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책 앞에서 머뭇거리는 당신에게」즐겁게 독서하는 방법 (e-book)
내가 재밌게 본 책을, 역시 재밌게 본 사람을 찾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같은 책을 본 사람은커녕 애초에 책을 좋아하고 즐겨 읽는 사람마저 드문 일이니 당연하다. 어렸을 때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전날 재밌게 본 TV프로그램 이야기를 하듯이 책 이야기를 하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베스트셀러나 스태디셀러 혹은 각종 기관에서 선정한 추천 도서나 고전 명작 같은 책들을 의무감으로 억지로 읽으니 대화가 잘 이루어질리 없다.
그래도 나의 경우는 나은 편이다. 문예창작을 전공 했기 때문에, 책을 많이 읽고 취향이 비슷한 동기나 후배, 선배 등이 소수나마 있다 (문예창작 전공임에도 책을 읽지 않는 학생은 굉장히 많다). 또한 군시절 헌신적인 독서 전도(?) 활동을 통해 독서의 세계로 인도한 몇명의 선후임 신도들이 있기도 하다. 더불어 서평 이벤트를 진행하는 여러 카페와 각종 온라인 서점 등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한 덕분에 온라인상으로나마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을 확보해놓을 수 있다.
나처럼 많은 노력을 곁들이고 운이 따라준 경우가 아니라면 어떨까? 주위에 독서를 즐기는 친구가 없다면, 소통을 목적으로 탄생한 책이라는 컨텐츠를 외롭고 고독하게 집어들 수 밖에 없다. 또한 옆에서 응원을 보내고 좋은 책을 권장해주는 스승이 없다면 책 앞에서 그저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 게 독서 현실이다. 책 앞에서 어색한 손짓으로 머뭇거리는 사람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아… 많은 사람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다면….'
「책 앞에서 머뭇거리는 당신에게」은 그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책과 전혀 인연이 없던 저자가 책과 떨어질 수 없는 단짝이 된 사연. 그것도 모자라 책과 인연을 쌓고 지내던 동생들에게 독서 습관을 들이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들을 친절히 알려주며 많은 사람들이 독서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
이처럼 독서를 권장하는 책을 보면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든다. 저자들이 어떤 심정으로 이런 책들을 썼는지 심히 공감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 이야기를 나눌 친구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소망에서 한자 한자 고민을 거듭하며 글을 썼으리라.
그 방법들, 그러니까 선전적으로 책과 거리가 멀었던 제가 뒤늦은 나이에 책과 친해질 수 있었던 방법을 이제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제 경험과 또한 많은 독서가들의 얘기가 옳다면 이 방법이 여러분을 활자 중독자로 만들어 주리라고 생각합니다.
P. 7
많은 사람들이 책과 친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 "책을 읽지 않는 이유가 뭐야?" 라고 물어보면 크게 3가지 답변이 돌아온다. 시간이 없어서, 재미가 없어서, 돈이 없어서.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재미가 없어서' 라는 이유다.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지 않는다는 이유는 단순히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 있기 때문에 책을 읽는 데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 행동에서 비롯된 이유다. 돈이 없어서 라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책의 우선 순위가 높다면 술을 마시거나 옷을 살 돈으로 책을 사게 된다.
결국은 책을 읽어도 '재미가 없어서'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책이 재미없는 이유가 뭘까? 「책 앞에서 머뭇거리는 당신에게」는 단 하나의 에피소드로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자네는 이제부터 1년 동안 책으로 공부하지 말고 놀도록 하게!"
잉? 책을 보겠다는 제자에게 공부하지 말고 놀라니, 이 무슨 말씀이신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나를 보시더니 교수님이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젊은 날, 하와이의 고급 리조트에서 일주일간 머물 기회가 있었다네. 하와이가 어떤 곳인가. 세계적인 휴양지가 아닌가.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놀러오는 곳이지. 그런데 그들을 관찰하다 보니까 한 가지 놀라운 공통점을 발견했다네. 뭐 같은가?"
"글쎄요, 모르겠습니다."
"바로 책이었다네. 바쁜 일상을 잠시 떠나 고단한 마음을 쉬려고 경치 좋고 풍광 좋은 하와이 리조트까지 와서 하는 일이 서늘한 그늘을 찾아 가장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는 것이었단 말이네."
(중략)
"그들은 과연 공부하기 위해 책을 읽었을까? 아니야, 아니야. 그들에게는 독서가 세상 그 무엇보다 즐거운 일이었단 말일세. 그런게 바로 독서라고."
P. 25
아주 정확한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태껏 책을 억지로 읽었기 때문에 거부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 입시 논술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지루하기 짝이 없는 고전 명작을 붙들고, 남이 읽는 것은 나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베스트셀러를 집기도 한다. 읽고 나서 명백한 무언가를 남기고 싶다는 욕심에 일부로 어려운 책을 고르기도 한다. 자신에게 맞는 취향과 능력은 일절 고려조차 하지 않은 체.
「책 앞에서 머뭇거리는 당신에게」은 책과 친해지기 위해, 독서 습관을 들이기 위한 첫번째 방법으로 내가 재밌는 책을 읽으라고 조언한다. 야구 선수가 꿈인 아이에게 변화구부터 가르치지 말고 캐치볼부터 같이 즐기라는 말이다. 축구 선수가 꿈인 아이에게 무회전 프리킥부터 가르치지 말고 공놀이부터 하라는 말과 같다. 판타지든 무협지든 상관없다. 그저 독서 습관을 들이기 위해선 자신이 재밌는 책을 읽길 권한다.
책을 입시 논술의 관문이나 자신을 뽐내기 위한 액세서리로 활용하는 현대인들에게, 독서의 본질을 가르쳐주는 아주 좋은 책이다. 책과 전혀 친하지 않았던 스스로의 사연을 밝히며 누구든지 책과 어울릴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주고 쉬운 방법과 친절한 설명, 재밌는 묘사와 에피소드를 통해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만약 당신도 책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다면 이 책부터 집어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그렇다면 당신의 책을 읽는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빠르게 지나가는 즐거운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