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을 적다보면 늘 할 말이 있고 이야기하고픈 내용들이 나옵니다.. 물론 다 다른 작품들을 읽으니 당연한 결과겠죠.. 하지만 늘 희한하게 주절주절거릴 이야기들이 마구 떠오릅니다.. 마음같으면 독후감보다는 책 읽고나서 떠오른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끄적대고 싶을 때도 제법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을 바로 잡아놓지 않으면 책 읽고 어떤가 궁금해하시는 분들께 죄송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기에 늘 첫번째 단락을 중심으로 간단한 궁시렁거리만 끄적댈 뿐이죠.. 근데 이번에는 그냥 제 이야기를 할랍니다.. 이 작품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를 읽으면서 미리 생각했더랬습니다.. 무라카미슨생이 편안하게 일상의 잡스러운 삶의 소소한 이야깃거리를 연재하신 내용들이 무척이나 공감스럽고 제 맘에 꼭 들었기도 하거니와 이 마지막 무라카미 라디오라는 에세이 시리즈의 완결편을 읽으면서 나도 한번 하루키 스타일의 에세이 독후감을 써보면 어떨까하는 우습지도 않은 생각을 하게되더군요.. 아무래도 이 모든게 하루키할배(이제는 할배라고 해도 되죠? 싫어하실려나?)의 뛰어난 에세이적 공감 때문인 듯 싶습니다..아닌가요, 아니라면 마는거죠..
사실 제 손에서 책을 놓고 다녀본 적이 샐러드를 좋아라하는 사자만큼 드물 정도입니다.. 이렇게 책을 내 몸과 같이 하는 생활을 시작한지 이제 한 오년 정도 된 듯 싶네요.. 물론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장르 위주의 피튀기는 추리스릴러튀김소설을 주로 읽는 남자다보니 주변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시는 동네분들께서는 그냥 저 남정네는 대단히 책을 좋아라하는 지적인 남자이구나라는 생각이 주를 이루게 되죠.. 하지만 어느순간 제가 들고 다니는 책들의 표지나 제목에서 풍기는 비릿한 살인의 냄새를 조금씩 맡게 되는 시점부터 주변에 인식이 달라지게 되더군요.. 아줌마들 전체를 매도하고하는 의도는 없지만 한번 소문이 퍼지면 상당히 골치 아파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금 친하다 싶으면 다가와서 아이들이 몰래 보진 않는지, 그런 소설을 보면 감정적으로 무섭지는 않은지, 돈주고 사서 그런 책을 읽는게 아깝지는 않은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한마디씩 던져놓고 자기네들끼리 수근대기도 합니다.. 이제는 시간이 지나다보니 더이상 저는 그들의 관심의 대상이 아니게 되었지만 여하튼 제법 오랜시간동안 눈치가 보여서 혼난 적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울컥하는 마음에 그들에게 꺼져~라고 외쳐대고 싶었지만 늘 소심한 저의 타인의 대한 배려는 그들에게 좋은 웃음으로 무마를 해버리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때가 탈 것 같아 표지를 빼고 들고 다니던 무라카미 에세이 덕분에 주변에서의 인식이 순식간에 바뀌는 상황이 되더군요.. 아침에 아이를 유치원에 태워주기 위해 잠시 기다리다가 깜박하고 아줌마들이 즐비한 휴식터에 제 책을 놓고 출근을 해 버린거죠.. 저희 아들이 피망을 우적우적 씹어먹을 만큼 드문 일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제 이미지에는 상당한 도움이 되었네요.. 쌍둥이 아빠, 이런 책도 보시네요.. 아휴, 늘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다니시니 아이들도 아빠에게서 배우는게 많겠어요, 개똥이 엄마(익명이라는거 아시죠), 저 집에 가보면 책이 산더미같이 쌓여있어.. 거의 도서관 수준이던데, 판출이 엄마, 문팔이 엄마... 수근수근, 두런두런 아줌마들이 남자 하나 세워놓고 아주 신이 나셨더군요.. 뭐 딱히 기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그러려니 한거죠.. 그러면서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무식한 여편네들, 이라고 말이죠.. 제 말이 좀 과했나요
솔직히 그 분들 뭐라 할 이유가 없네요.. 멀리서 볼 것도 없이 집에서도 제 책들은 찬밥신세이니까요.. 그렇다고 사랑하는 아내에게까지 무식한 여편네라고 까댈 필요는 없으니 그냥 내 맘도 몰라주는 여인네로 하죠, 그런 와이프도 무라카미 하루키를 잘 알고 있네요.. 어둠의 공간에 고이 모셔놓은 수많은 장르소설들은 외면한 체 하루키 할배의 무라카미 라디오 시리즈와 잡문집을 떡하니 눈에 보이는 책장 한 편에 모셔놓고 조만간에 읽어보리라하는 눈치인 걸 보니 조금 우습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무라카미씨는 뭔가 인생에 도움을 주는 그런 부류의 소설가나 작가라는 걸까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집을 책장에 모두 꽂아두니 제법 있어보입니다그려..
다 읽어봤나, 다 읽었지.. 어떻노, 괜찮더라... 세 권의 무라카미 라디오 시리즈를 모두 읽어본 바 하루키할배의 내면과 일반적인 모습의 소소한 삶이 잘 살아있고 그냥 편안한 느낌이어서 나쁘지 않더라.. 게다가 이번에 마지막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는 가장 재미있더라.. 이야기들도 제법 흥미롭고 즐거운 생활적 공감의 측면이 더 많아서 실실거리면서 읽었다.. 제일 처음에 나온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를 먼저 읽고, 두번째로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를 읽고 마지막에 이 에세이를 읽어봐라.. 마지막이 젤 좋네.. 근데 니는 어떨지 모르겠다.. 여하튼 결혼 십년이 지나도 읽는 책하나 공통된게 없었는데 잘된네.. 공통 관심사가 생겨서... 라고 와이프에게 말해줬습니다..
여보, 그동안 받은 저 책들 다 팔면 안되나, 그냥 남주기는 안아깝나, 오데 팔데 없을까...라고 판매에 눈독을 들이는 아내에게 한마디 해줬습니다.. 한번만 그런소리하믄 니를 팔아뿔끼다.. 그러면 안되겠죠,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