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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현재를 비춰보는 거울이자 앞선 수레바퀴이다.

글쓴이: (初步)_내가 나를 만나는 곳 | 201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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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공, 관중, 범려, 안영, 오자서, 상앙, 맹상군, 백기, 여불위..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춘추전국시대 각기 자신의 군주를 도와 그들이 패자로 군림케 하거나, 새로운 나라를 여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들을 통틀어 책사라고 부른다. 중국 고전 중 역사서나 혹은 춘추전국시대를 다룬 책들은 어찌 보면 책사들의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들의 활약상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를 살펴보면 눈에 띄는 책사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에 대해 역사학자 이덕일은 중국사가 참모사인데 반하여, 한국사는 군주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는 우리의 역사에서 주가 되는 것은 오로지 군주였기 때문에, 책사들이 끼여들 여지가 그만큼 적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또한 중국에 비해 왕조교체나 혁명에 이르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적었기에 책사들이 자신을 두드러지게 나타낼 기회가 그만큼 제한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의 역사에서 나타난 이러한 현상은 달리 생각하면 군주와 책사 모두에게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군주는 자기가 최고라는 자만심과 책사에게 자신의 지위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책사를 믿지 못했고, 책사들은 원래 목적대로 군주를 통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서 존재의의를 찾는 것이 아니라, 군주가 자신보다 부족하다 여겨 자신이 실질적인 군주가 되려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군주와 책사가 서로에게 믿음이 부족하면, 올바른 군주, 올바른 책사 관계가 형성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에서 책사라는 말 대신 참모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우리의 역사에 나타난 참모들을 크게 왕을 만든 사람들과 왕을 보좌한 사람들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들 참모들을 읽는 방법으로 11개의 코드를 정하여, 코드와 함께 그들의 성공과 실패를 풀어내고 있다. 또한 그들의 성공요인과 실패요인을 분석하여 현재사에 대응시킴으로써, 역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기도 하다.


 


먼저 저자가 왕을 만든 참모로 소개하는 인물들로는 김춘추를 왕위에 오르게 한 김유신, 왕건을 도와 고려를 건국한 신숭겸, 배현경, 홍유, 복지겸, 고구려와 백제의 건국에 참여한 소서노 그리고 태조 이성계로 하여금 조선을 개국하게 한 정도전을 들고 있다. 가야계 진골로 비주류였던 김유신이 경주 진골 카르텔을 무력화 시키고, 역시 폐위당한 왕의 손자라는 한계를 가진 김춘추를 국왕으로 등극시킨 것은 자기헌신과 삼국통일이라는 어젠다를 제시한 결과라고 저자는 말한다. 궁예의 폭정으로 태봉의 지배층은 불만이 쌓여 갔으나, 왕건을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신숭겸, 홍유, 배현경, 복지겸 네 사람은 왕건을 추대하기로 뜻을 모아 고려를 건국하였으며, 건국 후에도 이들은 시종일관 낮은 자리에서 헌신으로 왕건을 지켜냈다. 백제의 개국시조 온조왕의 어머니인 소서노는 주몽과 함께 고구려의 공동창업자이기도 했다. 그녀는 졸본 토착세력의 딸이었으나, 정체된 현실에 만족하는 기득권 세력의 시각이 아니라, 변화를 추구하는 도전자의 시각으로 주몽을 바라보았고, 주몽의 아들 유리가 태자가 되자 밖을 내다보는 넓은 시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로 마음먹고 길을 떠나, 아들 온조를 백제의 왕으로 만들었다. 고려 말, 친원파에게 숙청당한 정도전은 유배기간 중 진짜 공부를 하게 된다. 자신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백성을 위한 공부, 세상을 위한 공부가 그것 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혁명적인 사상을 이성계의 군사력과 결합시켜 조선을 건국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역할이 이성계를 개국군주로 만드는 것임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기에, 우리의 역사에서 보기 드문 책사의 한 사람이 되기에 충분했다.


 


저자는 또 왕을 보좌한 참모들로는 할 말 다하고 살은 황희, 대동법 시행에 힘을 쏟은 김육, 광해군시절 후금과의 전투에 참여한 강홍립, 한양도성 건립에 공을 세운 박자청, 그리고 참모가 참모의 선을 넘을 때 어김없이 비극은 발생한다는 역사적 사실을 보여준 정조대의 홍국영을 들고 있다. 또한 참모라 부르기는 조금은 어색하지만 유학의 현실 안주세력들 사이에서 전통적인 기상을 회복하기 위해, 아들 목종을 왕으로 옹립하고 섭정하려다 쿠데타에 의해 쫓겨난 천추태후와, 권력을 잡는 것에만 몰두하고, 그 권력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지 않아 결국 비극을 초래한 인수대비를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역사를 현재를 비춰보는 거울이자 앞선 수레바퀴라고 말한다. 뒤에 있는 우리들은 앞 섰던 사람들이 갔던 길과 그 결과를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똑 같은 과오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는 역사 속에서 해답을 찾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욕심과 자만에 눈이 멀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많은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한 문제점들로 인하여 세상은 항상 시끄럽다. 갈등과 대립이 난무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또한 이 사회는 주류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카르텔로 공고화 하려는 사회이다. 저자는 이순간 변화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비주류이다. 그러나 비주류가 바꾸는 세상도 자신들은 주류가 되지만 세상은 그대로인 경우와, 주류도 바꾸고, 세상도 바꾸는 경우가 있다. 우리가 역사 속의 참모들이 어떠한 길을 걸어갔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또 그 길을 따라간다면 주류도 바꾸고, 세상도 바꾸는 그러한 비주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역사서를 읽을 때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불편한 것들이 있다. 그것은 역사를 소재로 한 소설과 드라마이다. 아무리 우리가 역사와 소설, 그리고 역사와 드라마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들의 의식 속에서는 그것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드라마의 경우는 그 폐해가 더 심하다고 할 수가 있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먼저 생각났던 것은 태조왕건, 주몽, 용의눈물 같은 드라마의 내용이었다. 그러기에 역사드라마는 조금이라도 왜곡이 없도록 철저한 고증 위에 제작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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