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과 겹치는 내용이 있는 게 다소 유감이다. 물론 중국 현대사에서 핵심인물 위주로 뒤엉킨 은원과 관계가 거미줄처럼 복잡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편집과 구성에 더 신경을 썼어야 했다. 더욱이 쑹가 삼자매와 쑨원과 장제스에 대한 이야기가 이번 책의 핵심이기에 보다 알찬 내용을 기대한 나는 적잖이 실망했다.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들을 야금야금 풀어놓는다는 느낌이다. 이러다 나중에 나올 '중국인 이야기'의 내용들이 하나같이 이리 겹치고 저리 겹쳐 이야기 자체의 재미가 반감될 것이다. 장아이링을 거론하면서 다소 흘러간 듯이 단편 '색계' 관련 내용만을 언급한 것은 무성의하다고 본다.  

민주혁명의 선구자 쑨원은 국공 양당에서 중국 혁명의 아버지로 추앙받는다. 후일 장인이 된 쑹자수는 쑨원의 첫인상을 이렇게 말했다.

"거리에 나갔다가 형장으로 끌려가는 젊은 의화단 지도자와 마주쳤다. 그 눈빛이 몇 년 전 쑨원을 처음 봤을 때와 똑같았다."

그처럼 쑨원은 태평천국의 홍수전처럼 타고난 혁명가였다. 쑹의 인도 덕분에 쑨원은 '중국의 링컨'이 될 수 있었다. 평소 큰소리를 잘 쳐 별명이 '대포'였는데 임시대총통에 부임하기 위해 입국하면서 “귀국 선물은 단 한 가지, 혁명정신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호언장담을 남겼고, 공화제를 선포한 위안스카이에게 기꺼이 총통 자리를 내놓았다. 
 
쑹자수는 기독교 목사, 매판상인, 혁명가가 합쳐진 복잡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사생활은 건전했다. 쑹자수는 자녀 6명을 모두 미국의 명문대학에 유학시켰다. 쑹가 삼자매 쑹아이링, 쑹칭링, 쑹메이링 이야기가 메인이다. 쑹의 두 딸은 국공 양당의 안방과 곳간 열쇠를 차지한 안주인이 되었다. 쑹칭링은 쑨원과 쑹메이링은 장제스와 결혼했다. 쑨원의 장제스에 대한 평가는 그리 높지 않았다. 그래서 그를 중용하지 않고 황푸군관학교 교장으로 파견했다. 그러나 저우언라이의 사람 보는 눈은 쑨원보다 더 예리했다. 저우는 황푸군관학교 교장 시절의 장제스를 이렇게 평한다.

"우리의 상대는 국민당이었지만 구체적으로 말하면 장제스 한 사람이었다. 황푸군관학교에서 장제스를 2년간 모신 적이 있다. 장제스는 문무를 겸비한 인물이었다. 총명하고 매사에 능했다. 천박한 구석이 한 군데도 없으면서 정치적 수완이 뛰어났다. 재물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재물을 탐하지 않는 사업가는 자격이 없다며 경멸했다. 원천이 궁금했다. 알고 보니 독서량이 엄청났다. <자본론><공산당 선언> 등 섭렵하지 않은 사회주의 서적이 거의 없었다. 내로라하는 공산당 이론가보다 더 해박했다."(300쪽)
 
대총통 위안스카이의 심복이었던 량스이(1869-1933)는 철도, 은행, 전보, 항만을 장악한 교통계의 영수로 정부 재정을 움켜쥔 재신이었다. 교통계는 30여년 간 중국 최대의 파벌이었다. 중국 주재 서방 외교관들은 량스이를 중국의 마키아벨리라고 불렀다. 위안스카이 사후 몰락하는 듯했지만 쉬스창, 장쭤린, 돤치루이를 비롯해 장제스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국가원수 어느 누구도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작달만한 키의 량스이는 용모가 평범하거나 키가 큰 사람들을 싫어했고 7명의 부인을 거느렸다. 평생 신문을 보지 않았고 대신 마작판에서 세상 소식을 접했다. "유언비어 치고 사실 아닌 것이 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서태후는 량스이가 광둥 출신이라서 기피했다고 한다. 서태후는 광동 출신이면 무조건 싫어했는데, 서태후 자신이 무척 미신을 잘 믿는 인물이라는 점도 있지만 아무래도 캉유웨이와 량치차오 때문일 것이다.

 
민국 시절 3대 군벌전쟁은 펑즈(奉直)전쟁, 중원대전, 즈환(直晥)전쟁이다. 펑즈전쟁은 일본의 지원을 받는 장쭤린의 펑톈파와 영국의 지원을 받는 차오쿤, 우페이푸 등의 즈리파 사이의 전쟁이다. 즈환전쟁은 일본의 후원을 받는 환계(안후이파)의 영수인 돤치루이와 즈리파의 대표인 차오쿤(1862-1938)간의 전쟁이다. 돤치루이를 내몰고 북방을 장악한 승리자 차오쿤은 떠돌이 옷감장수 출신이었다. 관상쟁이의 말에 혹해 3류 창기 류펑웨이를 10만원을 들여 네 번째 부인으로 삼은 해프닝 때문에 부총통선거에 낙선하고 만다. 그러나 1923년 중화민국 제5대 총통선거에 재도전하여 쑨원을 누르고 압승을 거둔다. 의원들을 돈으로 매수한 결과다. 중국 근현대 최고의 외교관 구웨이쥔을 외교총장에 발탁한 인물이 차오쿤인데, 구웨이쥔은 차오가 "정식 교육은 못 받았지만 도량이 넓었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영수의 품격을 갖춘 지도자였다"고 높이 평가했다. 1924년 11월 좌파군벌 펑위샹이 베이징정변을 일으키는 바람에 실각하고 텐진에 은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