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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글쓴이: 투현마미님의 블로그 | 201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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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아름다운 얼굴을 줄 테니 영혼을 바꾸자고 한다면, 나는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당당할 수 있을까?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아름다운 얼굴. 하지만 그 내면은 추악한 사람. 추악한 내면은 감출(?) 수 있으니 사는 동안 아름다운 얼굴로 살아가는 게 축복이라고 생각할까? 언제까지 추한 내면을 감추며 살아갈 수 있을까? 사람의 욕심이란, 사람의 욕망이란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 않는다. 얼마나 아름다워져야 사람들은 아름다움에 대한 욕심이 사라질까?

여기 완벽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청년이 있다. 그는 어느 날, 화가가 그려준 자신의 초상화를 보고 자신의 미모에 감탄하고 만다.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도리언 그레이. 그는 그 소원을 이룬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대신 초상화가 늙어간다. 초상화는 아름답게 늙어가지 못하고, 추악하고 무서운 얼굴이 되어간다.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한 도리언 그레이. 하지만 그는 아름다운 얼굴을 지키기 위해, 추악하고 나쁜 짓도 서슴지 않는다. 아름다운 얼굴을 한 그의 삶은 그 얼굴만큼 아름다웠을까?

한번 태어나 살다 죽는 것. 아름다운 얼굴로 살다 죽고 싶은 생각 여자라면 누구나 하지 않았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자극적이고, 환상적인 연예인들의 사진들이 인터넷을 달군다. 스마트한 기기들의 성능이 워낙 좋으셔서 자체발광 셀카를 찍고, 라인 한번 죽이는 뽀샵 한두 개쯤은 그나마 애교로 통한다. 나 역시도 20대까지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다.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든,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든, 그 안에는 파릇한 젊음이 있었고, 늘어지지 않는 얼굴선이 있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늘어났다 줄어든 살이 있던 자리는 예전의 모습을 찾지 못했다. 어쩌다(?) 성급하게 찍힌 사진엔 그간 알지 못했던 나의 나이 먹은 얼굴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 모습에 화들짝 놀란 나는 어느 순간부터 사진을 찍지 않게 되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자랑했던 것은 아니지만 사는데 지장(?)없을 정도의, 눈웃음이 기분 좋을 정도의 인상을 사랑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마흔이 넘은 지금, 그때 그 시절 그대로의 나를 원하지 않는다. 나이에 맞지 않은 팽팽한 얼굴보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주름이 나는 좋다. 하지만 의술이 발달하고, 동안 피부니 동안 얼굴이니 하는 매스컴의 부추김 때문일까? 연예인의 전매특허 같던 성형수술이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퍼진 것은 사실이다. 내 지인들 중에도 눈이나 코는 성형이 아니라 시술 정도의 애교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지금은 예전처럼 초상화를 그리는 일은 별로 없다. 그 대신 그때그때 나의 상태(?)를, 사진기를 통해 찍을 수 있고, 지울 수도 있다. 그 사진들이 만약 아름다움을 담보로, 현실의 나는 늙지 않고 사진이 대신 추악하게 늙어간다면 어떤 생각이 들게 될까? 그는 점점 자신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었으며, 자신의 영혼이 점점 타락해 가는 것에 흥미를 느끼기도 했다. 그는 주름진 이마와 음란한 입가를 돌아 나타난 흉측한 주름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때론 기괴하고 소름끼치는 환희를 느끼기도 했고 때로는 죄악과 노화의 흔적 중에 어느 쪽이 끔찍할지 궁금해 하기도 했다. (175) 시간의 흐름이란 사람의 힘으로 역류하게 만들 수 없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꾸준히 관리하고 노력한다면 젊음은 유지할 수 있는 거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노력한 젊음만 있고 깨달음이 없다면, 그 사람이 애면글면 잡고 싶었던 젊음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그는 얼마나 아름답고 얼마나 젊음을 간직해야 만족하며 살 수 있었을까? 그를 파멸시킨 것은 그의 미모, 그가 그토록 원했던 미모와 젊음이었다. 그 두 가지가 없었다면 그의 인생도 깨끗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미모는 가면이고, 그의 젊음은 가짜였다. 청춘 따위가 다 뭐란 말인가. 설익고 미숙한 시간, 천박한 기분과 유약한 사고에 지배받는 시기에 불과한 것을. 왜 그는 그런 청춘의 옷을 입고자 했을까? (294) 텔레비전에서 사라졌다 다시 뽕하고 나타나는 연예인들이 있다. 그 전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나는 성형하지 않았어요. 다만 살을 빼고 화장 하는 방법만 바꿨을 뿐 이예요.“ 이렇게 말한다. 과연 그 말이 맞는 것일까? 성형도 적당한 선에서 자신감을 갖게 하는 거라면, 그야 개인의 취향이니 그럴 수 있다 인정할 만도 하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한번 성형을 하면 요기를 고치면 나아질 텐데, 저기를 고치면 나아질 텐데 하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맴돈다고 한다. 그들이 도리언 그레이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나는 생각한다. 내 영혼을 주고서라도 간직하고 싶은 아름다움의 실체와 정의는 과연 무엇일까 하는.. 나는 분명 20대의 나보다 늙었고, 못생겨졌고, 주름이 생겼고, 살이 쪘다. 하지만 나는 그런 내가 좋다. 그만큼 세상의, 세월의, 시간의 흐름 앞에 당당했고 열심히 살았다. 20대의 젊음을 간직하진 못하지만, 그때 갖지 못한 마음의 여유와 삶에 대한 자세가 달라졌다. 이렇게 나이 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이 40에 50에 60에, 20대의 얼굴을 갖는 다는 건. 왠지 무서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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