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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찾는 그런 정치인은 없습니다

글쓴이: KEEP ON DREAMING GIRL | 201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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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치적인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정치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재밌어 하는 편이다. 선거 개표방송이 재밌어서 선거권이 없던 어린시절에도 끝까지 보던 나였기에, 아마 엎치락 뒤치락 하는 '표싸움' 자체에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 싸움구경이 제일 재밌다는 말도 있지 않나. 겉으로는 정정당당해보이지만 속으로는 매우 더러운 이 싸움은 많은 사람들에게 흥미로울수밖에 없다. 그것이 영화가 아닌 현실이라는 것은 씁쓸할수밖에 없지만.


조지클루니의 '킹메이커'는 내가 재밌어 하는 그 싸움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표싸움은 그저 이 이야기의 배경일뿐, 영화는 한 이상주의자가 어떻게 일반적인 정치인이 되어가나를 보여준다. 그리고 '일반적인'정치인과 우리가 꿈꾸는 정치인이 어떻게 다른지도 똑똑히 보여준다.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주지사 모리스(조지 클루니)의 홍보관 스티븐(라이언 고슬링)은 전형적인 이상주의자다. 그리고 자신이 모시는 주지사 역시 자신과 같은 인물일거라 생각하고 믿고 따른다. 그는 다른 정치인들처럼 더러운 진흙탕 싸움은 하지 않을거라면서 오로지 주지사를 당선시키기 위해 일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우연치 않은 계기로 주지사의 실체를 알게되고, 선거의 희생양이 되어가며 그 또한 다른 정치인들처럼 진화(!)한다.


그리고 그 일련의 과정은 너무나도 설득적이어서 '나 라도 저상황이면 저렇게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금까지의 정치를 다룬 이야기들이 '정치인들은 원래 저래'라는 냉소적인 시선만을 남겼다면 이 영화는 한발짝 더 나아가 '저 세계에서 정치인들은 저럴수 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결국 '깨끗해 보여도 깨끗한 놈 하나 없구나'로 귀결되는건 똑같다만.




어찌보면 이 영화가 지루하다고 느낄만한 구석도 있는게, 대통령 후보 경선을 다루지만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이 자세히 나오지도 않고, 개표 과정을 하며 주인공들이 맘졸이는 과정은 아예 없다. 심지어 비상대책을 세우는 주지사와 사무관,홍보관의 회의장면에서의 소리는 생략되어있다. 수많은 곳에서 음성이 생략되거나, 다른 영상과 다른 음성이 겹치는데 오히려 그점이 이 영화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똑똑히 보여준다.


음성이 들리지 않아도 그들이 나누는 대화와 그 상황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고, 영상이 보이지 않아도 곧 벌어질 일들은 크게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이 영화가 지금껏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많이 봐왔던 소재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즉, 이 영화는 현실 정치의 클리셰를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그를 비판한다. 




그러나 단 한장면, 예상할수 없는 침묵이 있다. 바로 마지막 장면의 비장한 표정으로 생방송을 앞두고 있는 스티븐의 침묵이다. 그는 자신을 실망시킨 주지사 밑으로 다시 들어가고, 그를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 놓는다. 그의 속셈은 무엇인지 알수가 없다. 그저 지금까지 보여준 대로 일반적인 정치인이 되기로 마음먹은 것 같기도 하고, 그 비장한 표정에서는 왠지 이 영화의 제목(The Ides Of March-시저가 그의 심복에게 암살당한 날)처럼 주지사의 등에 칼을 꽂으려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한가지 확실한 건,이 영화에서 완벽해보였던 주지사 모리스 조차 우리가 꿈꾸는 그런 정치인이 아니었듯이, 스티븐이 이어지는 장면에서 무슨 선택을 하든 그는 이미 깨끗한 정치인이 아니라는거다. 즉, 영화 속에도 현실에도 우리가 꿈꾸는 그런 정치인은 아무데도 없다. 그것이 미국이든, 한국이든.


@

1. 조지클루니는 정말 뭘해도 멋있.....< 

얼마 전 '디센던트'에서 그렇게 평범한 아저씨로 나오더니 여기에선 또 완벽해보이는 대통령 후보라니!! 도대체 안어울리는 배역이 뭘까. 연기도 연기고, 얼굴도 잘생겼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를 이렇게 연출하다니! 감탄뿐이 나오지 않네요.  


2. 이 영화가 조금 더 빨리, 개봉했으면 어땠을까요? 어쩌면 일부러 선거 끝나고 개봉한것 같기도하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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