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은 우리나라의 어떤 도시와도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가 통영에 정착해 살고 있기에 한번씩 통영에 대해 듣곤해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먹을거리, 볼거리가 풍부하니 부산이나 대구 같은 경상도의 큰 도시로 놀러가는 것도 좋지만 통영이 진짜 괜찮다는 말을 했는데 '통영은 맛있다'를 통해 알게 된 통영은 친구의 말이 빈말이 아님을 새삼 알게 되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한번씩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실제로 예전에는 비 내리는 날이면 곧잘 밖으로 운전하고 나가기도 했다. 기껏 나가봐야 커피 맛이 좋은 카페나 조금 멀리 가평이나 청평을 끼고 북한강을 한바퀴 돌고서 돌아오곤 했다. 멋쟁이 바리스타가 만들어 주는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카페는 아니지만 동피랑에 사는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카페는 있다고 한다. 벽화마을로 더 알려진 동피랑이 원래는 산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유명한 해외 여행지의 오래된 골목길을 보는 것같은 이국적인 풍경을 느끼게 한다는 동피랑의 모습에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통영의 바다와 산은 아름다울지 사진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느낌 수 있다.
통영의 대표적인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통영의 유명한 여러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담겨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담아낸 대하소설 '토지'의 박경리 작가님이 밝히신 이유와는 별도로 혼자 되었을때 아들딸과 함께 찾은 고향 통영에서 음악교사인 총각선생님과의 재혼으로 겪게 된 심적 고통과 아들의 죽음으로 고향 통영을 떠날 수 밖에 없었고 다시 찾지 않은 이유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책의 여러 부분에 박경리 작가님의 작품이 인용 될 만큼 통영은 박경리 작가님의 깊은 애증이 녹아 있다. 뛰어난 음악가로 알려진 윤이상님은 명성에도 불구하고 고향에서는 이름도 없는 분이라고 한다. 민족주의자지만 음악적 영감을 준 고구려 고분 벽화를 보기 위해 북한으로 간 것이 원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름만 들었지 직접 그림을 본 적은 없는 미술가 전혁림 화가님의 작품은 전부 민화와 공예품을 통해서 배웠다고 한다. 그림을 볼 줄 모르는 나지만 파스텔톤의 색채가 강렬하게 다가오는 달밤, 통영항을 그린 그림과 글을 통해 그가 추상화의 대가로 불리우는 이유를 어렴풋이 발견하게 된다.
여름 보양식으로 우리 가족은 장어구이를 먹는다. 삼계탕은 옆지기를 빼고는 아들과 내가 좋아하지 않기에 장어를 먹곤 했는데 장어 가격이 너무나 높이 오르기도 해서 올해는 아직 먹지 못하고 있다. 장어를 구이로만 먹었는데 맑은 장어탕이 상당히 맛있다는 이야기에 통영에 가면 장어구이, 장어탕을 먹어보고 싶다. 살이 부드러워 살살 녹는다는 표현을 쓰는 물메기국, 멍게를 넣은 멍게비빕밥은 윤이상 선생님도 좋아한 음식이라고 한다. 통영의 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도다리쑥국, 갖 잡은 생선회를 선호하지만 진짜 맛있는 생선회는 숙성을 시킨 회라는 것도 새삼 알게 되었고 술은 손님이 안주는 주인 맘대로 내 놓는 다찌라는 통영의 다찌 상차림에 나온 해산물은 그야말로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해산물을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은 꼭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 정도다.
책을 덮으며 통영은 문화와 여행을 한꺼번에 느끼고 만족 할 도시로 다가왔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갈 수 있는 곳이란 생각에 아직까지 여행을 못해 본 통영... 통영에 대한 먹거리, 볼거리,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가다보면 통영을 느끼고 만날 수 있다. 올 여름 휴가 계획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 옆지기, 아들과 이야기를 해보고 통영으로의 여행을 계획해 볼 생각이다. 책에 나온 곳을 다 볼 수는 없겠지만 그 중에서도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먹거리와 세병관, 덕장과 날짜가 맞으면 통영 오일장까지 둘러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