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다음으로 좋아하는 게 역사 서적과 미술관련 서적이다.
그러한 책들의 신간이 나오면 두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고, 갖고 싶고, 읽고 싶은 책들이 된다. 사실 또 구입을 하게 된다. 역사와 미술에 관한 것을 한번에 읽을 수 있는게 유홍준 교수의 책이기도 하다. 문화재를 소개하며 역사적인 사실도 알려주는 유홍준 교수의 책은 늘 기다려진다.
우리가 사랑해 마지 않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이번엔 일본편을 담았다.
일본 문화속의 한국 문화를 찾는 여행으로 오사카, 아스카, 나라, 교토의 긴키 지방,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 지방, 우리가 대마도라고 부르는 쓰시마, 그리고 규슈지방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이 지역들의 답사는 제각각 역사적 성격을 달리하는 곳이다. 나라와 교토 지방은 일본 고대국가 탄생에 기여한 도래인들의 유적과 사찰, 도쿄 지방에서는 개화기에 얽힌 이야기, 쓰시마는 왜구와 조선통신사 이야기, 규슈 지방에서는 벼농사를 일본에 전해준 초기 도래인과 임진왜란 때 끌려온 조선 도공들의 자취를 찾아가는 것이 일본 문화유산답기기의 핵심주제라고 밝히고 있다.
유홍준 교수는, "일본은 고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은 근대사 콤플렉스로 일본 문화를 무시한다. 양국 모두 서로가 동아시아 역사에서 당당한 지분을 가진 문화적 주주 국가라는 걸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라는 말을 하며 우리모두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을 썼다 했다.
오래전부터 우리는 일본이 백제의 문화를 받아들였고, 임진왜란때 끌려간 도공들로 하여금 도자기 문화를 발전시켰다고 알고 있었다. 일본 천황이 한국의 가야계의 후손이라는 말을 듣고, 역시라는 말로 우리나라의 후손들이 일본 문화를 이끌었다고 알고 있었다. 유홍준 교수는 일본 역사에 생소한 우리에게 일본이 고대국가를 형성하게 되었던 고대 역사부터 알려주며 우리를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다. 일본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고대국가가 오래되었다는 점을 출토된 토기들의 사진을 소개하며 설명하고 있었다.
도래인들이 발전시킨 것은 일본문화지 한국문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으로 건너 간 한국인은 더이상 한국인이 아니라고 말했다. 도래인들에게 고국은 돌아갈수도 없는 곳이었고, 더이상 돌아갈 뜻도 이유도 없이 일본에 정착하여 일본인으로 살아갔을 뿐이라고 했다. 한국문화를 가져갔지만, 일본 속에서 서서히 일본 문화로 발전 시켰던 것이다.
「수월관음도」 김우문(혹은 김우), 가가미 신사
얼마전에 신간 책 목록을 검색하다가 조선 여자 도공 백파선에 관한 책들이 출판사 별로 몇 권 나와 있는 걸 보았다. 최근에 텔레비젼에서 하는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 때문일 거라 짐작은 했다. 유홍준 교수도 책에서 조선 도공 이야기를 하다가,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는 조선 여자 도공 백파선의 이야기를 허구로 꾸몄다고 했다. 드라마에서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들의 정성과 열정, 그리고 자기의 아름다움에 대해 느낄수 있어서 즐겨 보고 있다. 책에서도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백자를 만들기 위해 산속의 백토를 찾아 헤맨 도공들의 이야기를 볼수 있었고, 아름다운 빛을 자랑하는 소박한 우리의 자기와는 다른 화려한 일본 자기를 볼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관계를 말할때는 일본과 한국이 처음부터 사이가 나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나당연합군에게 백제가 패했을때, 우리는 백제가 그대로 전쟁에 진줄만 알고 있었는데, 일본은 끝까지 백제를 지원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여태 우리가 알고 있었던 사실과는 달랐다.
유홍준 교수는 일본과 불편한 관계로 있는 이 시점에 이런 책을 펴게 되어 조심스럽다고 했다.
다만 있는 사실 그대로를 드러내어 한일 양국이 공유하고, 공존과 공생관계를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일본에 대한 불편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일본과 우리나라는 서로 다르면서도 비슷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친구가 중학생인 아들을 데리고 일본 여행을 자주 다니는데, 이 책을 소개시켜 주고 싶다. 조만간 나도 일본 문화 속에서 우리나라 문화를 보는 경험을 꼭 하고 싶다.
나는 유홍준 교수가 이끄는 대로 다음 답사지인 아스카, 나라를 향해 떠난다. 법륭사, 홍복사, 동대사 등의 건축과 불상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일본의 문화유산을 보러 떠난다. 책 속에서 떠나는 일본 답사여행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