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독일 스릴러 소설이 강세를 떨치고 있다. 예전에 미국 소설이 대세였다면 한동안은 밀레니엄 시리즈로 유명해진 스웨덴으로 갔다가 작가가 죽어 더이상은 나올것이 없자 [알렉스]를 읽고 프랑스 족으로 방향을 틀었다가 두번째 나온 책이 시들하자 요네스뵈 라는 걸물 작가로 인해 노르웨이로 갔다가 이제는 독일에서 정착한 듯이 보인다.
'신데렐라 카니발'로 이름을 알리고 '영블론드데드'로 확실히 이름값을 하고 있는 프란츠의 책도 좋지만 주로 유쾌한 여성소설을 쓰던 작가의 미스터리 스릴러 변신이라니 조금은 약한 편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한 문장 한문장이 저릿저릿하다. 그렇다고 해서 무언가 큰 사건이 일어나거나 연쇄적으로 살인 사건이 줄기차게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는다. 중반 이후까지 단 한 사건으로 이끌어 가는데 주인공의 생각과 과거의 일을 엮어서 실제의 사건과 연결시키는 힘이 놀랍다.
사실 자고 깨어 보니 누군가 죽어 있더라 하는 설정은 앞에서도 말한 [알렉스]의 작가 피에르 르메트프가 두번째 쓴 이야기인 [그남자의 웨딩드레스]와도 비슷한 설정이기는 하다. 이 책에서는 죽은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그 책에서는 아이가 죽었다. 그렇지만 사람을 죽여 놓고 자기네들은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는 것이나 자기 자신이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도한 모든 증거나 자신이 살인을 저지른 것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정말 비슷하다. 그래서 처음 읽을때는 그 책과 비교가 많이 되었다. 솔직히 이 책이 나중에 나온 것이니 만큼 똑같이 흘러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이 사건에 얽힌 이야기가 조금은 더 복잡하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치밀하다. 또한 교묘하다. 이 모든 플롯을 만들기 위해서 몇달동안 고민고민 했을 범인들의 트릭이 놀랍고 그 모든 것을 한번에 비틀어 버리는 반전도 놀랍다.
이번주에 끝나는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작품은 법정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사건들이 몇개 나오는데 지난번에 나왔던 죄수들의 딜레마라는 부분에서 쌍둥이들이 공모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이야기가 한국 작가의 소설과 비슷하다고 인해서 소송을 거네 마네 하면서 조금은 다툼이 일어나고 있다. 사실 개인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그렇다. 죄수의 딜레마라고 하는 것은 이미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 것이고 그것때문에 이미 만들어진 단어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쌍둥이라고 하는 소재도 누구나 다 쓸수 있는 소재니만큼 굳이 그 이야기를 섰다고 해서 베꼈네 말았네 하면서 법적으로 얘기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 아닐까 한다. 세상에 수많은 소재들 중에서 자신이 어떻게 그것을 잘 버무려서 넣느냐 하는것이 중요한 문제 아닐까. 이 책과 드메트르의 책처럼 말이다.
이책의 원제를 그대로 번역하면 '모든 것을 감춰야해'라는 뜻이 된다. 이 제목에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는 것 같다. 모든 것을 감춰야 해. 잘 감춰야만 드러나지 않는다. 자신이 사랑했던 파트릭. 그와 같이 자고 일어난 다음날 마리는 자신의 손에 칼이 들려있고 파트릭은 난자 당한채 자신의 옆에서 죽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자신은 누구를 죽이고 싶은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 터라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지만 자신이 죽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마리는 정신병원에 갇히는데 과연 그녀가 이 모든 일을 저질렀을까 아니면 또 다른 범인이 마리로 하여금 모든 죄를 덮어쓰도록 만든것일까. 범인을 알았다고 생각한 시점에서 불안하다. 그대로 끝내기에는 페이지가 조금 더 남았다. 무언가 있음에 틀림없다라고 여길 무렵 마지막 반전이 툭 하고 튀어 나온다. 그래도 끝내기에는 아까운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