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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좀비를 만났다] 좀비를 만드는 독약, 그 너머의 진실

글쓴이: 깐의 블로그 | 201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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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위협하는 좀비 바이러스로 시선을 끌고 있는 <월드워Z> 이전에 재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블 데드>를 비롯한 <28일 후>, <새벽의 저주> 등 수많은 좀비 영화가 흥행 했었다. 오늘날 좀비의 비주얼은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일관된 좀비의 모습이 그려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괴기스런 호러물을 위해 가상으로 존재하는 듯한 좀비는 사실 아이티의 부두교에서 행해지는 의식을 통해 실재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증명한 사람이 이 책의 저자인 웨이드 데이비스인데, 그의 추적으로 좀비의 실체가 밝혀지게 된다.


웨이드 데이비스의 추적 과정은 <나이트메어>, <스크림> 시리즈로 대표되는 호러영화의 거장 웨스 크레이븐에 의해 <악령의 관>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되기도 했다. <악령의 관>이 당시 흥행했다면 인식이 달라졌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덕에 여전히 좀비는 초현실적인 힘으로 탄생한 괴물로 여겨진다. 하지만 <악령의 관>에서도 조명되고 있듯 웨이드 데이비스가 밝혀낸 좀비는 보통의 영화에서 그려져온 것과는 달리, 무차별적 감염이 아닌 사회적 분위기에서 의도적으로 살해된 사람이다. 저자도 처음에는 일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좀비의 존재를 확인하고 좀비를 만들어내는 부두교 독약과 마법의 진실을 밝혀내려 했다. 그는 집요하게 이를 성공시켰지만, 그가 주목하게 된 것은 독약과 마법 너머의 아이티 역사와 사회였다.


저자가 과학자인 동시에 인류학자이기 때문에 더 분명하게 짚어가며 추적해나갈 수 있었을 텐데, 이 책에서 묘사하는 아이티인들의 부두교는 그들의 삶과 완전히 밀착되어 있어 그들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단초로 여겨진다. 민간신앙 특유의 신비로움을 어마어마하게 지니고 있는 부두교는 익히 알려져 있듯 어두운 주술과도 관련이 깊은데, 이점이 여기에 적지 않게 등장하는 부두교 의식과 좀비 사례를 더욱 공포스럽게 느끼게 했다. 아이티 사회문화에 대한 이국적인 풍취에 호기심을 느끼는 것은 잠깐. 세상에는 다양한 문화 및 법규가 있을 테고, 내가 사는 이 사회도 결코 건강해 보이지는 않지만, 아이티 사회에 대한 연민 또한 버릴 수가 없었다. 이 책을 읽고 달라진 것이 있다면 좀비에 대한 공포보다 좀비를 만드는 아이티 사회에 대한 공포가 더 커졌다는 것 정도일 것 같다.


"문제는, 이 나르시스라는 사람이 현재 멀쩡하게 살아서 아이티 중앙의 라티보닛 계곡의 고향에 다시 정착했다는 사실이네. 나르시스와 그 가족은 그가 부두교 의식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지. 묘지에 매장되자마자 무덤에서 꺼재녀서 좀비가 되었다고 말일세." (32쪽)


부두교 사회에서는 우연이라는 것이 없다. 폐쇄된 믿음의 체계인 부두교 안에서 독자적인 생명을 갖지 않은 사건은 존재하지 않는다. 클레어비우스 나르시스와 티 팜이 좀비가 된 것도 바로 이러한 사회 안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102쪽)


분명히 입증할 수 있는 것은, 부두교 죽음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점과 수많은 상호보완적인 요인이 그 과정에 연루되어 있다는 점이다. (201쪽)


아이티에 왜 마법이 존재하냐고 묻는 것은 세상에 왜 악이 존재하냐고 묻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굳이 대답한다면, 모든 위대한 종교들이 내놓는 대답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악은 선의 거울이며, 창조를 완성하는 필수불가결한 하나의 축이라고. 세상 어느 누구와 마찬가지로 아이티인들도 이 성스러운 균형을 인식하고 있다. (277쪽)


"비장고는 이미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고. 알다시피 우리는 별이오. 우리는 밤에 일하지만 세상만사를 다 살핀다오. 누군가 궁핍하면 집회를 소집해서 그의 필요를 채워주지요. 배고픈 이에게는 음식을 주고. 일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장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소. 그것이 비장고라오. 협력이지요." (377~3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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