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나를 살리는 집, 사람을 살리는 집, 세상을 살리는 집

글쓴이: 읽고 짓는 삶 | 2013.07.29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우리는 모두 집에 대한 바람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들이 제시해주는 기준이 아니라 내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가령 작은 다락방이나 정원을 갖고 싶다거나, 마음껏 볼륨을 높여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나만의 방을 갖고 싶다거나, 천장이 아주 높은 서재를 꾸미고 싶다거나 하는, 그런 집에 대한 꿈들은 내 마음을 살려주고, 가족과 이웃 간의 관계와 동네를 살려주고 심지어 자연까지 살려냅니다.


그 모든 일들은 바로 나로부터, 나를 살리는 집에서 시작됩니다. 그런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집들이 필요하고 실천이 필요한지 고민해보았습니다. 4~5 p. 


 


 


건축가 부부인 노은주, 임형남 저자의 ‘건축에세이’이다. 이들은 집의 평온함이 중심이라는 의미의 가온건축을 운영하며 이런 취지를 살리기 위한 건축뿐만이 아닌 강연, 기고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활발히 활동을 한다. 이들이 지금껏 건축을 해오며 경험하고 느꼈던 바를 전해준다. 우리의 삶에서 주거공간인 집이란 얼마나 중요한 것이며, 어떻게 해야 사람을 살리는 ‘집'을 얻게 될 수 있는가를 조언해준다.


 


이 시대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의 목표료 ‘내집마련’를 꿈꾼다. 하지만 이 중요한 ‘내집’을 주거공간보다는 단순히 재산이나 투자로만 여긴다. 그리하여 요동치는 집값에 허덕이다가 하우스푸어가 되고 마는 것을 보면 많은 이들이 삶을 위한 집이 아닌 집을 위한 삶을 살고 있는 듯하다. 또한 모두 판에 박은 듯 똑같은 집과 꼭 이래야 한다는 남들 다 하는 식의 강박관념을 가질 때도 집은 불편해질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삶에서 유리된 ‘집’이라는 가장 편안하고 아늑한 주거공간을 되찾아 사람을 삶을 살리는 집으로 만들자고 제안한다.


가장 먼저 나만의 또는 우리 가족만의 라이프 스타일에 알맞은 집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또한 이보다 먼저 나의 삶을 잘 들여다보고 파악해야 할 수 있어야 한다. 나를 알고,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중점으로 한 특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또한 지은이는 나의 삶처럼, 집터인 땅이나 경관 등 주변 환경도 생각하여 조화를 이루는 집을 짓자고 제안한다.


 


건축도 자연에, 땅에 빚을 집니다. 수십억 년 동안 가벼운 바람과 햇빛만을 얹고 살았던 땅을 파헤치고 그 자리에 집을 앉히는 것입니다. 땅이 얼마나 싫을까, 우리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까요?


.....다른 분야도 결국은 그렇겠지만 건축은 모든 것의 만남입니다. 땅과 건물의 만남, 하늘과 건물의 만남, 직교하는 두 면의 만남, 바닥과 벽의 만남, 벽과 천장의 만남 등 기술적이며 추상적인 만남을 비롯해서, 집을 지을 사람들과의 만남, 집을 지어줄 사람들과의 만남, 집을 앉혀줄 땅과의 만남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만남을 거친 후 한 채의 집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건축가는 그 각각의 이질적인 존재들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합니다. 두 개의 행성 같은 존재들의 만남을 주선해야 하고, 그 만남이 껄끄럽거나 소란스럽지 않고 그저 부드럽고 매끄럽고 고요하고도 평화롭게 조화를 이루기를 간절히 원하고 간곡하게 부탁하기도 합니다. 결국 건축가란 그러한 만남의 기술에 대해 연구하고 성찰하는 삶이며, 커다란 의미에서 일종의 매파 같은, 혹은 서로의 마음을 읽어주는 영매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200~201p.


 


이들 건축가 부부는 이와 같은 사람을 살리는 집을 만들기 위해 의뢰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건축부지의 땅을 주의깊게 눈여겨본다. 그리하여 그 사람과 그 곳에 알맞은 집을 짓고자 한다. 책의 후반에는 이런 가치관으로 지어낸 집과 그곳에 깃들게 된 사람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책을 읽다보면 이런 건축 철학을 가진 건축가가 만들어 낸 집에서 살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삶에서 진정한 행복을 일구는 일이란 어떤 것이든지 나만의 ‘주관, ‘철학’이 담긴 것임은 자명하다.

전체목록보기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