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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학의 크로스 오버..

글쓴이: Panis Angelicus | 201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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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철학 서적을 읽으며 느끼는 어려움 중 가장 큰 하나가 '난해하다'라는 것이다. 여기서 '난해하다' 함은 분명 단어 하나하나의 뜻은 대개는 잘 알고 있게 마련인데, 그것이 철학이라는 무대에서 조립되어 하나의 문장, 더 나아가 한편의 글이 되고나면 당최 무슨 이야기인지 감이 잘 안 온다는 뜻이다. 그러다보니 억지로 문장이나 글을 나름대로의 해석틀(Frame 또는 Tool)을 이용해 약간은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나서도 그것이 현실의 문제와 잘 연결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가슴으로 읽히지 않고 피상적 개념으로 그저 '스쳐 지나듯' 머릿속에서만 맴돌다 증발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약간의 '난독증'이 내게만 있는 특별한 애로사항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지간한 단련을 통했음에도 극복은 여전히 난망인 상태다.

 


반면 문학작품을 읽을 때에는, 특히 그것이 좋은 고전이라 평해진 것인 경우, 깊은 감동을 느끼거나 작품을 통해 접한 새로운 정서와 작가의 상상력에 눈이 뚱그레질 정도로 놀라움을 느끼는 적은 많지만, 정작 그 작품이 가진 메세지를 정확하게 캐치해내고 표상화(또는 의미화, Representation, Symbolization)해내는 데는 많은 역부족을 느껴왔다. 감동적인 작품이긴 한데,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핵심적 메세지는 무엇일까에 대해 잘 감을 잡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편하게 혼자 '문학이 꼭 무슨 메세지를 담아야해..? 그냥 감동적이거나 재미있으면 그만 아닐까..?'라고 편하게 믿고 스스로를 위안하기도 참 많이 했다.


 


이 책은 위에 기술한 나의 경우와 비슷한 경험을 해 온 본 분들에게 아주 유용하고 고마운 책이다. 별다른 철학적 지식이나, 문학적 소견 없이도 저자의 편안한 구어체 말투를 술술 따라가다보면 아무런 어려움 없이 문학과 철학의 범주를 넘나드는 여행을 높은 만족감 하에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 번 읽어본 작품이라면 스스로가 읽으며 미처 느껴내지 못한 새로운 접근과 해석을 맛보며 기한의 독서 기억에 풍요로움을 더할 수 있고, 만일 읽은 경험이 없는 작품이라면, 그 작품의 얼개를 구조적으로 먼저 파악하고, 그 작품을 통해 저자가 표출하고자 한 핵심 메세지를 사전에 파악함으로써, 마치 논문의 <Abstract>를 읽는 것과 유사한 효용을 맛볼 수 있다.


 


다만, 김용규라는 전문 철학자의 논지에 일방적으로 이끌릴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철학이 그 안에 가지고 있는 사상적 논리와 가치관을 논하는 경우야 비교적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해석을 따를테니 그 일방적인 이끌림에 큰 거부감을 느끼거나 부작용을 염려할 필요는 없지 싶다. 그러나, 문학과 철학의 교집합의 크기를 설정해가는 부분과, 문학에 대한 철학적 해석 및 의미부여에 대하여는, 무비판적으로 끌려가기보다는 가끔씩 스스로의 입장에서 저자의 논리를 객관적으로 평가해보는 주관이 필요할 듯 싶다.


 


또 미처 읽어보지 못한 문학작품을 논하고 있다면, 그 핵심 줄거리를 책을 읽어가는 동안 대체로 다 파악할 수 밖에 없기에 새롭게 그 오리지널 문학을 접하는 맛을 다소 떨어트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듯 싶다. 만일 그런 부분에 조금은 예민한 저항감이 생긴다면, 아직 읽지 않은 책에 대한 단원을 건너 뛰어 읽어도 무방하다. 웹에 연재된 글이니만큼 단원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다 개별적으로 흐르며, 이전 부분을 읽고 안읽고의 영향이 거의(또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책의 맨 앞에 친절하게 목차가 나와 있지만, 행여 읽어본 고전에 대해서만 이 책을 참고하시고자 하는 분들의 구매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목차를 여기에 써보면 다음과 같다.


 


괴테의 <파우스트> 1,2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생택쥐베리의 <어린 왕자>


셰익스피어의 <오셀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사르트르의 <구토>


사뮤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


최인훈의 <광장>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조지 오웰의 <1984>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저자 김용규에 대해서는 이 책을 읽어보기 전에는 잘 몰랐는데, 검색을 해보니 꽤 많은 작품활동을 한 전문작가분이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과 튀빙겐 대학에서 철학과 신학 공부했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소설도 집필, 국내 '지식소설'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철학의 대중화 및 철학과 다른 문화(문학/신학 등)의 크로스 오버에 많은 관심을 가지신 듯, 그런 분야의 책들이 많고, 상당부분이 잘 알려진 인기 저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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