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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말아야 할텐데... 아직도 아픈 아이들이 많은가봐.

글쓴이: 투현마미님의 블로그 | 201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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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하게 주제가 드러나고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뭔지도 분명 알겠지만 이 책의 리뷰를 쓰기엔 내 마음이 아프다. 나에게도 학창시절이 있었고, 그 당시에도 분명 왕따는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지독하게, 지금처럼 무섭게 사람을 힘들게 하진 않았다. 오늘 아침 신문에 중학생 아이가 자살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 아이를 죽음으로 내몬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천지는 그런 아이였다. 전학 온 날 자신에게 다가와 환하게 웃던 아이 화연이를 미워할 수 없었다. 그 환한 웃음이 비웃음으로 바뀌어도 천지는 웃었다. 모든 것이 대충 대충이던 언니 만지와 다르게 천지는 결코 다가가기 쉬운 아이는 아이었다. 그래서 친구들도 뻔한 화연의 행동에 침묵으로 동조했고, 천지는 그렇게 투명인간이 되어갔다. 그 아픔을 언니와 나누웠다면, 그 아픔을 엄마와 조금이라도 나누웠다면 천지는 죽지 않았을까?


자신의 아픔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던 천지의 죽음이 사실이라면, 진실은 그 뒤의 그늘과도 같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존재했던 진실. 그 진실을 언니 만지가 찾아간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된 입장에서 이런 책은 가시와도 같다. 결코 편안하지 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도 없다. 오늘의 왕따가 내일의 주동자로 변하고, 오늘의 주동자가 내일의 왕따로 변하는 게 요즈음 아이들의 학교 모습이란다. 이유도 황당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애가 그 아이와 말을 해서, 자신은 기분이 좋지 않은데 짝꿍은 기분이 좋아서, 자신이 싫어하는 빨간색 옷을 입고 와서... 이유들은 유치하고 말도 안 되지만 그런 이유들로 왕따를 시키는 게 지금 중학생 아이들이라고 한다. 왕따 주동자의 엄마에게 전화를 하면 제일 먼저 하는 말은 “우리 아이는 절대 그럴 아이가 아닙니다.” 그러면서 더 큰소리를 치는 게 요즈음 부모라고 한다. 결코 아이들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해서도 안 되고, 고민을 이야기해서도 안 된다고 한다. 그 고민들이 모두 부메랑 되어 자신을 향해 채찍이 되어 날아온다고 하니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일까?


 


경쟁에서 이기기만을 바라고, 지는 것을 볼 수 없는 부모들은 아이들을 사육(?)한다. 따스한 마음을 가지고 배려하는 감정을 가진 아이들이 아니라 차갑고, 이기적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언제든지 배신하고 배반하는 아이로 사육시키고 있다. 공부만 잘한다면 버릇 없고, 이기적인 아이가 되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마음 여리고 착하기만 한 아이들에게 강해져야 한다고 오히려 윽박지르고, 맞고 오면 더 화를 낸다. 치료비 물어 줄 테니 맞지 말고 때리고 오라 가르치는 게 요즈음 부모들이다.


 


얼마 전 지인 한 명이 이야기 한다. 그 집 큰 아이가 여자 아이인데 순진하고 착하다. 착하기만 한 그 아이를 다른 친구들이 이용하고 왕따를 시키다 담임선생님께 걸린 모양이다. 담임선생님은 왕따를 시킨 아이 부모에게 일일이 전화를 해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시켜 달라고 이야기를 한 뒤 내 지인에게 전화를 하신 모양이다. 이러 이러한 일이 있었는데 부모님도 아셔야 할 것 같아 전화 드린다고... 아이가 학교에서 그런 줄 몰랐던 내 지인은 많이 속상하고 힘들어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담임선생님의 대처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런 선생님보다는 그냥 무시하고 신경 쓰지 않는 선생님도 계시다는 게 많이 아프다.


 


책에서 만지와 만지의 엄마는 동생, 딸을 잃은 슬픔을 무겁게 이야기 하지 않는다. 사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그냥... 많이 아프다고, 슬프다고 대 놓고 이야기했다면 덜 아팠을 것이다. 하지만 책은 가볍지 않으면서, 무겁지도 않으면서, 대 놓고 울어야 할 타이밍도 만들지 않았다. 책을 덮는 그 순간까지 마음을 요동치게 만든다.


 


괜히 애써 무겁게 살지 마. 산다는 거 자체가 이미 무거운 거야.


똥 폼 잡고 인생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들, 아직 인생 맛 제대로 못 봐서 그래.


제대로 봐봐, 웃음밖에 안 나와.


 


이놈의 글자들 끝장을 내리라, 그러면서 전투적으로 읽으면 그거 독서 아냐.


독파지. 책하고 무슨 전쟁하는 것도 아니고... (114쪽)


 


아이들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거지 죽어라 이기려고 태어난 것은 아닌데..


왜 사람의 마음을 이용하고 간 보는 것일까?


나 갖기는 싫고 남 주기는 아까운 게... 친구 사이라니...


나는 어떻게 아이의 마음을 읽어줘야 할 지..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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