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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리는 집

글쓴이: 冊을 읽어야 知 | 201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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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 집에서 삽니다. 집이란 내가, 그리고 우리 가족이 살기 위해 존재하는 곳입니다. 그저 머무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힘들고 괴로운 일들을 잊고 편안하고 즐거운 상태가 될 때, 우리는 진정으로 '살아 있다'라고 느낍니다."




2. 오늘은 '집'에 대한 책을 한 권 소개해드립니다. 사람이 살만한 집, 사람이 살아나는 집에 대한 생각을 잊지 않고 작업에 옮기는 노은주, 임형남 건축가 부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 가보겠습니다.




3.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소 원초적인 질문일 수 도 있는 '나는 지금 여기서 행복한가?'로 시작합니다. 1부의 타이틀은 "나에게 묻는다"입니다.  2부에서는 안방, 거실, 빛과 바람 등 집의 요소들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3부에서는 아파트와 친환경건축 등 오해하기 쉬운 삶의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 4부에선 '살리는 집'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 대해 풀어보고 있군요.




4. 요즘의 트렌드가 의식주(衣食住)의 순서대로 옮겨간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의(衣)와 식(食)의 관심에서 주(住)로 넘어간다는 이야기지요. 저자가 건축가라고 해서 건축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군요. 문학, 철학, 예술 등 그 자신의 관심사를 넣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집'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집'에 대한 근본적인 개념을 달리했으면 하는 저자의 바램이 녹아 들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5. 살인적인 도시의 땅값으로 이익을 보는 것은 결국 개인들이 아니라 국가와 자본들이라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그들에 의해 주택정책이 좌우되고, 사람들은 살고 싶은 장소가 아니라 현재의 조건에 맞는 장소를 찾아 불편한 마음으로 늘 떠돌아 다니게 된다는 것입니다. 동네를 없애고 살고 있는 사람들을 내보내는 모순적인 '주택사업'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고 싶은 장소에 자연스럽게 모여 살면서 원하는 대로 집도 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향으로 주택정책이 펼쳐지면 더 할 나위 없겠지요.




6. 건축의 가장 좋은 재료는 '빛'이라고 합니다. 빛은 세상 어디에나 있는 것이지만, 또 세상 어디에나 있는 것이 아니기도 합니다. 빛을 집안에 어떻게 끌여들이고, 반영하느냐에 따라 집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지지요. "동쪽 창으로 온 방을 적나라하게 비추는 아침 햇살은 사람을 건강하고 부지런하게 하고 희망을 줍니다. 남쪽 창으로 종일 비추는 겨울나절의 빛은 따스함과 노곤함과 생에 대한 신뢰를 주고 긍정을 줍니다. 서쪽으로 기울어가며 황금빛으로 울컥이게 하는 석양은 사람을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7. '사람을 살리는 집'의 개념을 어디서 잡아야 할까요? 요즘 많이 입에 오르내리게 되는 생태적이라는 것 혹은 환경친화적이라는 말은 자연의 소재를 사용하고 자연을 위하는 것으로만 이해해야 할까요? 저자는 이런 막연하고 소극적인 생활의 자세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궁극적으로 모든 것이 생산되고 소비되고 다시 생산되는 자연의 순환체계의 고리를 중간에 끊지 않고 이어지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8. 집을 지을 때는 단열 못지 않게 환기에도 그 만큼 관심을 갖기를 권유하고 있군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단열에만 신경쓰다보면 자연적으로 창문의 크기가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지요. 




9. 책에는 부부가 건축의뢰를 받아서 짓는 과정 중에 일어나는 에피소드와 직접 그린 수채화 그림,집의 안과 밖을 찍은 사진이 제법 많이 실려 있습니다. 정말 사람이 사는 집 같은 집들을 보면서 만들어진 집이 아닌 내 뜻과 생각이 담긴 집을 짓고 싶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10. 어느 덧 우리는 집이라는 공간이 사람이 사는(生)곳이 아니라, 투자 수단으로 사는(買)곳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집은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이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만큼 나를 키워주고 나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그저 몸을 누이는 공간으로만 생각하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이 책은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공간을 돌아보게 해주고 형편이 허락되어 나의 집에 나의 생각을 넣어 줄 때 참고를 했으면 하는 저자의 생각이 잔잔하게 녹아들어 있군요. 그 때를 소망하며 읽어 두실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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