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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의 미란다를 닮은 여자 안은영의 『여자 생활 백서』

여자들을 위한 소소한 이야기, 『여자 생활 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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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쓴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다 ‘피식’ 하고 웃었단다. “예전부터 책을 쓰고 싶었지만 한 가지만 진득하게 하지 못하는 성격이라서요.” 그렇지만 책을 쓰는 작업은 즐거웠다.

미국 HBO의 인기 시리즈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의 캐리, 미란다, 사만다, 샬롯 중에서 언니를 고른다면 누가 가장 적당할까? 사랑스러운 캐리, 딱 부러지는 미란다, 화끈한 사만다, 결혼에 대해 낭만과 환상을 간직한 샬롯. 각각 좋아하는 캐릭터는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언니로 삼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란다를 선택할 것이다.




미란다를 닮은 여자, 안은영

일에서는 딱 부러지면서도 가끔은 어이없이 귀여운 구석을 보여주는 미란다, 뼈아픈 한 마디로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면서도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는 미란다, 남자 친구에게 차인 저녁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오바이트’를 할 때 등을 두드려주는 미란다. 그런 미란다가 책을 썼다면 아마 이런 책이 되지 않았을까? 안은영 씨의
『여자 생활 백서』를 읽은 다음 든 느낌이다.

재미있게도 안은영 씨가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에서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가 바로 미란다였다. “미란다는 시니컬하면서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에요. 겉으로는 강해 보여도 속으로는 전전긍긍하는 구석도 있고요. 차가운 척하면서도 언뜻언뜻 자신의 따뜻함을 보여줄 때가 있잖아요. 그런 부분이 참 귀여워요. 저하고 닮은 구석도 꽤 있고요.”

처음 책을 쓴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다 ‘피식’ 하고 웃었단다.
“예전부터 책을 쓰고 싶었지만 한 가지만 진득하게 하지 못하는 성격이라서요.” 그렇지만 책을 쓰는 작업은 즐거웠다. “석 달 반을 집필했습니다. 회사 일을 하면서 집필을 하느라 힘들었지만 글에 집중하고 있을 때는 즐거웠어요. 알고 있는 것을 털어내는 과정이기도 했고, 제 과거와 미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글을 쓰면서 자신이 정화된다는 느낌도 들었고요.”


여자들을 위한 소소한 이야기, 『여자 생활 백서』

책 앞에 나열된 경력 사항부터 주눅이 드는 전문직 여성들의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 너도 이렇게 살아봐라’ 하는 책과 다르게
『여자 생활 백서』는 편안하다. 방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뻥튀기라도 먹으면서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여자 주인공의 외모에 대해 품평을 하고, 진전이 없는 연애에 대해 수다를 떨고, 고단한 직장생활을 더 힘들게 하는 동료나 상사에 대한 뒤끝 없는 뒷담화를 하는 기분이랄까. 먼저 거친 세상에 나와 울고 웃었던 언니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라고 기세 좋게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기분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여자 생활 백서』는 굉장히 ‘실용적인 정보’를 담은 책이기도 하다.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들이 실질적으로 궁금해 하는 사랑과 섹스, 연애와 결혼, 패션과 뷰티, 가족과 친구, 직장생활과 인간관계, 취미와 여가에 대해 ‘알토란’ 같은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안은영 씨가 생각할 때, 『여자 생활 백서』는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거창한 철학을 담은 것도 아니고, 한때 유행했던 전문직 여성의 자기성공담 필이 나는 것도 아니잖아요. 처음 20대 여성을 위한 책을 청탁받았을 때는 고사하려고 했어요.” 편집자를 만난 자리에서 “저 그런 책 싫어해요”라고 딱 잘라 말했다고. “그런 책이라면 어떤 책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표피적이고 여성을 상품화하려는 책이요. 시중에 이미 많이 나와 있잖아요.”

그래서
『여자 생활 백서』는 작고 소박하고 평범한 여성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에 시선을 돌렸다. “제가 그렇게 대단한 여자가 아니잖아요. 기자라는 직업이 멋있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3D에요. 수면에서는 우아하지만 물밑에서 열심히 헤엄치는 백조 같지요. 책을 쓰면서 딱 한 가지 원칙은 지키자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살아라’라는 지침 같은 것은 절대 주지 않기로요.”

책 제목에 숫자를 넣지 않은 것도 그런 원칙과 일맥상통했다.
“처음에 이 책을 숫자 마케팅으로 가려고 했어요. 그러는 쪽이 판매에 도움이 되니까. 그렇지만 전 싫더라고요. 책을 통해 뭔가를 가르치는 것도 내키지 않았고요. 스스로 ‘멘토’가 되는 것도 싫었어요. 그냥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이야기, 그리고 꿈꾸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자, 그렇게 생각했어요. 거기서 뭔가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면 그건 독자가 이끌어낸 것이지 제가 의도한 것은 절대 아니에요.”

그러나 책을 내고 난 다음 주변의 공기가 달라졌음이 느껴졌다.
“제가 잘났고 못났고를 떠나 책을 낸다는 것은 누군가에 의해 ‘멘토’가 될 수 있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어요. 나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나를 ‘멘토’라고 여기는 분들이 계시니까요.”




산전수전, 기자생활 12년차

스스로 평범한 사회인이자 회사원이라고 하는 안은영 씨는 95년 학생 잡지 기자를 시작으로 일간지, 주간지, 월간지를 모두 경험한 기자다. 지금은 <메트로>에서 연예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다.
“10년 넘게 해온 일이지만 날마다 너무 바쁘고 해야 할 일은 너무 많아요.” 그렇지만 그녀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한다. 사람 만나기 좋아하고, 호기심 많은 그녀에게 기자는 적성에 잘 맞는 직업이다.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호기심 천국’이라고 부른다고. “물론 힘들 때도 많죠. 기사가 물 먹었을 때,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기분이 더럽죠. 기삿거리를 놓쳤을 때는 더더욱 그렇고요. 처음엔 ‘아, 데스크에 뭐라고 이야기하나’ 하고 생각하다가 나중에는 ‘내가 일에 대해 무능력하지 않나’ 하는 자괴감이 들어요. ‘쟤 결혼 기사는 내가 쓰겠구나’ 했는데 뒤통수를 맞았을 때는 인간적인 배신감까지 느껴져요.”

12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조직과의 갈등은 없었을까?
“10년 이상 직장에 다니면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도록 되어버려요. 구조적으로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이 잘 맞는 옷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있을까요? 큰 불평 없이 조직생활을 한다면 자신에게 맞는 조직이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어디까지나 개인이 조직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장 생활에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것.

“마초적인 생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요. 대부분의 사원은 대체가 가능해요. 그렇기 때문에 항상 조직이 개인보다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저는 조직에서는 ‘내가 잘나는 수밖에 없다’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재미있는 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과 자신이 점점 닮아간다는 거죠. 조직뿐만 아니라 같이 생활하다 보면 상사의 싫은 점까지 점점 닮아가요.”

조직생활을 잘하기 위해서는 선배만큼 후배도 잘 챙겨야 한다. 그녀도 처음부터 후배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편한 ‘선배’는 아니었다.
“처음 후배를 받았을 때 느꼈던 것은 박탈감이었어요. 지금까지 막내로 선배들의 귀여움을 받고 일했는데 그 자리를 뺏기는 거잖아요. 그리고 책임지기 싫었어요. 선배는 후배를 챙겨야 한다고 강요당하는 것 같아서요.”

그렇지만 지금은 후배들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단다.
“오버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정말 예뻐요. 실수를 하면 어쩌나 하는 안쓰러운 마음도 들고요. 그렇지만 후배들이 볼 때 전 아마 ‘무서운 선배’일 겁니다. 제가 일할 때는 깐깐하고 냉정하거든요. 작은 실수도 그냥 넘어가지 않아요. 저는 일에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다못해 구멍가게를 하든, 인형 눈알을 박아도 원칙이 있어야 하고, 그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그래서 그러한 트레이닝을 받지 못한 후배들에게는 특히 ‘깐깐한 선배’로 비칠 거라고 말했다.

“저는 항상 후배들에게 ‘선배는 등쳐먹으라고 있는 거다’라고 말해요. 하지만 사실 이 말은 ‘너희 노는 데 나도 좀 끼워 줘’ 하는 말이죠. 선배는 항상 후배에게 내려갈 수밖에 없더라고요. 저도 후배일 때 선배에게 다가가기가 참 힘들었거든요.”


첫째는 직장생활, 결혼은 제일 마지막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슬럼프를 극복할 때마다 점점 동기부여의 힘이 약해진다는 것.
“직장과 나를 묶어놓는 끈이 점점 약해져요. 그러면서 ‘아 이렇게 늙어가는 건가? 이렇게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는 건가’ 하는 불안감을 느끼죠. 특히, 2,30대 여성들은 결혼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받아요. 결혼을 안 해서 받는 편견도 있고, 결혼을 해서 받는 편견도 있고요. 그렇다고 그런 흐름에 대해서 제가 잔 다르크처럼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는 투사는 또 아니거든요.” 그렇지만 그런 편견을 만드는 데에는 분명 여성의 책임이 있고, 좀더 성숙한 인간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20대 때는 서른 살이 되면 죽어 버리고 싶었어요. 제가 20대 때는 30대 선배들이 너무 힘들고 지쳐보였거든요. 그때는 결혼이 2,30대 여성에게 주는 중압감이 너무 컸죠. 제가 30대가 되었을 때는 어떻게 서야 할지가 난감했어요. 그다지 낭만적이지도 않았고요. 그래도 그때나 지금이나 ‘결혼’에 대해서는 편하게 생각합니다.” 지금 그녀에게 최고 우선순위는 직장 생활이다. “제일 첫 번째가 직장생활, 그 다음이 인적 네트워크, 그 다음이 연애예요. 결혼은 제일 마지막입니다.”




아직도 무모한 사고를 치고 싶다

자신의 20대에 대해 안은영 씨는 ‘철딱서니가 없었다’라고 표현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쟤는 도대체 뭐가 되려나’ 할 정도로 철이 없었어요.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20대 때 다 해봐서 30대가 편합니다. 연애도 가슴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실컷 해봤어요.”

20대는 오감이 예민해 머리와 가슴 모두가 예민하게 느끼고 세상을 받아들였다. 그에 비해 30대는 가슴이 점점 없어지고 머리가 커짐을 느낀다.
“무모했던 부분이 줄고 이성적으로 행동하게 되죠. 그래도 여전히 저는 머리와 가슴이 모두 커져서 여전히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고 싶어요. 무모한 일도 저지르고 싶고요.” 최근에 저지른 최고의 대형 사고는 책을 쓴 것이다. 앞으로 치고 싶은 사고는 무엇인지를 물었다.

“어느 날 돌연 회사를 안 나가는 거예요. 회사에서 ‘이 사람이 늦네’ 그러면서 휴대전화로 연락을 하면 휴대전화는 끊겨있는 거죠. 그리고 외국에 나가 반년 동안 살고 싶어요. 사실 지금까지 너무 소모적으로 살았기 때문에 재충전하고 스스로를 돌볼 시간이 필요해요.”

그리고 은밀하게 치고 싶은 사고도 덧붙여 이야기했다.
“아무도 모르게 은밀한 사랑을 해보고 싶어요. 바람이나 불륜, 애인 있는 남자와 몰래 사귄다는 이야기가 아니라요, 주변 사람들 모르게 몰래 연애하는 것이요. 딱 삼 개월만. 깊고 질척하게요. 그리고 산뜻하게 헤어지는 거죠.”

30대가 되어서 새롭게 얻은 것이 무엇일까?
“저는 건강한 사람이 좋고, 건강하게 살고 싶어요. 투명하지 않은 사람, 음험한 사람은 정말 못 견뎠어요. 그런 사람을 조직에서 만난다면 정말 힘들 거라고 생각해 왔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좀 달라졌어요. 그런 사람을 만나도 현명하게 피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거든요.” 자신과 불화(不和)하는 것들과 공존할 수 있는 것, 무작정 덤벼들어 부서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돌아갈 줄 아는 것, 그것이 서른이 그녀에게 준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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