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무엇일까? 남자와 여자가 만나 가정을 꾸리고 그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과 옹기종기 모여 사는 화목한 공동체? 그리고 서로를 아낌없는 사랑으로 감싸주고 믿어주다가도 매몰차게 내동댕이치기도 하는 게 가족일까? 여기, 참으로 다양한 가족이 등장한다.
엔도 가족 = 위태위태 불안한 가족!
다카하시 가족 = 겉은 모범이었으나 속은 불량한 가족!
고지마 사토코 = 자부심과 긍지로 똘똘 뭉친 가족 구성원의 대표!
스즈키 가족 = 평범한 가족의 대표, 보편적 가족이란 이런 것!!
이들 가족 중 엔도, 다카하시 가족 그리고 고지마 사토코는 언덕 위, 부자들만이 모여 산다는 히바리가오카에 살고 있다.
히바리가오카하면 부자 동네라는 걸 떠올릴 만큼 언덕 위 동네는 오랜 세월을 지나오며 부자 동네로서의 명성을 드높여가고 있었는데 그런 곳에 어느날, 생각지도 못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그것도 히스테리를 부리는 딸과 늘 신경전을 벌이던 엔도 가족이 아니라 모범적인 가족 중의 가족, 다카하시 가족에게서 일이 터진 것이다! 여간해서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히바리가오카의 토박이, 터줏대감? 고지마 사토코도 깜짝 놀랄 만한, 히바리가오카가 지닌 명성에 금이 가게 할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본디 히바리가오카가 부자 동네로 이름을 떨쳤던 것은 아니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집을 짓고 살아가며 좋은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부자들도 그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부자 동네로 입지를 굳히게 되었다. 이에 부동산업자들은 돈을 벌 욕심에 이름값을 하는 히바리가오카에 터를 더 만들어 사람들을 이사오게 했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다카하시 가족과 엔도 가족이 크고(!) 작은(?) 집을 지어 이사오게 된 것이다.
엔도 가족은 아버지 엔도 게이스케를 비롯, 어머니 마유미, 딸 아야카. 이 세명으로 정원이 있는 집에 사는 게 소망이라고 할 만큼 집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어머니 엔도 마유미의 뜻에 의해 40평 남짓되는 공간이지만 히바리가오카라는 부자 동네에 집을 짓고 살게 되면서 입시에 떨어져 언덕 아래의 학교에 다니게 되어 '언덕병'에 걸린 딸, 아야카와 어마어마하고도 무시무시한 전쟁을 치르게 되고 무사 안일주의 남편인 게이스케는 언제나 한발짝 떨어져서 둘을 관망만 할 뿐이다.
다카하시 가족은 의사인 아버지 히로유키와 배우 뺨치게 예쁜 어머니 준코, 딸인 히나코와 소위 잘 나가는 연예인 다카기 순스케를 닮은 아들 신지, 그리고 다른 곳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배다른 오빠이자 형인 요시유키. 다섯명으로 오붓하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문제가 있었다?! 사소한 일이 도화선이 되어 엄청난 사건을 불러올 만큼...
고지마 사토코하면 히바리가오카로 대변되는 인물로 히바리가오카에 엄청난 애정과 집착,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살아왔는데 엔도와 다카하시 두 가족이 이사오면서 자신의 완벽한 히바리가오카에 균열이 생기는 걸 때론 담담하게 때론 무섭게 지켜보는데...!
이들과는 달리 다카하시 히나코의 친구 스즈키 아유미의 가족은 평범하고 보편적인 가족은 이런 것이다!를 몸소 보여줌으로써 엔도, 다카하시 가족과는 몹시 다른 대조적으로 느껴진다.
다카하시 가족에게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발단으로 엔도, 다카하시 가족이 중심축이 되어 사토코, 스즈키네 가족 등과 맞물려 이야기는 미처 생각치 못한 방향으로 다다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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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미나토 가나에'랄까, 그녀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 흡인력은 여전했다. 인물, 또다른 인물의 개성이 뚜렷했고 이들은 촘촘한 그물망으로 연결되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데 손색이 없었다. 다만, 그녀의 전작들에 비해 충격이랄까 그런 게 조금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다. 꼬박꼬박 놀래킴을 당해오다 어느 순간 흐지부지 휙 끝나버린 느낌이랄까? 이게 다야? 정말 이걸로 끝인 거야? 묻고 싶을 만큼... 다른 사람의 입이 아닌 준코의 입으로 사건의 전말을 들을 수 없었던 점은 꽤 아쉬웠다. 물론 그녀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알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어렵고 또 어려운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이들 가족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가족에 대해 여러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가족의 이름으로, 가족이란 테두리 아래,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일들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고 별 것 아니라 생각한 일이, 말이 도화선이 되고 곪고 또 곪아서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게 할 수도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더 느꼈다.
결국 우리는 나 혼자만이 아닌 가족으로, 가족의 이름으로 모든 걸 생각하고, 가족의 테두리 안에서 모든 걸 풀어나가야 한다.
가족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