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를 팔로잉하고 가끔 올라오는 그의 글을 읽어보곤 했지만, 영어로 되어 있는데다가 꼬박꼬박 챙겨본다는것이 쉬운일은 아니었다. 생각나면 읽어 보곤 했지만, 아무래도 영어가 모국어와 같지는 않기에 다가오는 느낌이 조금 덜하지 않았나 싶다.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영어로 된 글은 직역까지는 가능해도 의역은 자신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가로운 오후에 베스트 셀러를 살펴보다가 파울루 코엘료의 <마법의 순간>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소설인가 싶어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지만 짧은 에세이라는 것에 바로 주문을 하게 된 책이다. 친구의 추천으로 <연금술사>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브리다>가 집에 있긴 하지만 매번 인연이 닿지를 않아서 <브리다>를 사놓고 읽어보지 못했다. <마법의 순간>을 읽고 나니 <브리다>를 읽고 싶은 마음이 더 들기도 한다. 아무튼 짧지만 강한 여운을 주는 그의 글들이 참 좋았다.
초반부에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때만 해도, 사랑에 관한 글인가 하며 무덤덤하게 읽어나갔다. 그러다가 확 와닿는 글을 읽는 순간 점점 책속에 빠져들고 말았다. 빈둥거리고 있는 이 시간이 죽음의 문을 향해 내 등을 떠밀고 있는 그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정신이 바짝 들었다. 멍하니 TV를 보거나 아무생각 없이 넋놓고 있는 시간들을 생각하니 그저 허무하기만 하고 나의 지금을 다시 돌릴 수 없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지금 순간이 무척 소중한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마법의 순간>을 읽어내려가는 그 시간조차도 나에겐 중요하고 의미있는 시간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몇 페이지 뒤에 "웃고 있었다면"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라는 말에 그래도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했다. 정말로 내가 웃고 있었다면 무엇을 하든 그 시간은 나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시간이었을테니까. 그리고 띠지에도 나와있는 그 글귀가 정말로 와닿았다. 행복한 척을 하다보면 정말로 행복해 질 것이라는 말, 정말 믿고 싶은 말이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맞아, 그래"하며 고개를 절로 끄덕일 때는 책 모서리를 접느라 손가락이 분주해지기도 했다. 다시 읽고 싶은 구절에서 책 페이지의 모서리를 접어두는 습관이 있는데, 접다보니 책 모양이 이상해질 정도다. 그만큼 전체적으로 공감할 만한 글, 마음을 위로해주는 굴, 감동을 주는 글, 힘을 주는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나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 지, 어떤 마음을 가져야할 지에 대해 말해주고 있는 듯 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동안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조금 풀리는 듯 한 기분이다. 사람들로부터 내 마음을 상하기도 하고, 나 자신에 대해 실망하기도 하며 조금 지쳐있던 나에게 위로와 격려와 가르침을 주고 있는 듯 해서 참 고맙기도 했다. 오늘 아침에 무심결에 책을 들었다가 커다란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읽는데도 얼마 걸리지 않아 더 좋은 듯 하다. 이 책은 정말 두고두고 읽고 또 읽고 싶은 책,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다. 내 마음의 베스트 셀러가 한 권 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