고 다닐 때에 비하면 아주 많이 늘었죠.(웃음)”

책에서 이 에피소드를 만화로 그렸다. 혼다라는 만화가의 어시로 처음 일하게 된 배준걸 씨는 첫날부터 언어의 벽에 부딪혔다. 선생님이 그리라고 지시하는 것을 알아들을 수 없었던 것. 6개월 만에 구한 어시 자리였지만 혼다 선생님은 그만두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배준걸 씨가 작업한 배경 그림을 보고 180도 태도가 달라져 계속 일을 맡긴다. 그때 선생님이 한 말. “일본어가 대수냐. 그림이 이 정도면 네가 연쇄살인범이라도 괜찮아.”

일본어는 기본적인 소통도 힘들었지만 만화에 대한 열정으로 그것을 이겨나갔다. 그림 실력만 있으면 정당한 대접을 해주는 일본 만화업계의 분위기도 큰 힘이 되었다. 만화가 선생님의 어시 생활을 하면서 만화 작법과 콘티 짜는 법도 배우고 만화 쪽 일을 하는 사람들과도 많이 만나게 되었다.

“일본에서 외국인으로 만화가 어시스턴트 생활을 하기가 힘들진 않았나요?”

“일본에서 어시는 정당한 대우를 받는 편이에요. 외국인이라도 실력만 있으면 일본 사람하고 동등하게 대우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어시라고 해서 막 대하는 그런 것도 전혀 없고요. 어시 일에 대한 보수도 한국보다 후하죠. 어시 수입만으로 생활할 수 있으니까요. 만화에 대한 경험도 쌓으면서 돈도 벌 수 있으니까 저한테는 좋은 기회였어요.”

“일본 사람이 읽을 만화를 그리면서 시행착오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처음 제가 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작품은 완전히 일본 만화였어요. 주인공도 일본인, 배경도 일본 학교. 내용은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했지만 이름을 보지 않았다면 다 일본 사람이 그린 만화라고 생각할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편집자 분이 왜 일본인처럼 만화를 그리느냐, 일본에서 한국인 만화가로 살아가는 당신만이 그릴 수 있는 만화를 그리라는 충고를 듣고 만화에 제 색깔을 내려고 노력하게 됐죠. 그래서 군대를 소재로 그림을 그렸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일본 사람이 한국의 군대 문화를 잘 이해하던가요?”

“자기네들에게 없는 이질적인 것이니까 호기심을 갖고 재미있어하더라고요. 그다음부터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 차이를 대화와 웃음으로 해결하는 만화를 그리고 싶어졌어요. 만화가로서 내 색깔은 바로 한국인의 시점에서, 일본에 사는 한국인이 겪는 경험에서 나온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다음부터 일본적인 만화를 그려야겠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게 되었어요. 만화 그리는 게 훨씬 더 편해졌죠.”

“일본에서 일본 만화도 많이 접했을 텐데. 어떤 만화를 많이 읽었나요?”

“저는 읽는 것보다 그리는 것을 더 좋아해서요. 다른 사람이 그린 만화는 주로 제 작품이 막혔을 때 많이 보는 편이에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고민하던 문제의 답이 나와요. 만화가가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전문분야를 철저하게 취재해서 그린 만화를 좋아해요. 『노다메 칸타빌레』『BECK 벡』같은 만화요.”

“일본에서 만화가로 일하면서 어떤 점이 제일 좋던가요?”

“출판사의 지원이요. 만화가에 대한 지원이 체계적이면서도 세심해요. 예를 들어, 만화를 그리다가 어떤 식당의 사진이 필요하다고 하면 편집자가 직접 사진을 찍어서 보내오기도 해요. 만화 그리느라 바쁘실 테니까, 그러면서요. 취재에 따른 비용도 출판사 부담이죠. 만화를 그리는 데 필요한 것을 아낌없이 지원해줘요. 저는 갓 공모전으로 데뷔한 신인인데, 작업실도 구해주고, 어시도 구해주고, 만화에 필요한 물품이나 자료를 사라고 100만 엔을 무이자로 빌려줬어요. 한국에서는 꿈도 못 꿨던 일이었어요. 또, 편집자와의 관계도 굉장히 도움이 되고요.”

“일본 만화는 편집자와 만화가가 함께 만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일본은 콘티가 완벽하지 않으면 그림 작업을 시작하지 않아요. 콘티를 적어도 열 번 이상은 수정해야 겨우 작품을 그릴 수 있어요. 편집자는 작품의 약한 부분을 계속 지적하고 그것을 계속 보완하고 수정하다 보면 작품이 더 나아진다는 것을 느껴요. 그런 느낌이 없다면 편집자를 신뢰하기 어렵죠. 일본 만화는 그림보다 스토리에 더 비중을 두는 편이라 스토리를 탄탄하게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일본 만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이렇게 콘티 단계부터 철저하게 다듬기 때문이에요. 한국 만화를 보면 그림은 깜짝 놀랄 만큼 잘 그린 것이 많은데 연재가 진행되면 뒷심이 달린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그건 콘티를 철저하게 안 고쳐서 그런 거죠. 그리겠다는 마음이 앞서서 작품을 하다 보니까 스토리 부분이 못 따라올 때가 많아요.”

“그렇게 지원을 받는 만큼 재미있는 만화를 그려야 한다는 압박감도 상당할 것 같은데요.”

“없진 않지만 그게 그렇게 큰 부담은 아니에요. 나는 만화를 정말 좋아하니까, 어깨에 힘을 빼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계속 그리는 거죠. 만화를 그리는 일이 부담이라면 이 일은 하기 어려울 거예요.”

“일본이 한국보다 만화 시장도 넓고 만화가로 생활하기가 훨씬 좋아도 나름의 그늘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점은 못 느끼셨나요?”

“일본은 일단 만화를 실을 수 있는 잡지가 굉장히 많아서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넓어요. 언더그라운드나 인디 쪽도 굉장히 넓어서 메이저 잡지에 데뷔하지 않아도 만화로 밥 먹고 사는 게 가능해요. 자기 만화를 읽어줄 사람이 많죠. 그래서 만화가를 목표로 하는 사람이 많지만 적당히 뛰어드는 사람에겐 한국보다 더 냉혹한 곳이 일본 만화계예요.”

“어째서 그런가요?”

“제 어시 분들이 저보다 나이가 많아요. 한 분은 마흔 살이고 다른 한 분은 서른두 살인데 아직 데뷔를 못하셨어요. 그분들을 보니까 꿈이라는 게 참 위험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평범하게 회사 다니는 비슷한 연배의 분들이라면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안정되었을 나이고 직업적인 경력도 착착 쌓여갈 나인데 이분들은 저금도 미래도 커리어도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에요. 특히 일본은 어시만 해도 생활이 되니까 데뷔를 아예 포기하고 어시 생활에 안주하는 사람이 많죠. 만화를 그리면서 사는 건 참 멋진 일이지만 그렇게 되려면 포기해야 할 것도 많아요.”

“그래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건 대부분의 사람이 꾸는 꿈 아닌가요?”

“그렇지만 그 꿈이 적당히 해서 이루어질 리가 없잖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면 재미있죠. 사람은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할 때 자기 한계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고 전 믿거든요. 그것에 빠지면 남이 시키는 일은 하지 못하죠.”

“일종의 마약 중독 같네요.”

“어정쩡한 노력으로 별다른 성과도 없이 시간을 보내면 정말 마약 중독자나 다름없어요. 만화를 그리든 다른 일을 하든 경쟁은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해요. 만화가로 저의 경쟁자는 저 자신이라고 생각해요. 재미있는 만화라면 어디에라도 실어준다는 그런 자신감이 있죠. 저는 만화에 완전히 몰입해서 고요해지는 그 공간에 있을 때 제일 행복해요. 평생 만화만 그리라고 해도 그럴 수 있을 같아요.”

“만화가라고 하면 왠지 마감에 쫓겨서 후줄근한 모습으로 다닐 것 같은데, 오늘 처음 뵙고 나카무라 시도(<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주연배우) 닮은 사람이 왜 여기 와 있나 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닮았나요?(웃음) 대부분의 만화가가 다 일에 쫓겨서 살아요. 예전에 공모전 만화를 그릴 때는 비쩍 말라서 일본인 친구들이 그러다 쓰러지겠다고 걱정을 많이 했어요. 인간의 몰골이 아니었죠. 데뷔하고 나서 운동 안 하면 큰일이 날 것 같아서 매일 하고 있어요.”

“만화가와 운동은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요.”

“만화가들 운동 많이 해요. 만화를 그리려면 운동을 꼭 해야 하죠. 아니면 힘이 달려서 만화를 그리기 어려우니까요.”

“그렇게 힘들어도 죽을 때까지 만화를 그리고 싶은, 만화의 매력이 뭘까요?”

“재미겠죠. 남들이 내 만화를 보고 재미있어 해주는 것, 감동하는 것, 그것이 만화를 그려내는 최고 매력인 것 같아요.”

“책을 보고 만화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보낸 메일을 많이 받지 않았나요?”

“너무 여건이 어려워 만화가의 꿈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내 책을 읽고 용기가 났다는 메일을 많이 받았어요.”

“만화가를 목표로 하는 사람이 많지만 적당히 뛰어드는 사람에겐 한국보다 더 냉혹한 곳이 일본 만화계…”
“일본에서 처음으로 데뷔한 한국인 만화가로 부담감이나 책임감이 있을 듯한데요.”

“지금은 그런 건 없어요. 처음엔 약간 부담도 느끼고 했는데 이 책을 쓰면서 내가 할 일은 다했다고 느꼈거든요.”

책에서도 그렇고 실제 만나서 이야기할 때도 그렇고, 배준걸 씨는 일본이나 일본 사람에 대해 나쁜 인상이 거의 없었다. 신기할 정도였다. 일본어를 가르쳐주고, 가족 대신 정을 나눠주고, 만화 일감을 주고, 그의 고민을 들어줘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것이 모두 그들 덕택이었다고 배준걸 씨는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일본 사람과 직접 부대끼며 살아보니까 어떤가요?”

“개인 대 개인으로 벽이 느껴질 때는 있어도 일본 사람이라서 벽이 느껴진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왜 한국 사람이라도 마음 맞는 사람이 있고 잘 안 맞는 사람이 있잖아요. 일본 사람도 그래요. 같이 있어서 좋은 사람이 친구가 되잖아요. 한국과 일본은 역사적인 문제도 있으니까 처음엔 껄끄럽고 그런 마음이 없진 않지만 직접 만나면 역사와 정치의 선입견을 극복하고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날 수 있었어요. 저는 일본에서 사귄 친구들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도 일본 사람들은 속마음을 터놓지 않아서 친해지기 어렵다는 말들 많이 하던데요.”

“직접 일본 사람들을 만나보니까 그건 일본 사람들이 너무 친절하니까 그런 소리를 듣는 게 아닐까 싶어요. 다 똑같이 남 뒤에서 험담도 하고 흉도 보고 그러는데 일본 사람들은 앞에서 너무 친절하니까 배신감이 더 크게 드는 게 아닐까요? 일본 사람들은 대립을 싫어해서 남들 앞에서 그걸 잘 표현을 못 해요. 그렇지만 마음은 똑같다고 봐요. 옳고 그른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똑같으니까요.”

일본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배준걸 씨의 기억에 가장 남는 사람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만나는 사람들은 자원봉사자들이다. 일본 사람이 정이 없다는 편견도 자원봉사자들과 만나면서 깨졌다. 일본 사회를 지탱하는 긍정적이고 건전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의 자원봉사자들은 꼭 여유가 있어서 하기보다는 사람이 좋아서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제게 일본어를 가르쳐 준 자원봉사자 선생님은 일주일에 두 시간 수업을 하려고 매일 두 시간씩 수업 준비를 하시고, 한 시간 반이나 되는 시간을 들여 토요일에 일본어를 가르치러 오셨거든요. 그분들을 보면 일본에 많은 문제가 있어도 여전히 살 만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스스로 자원봉사자 일을 해본 적도 있는데 어땠어요?”

“힘들었죠. 저는 장애우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을 했었는데 장애우에 대한 편견(왠지 불쌍하고 착할 것 같다)이 와장창 깨졌어요.(웃음) 몇 년씩 이 일을 계속하는 분들이 정말 대단해 보이더라고요. 순수한 목적의식이 없으면 오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그래도 앞으로 시간이 된다면 꼭 하고 싶어요. 우선은 재미있는 만화로 일본과 한국 사람 모두를 감동하게 하는 게 제 목표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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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 죽을 각오 없이 일본에서 만화가 되기

<배준걸> 글,그림9,72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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