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시란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이 극단으로 몰리게 되면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인간으로 변할지 모른다는 것에 소름이 끼쳤다.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절대 저렇게 변하지 않아. 라고 자신할 수 없어서였을까? 그 영화를 보는 내내 씁쓸했던 이유는?
수도권 인근 화양시. 이 도시에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돈다. 최초의 발병자는 개를 번식시키는 번식업자. 신종플루에 걸린 적이 있는 이 남자는 병에 걸린 개에 물린 뒤 눈이 빨갛게 변하고 몸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이 남자를 구조하기 위해 달려간 119 대원과 응급실 의사와 간호사가 전염이 되면서 며칠 만에 돌연사 한다. 최초 발견자 구조대원 기준과 응급실 간호사 수진은 이 전염병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는데...
알레스카 개썰매 레이스 ‘아이디타로드’에 한국인 최초로 참가했던 재형은 그곳에서 가족과 같았던 개들을 한꺼번에 잃는다. 이 일을 잊을 수 없었던 재형은 한국으로 돌아와 화양시에유기견 구조센터 드림랜드를 운영한다. 자신보다 개를 사랑한다고 생각한 동해는 아버지가 없을 때 개(쿠키)를 괴롭히고 그 모습을 본 재형은 쿠키를 구조하게 된다. 그것에 앙심을 품은 동해는 11년 전 알래스카 레이스 사건을 언론에 알리면서 드림센터는 문 닫을 위기에 놓인다.
개 번식업자의 집에서 겨우 도망친 늑대 개 링고. 링고는 화양을 떠돌다 드림랜드에서 같은 종의 암캐 스타를 발견하고 서로에게 운명임을 직감한다.
전염병은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다른 도시로 전염되지 않도록 화양시는 봉쇄된다. 이후 화양시는 살아도 살 수 없는 무서운 도시로 변하고 화양시에 남은 사람들은 결론을 알 수 없는 전염병과 사투를 벌이게 되는데...
극단적인 상황에 놓여 본 적이 없는 나는, 이런 이야기들 앞에서 할 말을 잃게 된다. 세상에 ‘만약에’라는 상황은 없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 않을 것 같은 이 소름끼치는 느낌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내가 살아 숨 쉬는 이 세상, 다른 한 면에서는 오늘도 동물을 이용해 다양한 실험을 하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동물을 이용한 실험은 누군가를 더 살리기 위한 실험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를 아픔에서 나오게 할 수 있는 방법도 될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본다. 다양한 물질을 몸에 넣은 동물들은 어떤 기형적인 일이 몸에서 일어나는지 알지 못한다. 또한 그렇게 해서 죽은 동물들의 사체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 책에선 동물 실험을 주제로 하지 않지만, 새롭게 발견되는 전염병, 세균, 바이러스가 우리를 위협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나쁜 마음을 먹은 제약회사가 자기가 만든 약을 팔기 위해 뒤쪽에서 구린(?)일을 하는 경우도 분명 있을 테니까.. 읽는 내내 답답했고 안타까웠다.
“번식견 본 적 없어요? 태어나 새끼만 낳다가 죽기 직전에 버려지는 개들. 여긴 번식업자 창고요. 애견센터에서 팔리는 강아지들은 대부분 이런 창고 출신이고” (67)
또 하나의 가족이라 칭하는 애완견이 이렇게 번식되고, 이렇게 공급(?)되어 진다는 것을 몰랐다. 수도권 변두리에서 가끔 만나게 되는 개들의 창고. 좁은 그곳에서 병들면 버려지고, 병들기 전까지 새끼만 낳다 죽는다는 개들이 인간을 향한 마지막 발악으로 전염병을 퍼뜨린 것은 아닌지 안타까웠다.
연가시라는 영화와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인간의 본성을 본다. 살고 싶은 사람들,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의 욕심.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한계 시간. 나라고 해서 전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루 이틀 쯤은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겠지만 아무도 나갈 수 없고, 들어올 수 없는 전염병이 창궐한 도시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입장이라면 분명.. 인간이기를 포기할지 모르겠다. 그렇게 미치지 않는다면 살아있는 것조차도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으니까.
이성적인 접근으로는 그래서 해결방법이 있는 거야? 전염병의 원인은 뭐고 예방 대책이나 해결 가능한 약은 있는 거야? 라고 묻는다. 결국 죽을 사람은 전부 죽어야 해결되는 문제였을까? 재형, 윤주, 기준, 수진... 그들과 함께 한 화양시의 긴박감이 책을 덮고도 쉬 가라앉지 못한다. 이런 재앙이 현실에서는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