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섹스앤더시티라더니..정말 그 말이 딱이었다.
사실 난 미드 섹스앤더시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요건 보면 볼수록 웃음이 나는 것이 읽는 내내 키득키득 웃음도 나면서 첫사랑의 설레임이 마구 피어오를것같은 아가페적 사랑이 아니더라도 성인의 사랑은 이런 것? 이라는 느낌을 주는 재미난 소설이라고 해야할까? 음, 암튼 무척이나 재미나게 읽었는데 그 느낌을 제대로 표현해낼수 없는 나의 어휘 결핍이 아쉬울따름이다. 다소 좀 희화화하고 과장한 느낌도 있지만, 솔직한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무척 유쾌한 시간이었다.
놀란 것은 이런 신세대적 감성을 다뤄낸 연애소설의 여왕이라는 다나베 세이코가 1928년생이라는 사실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는데, 사실 침대에 대해 미혼여성들이 다룰 이야기라니, 살짝 저급한 성에 대한 담론쯤 될까 싶어서 내 취향은 아니겠구나 싶었는데 다나베 세이코라는 작가 이름에 사실 기대감이 커졌던 것은 사실이었다. 뭐랄까. 소재보다도 작가의 이름을 믿었달까?
그런데 이 책 시작부터가 코믹하면서도 눈길을 떼지 못하게 꽉 붙들어맨다.
날씨가 우중충했던 (아침부터 천둥벼락이 치던 일요일날) 아침, 아들은 아빠와 레고를 보겠다며 엄만 자라고 해서 기분이 살짝 안 좋았던 날, 핑계김에 안방에 에어컨 틀고 침대에 누워 이 책을 보는데.. 나빴던 기분 따위 날아가버리고 정말 큭큭 웃어가면서 책에 빠져들었다.
31세의 와다 아카리, 스스로 중년입네 올드 미스입네 하지만 요즘 세상에 무슨 30 넘었다고 올드 미스람. 올드 미스의 연령에는 다소 거부감이 들었지만 아뭏든 저자와 주인공 스스로가 올드 미스라 생각한다니 그렇다고 믿어주자. 아뭏든 20대의 풋풋한 싱그러운 젊음 보다는 30대가 뭔가 원숙함이 느껴지는건 사실이겠지.
와다는 얼른 괜찮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20대때만 해도 남자들이 먼저 다가와주었는데 결혼까지는 이어지지 않았고, 30이 넘으니 더군다나 연애대상의 남자조차 만나지질 않는다. 그들은 좀더 어린 20대를 찾아나선다. 자신의 친구인 요시코는 심지어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는 터라 와다보다 좀더 상황이 안좋은(?, 남자만나기에) 편이라 할수 있다. 그런 고로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에 이를수 있도록 여성 전용 독신자 아파트를 나와 좀더 넓은 평수에 침대도 들여놓을 수 있고 욕조 등도 완비된 그런 이상적인 곳을 찾아나서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화장실, 욕실이 완비되어있는 원룸이 보편화되었다지만 일본은 워낙 물가가 비싸 그런지 나만의 욕실을 갖는다는 것에 로망을 갖는 책들을 이전에도 몇편 읽어본 적 있었다. 특히나 결혼 전 여성이 혼자 독립하면서 나만의 욕실을 갖기란 무척 힘든 일인 듯 하였다. (물가대비)
근처 학원의 시끄러운 소음이 들려서인지 그녀가 원하던 가격에 얼추 들어맞는 방을 구하게 되었다. 다른 건 모두 다 떠나고서라도 자립의 극치라는 침대를 꼭 들이고 싶었기에 여러 발품을 팔아서 마침 맞춤 침대를 주인이 사가지 않고 구매 포기를 한 제품을 싸게 잘 살 수 있었다. 좋은 남자를 들이기 위한, (그래서 결혼까지 이어지기 위한) 그녀의 공간 마련, 특히나 침대 마련은 다소 불순한 (?) 그녀의 생각을 대변해주면서 이 책의 제목으로까지 자리잡게 되었다.
책은 재미난데 나의 리뷰는 왜이리 구구절절 재미가 없는지 아쉽지만 ㅋ
침대까지 완벽히 들여놓고 멋지게 꾸며놨는데 정작 남자가 없다.
이런 아쉬운 상황 속에 몇년 전 연락이 끊겼던 연하남에게서 연락이 온다.
결혼하고 싶은 대상은 아니지만, 귀여우면서 자신을 마구 좋아해주는 그 남자를 생각해보면 어쩐지 다시 만나 주위에 두고 싶은 심정이다.
게다가 그녀의 다소 무방비한 성격이랄지,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성격이랄지, 남자를 자극하는 전화 이야기에 남자는 아주 당장 뛰어오고 싶어 어쩔줄 몰라한다.
한껏 기대에 부풀어 어쩔줄 몰라하는 남자를 갖고 논것까지는 아니지만, 신나게 자기 원룸의 침대까지 자랑해놓고서도 정작 그 공간을 쓰게 해주진 않는다. 남자들이 보면 참 못됐다 싶을 대목?
뭐랄까 여태까지는 자유 연애를 추구해왔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지만, 이제 결혼을 해야하니 좀더 신중해지고 싶으면서, 그런 남자를 만나기전까지 주위에 자기를 숭배해주는 남자 한둘쯤 있길 바라는 여우같은 와다의 마음이 읽혀진다 해야할까?
거기에 평소엔 남자로 안 보이던 회사 후배 우메모토
한살인가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얼굴도 하얗고 이목구비가 단정하게 생기고 일처리도 깔끔하다. 그런데 모든 여성들이 그를 남자로 여길 수 없게 만드는 뭔가의 친숙한(여성같은)이 느껴진다. 와다도 그가 괜찮지만 남자로서는 노~
하지만 자기는 싫어도 친구랑은 잘 맞을거라는 (거참 이기적이다.) 생각에 친구랑 이어주려고 집으로 불렀더니 제법 셰프다운 솜씨로 도마를 닦고 앞치마를 두르고 질좋은 재료를 꺼내 빠에야를 만드는 모습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이남자 와다에게만 한없이 관대하고 칭찬 일색이다. 자기는 처녀도 싫고 젊은 여성은 싫고 원숙하면서 인생 경험이 많은 그런 사람이 좋다나? 그렇게 와다를 좋아한다 하면서 말만 늘어놓고 도무지 와다를 어떻게 할 생각을 내질 않아 와다의 자존심을 뭉개버린다.
거기에 느물느물한 아저씨인 거래처 직원 스미타니 아저씨까지.
아니 왜 이런 관계까지 맺는 걸까 싶었지만 뭐 현재진행형이라기보다 과거의 일이니까 하고 덮어둬야할까 싶은 부분.
지나치게 자유 분방하다고 해야할지 요즘 한국 여성들도 이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뭏든 보고 있으면 코미디 연애물 같은 느낌이 들어서 웃음이 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렇다.
남자들이 직장 생활 1년차면 이미 깨달을, 양식의 허상을 버리고 일식(그들에게는 현지 음식일)의 진수에 빠져드는 것을 와다와 같은 여성들은 직장 생활 10년차에 깨닫는다 하였다. 이젠 더이상 화려하게 꾸며내고 입에도 겉도는 비싸기만 한 양식이 아니라, 다시마와 가다랭이로 정성스레 우려낸 일본 음식이 최고란 느낌이 든다 하였다. 나이가 들어감인지 모르겠지만 그게 정말 좋단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린 여자들이 서빙하는 음식점은 맛도 안나고 가기도 싫고, 남자들이 바글바글한 그런 곳에서 먹는 요리가 더 좋단다.
허허허.. 이 사람들 정말. 소리가 저절로 나는 대목들이 참 많았다.
심지어 연하남을 유혹하는데는 밥을 사주는게 최고라는 등, 젊은 스님은 우동 여섯그릇으로 남자친구로 만들었다는 둥의 어떤 사람들에게는 불편했을 이야기에서부터 두 남자를 옆에 끼고 여행을 하며 (애인이 아니더라도 마냥 행복해하는 ) 와다의 이기적인 모습이 귀엽게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 느낌이 정말 새록새록 달라지겠지만.
자기에게 굴러들어온 떡(?) 호박(?)을 다 놓쳐버린 것같은 와다에게 살포시 희망이 비쳐지는 이 이야기가 진정한 연애소설의 백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는 것은.. 그러면서 풉..풉 하고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은 그녀들의 다소 가벼운듯 하면서도 나름 진지한 연애관과 결혼관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