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전에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 있는 아이디어]을 통해 경제학자들의 이론과 수많은 제안들이 그들의 죽음과 동시에 사장되어버린 게 아니고 오늘날까지 생명력을 이어오며 현실 적합성을 지니고 있다는 주장을 인상 깊게 읽은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번에 접한 다케나카 헤이조의 [경제 고전]에서도 부크홀츠의 그림자가 짙게 어른거린다. 그건 아마 고전으로 여겨지던 것이 여전히 고전의 반열에 올라 있는 것은 아직 생명력이 다하지 않고 현실에 유의미하게 작동하기 있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부크홀츠는 학자들의 삶과 그들이 평생 이룩한 경제 이론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면 헤이조의 경우에는 그들의 대표 저작에 천착하고 있다는 점이 차별적이라 하겠다. 이를테면 스미스의 경우 [국부론]과 [도덕 감정론]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그의 경제 이론을 소개하고 오늘날에 어떤 함의를 지니고 있는지 검토, 분석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마르크스의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법칙, 자본의 유기적 구성 등 마르크스의 이론도 간략하게 정리하며 오늘날의 경제 현실과 접목시키고 있기도 하다.
헤이조의 또 하나의 특장은 경제 이론들을 상호연관성있게 잇고 있다는 점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듯 테제에 대한 안티 테제를 제시하고 이를 아우른 진테제를 보여주고 있어 전체적인 맥락을 누구나 쉽게 개관할 수 있도록 이끈다. 이를테면 스미스의 예정조화와 자동조절론이라는 시장경제 낙관론에 대한 안티로서 맬서스, 리카도 및 마르크스 이론을 들어 비관적 경제관을 펼친 다음, 이에 대한 종합적 해법 차원에서 케인스 이론을 소개하고 있다.
또 일반인들이 놓치기 쉬운 20세기 학자들, 슘페터 같은 혁신주의자, 급진적 자유주의자, 통화론자 및 공공선택 이론가 등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어 고전파 경제학자들로부터 오늘날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생존 경제학자들까지 어떤 이론적 경향과 현실적 시사점을 지니고 있는지 두루 톺아보고 있어 최신 경제학설사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 하겠다.
다만 그가 글 초반에 밝혔듯이 그의 입장이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과 주로 일본의 경제 현상을 사례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내심으로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점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경제관을 지니고 있고 그것을 일관되게 견지한다는 것은 비난받을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 점을 참고하고 읽으면 여러 모로 의미 있는 견해와 관점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책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