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살림에 대한 책을 읽은 것에 이어, 또 한 번 서울 탈출에 관한 책을 읽었다. 눈에 띄었다면 직접 집어들어 구매했을 책이지만, 출판사의 마케팅 업체로부터 소개받는 루트로 접하게 되었다. 제의를 받는 책은 읽고 싶은 것만 받기는 해도 아무래도 직접 고르는 것보다는 기대를 덜 하게 되는데, 이 책의 경우에는 제목부터 나의 바람을 닮아 있어 예외적인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책을 엮고 펴낸 곳부터 남다르다. 소개받을 때부터 더욱 마음을 끌게 했던 요소이기도 한데, 이 책의 출판사인 '남해의 봄날'이라는 곳은 통영에 터를 잡아 지역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책의 전체 컨셉과도 잘 어우러지는 출판사의 정체성인 셈인데, 아니나 다를까 책의 마지막 꼭지는 남해의 봄날을 설립한 정은영 대표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로 채웠다. 그녀는 현재 남편과 함께 4년째 통영에 거주하고 있다. 건강상의 이유로 일과 관련하여 변화를 시도해야 했고, 건축에 경력은 물론 일가견이 있던 남편과의 논의 끝에 서울과 거리를 둔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정은영 대표의 삶은 아름다워 보인다. 수익은 서울에서의 그것을 따라잡기 어렵지만, 서울에서 기대할 수 없던 여유와 웃음과 건강을 찾았다. 무엇보다 그녀는 자신이 원해오던 일을 하고 있어서인지 더욱 행복해 보인다. 그녀는 열심히 일해온 만큼 경력이 적지 않고, 그녀의 남편 또한 한국 해비타트에서 일하며 통영에서 자리 잡을 수 있는 능력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갖춰오고 있었다. 자신이 정착할 곳과 정착 후의 할 일에 따라 다양한 기본 소양이 필요하기는 할 테지만, 정은영 대표 내외의 사례는 역시 시골 생활은 아무나 할 수 없다는 생각을 조금 들게 한다.
만약 정 대표의 글만 실려 있었다면, 이 책은 여전히 남의 이야기들로만 보였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실린 아홉 명의 서울탈출기는 다양한 학력과 다채로운 직업, 여러 가지 동기, 그리고 그만큼의 꿈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들의 공통점이라고는 서울에서의 삶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소신, 서울 이외의 곳에서 자신이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 확신뿐이다. 나는 서울을 떠나는 또 한 명의 사람이 되고 싶지만, 어떤 이의 글은 몇 번씩 되뇌며 읽을 만큼 공감이 된 반면 어떤 이의 글은 동의하기 어려워 시큰둥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을 떠난 아홉 명의 모습은 아홉 가지의 부러움을 자아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 번 꿈꾼다, 나의 서울 탈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