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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과 신화, 신앙과 현실 사이에서 인간의 본질, 사랑을 이야기한다

글쓴이: leo1919님의 블로그 | 2013.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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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을 읽어본 적이 거의 없어서 어떤 책이 오려나 기대가 되었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손에 받아든 책은 뜻밖에도 660페이지에 달하는 백과사전같이 두꺼운 책이었고 그 어마어마한 부피에 이것이 과연 만화책이란 말인가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으니,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그 방대한 내용에 이 작품을 과연 단순히 만화책이라고 불러도 될 것인가.. 더 크게 놀라야 했다.


 


며칠만에 다 읽으리라는 예상은 보기좋게 깨졌다. 비극적인 운명을 헤쳐나가는 주인공들의 삶을 따라가는 것도 힘겨웠는데 수많은 상징으로 채워진 그림과 이야기로 한 장을 넘기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그렇게 한단락 한단락 천천히 읽으면서 오늘에 이르렀지만 과연 내가 읽고 보고 이해한 것이 어떤 내용인지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작가가 이 작품을 완성하는데 7년이 걸렸다는 말에 어머 그래? 어떤 작품이길래 하면서 호기심이 일었는데 읽어보니 과연 그렇구나~ 오래 공들여 완성한 작품이겠구나.. 이해가 되었다고나 할까?


 


 


작품은 가난 때문에 어린 나이에 필경사에게 팔려가듯 시집갔다가 남편이 피살되고 12살 나이에 노예로 팔리게 된 도돌라와 그녀에게 맡겨진 어린 흑인노예 잠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리고 있다. 잠을 데리고 사막으로 도망친 도돌라는 동생같고 자식같은 잠을 보살피기 위해 사막을 지나는 캐러밴에게 몸을 팔아 생활을 유지하며 사막의 마녀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어느날 술탄의 부하들이 그녀를 잡아가면서 도돌라와 잠은 헤어지게 된다.


변덕스럽고 방탕한 술탄의 하렘에서 온갖고초를 겪으며 살아가는 도돌라와 자신 때문에 도돌라가 사내들의 노리개로 전락한 사실에 괴로워하던 잠은 서로를 그리워하면서 각자의 길을 걸어가게 된다. 과연 두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작품의 시대는 참 모호하다. 술탄과 그의 하렘, 노예와 캐러밴과 필경사가 등장해 마치 옛 아랍세계를 그린 것 같지만 공장과 댐, 각종 산업폐기물 등이 공존해 현대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시대나 배경이 아니라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예나 지금이나 갖은 착취와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여성과 흑인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배경을 현대로 봐도 무방하겠다. 그들을 핍박하는 권력자와 자본가들의 모습은 오늘날에도 다르지 않으니까 말이다.


 


 


이 작품이 가장 매력적인 점은 코란으로 대표되는 이슬람 문화와 성경으로 대표되는 크리스트교와 유대 문화를 모두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아랍의 전통, 전설과 신화, 코란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크리스트교와 성경, 유대교도 포괄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더 흥미롭다.


특히, 필경사 남편으로부터 글과 이야기를 배운 도돌라가 잠에게 글을 가르쳐주고 이야기를 해주면서 이슬람과 성경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 성경 속 인물들인 아브라함과 이삭, 솔로몬, 예수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주인공들의 상황과 맞물리면서 흥미를 더하고 있다. 그 중에서 이스마엘과 이삭 중 한 아들을 산제물로 바치려는 아브라함의 이야기와 솔로몬왕과 시바의 여왕 빌키스의 이야기, 아라비안 나이트에 등장하는 색깔있는 물고기의 사연 등 어린 시절 흥미롭게 읽었던 이야기들의 뒷이야기를 알 수 있어 더욱 재미있었다.


 


또, 그림에 적용된 아랍어의 이미지에서 그 의미의 생소함을 넘어서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 기억에 남았다. 그 아름답고 신비로운 그림들을 여기에 함께 첨부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은 가진자들의 것이고 사회적 약자들은 그들의 배를 불리는 착취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수천년동안 핍박과 차별을 받아왔어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세상을 지탱하는 것은 그렇게 핍박받은 약자들이라고 생각한다.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사랑과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도돌라와 잠의 이야기가 감동적인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아름다운 그림과 방대하고 심오하며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진 작품 하비비.. 시간이 지나면 찬찬히 다시 읽어보고 싶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하비비의 뜻은 아프고 우여곡절 많았던 주인공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작가의 선물인 것 같아서 미소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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